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호위 416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623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적호위 416화
“자네가 직접 가서 그들을 지켜보게. 그리고 움직이면 바로 연락해.”
기다리던 대답.
제갈승우가 두 손을 맞잡고 힘차게 포권을 취했다.
“예, 부회주.”
“명심하게. 기회란 왔을 때 잡지 못하면 영원히 다시 오지 않는다는 걸. 이번 일만 잘 처리하면 자넨 파천회의 이인자가 될 수 있을 거네.”
제갈승우는 가슴이 뛰었다. 드디어 목표가 코앞이었다.
“최선을 다해서 만족하실 만한 결과를 얻어내겠습니다.”
* * *
나흘째가 되자 오리무중이었던 암천문에 대한 정보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닷새째 되던 날에는 음양곡의 위치마저 밝혀졌다. 금룡장의 명안대와 천은방에 있던 밀은단이 힘을 합쳐서 암천문의 총단을 찾아낸 것이다.
암천문은 동백산 북서쪽에 있는 암적산 깊은 계곡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 계곡의 이름이 음양곡이었다.
보고가 들어오자 곧 회의가 열렸다.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는 절대오지에 있는 계곡인데, 놈들의 흔적이 그 안으로 이어졌다고 하네, 군사.”
찬강이 보고 받은 내용을 전달하고 굳은 표정으로 탁자 위를 바라보았다.
탁자 위에는 구겨진 종이가 하나 깔려 있었다. 종이에 그려진 것은 지도였다. 급하게 그린 듯 약간은 조잡한 지도. 그래도 산세를 확인하는 것 정도는 무리가 없었다.
“바로 이곳이 음양곡이라는군.”
찬강이 굵은 검지로 한 곳을 쿡 찍었다.
삐죽삐죽 솟은 암봉 사이의 계곡. 지도로만 봐도 산세가 상당히 험한 곳이었다.
구평추가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성에서도 지금쯤 지원무사들이 오고 있을 거고, 거기다 철기보와 풍운산장, 대봉문 무사들이 도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네.”
탁자 주위에 둘러앉은 사람들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모두 오면 이천이 넘는 인원이 된다.
암천문의 총단에 무사들이 더 있다 해도 많지는 않았을 터. 암천문 휘하의 마도문파는 움직일 시간이 없었다.
그렇다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장천운도 구평추의 의견에 찬성했다.
처음부터 그 정도의 상황을 예상하고 우문각과 계획을 짠 것이다.
물론 사마경이 무사했을 때의 이야기지만.
“군사, 파천회와 무림맹이 성을 공격할 경우에 대한 대책은 있는가?”
구평추가 정유를 보며 물었다.
그는 어깨를 천으로 감싸고 있었다. 어깨에 제법 큰 상처를 입었는데, 그는 눈먼 검이 스쳤을 뿐이라고 우겼다.
“비록 부상자가 많다 하나 성에는 삼천에 이르는 무사가 있습니다. 거기다 우리가 전쟁에서 승리하자, 너도나도 돕겠다며 많은 문파에서 무사를 파견하고 있지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유의 그 말에, 평소 말이 거의 없던 절검당주 관무독이 냉랭히 코웃음 쳤다.
“흥! 겁쟁이 같은 놈들. 우리가 패하게 생겼을 때는 두더쥐 굴속에 숨어서 모른 척하더니……”
쓴웃음을 지은 정유가 마저 말을 맺었다.
“어쨌든 그로 인해서 파천회와 무림맹이 함부로 공격하지 못할 것이니 조금이나마 도움은 되었다고 볼 수 있지요.”
탕탕탕!
탁자를 손바닥으로 내려친 구평추가 호기롭게 말했다.
“좋아! 그럼 지원무사가 도착하면 바로 출발하세!”
묵묵히 듣고만 있던 장천운은 그 모습을 보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말하는 투를 보면 구산과 정말 닮은 점이 많았다.
다음 날 오전, 거리가 가까운 철기보 무사들이 제일 먼저 도착했다.
정오가 막 지났을 때에는 풍운산장 무사 삼백여 명이 달려왔다.
그로부터 한 시진도 채 지나지 않아서 구천성의 지원무사 칠백여 명마저 합류했다.
그런데 의외로, 부상을 당했던 나극이 직접 무사대를 이끌고 왔다.
그가 나선 이유는 오직 하나, 외손자인 독고민을 비참한 죽음으로 이끈 것에 대해 복수를 하고자 함이었다.
풍원객잔에 도착한 그는 곧바로 사마경을 찾아갔다.
