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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401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94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401화

* * *

 

쏴아아아아아!

어둑해진 길거리에 소나기가 쏟아졌다.

단순한 비가 아닌 화살비라는 게 다를 뿐.

개중에는 양념처럼 비도와 같은 암기들도 다수 섞여 있었다.

건물 좌우의 창문에서 날아든 화살과 암기는 어둑한 허공을 뚫고 피를 갈구하며 날아갔다.

퍼버버벅!

“컥!”

“크읍!”

거리가 워낙 가까웠다. 진기가 실린 화살마저 있었다.

한 번에 수백 발씩 쏟아지니 절정의 고수들조차 피할 틈이 없었다.

화살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연이어서 쏟아졌다

그러나 청산궁이 천외로 불리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찰나의 순간에 지휘자들이 냉정하게 소리쳤다.

“흩어져라!”

“좌우 건물 속에 적이 숨어 있다!”

청산궁 무사들은 무기를 빼들고 화살이 날아든 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들 중 일부는 화살을 쳐내며 전진했고, 일부는 화살의 먹이가 되었다

“감히!”

청산궁 무사들 중에서 튀어나온 몇 명이 건물을 향해 쌍장을 뻗었다.

강맹한 위력의 장력에 건물의 벽과 창문이 터져 나갔다. 심지어 어떤 건물은 지붕이 무너질 듯 우르릉거렸다.

새카맣게 날아들던 화살비가 뜸해졌다.

대신 터져 나간 벽과 창문 안쪽에서 무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죽여라!”

단 한마디 외침에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

그들은 승부를 가르려는 게 아니다.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산다.

극한의 생사투!

 

화살비는 또 다른 곳에서도 쏟아졌다.

양각동을 가로지르던 자들은 어스름 속에서 쏟아진 화살비에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화살은 메뚜기떼처럼 몰려서 지나가던 암천문 무사들에게 집중되었다.

예상치 못한 화살 공격에 암천문 무사들이 살 맞은 꿩 새끼처럼 떨어졌다.

눈 깜짝할 순간에 수십 명이 화살의 먹이가 되었다.

그러나 암천문 무사들은 화살에 맞고도 당황하지 않았다.

개중에는 박힌 화살을 빼내고 화살이 날아든 곳으로 몸을 날리는 자들마저 있었다.

오히려 공격했던 구천성 무사들이 질린 지경이었다.

“계속 쏴라!”

어스름 속에서 모용문태가 소리쳤다.

멈칫했던 화살비가 재차 쏟아졌다.

암천문 무사들도 멈추지 않고 화살이 날아오는 곳을 향해 쇄도했다.

분노한 도악은 예상치 못한 구천성의 급습에 냉랭히 코웃음 쳤다.

“흥! 제법 괜찮은 잔머리를 굴렸군. 하지만 그래봐야 시간만 조금 더 걸릴 뿐, 구천성이 오늘 무너지는 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구천성이 일부 무사를 내보내서 길목을 막고 화살이나 암기를 사용해 시간을 끌려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구천성은 단순히 그들의 길목을 막기 위해 무사들을 내보낸 것이 아니었다.

암천신마가 아무리 강하다 하나 한 사람이다. 몸을 두 개로 나누는 분신술을 쓸 수 없는 한 한쪽만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를 상대하려면 많은 희생이 뒤따를 것이다. 아니면 절대 경지의 고수 몇 명이 그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다.

구천성의 다른 고수들은 그 사이 다른 살귀들을 제거할 작정이었다.

팔을 내주고 다리를 자르겠다는, 목숨을 내던진 절박한 계책이었다.

 

청산궁을 막던 동문 쪽도 상황이 좋지 않았다.

적은 너무 많고, 구천성 무사들보다 강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구천성 무사들이 서서히 뒤로 밀려났다. 이미 수백 명이 쓰러져서 길거리가 온통 피로 넘쳐났다.

나극이 지휘하는 원로원과 마도삼파의 고수들도 이를 갈면서 물러섰다.

사마경의 청을 받고 나설 때만 해도 나름대로 자신 있었다.

전열을 흐트러뜨린 후 공격하면 승산이 있지 않을까?

설령 이기지 못한다 해도 밀리지도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적은 그들이 예상한 것보다 더 강했다. 자신들만으로는 청산궁의 주력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그때 구천성 쪽에서 북소리가 들렸다.

둥둥둥둥둥!

처음에 울렸던 것처럼 빠른 속도였다.

고함소리도 들렸다.

“구천성 무사들은 전력을 다해서 적을 쳐라!”

공손백의 목소리.

와아아아아아!

드센 함성이 천공에 울려 퍼졌다.

구천성에서 지원무사들이 나온 듯했다.

