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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 20화

무료소설 파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68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파계 20화

파계 1권 - 20화

 

 

 

 

 

‘오 성의 공력을 사용했다고 하지만, 쇄비장에 정통으로 맞고서 일어설 수는 없을 텐데…….’

 

쇄비장(碎碑掌)은 아라한신권과 같이 소림칠십이절예의 하나였다.

 

돌기둥도 일격에 부술 수 있다는 장력인 만큼, 그 위력의 막강함은 굳이 설명이 필요치 않는 절정의 장법인 것이다.

 

그런데 오칠은 일어나고 있었다.

 

가슴에 커다란 손도장이 찍혀 있긴 했지만, 그 움직임이 인간의 것 같지 않게 부자연스러웠지만, 분명히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크크크크!”

 

오칠은 무엇이 그리 좋은지 섬뜩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오칠의 선혈처럼 붉어진 눈빛을 본 담종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마인(魔人)?”

 

담종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카카카카!”

 

담종의 말을 들었음인가.

 

오칠은 흡족하다는 듯 광소를 터트리며 담종을 향해 달려들었다.

 

“갈!”

 

담종의 대응은 진도명 등에 비해 확실히 빠르고 능숙했다.

 

오칠이 달려들자마자 주먹에 엄청난 기운을 담아 경력을 발산한 것이다.

 

쾅―

 

담종이 쏘아낸 경력과 오칠의 주먹이 맞부딪치면서 주변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굉음이 터져 나왔다.

 

“…….”

 

두 걸음 물러난 담종은 저 멀리 날아가 바닥을 구른 오칠을 날카롭게 쳐다보았다.

 

하나, 곧 그 눈동자는 약간의 불신으로 물들며 크게 뜨여졌다.

 

“일어나다니…….”

 

팔 성에 이른 아라한신권이었다.

 

진도명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진정 소림칠십이절예라고 할 수 있는 강력한 일격이었기에 오칠은 분명 일어날 수 없어야 했다. 그런데 쇄비장에 얻어맞고도 일어난 것처럼 또 일어난 것이다.

 

“크카카카카! 좋아! 좋아!”

 

무엇이 그리 즐거운가.

 

오칠은 악을 쓰듯 웃어대며 다시 덤벼들었다.

 

입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흘러나오고, 전신은 상처투성이였지만, 오칠의 몸에서는 여전히 막강한 압력이 뿜어지고 있었다. 십팔나한인 담종도 그 기세에 움찔할 정도로 섬뜩하게 강력한 기운이었다.

 

지금 오칠의 몸에서는 두 가지의 기운이 움직이고 있었다.

 

하나는 분노와 파괴, 그리고 피에 대한 욕망에서 시작된 힘이고, 두 번째는 과거 우연히 복용하게 되었던 영초와 영물의 힘이었다.

 

공격적인 힘은 욕망에서 기인한 것이지만, 몸에 격타되는 힘을 상쇄시키는 것은 몸에 축척되어 있었을 뿐, 흡수되지 않고 있었던 영초와 영물의 기운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기운이 충격을 받으면서 몸 전체로 흩어지고, 그것이 호신의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무리 마기에 물들어 있는 오칠이라 해도 지금처럼 멀쩡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사도(邪道)에 물들었구나!”

 

담종은 크게 소리치며 오칠을 향해 마주 몸을 날렸다.

 

우우웅―

 

오칠을 향해 내리치는 손이 푸르게 변했다.

 

관음청강수(觀音靑剛手).

 

역시 소림칠십이절예 중 하나로, 담종이 익히고 있는 무공 중 가장 강력한 위력의 무공이었다.

 

“카카카!”

 

광소와 함께 오칠의 주먹이 담종의 가슴으로 뻗어갔다.

 

담종의 관음청강수에 개의치 않는 공격이었다. 그리고 양패구상하자는 것과 다름없는 수법이었다.

 

‘이런!’

 

그냥 물러나야 하나, 하고 고민하던 담종은 몸을 호신할 수 있는 반야신공(般若神功)을 운용하며 그대로 손을 내리쳤다.

 

퍼펑! 펑!

 

“윽!”

 

가슴으로 뻗어오는 주먹을 피해 몸을 비튼 담종은, 어깨를 얻어맞고서 뒤로 서너 걸음이나 물러났다.

 

오칠의 주먹은 생각 이상으로 강력해서 담종은 잠시지간 내기를 다스려야 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오칠도 일어날 수 없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럴 수가!”

 

오칠은 또 일어나고 있었다.

