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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419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91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419화

장천운도 사마경의 곁에서 운공요상에 집중했다.

진기가 어느 정도 안정되자, 왼팔 곡지혈에 뭉쳐 있던 기운이 묵직하게 느껴졌다.

마치 빠져나가고 싶어서 꿈틀거리는 것만 같았다.

‘언제 시간 내서 이놈을 처리해야겠어.’

운공을 마치고 일어선 그는 고개를 돌려서 무 노인이 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장천운은 일단 사마경에게 양해를 구했다.

“소성주, 잠깐 사람 좀 찾아보고 오겠습니다.”

“누군데?”

“아까 저를 도와주신 분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장천운은 무 노인의 정체를 말하지 않았다. 사마경에게 무 노인은 부친의 시신을 훔쳐간 사람 아닌가. 척마대를 도와줬다 해서 마음이 풀어질 일이 아니었다.

사마경은 장천운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뭔가를 말하고 싶은 듯 복잡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결국은 별 다른 말없이 청을 순순히 허락했다.

“알았어. 갔다 와.”

 

소천을 바위에 기대어 놓았던 곳에 도착한 장천운은 좌우를 둘러보았다.

그나마 부상이 덜한 무사 삼십여 명이 암천문이 있는 동굴 쪽을 감시하고 있었다.

설마 그쪽으로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디로 갔지?’

그때 전음이 들렸다. 무 노인의 목소리였다.

<여기다. 우측으로 와라.>

장천운은 우측으로 걸음을 옮겼다.

암봉이 불쑥불쑥 솟은 곳 사이에서 무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 노인과 소천은 바위가 깎여 나간 곳 안쪽에 있었다.

다른 암봉이 절묘하게 시선을 막고 있어서, 가까이 가기 전에는 그런 곳이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없었다.

“좀 어떻습니까?”

“탁무겸의 장력에 내부 장기가 너무 많이 상했다. 아무래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다.”

“일단 모시고 가죠. 독왕 어르신이라면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살릴 수만 있다면 무 노인도 무작정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아무리 이지를 잃었다 해도 살 수 있는 사람을 죽게 놔둘 수는 없지 않은가.

다만 사마경이 알았을 경우가 걱정이었다.

그가 고민하고 있는 동안 장천운은 소천을 살펴보았다.

그때 또 눈이 마주쳤다.

‘아무리 봐도 눈에 익단 말이야.’

숨을 서너 번 쉬는 동안 머릿속을 뒤지던 장천운의 눈이 점점 커졌다.

눈의 주인이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그 눈의 주인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사마중천. 그는 죽은 사람이니까.

“서, 설마……?”

목소리마저 잘게 떨렸다.

전율이 등골을 타고 치달렸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다. 그런데 어이없는 그 가정이 사실일 경우, 그 동안 품고 있던 의문이 한순간에 주르륵 풀린다.

그때였다.

“눈치 챘구나. 그래, 네가 생각한 그 사람이 맞다.”

무 노인이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홱, 고개를 돌린 장천운은 무 노인과 소천을 번갈아보았다.

‘이런, 멍청한! 장철산과 함께 있을 만한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게다가 덩치도 비슷…….’

키는 비슷했다. 하지만 체구는 조금 달랐다.

예전의 사마중천은 살이 붙은 몸이었다. 반면 소천은 탄탄하게 보이긴 해도 살이 없었다.

어쩌면 그래서 더 눈치 채기 못했던 것일지도 몰랐다.

“사마경에게는 말하지 마라.”

“왜, 왜 말하지 말라는 겁니까?”

장천운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크게 나왔다. 무 노인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미 죽은 사람이니까. 소천이 원하는 일이다. 소천은 대법의 의해 영혼을 잃은 자신의 모습을 절대로 딸에게 보여주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마경에게 아버지가 두 번 죽는 걸 보이고 싶으냐?”

이미 슬픔을 겪은 여인이다. 또다시 같은 슬픔을 겪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더구나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가 살아서 그녀를 위해 다시 한 번 목숨을 내던졌다는 걸 알게 되면, 그녀는 슬픔을 이겨내기가 더욱 힘들 것이다.

“만약…… 이분을 살릴 수 있다면, 그래도 안 됩니까?”

장천운은 그래도 희망을 놓지 않았다.

무 노인인들 왜 장천운의 마음을 모를까. 하지만 안 되는 일은 안 되는 거다.

그가 착잡한 표정으로 소천을 바라보며 말했다.