“몸도 아직 완쾌되지 않으셨을 텐데, 멀리까지 오시느라 수고하셨어요.”
“별 말씀을. 소성주야말로 힘든 날을 보내셨지 않은가. 무사히 치료를 했다니 참으로 다행일세.”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극의 말투는 기이할 정도로 담담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장천운은 나극이 욕심을 버렸다는 것을 직감하고 씁쓸한 마음마저 들었다.
친구를 잃고 사위와 외손자마저 잃지 않았는가. 욕망이 무슨 소용일까.
나극은 일각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이따가 보세.”
포권을 취하고 몸을 돌린 그는 방을 나섰다.
그런데 막 방문을 열고 나가려던 그가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렸다.
“깜박 잊고 한마디를 빼먹었구먼.”
“말씀해보세요.”
“그 동안…… 미안했네.”
* * *
아침이 되자 근 이천에 이르는 무사들이 동백현을 빠져나갔다.
며칠 동안 숨죽이고 지냈던 동백현 사람들은 그제야 마음껏 숨을 쉴 수 있었다.
사마경도 척마대와 동행했다.
많은 사람들이 구천성으로 돌아가라고 했지만 그녀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어차피 장천운 없이는 암천문 공격이 힘든 상황. 사마경 또한 장천운 없이 구천성으로 돌아가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다행히 오성 정도의 공력을 회복한 그녀는 장천운과 함께 움직이는 것이 차라리 안전하다고 했다.
그 말 역시 틀린 말이 아니었다.
게다가 사마경이 돌아가게 되면 그녀를 호위하기 위해서 최소한 구천호령과 흑월대, 흑영대가 따라가야 한다.
엄청난 전력손실이 아닐 수 없었다.
동백현이 저 멀리 보이는 산중턱에서 몇 사람이 서쪽을 향해 이동하는 무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 중에는 제갈승우도 있었다.
그가 입술을 비틀며 말했다.
“부회주께 알려라. 드디어 그들이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아무래도 암천문의 본거지를 찾은 것 같다.”
“예, 기주.”
수하를 서문주경에게 보낸 제갈승우는 이해타산을 따져보았다.
이리 따지고 저리 따져 봐도 최고의 기회였다.
양패구상 당한 적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기회.
‘이번 일만 잘 처리하면 파천회는 탄탄대로를 달릴 수 있을 거다.’
물론 자신 역시.
그는 구천성 쪽 무사들이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산에서 내려와 뒤쫓아 갔다.
하지만 나름대로 조심하며 잔머리를 굴린 그도 자신들을 주시하는 눈이 있다는 건 알지 못했다.
* * *
객잔을 출발한 다음 날 사시 초.
선두가 음양곡으로 향하는 계곡길에 접어들었다.
이미 계곡길은 밀은단과 명안대, 비령조가 철저히 파악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음양곡으로 가는 길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험했다.
험할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했다.
외줄기 길은 습격을 받기에 적당했고, 앞뒤가 막히면 빠져나가는 것조차 쉽지 않을 듯했다.
입구만 막으면 출입을 통제할 수 있는 곳.
지형만 봐도 왜 오랜 세월 암천문의 본거지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다행히 음양곡을 십리쯤 남겨놓았을 때까지 적은 보이지 않았다.
수십 리를 통제하려면 경비무사만 수백 명은 필요할 터. 그들 역시 무사를 그 정도 배치할 여력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자신들이 왔다는 것 정도는 파악하고 있을 터. 모두들 신경을 곤두세우고 걸음을 옮겼다.
척마대 행렬은 제법 넓은 곳이 나오자 진군을 멈추었다.
이제 마지막 험지만 남겨 놓고 있었다. 그곳을 넘어서면 음양곡이라 했다.
지금쯤 그들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을 터. 대책 없이 무작정 들어가기에는 너무나 위험하다.
“인원을 네 개조로 나누어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정유가 계획을 설명했다.
일, 이, 사, 삼.
일 할 전력이 척후조로 먼저 들어간다.
설령 그들이 당해도 적의 움직임을 알 수 있고, 뒤에는 구 할 전력이 남아 있다.
별 이상이 없을 경우, 두 번째로 이 할 무사가 들어가면 전력 중 삼 할이 안쪽에 위치하게 된다.
암천문 놈들도 공격하기가 애매할 것이다.
그때 전력의 사 할인 삼진이 빠른 속도로 전진하고, 최종적으로 남은 삼 할 전력이 뒤를 받친다.
그때쯤에는 척후조로 들어간 전력이 적의 코앞에 이르러 있을 터. 모든 전력이 집결함과 동시에 적진의 중앙을 공격한다.
