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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403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78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403화

장천운은 한겨울 북풍 같은 목소리로 말하며 연검을 휘둘렀다.

한 줄기 광채가 번쩍이는가 싶더니 도악의 팔을 휩쓸고 지나갔다.

뒤로 물러서며 가까스로 치명상을 피한 도악은 자신이 당한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천하의 누가 자신을 이렇게 만들 수 있단 말인가.

하늘 아래 그런 일이 가능한 사람은 둘 뿐이었다.

청산자와 암천신마.

하지만 앞에 있는 자는 그들이 아니었다.

“크윽!”

뒤늦게 밀려든 통증에 신음을 토해낸 그는 피가 뿜어지는 팔을 붙잡았다.

다시 빛줄기가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피할 틈도 없었다.

그의 다른 팔이 팔꿈치부터 잘려나갔다.

그때쯤에야 그는 앞에 있는 자의 정체를 깨달았다.

천하에 청산자와 암천신마를 제외하고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자는 한 사람밖에 없었다.

앞에 있는 자의 눈이 그자의 눈과 똑같았다.

당시 멀리서 그자를 봤지만, 그는 그 눈을 잊을 수 없었다.

“장……천운……?”

“알면 되었다. 이제 지옥으로 가라.”

도악은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려서 뒤로 몸을 날렸다.

순간, 장천운의 연검에서 채찍처럼 뻗어나간 검강이 그의 목을 휘감았다.

그때 탁무겸이 삼 장 떨어진 곳에 내려섰다.

단순히 그가 내려섰을 뿐인데도 세상을 뒤덮기 시작한 어둠이 그를 중심으로 휘돌았다.

“이자의 목은 저에게 주셔야겠습니다.”

장천운이 말하며 도악의 목을 감은 연검을 슬쩍 끌어당겼다. 연검이 도악의 목을 파고들면서 피가 흘러나왔다.

장천운은 자신에게 화가 났다.

‘젠장! 설마 탁무겸의 명령을 어기고 소성주를 죽이려는 자가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어.’

눈 먼 칼이 아니면 위험에 처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탁무겸이 탐내는 여인 아닌가. 암천문의 누구도 그녀를 위협할 수 없을 거라 여겼다.

사마경 역시 자신이 나타날 때까지는 함부로 나서지 않을 거라 생각했고.

그래서 탁무겸만 조심하면 될 줄 알았는데, 뜻밖의 엉뚱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의외로 탁무겸은 도악을 구하려 하지 않았다.

“마음대로 해라. 어차피 본좌의 명을 어기고 사마경을 죽이려 했으니 죽어 마땅한 죄를 지었느니라.”

“다행이군요.”

“태천이시여…… 저는 암천의 세상을 위해……!”

“네가 정녕 나와 암천문을 위하려했다면 사마경을 해치지 않았어야 하느니라.”

“주군!”

도악이 마지막 발악을 하듯 탁무겸을 불렀다.

탁무겸은 차갑고도 무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장천운을 바라보았다.

장천운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연검을 흩뿌리듯 잡아당겼다.

도악의 몸뚱이가 옆으로 날아갔다.

반쯤 잘린 그의 목에서 피분수가 뿜어지며 어둠을 피비린내로 물들였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치에서 천하의 암천문을 좌지우지 하던 혈뇌사 도악은 그렇게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탁무겸은 그의 죽음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네가 더해졌다고 해서 우리를 막을 수 있다고 보느냐?”

“너무 자신만만하신 거 아닙니까?”

사마경이 구천성의 고수들을 이끌고 합류했음에도 여전히 열세였다.

그 점이 장천운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하지만 실망하기에는 일렀다. 그에게는 아직 남은 한 수가 있었다.

“하하하하, 강자는 오만할 자격이 있는 법이다. 지금 네가 오만한 말을 하는 데도 듣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니라.”

그랬던가? 자신이 오만한 말을 했던가?

그래, 어쩌면 그랬을지도 모른다.

장천운은 탁무겸의 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좋습니다, 인정하지요. 그럼 이제 문주와 저 사이의 일을 해결할 일만 남았군요.”

탁무겸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싸움은 점입가경의 혼전으로 치달리고 있었다.

그나마 사마경을 향해 공격하려는 자가 더 이상 없다는 게 다행이었다.

‘저자가 정말로 소성주를 좋아하는 건가?’

그 순간, 탁무겸이 전신에서 암흑의 기운이 쏟아내며 발을 내딛었다.

그저 한 발을 내딛었는가 싶은데 하늘이 무너져서 장천운을 덮치는 듯했다.

“어디 얼마나 강해졌나 보자.”

“전과는 다를 겁니다!”

장천운도 연검에 공력을 집중하고 탁무겸의 공세에 맞섰다.

이제는 환술을 펼치면서도 정상적인 공격을 펼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환술로 인해서 공력이 일부 분산되는 것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어지간한 고수라면 분산된 공력만으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지만, 상대는 초인지경에 이른 탁무겸 아닌가.

