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계 4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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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594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파계 44화
파계 2권 - 19화
주변에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에 놓쳐버린 걸까?
모르겠다. 오칠은 계속 돌아다녀도 그녀를 찾을 수 없다는 것만 깨달았을 뿐이었다.
“젠장.”
너무 오랜만에 입에 올린 욕이었다.
감정이 제약을 당하고 나서부터는 분노할 일이 없어서 거의 쓰지 않던 욕이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 것이다.
그래서 오칠은 목운교를 더욱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듯 큰 감정의 기복을 만들어내는 그녀의 존재가, 지금의 오칠에게는 매우 절실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당장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어찌 그녀를 찾아야 할지, 오칠은 고민했다.
쩝쩝.
생각하다 보니 다시 배가 고파 오칠은 양손에 쥐어진 만두를 입에 물었다.
“맛있네.”
정말 맛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목운교가 주고 간 것이라 맛있는 것인지 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만두는 맛있었다.
“오칠님!”
가만히 서서 만두를 먹고 있는데 어제 배수짓을 하던 소년이 나타났다.
쩝쩝.
오칠은 대꾸도 않고 다시 만두를 한 입 물고서 소년을 쳐다봤다.
“한참 찾았어요.”
쩝쩝.
오칠은 ‘왜?’라고 묻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나하고 같이 가요. 내가 대장한테 잘 말해서 오칠님을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쩝쩝.
오칠은 멀뚱히 소년을 바라봤다.
별로 가고 싶지 않다는 것을 표정으로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소년은 그런 오칠의 표정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대신 오칠의 손에 들린 만두를 보고는 입을 다시며 말했다.
“맛있겠다. 하나 남으면 나 줘요.”
“싫어.”
“쩨쩨하게 만두 하나 가지고 왜 그래요?”
“나 원래 쩨쩨하니까 달라고 하지 마.”
“…….”
이 인간 참 이상하네, 하고 소년은 생각했다.
“알았어요. 그보다 얼른 가요.”
오칠은 싫다, 라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문득 소년의 패거리가 뭔가 쓸모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희들, 성내 정보에 빠삭하지?”
“이것저것 어느 정도는 알죠.”
“사람 찾는 것도 잘 하겠네?”
“시간이야 걸리겠지만, 성내에 있는 사람이라면 찾기는 어렵지 않을 거예요.”
소년은 ‘그런 건 왜 물어요?’ 하는 눈으로 쳐다봤다.
하지만 오칠은 그 시선을 무시하고 말했다.
“가자.”
“예?”
“너희 패거리가 있는 곳으로 가자고.”
“쳇, 결국 갈 거면서 왜 그리 자존심을 세웠어요!”
소년이 투덜거렸고, 오칠은 주먹을 들어올렸다.
당연히 소년은 투덜거리던 입을 닫았고, 얼른 가자며 앞장서 걸어갔다.
‘하오배 놈들이 목운교를 찾을 수 있으려나?’
오칠은 그렇게 생각하며, 아주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소년의 뒤를 따라갔다.
제21장. 사람 찾으려다가 시비가 붙다
“너 이름이 뭐냐?”
소년을 따라가던 오칠이 물었다.
“종삼이요.”
“성은?”
“없어요.”
오칠은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부모도 없을 테고, 먹고살기 위해 그 패거리에서 배수짓을 배웠을 것이다. 혹은 그 대장이란 자가 이리저리 떠돌던 소년을 데리고 왔거나, 둘 중 하나이겠지.
“멀었냐?”
“쫌만 가면 돼요.”
말은 조금만이라고 했지만, 종삼은 작은 골목길을 꽤나 돌아다니다가 한 허름한 주점 앞에 멈춰 섰다.
이리 외지고 구석지고 지저분한 곳에 자리 잡은 주점이 장사가 잘될 리 없다. 아마도 주점이라는 상업적 목적보다는 뭔가 좋지 않은 작당을 꾸미는 곳이 분명했다.
‘그럴듯하네.’
오칠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못된 녀석들의 거점으로서 더할 수 없이 어울리는 곳이었다.
끼익.
주저 없이 안으로 들어가는 종삼을 따라서 오칠도 주점 안으로 들어갔다.
“…….”
주점 안은 대낮이라는 시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두웠다.
창문을 죄다 닫아 놓고 빛을 차단시켰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매우 조용했다.
하지만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일곱 명의 사내가 다섯 개밖에 없는 탁자를 모두 차지하고 앉아서, 안으로 들어서는 종삼과 오칠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종삼은 문으로부터 가장 멀리 있으면서도 주점 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에 앉아 있는 사내를 향해 후다닥 뛰어가서는 허리를 꾸벅 숙였다.