“보고도 모르겠느냐? 설령 산다 해도 소천은 아무도 못 알아본다. 딸도 못 알아보는 아버지, 다 죽어가는 아버지를 보면 소성주의 마음이 어떻겠느냐?”

장천운도 모르지 않았다.

소천은 탁무겸의 암흑천추마공에 정통으로 당했다. 아마 몸이 금강불괴처럼 단단하지 않았다면 온몸이 으스러져서 즉사했을 것이다.

독왕의 의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살릴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는 상태.

하지만 무 할아버지가 모르는 것도 있었다.

장천운은 잔뜩 힘이 들어간 눈으로 무 노인을 바라보았다.

“할아버지는 너무 모르시는군요.”

“뭘 말이냐?”

“알아보든 못 알아보든, 아버지가 옆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큽니다.”

무 노인의 눈빛이 흔들렸다.

“아시잖습니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제가 어떻게 지냈는지. 만약 저라면, 설령 아버지가 손가락 하나 꼼짝 못하시더라도, 저를 못 알아보고 남 취급하더라도, 절대 떠나보내지 않을 겁니다. 지금 할아버지는 소성주께 너무 잔인한 일을 하고 계신 거란 말입니다.”

무 노인은 그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장천운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그가 왜 모를까.

만약 장철산이 이 말을 들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문득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

“그렇게 생각하고 말고 할 것도 없습니다. 당연한 거죠.”

당연하단다.

고민할 것도 없단다.

무 노인은 씁쓸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고는 장천운의 말에 답했다.

“그럼 이렇게 하자. 당장은 사마경에게 말하지 마라. 그리고 만약 소천이 죽지 않으면…… 그때 말하자.”

그 말에는 장천운도 반대하지 않았다.

처음 말한 대로, 아버지가 두 번 죽는 모습을 사마경에게 보이는 건 그도 원치 않았다.

“알았습니다.”

“그럼 일단 독왕 늙은이를 데려와라.”

 

장천운에게 끌려오듯이 따라온 남사명은 소천의 맥을 살펴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살아 있는 게 기적이군. 그런데…… 이 사람, 사람이 맞긴 맞는 거요?”

뭔가를 눈치 챈 듯했다.

하긴 명색이 독왕 아닌가. 정확한 것은 알지 못해도 일반 사람과 다르다는 것 정도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무 노인이 슬쩍 변명을 늘어놓았다.

“무공을 특이한 걸 익혀서 기의 흐름이 평범한 사람과는 다를 거요.”

“하긴 뭐, 나도 그런 무공이 있다는 말을 듣긴 했소만…….”

남사명은 뭔가를 눈치 챘으면서도 자세히 묻지 않았다.

남의 비밀을 많이 알아서 좋을 게 없었다. 그저 적이 아니라는 것, 자신들을 도와줬다는 것, 그것이면 되었다.

몇 가지 약재를 주섬주섬 꺼낸 그는 손바닥에 놓고 버무렸다.

아주 귀한 약재였다. 하지만 상대는 손자사위가 될지 모르는 장천운을 구해준 사람 아닌가.

투자하는 셈 치면 되었다.

비록 목숨을 완벽히 구해줄 수는 없다 해도 최소한 가능성을 높여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장천운이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사람에게 확실하게 빚을 지웠으니 손해는 아니었다.

“이 약을 세 번 나누어서 먹이시구려. 그럼 일단 하루 이틀 정도는 기가 끊어지지 않을 거요. 나로선 그 정도가 최선이오. 이 사람이 살지 죽을지 몰라도, 이 후의 일은 하늘만이 알고 있을 거요.”

무 노인으로서는 그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였다.

“고맙소.”

“고마워할 것 없소이다. 아무리 손자사위가 부탁한 일이라 해도, 하기 싫은 일이었으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하지 않았을 거요.”

“남 노선배님…….”

“커험!”

남사명은 세차게 헛기침을 하고는 휙 돌아서 그곳을 벗어났다.

 

장천운은 남사명이 먼저 돌아간 후 무 노인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말해보세요, 어떻게 된 일인지.”

무 노인의 주름이 자글자글한 눈가에 쓴웃음이 피어났다.

어차피 이제는 더 속일 것도 없었다.

“달리 방법이 없었다. 천외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서 무너뜨리려면 소천이 죽는 방법 밖에 없었지.”

“그럼 뇌혈산도……?”

“내가 황사중에게 부탁했다. 그리고 죽음을 위장한 사마중천을 빼내서 멈춘 심장을 다시 뛰게 했다.”