청산궁의 거센 반격에 밀려서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었던 구천성 무사들은 검을 다시 움켜쥐었다.

피투성이가 된 자들도, 상처가 쩍 벌어져서 움직이기 힘든 자들도 다시 일어섰다.

“어디 다시 싸워보자, 개자식들아!”

“죽일 테면 죽여 봐!”

 

공손백이 이끄는 일천 무사가 전장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들 대부분은 공손백을 따르는 자들이었다. 하지만 손을 가볍게 쓰는 자는 없었다.

공손백과 사계는 물론이고 청묵전의 무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상대는 암천문이 아닌 청산궁이었다.

사마경도 그 점을 생각해서 그들에게 청산궁 공격을 맡긴 것이었다.

“손속에 인정을 두지 마라! 저들에게 구천성의 위대함을 보여줘라!”

구천성이 강력하게 저항하자, 청산궁 무사들도 더 이상 전진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구천성이 유리한 것도 아니었다.

팽팽한 접전!

마을 곳곳에서 피가 튀고 비명이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 * *

 

장천운은 칙칙한 회색과 검은색 무복을 입은 암천문 살귀들 속으로 뛰어들었다.

화살과 암기로 적을 상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어차피 사마경에게 말을 전할 때부터 그 정도로 청산궁과 암천문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전열을 흐트러뜨리는 것, 흐름을 막는 것, 기세를 꺾는 것.

그 정도만 해주어도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지금 암천문은 생각지 못한 공격에 전열이 흐트러진 상태였다.

기세 역시 상당히 꺾였다.

전과 달리 구천성 무사들이 쉽게 밀리지 않는 것만 봐도 상당한 효과를 본 셈이었다.

장천운은 처음부터 연검을 빼들었다.

아직은 탁무겸이 나서지 않았다. 하늘을 자처하는 자가 피에 굶주린 살귀처럼 하급무사들을 향해 손을 쓰지는 않을 터. 장천운은 그가 직접 손을 쓰기 전까지 적의 숫자를 최대한 줄일 작정이었다.

그의 연검에서 뿜어진 검기는 반경 일장 안의 모든 것을 부수고, 잘랐다.

순식간에 대여섯 명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서너 명은 장력에 얻어맞고 멀리 날아가서 나뒹굴었다.

암천문 무사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었다.

반면 구천성 무사들은 암천문의 살귀들을 볏단처럼 쓰러뜨리는 장천운을 보고 환호했다.

그가 누구든 상관없었다. 그의 검에 그 무서운 암천문의 살귀들이 쓰러지고 있었다.

사위가 어둑해질 즈음에는 장천운의 검에 쓰러진 자만 오십 명이 넘었다.

하지만 점점 강한 자들이 그를 공격했다.

암천문 고수들의 무공은 일반 강호의 무공과 궤를 달리했다.

절정 경지에 이른 무공은 물론이고 은신술에 능해서 한순간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

구천성 고수들이 그들을 상대하기 어려운 것도 그러한 은신술 때문이었다. 더구나 지금처럼 어둑할 때는 은신술이 훨씬 큰 효과를 발휘했다.

장천운도 환술을 섞어서 신법을 펼치며 그들을 상대했다.

마치 유령들이 술래잡기를 하는 듯했다.

그러나 장천운의 환술은 암천문의 은신술과 차원이 달랐다. 시간이 흐르면서 은신술을 펼치던 암천문의 고수들이 하나 둘 지옥으로 달려갔다.

 

장천운이 외곽을 무너뜨리는 동안 구천성 무사들은 뒤로 물러서기에 바빴다.

양각동의 끝자락까지 밀린 그들은 배수진을 치고 암천문의 공격을 막았다.

그때 구천성 쪽에서 북소리가 빠르게 울렸다.

그로부터 다섯을 셀 시간이 지났을 즈음, 구천성 방향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지원군이 왔다!”

“소성주께서 나오셨다!”

와아아아아!

드디어 사마경이 패왕 진교청과 환마 우곡, 삼장무적 단리황 등을 이끌고 나타난 것이다.

구천성 무사들의 사기가 충천했다.

당장 암천문을 압도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상황에 변화를 주기에는 충분했다.

 

콰과광!

어스름 속에서 폭음이 터져 나왔다.

양각동의 허름한 건물이 폭발이라도 하듯 사방으로 비산했다.

비산하는 건물의 잔해에 사람도 섞여 있었다. 구천성 무사들이었다.

탁무겸은 암흑천신기로 건물 하나를 날려버리고 전면을 노려보았다.