“냉 대장, 데려왔어요.”
그가 이 패거리의 대장이리라.
다른 자들은 그저 탁자만을 차지하고 멀뚱히 앉아 있었지만, 냉 대장은 혼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나이는 대략 이십 대 후반쯤?
어쨌든, 뭐가 그리 불만인지 살짝 이마를 찌푸리고 있는 것이 결코 온순한 성질로는 보이지 않았다.
“거지잖아. 그리고 그 허리에 찬 지팡이는 또 뭐야? 몸도 불편한 거야?”
냉 대장은 문 앞에 서 있는 오칠을 한 번 쓱 쳐다보고는, 인상을 쓰며 가까이 있는 종삼을 노려봤다.
종삼은 겁먹은 얼굴이 되어 손을 내저었다.
“아니에요. 그냥 지저분한 것뿐이에요. 몸도 멀쩡해요. 그리고 실력이 좋다니까요. 그냥 이리 비틀, 저리 비틀 하니까 서너 명의 주머니가 어느새 손에 들려 있었다구요.”
“정말이야?”
냉 대장은 다시 한 번 확인하듯 물었고, 종삼은 진짜예요,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이, 이리 와봐.”
냉 대장은 손가락을 까닥이며 오칠을 불렀다.
그래서 오칠은 사내를 향해 걸어갔다.
쓰윽.
순간, 양쪽 탁자에 앉아 있던 사내들이 슬쩍 다리를 내밀어 오칠의 발을 걸려 했다.
놀려보자는 심산인지, 아니면 시비를 걸려는 속셈인지 모르지만, 문제는 오칠이 그 다리에 걸리지 않고 어느새 냉 대장의 앞으로 가버렸다는 것이었다.
‘어라?’
‘뭐야?’
사내들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했다.
그냥 쭉 걸어간 것 같은데 그들의 다리에 걸리지도 않고 어느새 저 끝으로 사라졌으니 놀랄 수밖에. 하지만 그들은 오칠의 모습에서 어떤 이상한 구석도 발견하지 못했다.
냉 대장조차 ‘너희들 뭐 한 거야?’ 하는 눈으로 보고 있으니, 그들의 심정이야 오죽할까.
초연물외신법(超燃物外身法).
방금 오칠은 펼친 듯 아닌 듯, 구분이 모호하다는 소림 상승의 신법을 펼친 것이었다. 그리고 이 주점 안에서 그런 오칠의 움직임을 눈치 챌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험, 그러니까 손이 좀 빠르다고?”
냉 대장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좀 더 굵직하고, 공격적이었다.
그는 사실 수하들에게 시비를 걸어서 몇 대 두들겨주라고 지시를 내렸었다. 패거리에 받아들이기 전에 우선 오칠의 기를 죽여 볼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게 다 틀어졌으니, 이번에는 목소리에 무게감을 실어서 직접적으로 위압감을 주려는 것이다. 한데 그것도 잘 먹히지 않는지, 오칠은 묻는 말에 대답은 않고, 딴소리를 했다.
“사람 좀 찾아주라.”
“……?”
아주 잠깐 ‘무슨 사람?’ 하고 의문을 느끼긴 했지만, 냉 대장은 곧바로 짙은 분노에 휩싸였다.
“줘라? 너 지금 나한테 하는 말이냐?”
“응.”
“하!”
“못 알아들었어? 사람 좀 찾아달라고.”
“크크크!”
냉 대장은 웃기 시작했다.
어이없어 하는 웃음이었다. 하지만 곧 입술을 비틀고 쌍소리를 내뱉었다.
“새꺄, 너 죽고 싶어?”
“아니. 죽긴 싫고, 사람만 찾아주면 돼.”
“허~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야, 종삼이! 너 무슨 깡으로 이 새끼를 데리고 온 거야!”
냉 대장의 고함이 터지기 전부터 이미 종삼의 얼굴은 창백하게 변해 있었다.
‘난 죽었다!’
산발한 머리칼에 가려진 오칠의 지저분한 얼굴을 쳐다보며, 종삼은 덜컥 내려앉는 가슴을 움켜잡아야 했다.
자신에게 기술도 가르쳐주고, 능력도 있는 것 같아서 도움 좀 주려고 했더니, 이런 미친 짓을 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하지만 이런 종삼의 마음도 모르고, 오칠은 계속해서 냉 대장의 성질을 건드리고 있었다.
“그만 소리 지르고 사람이나 찾아줘.”
“이런, 씨팔!”