“귀독마종 당초당은 하늘 아래에서 뇌혈산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은 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당초당에게는 사형이 있다. 내 오랜 친구지. 그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안개 속에 가려져 있던 일이 확연히 드러났다.

왜 사마중천의 시신이 사라졌는지, 왜 뇌혈산을 써야만 했는지. 아마 황사중은 그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 자살을 한 듯했다.

장천운은 죄도 없이 죽은 그가 안타까웠다.

그런데 의문이 있었다.

“이상하네요. 전에는 구천성에서 무 할아버지를 잡으려고 했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성주님과 그런 일을 꾸밀 수 있었던 거죠?”

“사람들에게는 내가 구천성에서 비밀리에 내려오던 무공비급을 빼돌렸다고 했다. 네 머릿속에 심어놓은 무공이 바로 그것이지. 그러니 저들의 눈을 완벽히 속이려면 나를 잡아야 할 것 아니냐?”

“성주님이 줬으면서 잡으라고 했단 말입니까?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몰랐고요?”

“그 무공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이 하나 더 있었다. 성주가 그 무공을 빼돌린 걸 알았으면 그가 제일 먼저 성주를 의심했을 거다. 알고 보니 그 일이 아니어도 성주를 제거하려고 했지만.”

대령주 공손백을 말하는 듯했다.

“후우, 왜 그렇게 일을 복잡하게 처리하셨는지 모르겠네요. 꼭 그렇게 해야만 했습니까? 다른 방법은 없었습니까?”

그 때문에 몇 사람이 죽었는가. 그들의 죽음은 누가, 무엇으로 보상해줄 건가.

장천운은 그 점이 화가 났다.

“그때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눈과 귀가 세상을 뒤덮고 있었으니까. 아무도…… 누구도 믿을 수 없었다.”

그 점은 이해가 갔다.

사마중천의 절친한 친구인 우문각마저 청산궁과 연관되어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 다음 이야기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소천의 부인조차 그들 사람이었다.”

“예?”

“사마경의 어미가 죽은 것은 병 때문이 아니다. 그들의 명령을 거부했기 때문이지.”

“…….”

장천운은 아연한 표정으로 무 노인을 바라보았다.

무 노인이 씁쓸한 표정으로 허공을 보며 마저 말을 이었다.

“소천이 내 제안을 받아들인 건 그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아마 그러지 않았다면 소천은 정말로 죽었을 거다. 그리고…… 사마경도 죽었겠지.”

“…….”

장천운은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다.

그가 생각해도 천외의 힘은 너무나 거대했다. 구천성이 전력을 기울여도 그 중 둘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사마중천이 죽음을 가장하고 자신의 몸을 희생해야 할 만큼.

무 노인의 말대로 사마중천이 그들의 정체를 밝히고 적대했다면 많은 사람이 죽었을 것이다.

사마경도.

어쩌면 자신도.

아무리 그렇다 해도 정말 무모한 계획이 아닐 수 없었다.

“소성주께서 이 사실을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솔직히 저도 모르겠습니다. 기뻐할지, 슬퍼할지. 아니면 화를 낼지. 하지만 그래도…… 알려주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잘못에 대해서는 이 늙은이가 책임질 거다. 사마경에게도, 너에게도 그저 미안한 마음일 뿐이다.”

“할아버지가 미안해해야 할 사람은 소성주지 제가 아닙니다.”

“아니다, 너에게도 미안하다.”

“몰래 떠나신 것 때문이라면 미안해하실 것 없습니다.”

“내가 너를 어떻게 알고 너의 머릿속에 무공을 심어놓았을 거라 생각하느냐?”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다.

장천운은 눈을 가늘게 뜨고 되물었다.

“그럼…… 처음부터 목적이 있어서 저에게 접근했다는 겁니까?”

무 노인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서 장천운의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그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사실 너에게로 갈 생각은 없었는데…….”

“뭐, 그게 사실이라 해도, 할아버지가 심어준 무공이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니 미안해하실 것 없습니다. 덕분에 무창의 흑도 새끼건달이 구천성 소성주의 호위무사가 되었지 않습니까?”

장천운은 너스레를 떨 듯 가볍게 말했다.

솔직히 화가 나긴 했다.

무 할아버지가 자신을 이용하다니. 배신을 당한 기분이었다.

그래도 ‘내가 조금 참지 뭐.’하는 마음으로 그냥 넘어가려 했다.

그런데 무 노인이 말꼬리를 달았다.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그럼 또 숨기고 있는 것이라도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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