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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402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84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402화

장천운은 그런 탁무겸을 바라보며 연검을 가슴 높이로 들었다.

탁무겸을 향한 연검에서 무형의 검강이 휘돌며 뻗어 나왔다.

“이제는 전처럼 쉽지 않을 거요.”

“칠산사에 나타난 것도 너였지?”

연검에 묻은 피를 옆으로 뿌린 장천운이 무심한 어조로 대답했다.

“편하실 대로 생각하십시오.”

“후후후후, 이리 나타난 걸 보니 본좌를 이길 자신이 있나보구나. 하지만 너는 절대 본좌를 이길 수 없다.”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아는 법 아닙니까?”

장천운이 연검을 서서히 사선으로 들었다.

무형의 검강이 투명한 용처럼 꿈틀거리며 어둠을 밀어냈다.

그런데 마주 공력을 일으키던 탁무겸이 의외의 질문을 했다.

“싸우기 전에 하나만 물어보자. 본좌의 사부를 어떻게 만났느냐?”

사부? 무슨 말이지?

“내가 언제 문주의 사부를 만났단 말입니까?”

“그럼 전에 왜 그가 너를 구하려고 달려들었지? 거기다 장철산까지.”

“무슨……?”

의아한 표정을 지었던 장천운이 입을 다물었다.

문득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오른 것이다.

설마 단목 노인이 탁무겸의 사부?

“그럼 한 달 전의 그 노인이…… 전대의 암천신마?”

“몰랐나? 우하하하! 그거 참 재미있는 일이군. 천하의 냉혈한인 사부가 알지도 못하는 놈을 구하려 위험을 자초하다니.”

역시 그가 전대의 암천신마인 듯하다.

그때 문득 또 하나 의문이 들었다.

“그럼 그 장철산이란 자는 누굽니까? 단목 노인의 외조카라 하던데…….”

“맞다. 장철산은 사부의 외조카지. 한때 본좌의 앞길을 막아섰던 놈. 아마 놈이 구천성으로 가지 않았다면 본좌의 손에 죽었을 거다.”

뭐? 장철산이 구천성으로 갔다고?

그럼 그 장철산이 바로 구천성의 장철산이란 말인가?

그런데 왜, 왜 거짓말을 한 거지?

무 노인은 왜 그 장철산과 함께 있었던 거지?

“임무를 맡고 나가서 죽었다던 놈이 살아 있었다는 것은 충격이었지. 하지만 언제고 그놈은 본좌의 손에 죽을 운명이니라.”

탁무겸의 음성에서 분노가 묻어나왔다.

그 때문인지 그를 중심으로 거대한 기운이 휘돌기 시작했다.

장천운도 혼란한 의문을 접고 그를 상대하기 위해 공력을 끌어올렸다.

‘살아 있으면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바로 그때, 눈을 치켜뜬 장천운이 땅을 박차고 몸을 날렸다. 워낙 빨라서 흐릿한 그림자가 어둠 속으로 사라진 듯했다.

그런데 탁무겸을 공격하기 위한 행동이 아니었다. 무엇 때문인지 우측으로 날아갔다.

탁무겸조차 장천운이 자신을 공격하는 줄 알고 대비했다가, 그게 아니란 것을 알고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곧 그도 활활 타오르는 불길처럼 분노를 발산했다.

“네놈이 감히 어디서!”

 

 

 

150장 녹령마기(綠靈魔氣)

 

 

흑월대와 흑영대는 사마경이 있는 건물을 빙 둘러서 원진을 형성한 채 암천문 무사들과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지난 몇 번의 싸움으로 동료들을 잃은 터라 그들의 눈에서 지독한 살기가 일렁거렸다.

그 동안 절치부심하며 수련을 한 덕에 무위도 한결 강해진 상태였다.

특히 다시 흑월대로 복귀한 혁련기는 그 누구보다 살기가 강했다. 그가 이끌던 백천대는 대원 열아홉 명 열세 명이 죽고 말았다. 특별히 정이 든 사이는 아니지만, 어쨌든 수하였던 자들 아닌가.

그들에 대한 복수만큼은 반드시 해주고 싶었다.

암천문에서도 그들을 치기 위해 도악이 최고의 정예조직인 백팔마를 이끌고 나섰다.

게다가 그는 구암사 중 셋을 대동했다.

‘주군께서 잠시 못 움직일 때에 사마경을 죽여야 돼!’

절대경지의 고수들이 탁무겸을 합공하느라 빠져나간 상황. 절호의 기회였다.

“구멍을 뚫어라!”

도악이 명령을 내리자, 검은 무복을 입은 무사 십여 명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들은 자신들의 목숨을 돌보지 않고 오직 공격일변도로 나갔다.

“얼마든지 와라! 개자식들아!”

입심 좋은 막소광이 고래고래 욕설을 퍼부었다.