 

분명 관음청강수는 오칠의 정수리를 내리쳤고, 코에서 피를 뿜으며 날아간 오칠은 절대 일어날 수가 없어야 했다. 보통 사람은 단번에 머리가 부서지고, 척추가 으스러질 공격이었기에 그러한 예상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일어난 것이다. 살계를 무시하고 행한 공격이 전혀 소용없었다는 것이 담종에게 허탈감 이상의 불안감을 심어주기 시작했다.

 

웅성웅성.

 

오칠이 장가송 등과 싸우기 시작하면서 일각 동안 발생한 소란이, 드디어 다른 소림사의 승려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그중에는 담종의 제자들도 있었다.

 

“사부님!”

 

담종은 제자의 음성을 듣고 손을 들어 다가오는 것을 제지했다.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거라! 그리고 사형과 사제들에게 지금의 상황을 알려라!”

 

담종은 그 혼자서는 무리가 있다 생각했다.

 

오칠의 공격에 밀리지는 않겠지만, 괴물 같은 체력과 방어력을 뚫을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다른 담 자 배열의 사형제들을 불러오게 한 것이었다.

 

“합!”

 

콰쾅! 쾅―!

 

담종이 뿜어내는 권력과 그에 부딪쳐 튕겨나가는 오칠과의 사이에선 계속해서 충격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 이상 아무것도 없었다. 오칠은 끊임없이 일어나 달려들었고, 담종은 점점 고갈되어가는 공력을 끌어올려 오칠이 다가오지 못하게 막아야만 했다.

 

하지만 담종이 점점 흉포해지는 오칠을 막는 사이, 몇몇 제자들이 장내에 쓰러진 소년 소녀들을 밖으로 옮길 수 있었다. 그리고 장내엔 어느새 일곱 명의 나한들이 도착했다.

 

“무슨 일인가, 사제!”

 

같은 굉요의 제자이며, 십팔나한 중 한 명인 담항이, 어수선한 주변과 괴이한 기운을 발산하고 있는 오칠을 보며 물었다.

 

“설명은 나중에 하겠습니다. 우선 저 아이를 막아야 합니다!”

 

담종은 나한진을 형성하여 오칠을 제압해야 한다고 했다.

 

“나한진을?”

 

하지만 다른 나한승들은 척 보아도 오칠이 괴이한 모습이기는 했지만, 강력하기 그지없는 나한진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러는 사이 오칠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고 있었다.

 

“멈춰라!”

 

의문을 표시했던 담항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오칠을 향해 칠 성에 이른 용화권(龍華拳)을 내뻗었다.

 

“사정을 두지 마십시오!”

 

담종이 황급히 소리쳤다.

 

하지만 담항의 얼굴엔 담종의 염려만큼 긴장감이 없었다. 그 자신이 펼치는 무공은 일격에 세 개의 변화를 담는다는 용화권이기 때문이었다.

 

쾅!

 

하지만 용화권은 단 한 번의 변화에 그치고, 담항은 힘에 밀려 뒷걸음을 쳐야만 했다. 더구나 담종이 재빨리 오칠을 막아서지 않았다면, 큰 낭패를 당하고 말았을 것이다.

 

퍼퍼퍼퍼퍽!

 

담종이 온 힘을 다한 십쟁탄퇴(十爭彈腿)의 발길질이 오칠의 얼굴과 가슴을 사정없이 두들겼다.

 

“……!”

 

하지만 단단한 바위도 단번에 부숴버릴 수 있는 발길질에 오칠은 쓰러지지 않았다.

 

아니,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전에는 뒤로 날아가거나, 사정없이 땅에 처박혔던 오칠이, 지금은 단 세 걸음만을 물러나 히죽 웃고 있었다.

 

‘더 강해지고 있다!’

 

오칠의 확연한 변화에 담종은 더욱 다급해졌다.

 

그래서 서둘러 나한진을 펼쳐야 한다고 다른 나한승들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숫자가 부족합니다!”

 

장경각 각주인 굉진의 둘째 제자이고, 십팔나한 중 아시다인 담철이, 다른 나한승들에게 달려드는 오칠을 막기 위해 몸을 날리며 말했다.

 

“대승아!”

 

잠시 고민하던 담종은 문을 지키고 있던 그의 제자를 불렀다.

 

그리고 다른 대 자 배열 중, 나한진을 수련하고 있는 이들을 골라 합류하라고 명했다.

 

“서둘러라!”

 

담종은 오칠이 점점 강력해지고, 시간이 더 지난다면 전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생길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다른 나한승들도 오칠과 직접 싸워보고서 이제는 담종과 똑같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래서 대승 등의 제자들이 들어오자 곧바로 나한진을 펼쳐나가기 시작했다.

 

“산진(散陣)!”