시력보다 감각이 더 예민한 초인지경의 고수를 상대하면서 공력을 분산시키는 것은 결코 옳은 선택이 아니었다.

어쨌든 두 사람이 정면으로 맞부딪치면서 경천동지의 대결이 벌어졌다.

탁무겸은 암천의 절대 무공을 모조리 드러냈고, 장천운 역시 자신이 익힌 모든 무공을 펼쳤다.

가히 인간의 대결이 아닌 무신의 대결이었다.

소연추와 구양명은 사마경을 보호하며, 축 늘어진 철무와 연송하를 멀찌감치 옮겨 놓았다.

암천문 무사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도 공격하지 않았다.

이인자였던 도악마저 명령을 어긴 죄로 죽음을 방치했거늘, 자신들 정도는 아침햇빛에 소리 없이 스러져버릴 풀잎 위의 이슬 신세였다.

그러나 한발 늦게 나타난 독고민은 그들과 달랐다.

“크크크크, 저 계집…….”

온몸이 피로 물든 그는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사마경 쪽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가 보는 사람이 사마경인지 연송하인지 알 수는 없었다.

기이한 욕망이 일렁거리는 눈으로 사마경 쪽을 바라보는 그의 입가에 잔인한 살소가 피어났다.

그때 탁무겸과 장천운 쪽에서 가공할 기의 폭풍이 일었다.

공터가 상당히 넓었음에도 여유가 거의 없을 만큼 두 사람의 기운이 거대한 회오리를 일으켰다.

그 회오리 속에서 장천운은 천뢰구검을 연환으로 펼치며 탁무겸의 공세에 맞섰다.

천뢰구검의 위력은 예전과 천양지차였다.

탁무겸도 장천운의 검이 달라졌다는 걸 알고 신중을 기했다.

흑월대와 흑영대는 그 광경을 보고 사기가 충천했다.

“씨발! 장 대주가 왔어!”

“저게 장 대주야? 낯짝이 다르잖아?”

“낯짝 바꾼 게 어디 처음이야? 전에도 그랬잖아! 좌우간 장 대주가 분명하다니까!”

공포의 암천신마를 대적할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전세가 뒤흔들렸다.

 

탁무겸과 장천운이 대결을 벌이는 동안, 다른 곳에서도 치열한 혈전이 벌어졌다.

강호에서 살아가는 동안 한 사람도 마주치기 어렵다는 절대경지의 고수 십여 명이 목숨을 건 생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가히 천하가 놀라고 땅이 흔들릴 일대격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천하를 놀라게 할 대혈전이 벌어지는 동안 사마경은 몸속의 사이한 기운을 몰아내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시간이 갈수록 머리가 어지럽고 몸을 움직이기가 힘들어졌다.

도대체 어떤 마공이기에 이리도 지독하단 말인가.

“소성주, 괜찮으시오?”

구양명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자신이 본 사마경은 무공에서 밀린 것이 아니었다. 그녀를 힘들게 만드는 뭔가가 있었다.

“아까 그자의 마기가 침범했어요. 시간만 있으면 몰아낼 수 있으니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게 하세요.”

사마경이 나직이 말했다.

구양명으로선 찜찜했지만 당장은 그녀의 말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알겠소. 도움이 필요하면 바로 말씀하시오.”

사마경은 애써 태연한 척하며 구석진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자신에게 이상이 생긴 걸 알면 장천운이 흔들릴지도 몰랐다.

‘천운, 반드시 이겨야 해. 패하면 나도 죽을지 몰라.’

 

콰광! 쩌저저적!

귀청을 찢는 뇌성벽력이 강기의 폭풍 속에서 울렸다.

대결을 벌인지 십여 초식.

팽팽한 접전은 어느 한쪽으로도 기울지 않고 이어졌다.

장천운은 그때쯤에서야 천뢰구검을 무적삼검으로 변환시켰다.

고오오오오.

기가 회오리치는 가운데 공명음이 먹먹하게 울렸다.

장천운의 검이 변하고 있다는 걸 느낀 탁무겸도 자신의 마지막 밑천인 암흑천추마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쿠과과광!

이전과 다른 굉음이 천지를 뒤흔들었다.

약속이라도 한 듯 뒤로 삼 장씩 물러선 두 사람의 몸에서 다시 절대의 기운이 휘몰아쳤다.

그때 외곽 쪽에서 다급한 고함소리가 들렸다.

“웬 놈들이냐?”

“놈들을 막아라!”

“구천성 놈들을 죽여라!”

구천성의 지원무사들이 도착한 듯했다.

탁무겸은 장천운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그러다 장천운이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보고 콧등을 씰룩였다.

“구천성에서 나온 자들은 아닌 것 같은데, 네가 끌어들인 놈들이냐?”

“금룡장 사람들이 금룡신군의 복수를 하고 싶다더군요.”