백팔마 중 하나가 그런 막소광을 향해 쇄도했다. 수비할 생각이 없는지 빈틈이 많이 보이는 공격이었다.

막소광은 냉소를 지으며 빈틈을 향해 검을 뻗었다.

막소광의 검이 상대의 가슴을 꿰뚫었다. 그런데 가슴이 뚫린 자가 오히려 그를 향해 밀고 들어가더니 막소광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대경한 막소광은 급히 상대의 손을 털어내려 했지만, 움켜쥔 손에 공력이 실린 터라 바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 사이 다른 자가 막소광의 목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이 미친 새끼들이!”

막소광이 욕설을 퍼부으며 다급히 몸을 뒤로 눕혔다. 그러나 손목이 잡혀서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서걱!

칼날이 막소광의 가슴과 팔을 훑고 지나갔다.

뒤로 나뒹구는 막소광의 팔꿈치에서 피분수가 솟구쳤다.

팔꿈치 아래 부분은 여전히 암천문 무사의 손에 잡혀 있었다.

“소광 형님!”

수은귀가 악을 쓰며 달려들었다. 그의 가느다란 검이 막소광의 팔목을 붙잡고 있는 자의 목을 날려버렸다.

두양양도 막소광의 팔을 잘라버린 자의 심장을 검기로 갈라버렸다.

하지만 적은 그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목숨을 내던지며 달려든 백팔마의 공격에 호위진세의 한쪽이 뚫렸다.

도악은 그 틈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구암사 셋이 그림자처럼 그를 뒤따라갔다.

그들은 곧장 사마경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놈들을 막아라!”

“어딜 감히!”

구천호령 중 여섯이 그들 앞을 막아서며 공격했다.

도악이 냉소를 지으며 손을 뻗었다.

그가 뻗은 손을 쥐었다 편 순간, 일 장의 거리가 있는데도 구천호령 중 두 사람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무형의 음습한 경력에 온몸이 오그라들고, 마치 몸속에서 혈관을 타고 지네가 기어가는 듯했다.

그들은 전력을 다해서 도악의 공세를 차단했다.

하지만 절대경지의 고수조차 아래로 보는 도악의 공격을 그들이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단 두 번의 손짓에 두 사람이 피를 토하며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나머지 넷도 구암사의 공격을 몇 초 받아내지 못하고 꺼꾸러졌다.

게다가 십여 명에 달하는 암천문 무사들이 진세 안으로 더 진입했다.

결국 영호관과 원세명이 남은 구천호령을 대동하고 나섰다.

사마경의 곁에는 구양명과 철무, 소연추와 연송하만 남은 상태.

건물 앞의 넓은 마당이 순식간에 전장으로 변해버렸다.

그런데 사마경은 구경만 하고 있을 생각이 없었다.

“상황이 급박하니 함께 처리해요.”

“소성주, 위험하오.”

구양명이 말리려 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주장을 꺾지 않았다.

“구천성의 형제들이 싸우고 있는데 구경만하고 있을 순 없어요. 한 사람이라도 더 빨리 쓰러뜨리는 것이 형제들의 피를 아끼는 길이에요.”

봉황검을 뽑아든 그녀는 지붕 아래로 신형을 날렸다.

그녀가 노리는 상대는 도악이었다.

“조심하시오, 소성주!”

구양명이 사마경의 마음을 눈치 채고 바짝 뒤쫓으며 소리쳤다.

상대는 암천문에서도 손가락 안에 드는 고수다. 사마경의 강함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아직은 혼자서 상대하기에 무리인 자.

더구나 암천문 무사들이 암습이라도 하면 더욱 위험해진다.

반면 도악은 사마경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자 쾌재를 불렀다.

‘오냐, 죽고 싶다면 죽여주마!’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구부린 그는 사마경을 향해 마주 몸을 날리며 손을 뻗었다.

그의 장심에서 사이한 녹무가 피어나더니 사마경에게 밀려갔다.

하지만 사마경은 그가 생각한 것보다 더 강했다.

봉황신무검의 화려한 검무는 도악의 공세를 철저히 차단했다.

쩌저저정!

‘이 계집이!’

도악은 눈을 치켜뜨고 사마경을 더욱 강하게 몰아붙였다.

구양명과 철무, 뒤늦게 뛰어든 소연추와 연송하 등은 사마경의 뒤쪽으로 접근하는 암천문 무사들을 차단했다.

그 사이 사마경과 도악의 대결이 오 초를 넘어갔다.

사마경이 몸에 이상함을 느낀 것은 그때였다.

도악의 사이한 기운과 몇 번 부딪친 이후 진기의 흐름이 처음과 같지 않았다. 아마도 도악이 무공을 펼칠 때 뿜어져 나오는 녹무 때문인 듯했다.

도악이 그 사실을 눈치 채고 이를 드러내며 흉악한 웃음을 지었다.