 

열여덟 명의 승려들이 일제히 좌우로 흩어지고, 오칠을 중심으로 열여덟 방위를 점했다.

 

“카카카카!”

 

오칠은 도저히 그 자신의 음성이라고 할 수 없는 음침함을 담아 광소를 터트렸다.

 

붉어진 눈길은 광기에 번들거리고, 사방을 점하고 있는 승려들을 향해 강력한 살의를 풍겼다.

 

“개진(開陣)!”

 

방위만을 점하고 있던 승려들이 일제히 내공을 끌어올려 진기를 발산했다.

 

“크으―!”

 

순간 오칠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의 온몸을 압박하고 있는 기운에 무릎이 굽혀지고, 허리가 숙여지려 했다.

 

“크아~!”

 

괴성이 터졌다.

 

오칠은 양팔을 활짝 펼치고, 광기에 번들거리는 음성으로 포효했다.

 

승려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어렸다. 그들이 발산하는 기세가 강한 반탄력에 밀려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칠의 괴성은 그들의 심기를 뒤흔들고 있었다.

 

두려움.

 

한 소년이 지르는 괴성은 마치 산왕의 울부짖음처럼 승려들에게 공포심을 주고 있었다.

 

“행진(行陣)!”

 

누군가 크게 소리치고, 승려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느리게, 그러다 빠르고, 강하게 움직였다. 좌로, 우로, 혹은 앞뒤로 움직이며 승려들은 오칠의 주위를 맴돌았다.

 

후우우웅~

 

처음에 비할 바 없는 압박감에 공기가 요동쳤다.

 

사방으로 움직이고 있는 승려들의 현란한 동작 때문에 괴성을 지르는 오칠의 시야는 뿌옇게 흐려졌다.

 

오칠의 신형은 강풍 속에 선 나무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간 하나의 강력한 권풍이 오칠의 등에 작렬했다.

 

펑!

 

오칠의 신형이 앞으로 나뒹굴었다.

 

하지만 곧 벌떡 일어나, 그의 등을 격타한 자를 찾으려는 듯 흉포한 눈빛을 번뜩였다. 하지만 사방으로 움직이는 승려들 중 누가 공격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오칠도 누가 공격한 것인지 중요하게 생각지 않았다. 그저 누구를 공격해야 할지 찾는 것뿐이었다.

 

펑!

 

바람이 불고 오칠의 어깨에 격렬한 충격이 왔다.

 

오칠은 한쪽으로 기울어가는 몸을 바로잡기도 전에 팔을 휘저었다. 하지만 이미 그쪽엔 아무도 없었다.

 

후우웅~

 

또다시 바람이 불었다.

 

오칠은 바람을 느낀 순간, 그 방향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쾅!

 

오칠의 몸이 크게 흔들리고, 바닥을 질질 끌며 밀려났다.

 

하지만 오칠을 공격한 승려도 충격을 입었다. 그는 정식 나한승이 아니었기에, 완벽히 진의 힘을 이용하지 못한 것이다.

 

“역진(逆陣)!”

 

진이 반대로 움직였다.

 

타격을 입은 승려를 보호하고, 순간적으로 만들어진 틈으로 오칠이 파고들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이미 오칠은 그 틈 속으로 신형을 날리고 있었다. 사람이라면 절대 그런 무식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겠지만, 오칠은 이미 사람이라 생각할 수 없는 존재였다.

 

퍼퍼펑!

 

진의 틈 속으로 파고든 오칠의 몸에 연이어 강력한 공격이 작렬했다.

 

하지만 오칠은 그러한 공격에 개의치 않았다. 이리저리 비틀거리고, 바닥을 나뒹굴면서도 감각에 느껴지는 존재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고, 발을 걷어찼다.

 

퍽!

 

“큭!”

 

누군가 오칠의 주먹에 맞아 신음을 질렀다.

 

오칠은 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와락 달려들었다. 누군가 그의 손에 잡혔고, 오칠은 손에 잡힌 누군가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퍽!

 

“악!”

 

정확한 틀에 잡혀 규칙적으로 움직이던 나한진이 일순간에 흔들렸다.

 

만약 대나한진이었다면 단번에 그 틈이 매워졌겠지만, 소나한진이었고, 그 구성원 중 절반 이상이 상대적으로 무공도 약하고, 능숙하지 못한 승려들이었다.

 

“물러나라!”

 

그렇게 나한진이 무너지려 할 찰나, 쩌렁한 울림과 함께 누군가 허공을 날아 진 속에 내려섰다.

 

그리고 쓰러진 승려의 앞을 막아서며 오칠의 가슴을 걷어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