달도 별도 없는 어둠이 양각동을 뒤덮기 시작했다. 집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조차 없어서 귀기스러움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더구나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고, 시신에서 흘러나온 피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완전히 허를 찔렸군. 사마경을 너무 무시했어.”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면서도 그는 웃고 있었다.

“그래서 더 갖고 싶단 말이야.”

그가 갖고 싶은 여인이 저 멀리 지붕 위에 서 있었다.

이층으로 된 건물 꼭대기에.

거리가 오십 장이나 되었지만 그의 눈에는 선명하게 보였다. 그녀가 입술을 잘근 깨물고 있는 것까지.

 

입술을 깨문 사마경은 검을 뽑아들었다.

은신했다 적을 친 결과 상당한 전과를 올렸다. 최소한 백 명 이상의 적을 항거불능으로 만들어버렸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낙관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는 암천문의 전진을 막을 수 없었다.

특히 탁무겸은.

‘천운이 없으면 이길 수 없어. 어디 있지?’

 

사마경이 장천운을 찾고 있던 그 시각, 진교청과 우곡, 단리황이 탁무겸을 향해 몸을 날렸다.

천하에서 내로라하는 패왕과 환마, 삼장무적이 한 사람을 합공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그들 누구도 자존심을 생각하지 않았다. 상대는 자존심을 따져가며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었다.

그를 막지 못하면 전쟁은 필패였다.

탁무겸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세 사람을 바라보며 하얗게 웃었다.

“좋아, 원한다면 본좌가 왜 암천의 주인인지 보여주마.”

화아아아악!

그의 전신에서 검은 기운이 폭사했다.

마치 거대한 아수라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듯했다.

암흑천신기를 일으킨 그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세 고수를 향해 마주쳐갔다.

찰나 간, 진교청과 우곡, 단리황이 십성 공력을 끌어올린 채 그를 공격했다.

콰르르르릉! 콰과광!

뇌성벽력이 어둠으로 물든 천지를 뒤흔들었다.

건물이 무너져 내리고 대지가 뒤집혔다.

튕겨나듯 뒤로 물러선 진교청의 호안이 일그러졌다. 창백한 안색, 미미하게 떨리는 입술 사이로 핏물이 흘러나왔다.

훌훌 날아서 땅에 내려선 우곡은 고통스런 표정으로 우수를 늘어뜨렸다. 아무래도 팔에 이상이 생긴 듯했다.

그나마 가장 충격을 덜 받은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단리황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도 안색이 전과 같지 않았다.

탁무겸은 이를 드러내며 하얗게 웃었다.

“후후후후, 태산이 아무리 높아도 하늘 아래에 있는 법이지.”

살기 가득한 표정으로 말을 내뱉은 그가 재차 어둠의 기운을 일으키며 앞으로 나아갔다.

두 발이 허공에 석 자 정도 뜬 상태에서 미끄러져갔다.

어둠으로 짙게 물든 기운이 장막처럼 그와 함께 밀려가며 진교청 등 세 사람을 뒤덮었다.

세 사람은 전 공력을 끌어내서 탁무겸에 맞섰다.

또 다시 뇌성벽력이 울렸다.

진교청도 연속된 충격을 버텨내지 못했다.

머리가 산발된 채 정신없이 물러선 그는 허리를 숙이고 한 움큼 피를 토해냈다.

우곡과 단리황 역시 그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우곡은 온몸이 울려서 장기인 신법마저 제대로 펼치지 못했고, 단리황도 꾹 다문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탁무겸은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하얗게 웃으며 좌수를 뻗었다.

쾅! 하는 단발의 폭음이 울리더니 진교청이 이 장이나 훌훌 날아가서 나뒹굴었다.

“진 형!”

우곡이 진교청을 부르며 땅을 박찼다.

자신의 힘으로 탁무겸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래도 잠시 시간은 벌 수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진교청을 산속에서 끌어낸 장본인이 그였다. 죽어가도록 놔둘 수는 없었다.

‘미안하네, 진형. 편히 살고 있는 자네를 끌고 나와서.’

그때 다급한 목소리가 그의 뒷덜미를 붙잡았다.

“제가 상대할 테니 물러서십시오!”

많이 들어본 목소리였다.

게다가 목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자신보다 먼저 탁무겸을 공격하는 자가 보였다.

‘……소사조?’

순간, 숨이 막힐 정도의 가공할 기운이 충돌했다.

콰아아앙!

우곡은 급히 전진을 멈추고 뒤로 물러섰다. 그 와중에도 진기로 전신을 보호했다.

기운이 충돌하면서 발생한 여파는 바위조차 부술 정도로 강했다.

“네놈은……?”

눈살을 찌푸리고 장천운을 바라보던 탁무겸이 느닷없이 대소를 터트렸다.

“와하하하하! 네가 드디어 나타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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