냉 대장은 더 이상 말하기도 싫다는 듯, 이미 탁자에서 일어나 있는 수하들에게 눈짓을 했다.
수하들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오칠의 뒤쪽으로 다가섰다.
“임마, 분위기 좀 파악하고 입을 놀려야지!”
“대가리에 자갈 넣고 왔어? 왜 이렇게 막 굴려대고 그래!”
사내들은 말도 안 되는 비아냥거림을 줄줄이 내뱉으며 오칠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
“……!”
하지만 사내들은 곧 당황했다.
끌어당겼는데 오칠이 꿈쩍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칠은 뒤로 힐끔 고개를 돌렸다.
“너희들, 내 말 오해 말고 들어. 내가 웬만하면 조용히 살려고 하거든? 그러니까 서로 마음 상하지 않게 말로 해결하면 안 되겠니?”
하지만 사내들은 오칠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무슨 개소리야!”
“넌 죽었어!”
사내들은 오칠의 어깨를 다시 힘껏 잡아당기며 있는 힘껏 주먹을 휘둘렀다.
“나 이거야 원.”
오칠은 혀를 차면서 슬쩍 양 어깨를 흔들었다.
그러자 사내들의 손이 크게 튕겨나가고, 그 사이로 오칠의 주먹이 쭉 뻗어나갔다.
퍼퍽.
상체가 훅 젖혀지며 뒤로 날아간 사내가 두 명.
입을 떡 하니 벌리고 바닥에 주저앉은 사내가 두 명.
배를 움켜잡고 뒷걸음치다가 쓰러진 사내가 두 명.
도합 여섯의 사내가 순식간에 바닥을 나뒹굴었다.
“……!”
냉 대장은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멍하니 오칠을 바라보았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보지도 못했다.
아니, 보긴 봤는데 이렇다 하게 대단한 것이 없었다. 그냥 수하들에게 잡힌 어깨를 흔들고, 양 주먹을 날리고, 발을 번쩍번쩍 들어서 휘두르자 수하들 여섯이 눈 깜짝할 사이에 당해버린 것이다.
“이제 대화할 마음이 생기지?”
오칠은 히죽 웃으며 냉 대장을 향해 돌아섰다.
이 정도로 실력을 보였으니, 상대가 승복했으리라 믿은 것이다. 하지만 냉 대장은 오칠의 생각 이상으로 고집이 세고, 독한 구석이 있었다. 아니, 이 같은 경우에는 오기가 있는 자라는 말이 더 맞는 말일 것이다.
“날 노린 놈이었구나!”
의자에서 벌떡 일어난 냉 대장은 빠르게 뒤로 물러나며 양손을 휙! 하고 휘둘렀다.
샤샥-
비수 두 자루가 날아왔고, 그 순간 냉 대장은 주방을 통해 밖으로 도망쳤다.
“저 녀석 무슨 소리를 하고 가는 거야?”
냉 대장이 날린 비수는 간단하게 오칠의 손에 잡혔다.
오칠은 비수가 쓸 만하다 싶어 바지 뒤춤에 잘 간직하고는, 한쪽 탁자에 숨어서 머리만 빠끔히 내민 채로 있는 종삼을 쳐다봤다.
“너 뭐 하냐?”
종삼은 아무 말도 없이 오칠의 뒤쪽을 힐끔 쳐다봤다.
오칠이 몸을 돌리니, 한 대씩 얻어맞고 쓰러졌던 사내들이 낑낑거리며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오칠의 시선을 받자 당연히 잔뜩 겁먹은 얼굴로 뒷걸음질치며 물러났다.
“너희들도 가봐. 아, 그리고 너희들 대장 보면 나 여기 있을 테니까 언제든 찾아오라 그래. 내가 아직 할 말이 남았거든.”
사내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 반신반의하듯 하더니만, 후다닥 주점을 빠져나갔다.
“뭐 하자는 거예요?”
종삼은 의자에 털썩 앉는 오칠을 괴이한 시선으로 응시했다.
물론, 오칠의 무서운 실력을 보았기 때문에 꽤나 조심스러운 말투였다. 종삼이 방금 전에 사라진 자들처럼 맞았다가는 그대로 저승으로 가는 수가 있으니까 말이다.
“뭐가?”
오칠은 탁자에 올려져 있는 찻물을 들이키며 되물었다.
“왜 그냥 보내줬냐고요. 쌍칼파를 뒤집어엎을 생각이었다면, 그놈들을 그냥 보내줘서는 안 되죠.”
“그냥 보내주지 않으면?”
“다리를 부러트려서 다른 패거리와 뭉치지 못하게 해야 할 거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