담담한 장천운의 말에 탁무겸의 눈빛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어지간한 자들은 눈에 차지도 않았다. 그러나 상대가 금룡장 사람들이라면 문제가 다르다.

그들 역시 천외의 한축이었던 자들 아닌가. 금룡신군이 없다 해도 강함만큼은 여타 문파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들이 정녕 구천성과 손을 잡았다면 약간의 우세를 점하던 상황이 언제라도 역전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네가 그들까지 끌어들이다니, 역시 대단해.”

“아마 천살광혼도 왔을 겁니다.”

“찬강까지?”

탁무겸은 내심 놀랐지만 기의 운용을 조금도 늦추지 않았다. 늦추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강한 기를 뿜어냈다.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비산한 그의 모습은 정녕 어둠의 하늘을 다스리는 암흑의 마신 같았다.

장천운도 무적삼검 중 두 번째 초식인 천멸일원을 펼치기 위해서 검을 머리 높이로 쳐들고 하늘을 향해 세웠다.

탁무겸은 그 모습을 보고 이마를 찌푸렸다. 한번 대해보고 곤욕을 치렀던 초식이 분명했다.

당시 장천운은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도 자신의 공격을 저 초식으로 파훼했지 않은가.

“도대체 그 검은 무엇이냐?”

“천멸일원. 아마 문주를 상대하기에 부족하지 않을 거요.”

말을 마침과 동시, 꼿꼿이 선 연검에서 무형의 기운이 휘돌기 시작했다.

탁무겸은 더 지체하지 않고 두 팔을 거대한 독수리처럼 펼치며 장천운을 향해 날아갔다.

어둠의 장막이 그를 따라서 해일처럼 밀려갔다.

장천운은 날아드는 탁무겸을 향해 검을 내밀었다.

순간, 거짓말 같은 광경이 벌어졌다.

그가 내미는 연검에서 한줄기 빛이 쭉 뻗어나가는가 싶더니, 어둠의 장막이 비단천처럼 찢어졌다.

하지만 탁무겸은 개의치 않고, 날개처럼 펼친 두 팔을 앞으로 내밀며 암흑천추마공을 쏟아냈다.

마치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모든 것을 결정짓겠다는 듯.

멀리 떨어져서 두 사람의 대결을 바라보던 사람들은 갑자기 고막이 먹먹해지고, 온몸이 조여드는 느낌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도 잠시, 두 사람을 중심으로 해서 가공할 기의 파도가 좌우로 퍼져나갔다.

기의 파도에 휩쓸린 허름한 집들이 종잇장처럼 찢겨지고 모래성처럼 부서졌다.

집 안에 있던 사람들은 심상치 않은 상황을 인지한 순간 미친 듯이 도망쳤다.

장천운과 탁무겸은 다시 오 장 거리를 둔 채 서로를 노려보았다.

그때였다. 악착같이 버티던 사마경이 서서히 옆으로 쓰러졌다.

“소성주!”

제일 먼저 그 모습을 발견한 소연추가 놀라서 소리치며 재빨리 손을 뻗어서 그녀를 붙잡았다.

곁눈질로 그 모습을 본 장천운의 눈빛이 흔들렸다.

아무래도 도악과 싸울 때 내상을 입은 듯했다.

탁무겸도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

“도악의 녹령마기에 당했군.”

“녹령마기? 심각한 겁니까?”

“제때 손을 써서 몰아내지 못하면 마기에 물들어서 미쳐버릴 거다. 그리고…… 죽겠지.”

눈살을 찌푸렸던 탁무겸이 입술을 비틀며 쓴웃음을 지었다.

장천운은 이를 앙다물었다.

녹령마기에 대해서 아는 것은 없었다. 그러나 탁무겸의 표정만 봐도 심상치 않다는 것 정도는 눈치 챌 수 있었다.

“구양 형, 선자! 소성주님을 남 노선배님께 모시고 가십시오!”

장천운이 구양명을 향해 소리쳤다.

탁무겸이 고개를 저었다.

“소용없다. 누구도 사마경을 치료하지 못한다. 독왕이라 해도.”

“치료방법이 없단 말입니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말씀해주시죠.”

“사마경을 나에게 넘겨라. 세상에서 오직 본좌만이 사마경의 몸에서 녹령마기를 몰아낼 수 있다.

“설마 천하의 암천신마가 비겁하게 마기를 이용해서 소성주를 얻겠다는 건 아니겠죠?”

장천운은 탁무겸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그러나 탁무겸도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사마경을 얻는 일인데, 잠깐 욕을 먹는 게 무슨 대수겠느냐.”

그런데 그 말을 들었나보다. 사마경이 쥐어짜듯 말했다.

“천운…… 내가 스스로…… 목을 긋는 걸…… 보고 싶지 않으면…… 허튼 생각……하지 마.”

장천운도 당연히 사마경이 그렇게 말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문제는 목숨이 달려 있다는 것이다.

“소성주께서 차라리 목을 긋겠다고 하시는군요. 방법만 알려주시면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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