“흐흐흐, 녹령마기가 이제야 효과를 발휘하는군. 네년도 이제 끝장이다, 사마경.”

음충한 웃음을 흘린 그는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는 사마경을 향해 몸을 날렸다.

사마경은 뒤로 물러서며 봉황신무검을 펼쳤다.

위력이 처음만은 못했지만, 도악의 접근을 견제할 정도는 되었다.

“소성주! 제가 맡겠소이다!”

구양명이 그녀에게 다가가며 소리치고는 도악을 향해 검을 뻗었다.

그의 한철팔검이 어둠을 가르며 벼락을 쏟아냈다.

그 사이 사마경은 이를 악물고 뒤로 물러섰다.

“어림없다!”

도악은 구양명의 검을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떠더더덩!

묵직한 소리가 서너 번 연이어 울리는가 싶더니 구양명의 몸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도악도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눈을 역팔자로 치켜떴다.

하지만 재차 녹령마기를 일으킨 그는 전력을 다해서 사마경을 공격했다.

마침 뒤로 물러선 구양명이 백팔마 중 둘에게 가로막혀서 끼어들 수 없는 상태였다.

“안 돼!”

연송하가 사마경과 도악 사이로 뛰어들면서 검을 떨쳤다.

도악이 그녀를 향해 우수를 홱 뿌렸다.

우르릉.

강맹한 장력이 뇌음을 일으키며 연송하를 덮쳤다.

“헉!”

눈을 치켜 뜬 연송하가 옆으로 튕겨나갔다.

그래도 그 공격 덕분에 사마경은 숨 한 번 쉴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연송하가 튕겨나가는 것을 본 사마경은 부릅뜬 눈으로 도악을 노려보며 검을 뻗었다.

도악도 피해를 감수하고 사마경의 공격을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암천의 세상을 만드는데 방해가 되는 계집이다. 자신이 부상을 당하더라도 반드시 죽여야만 했다.

콰광!

두 사람의 기가 충돌하면서 폭음이 터져 나왔다.

사마경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서너 걸음 물러섰다. 비릿한 피 냄새가 목구멍을 타고 올라왔다. 거기다 조금 전부터 느껴지던 음습한 기운이 더욱 강해지면서 진기 유통이 간간이 끊겼다.

도악도 그녀의 봉황검을 완벽히 피하지 못했다. 어깨가 길게 갈라진 그는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아내며 다시 공격을 감행했다.

이번에는 철무가 그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 등을 비워둔 상태로 나섰다.

철무와 싸우던 자들은 갑자기 상대가 등을 보이자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칼을 휘둘렀다.

철무는 등 뒤로 칼이 날아드는 걸 알고도 도악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사마경은 그가 목숨을 내걸고 지켜야할 사람이었다.

“조심해요!”

사마경이 악을 쓰듯 외쳤다.

하지만 철무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몸만 비틀었다.

칼이 그의 등을 훑고 지나갔다.

그 와중에도 철무는 도악을 향해 검을 뻗었다.

도악은 할 수 없이 공격의 방향을 돌려서 철무를 상대했다.

퍽!

도악의 일장을 몸으로 받아낸 철무가 훌훌 날아가서 바닥에 떨어졌다.

“철 숙부!”

사마경이 비명처럼 철무를 불렀다.

하지만 그에게 다가갈 수도 없었다. 철무를 날려버린 도악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다가오고 있었다.

“후후후, 이제 네년을 구해줄 사람은 없다.”

어둠 속에서 두 손을 든 그는 땅을 박차고 사마경을 향해 날아갔다.

그런데 갑자기 사마경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 대신 다른 누군가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도 바로 코앞에 있었다.

“웬……!”

도악은 우수를 내리쳐서 불청객의 가슴을 찍었다.

감히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려 하다니!

하지만 말을 뱉어낼 틈도 없었다.

불청객이 우수에 들고 있던 낭창거리는 검을 휘둘렀다.

눈앞에서 번쩍하며 번개가 치는가 싶더니 온몸이 빙굴에 빠진 느낌이 들었다.

반사적으로 손을 거두어들인 그는 미친 듯이 두 손을 휘둘러서 기막을 형성했다.

그와 동시, 번개가 기막을 두들겼다.

쾅—!

전력을 다해서 달리다가 철벽에 부딪치면 이런 느낌일까.

‘끄억!’

앞이 하얗게 변하고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뒤로 날아가면서 겨우 정신을 수습하려던 그의 귓가에 냉랭한 목소리가 울렸다.

“지옥에 가서도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땅에 떨어져서 비틀거리며 재빨리 일어선 그는 자신을 튕겨낸 자를 노려보았다.

그자가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새파랗게 젊은 놈이었다. 기억에 없는 놈.

“네놈은 누구……?”

“너를 지옥으로 인도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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