최소한 계획만큼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특별한 변수만 없다면 오늘 몇 달 간 이어진 지독한 전쟁을 끝낼 수 있으리라!
“시작해요.”
마침내 사마경의 입에서 명령이 떨어졌다.
이번에도 사밀령과 명안대, 비령조, 밀은단이 척후조로 나섰다. 절정고수 십여 명이 포함된 일백 무사가 그들과 함께 했다.
이진은 금룡장과 구천성이 혼합된 오백 무사가 나서기로 했다.
사마경과 장천운은 삼진과 함께 움직일 계획이었다.
그리고 무적장이 철기보와 풍운산장, 뒤늦게 합류한 대봉문 등 십이지부 무사들을 이끌고 마지막 꼬리를 책임지기로 했다.
155장 음양곡(陰陽谷)
이각 후.
의외라 할 정도로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무사히 험로를 통과한 구천성 무사들 눈 앞에 환상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정말 멋진 곳이군!”
“빌어먹을! 악마 같은 놈들이 이런 무릉도원에서 살다니, 하늘이 미쳤어.”
그토록 험한 험지 안에 호수를 품은 넓은 분지가 펼쳐져 있었다.
더구나 분지 안쪽은 칼날처럼 뾰족한 기암검봉이 수백 개나 솟아서 호수 쪽 분지와 대조를 이루었다.
음양곡.
말 그대로 음과 양이 공존하는 지형이었다.
그런데 아름답고 환상 같은 계곡 전체에 회색빛이 감도는 안개가 끼어서 왠지 음산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이곳까지 오는 동안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일진을 이끌고 앞장섰던 위곤이 말했다.
그제야 사람들의 표정이 가라앉았다.
“저희가 먼저 내려갈 테니 뒤 따라 오십시오.”
위곤이 말하고는 사밀령과 함께 분지 쪽으로 내달렸다.
밀은단, 명안대, 비령조 무사들도 사밀령을 좌우에서 받치며 몸을 날렸다.
약간씩 거리를 두고 이조와 삼조가 차례대로 뒤따라갔다.
그들이 분지에 들어섰을 때였다.
전면의 기암검봉 사이, 회색빛 안개 속에서 회의와 흑의를 입은 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암천문 무사들이었다.
그들은 아무런 소리도 없이 유령처럼 안개 속을 좌우로 흐르며 구천성의 진입을 막았다.
일진에 이어 분지에 도착한 이진이 곧장 그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어차피 제거하겠다고 온 마당이다. 대화는 불필요했다.
대화를 나눌 시간에 적을 한 명이라도 더 제거하는 게 득이었다.
“놈들을 쓸어버려라!”
이진을 이끄는 찬강이 냉랭한 일갈을 터트리며 적진을 향해 정면으로 날아갔다.
약간의 간격을 두고 밀물처럼 밀려간 삼진이 그 뒤를 받쳤다.
사마경이 탄 교자는 호수가 바라다 보이는 곳에서 멈춰 섰다.
구천호령과 흑월대, 흑영대, 구양명, 소연추, 남사명이 그녀와 함께 했다.
장천운 역시 그 옆에 서서 기암검봉 숲 사이의 적을 향해 나아가는 무사들을 주시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전열이 흐트러지지 않은 상태였다.
“천운, 적이 얼마나 될 것 같아?”
“내부에 있는 자들까지 합한다 해도 일천은 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낙관하지는 않았다.
상대는 암천문이다. 초인경의 고수인 탁무겸이 존재하고 있는 마의 하늘.
“조금 이상하지 않아? 그 정도 인원이라면 정면대결보다 암습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을 텐데. 원래 그쪽 방면의 전문가들이잖아.”
이상한 것을 따지자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여기까지 들어온 이상 다른 길이 없었다.
“그들도 구천성에서 많은 피해를 봤습니다. 분산되어서 싸우는 것보다 이곳에서 건곤일척의 승부를 내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자가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면, 이곳에 그런 생각을 할 만한 뭔가가 있다는 말일 거야.”
그 말을 듣고 장천운이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 점이 걱정입니다.”
탁무겸이 어리석은 자가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불안감이 더 컸다.
왜 그는 척마대가 음양곡에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던 걸까? 왜?
그때였다.
“우리도 안으로 들어가겠소이다!”
단리승의 목소리와 함께, 후위를 맡고 있던 세력 중 무적장이 앞으로 나섰다.
구경만 하고 있기에는 여기까지 오는 동안 달구어진 피가 너무 뜨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