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계 6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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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804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파계 61화
파계 3권 - 11화
“자… 잠시만, 잠시만 기다리시어요!”
매적화는 당황하여 황급히 오칠을 밀어내려 했다.
그러나 오칠은 들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매적화가 인식하지도 못할 사이에 품속으로 파고든 손을 교묘하게 움직이며 그녀를 더욱 놀라게 만들었다.
‘색혼공이 너무 강하게 먹혔나?’
오칠의 얼굴을 보아하니 완전히 홀린 얼굴이었다.
행동도 어눌하고, 마치 그거 외에는 아무 생각도 않는 눈빛이 아닌가.
“아!”
어디를 어떻게 건드렸는지, 순간 매적화의 입술 사이로 짧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녀 자신도 놀랄 만큼 오칠의 손길은 그녀의 민감한 부위를 정확하게 집어내고 있었다. 더구나 그녀가 손길에서 벗어나려고 하기도 전에 너무도 빠르고, 집요하게 그녀의 감각을 연속해서 자극해왔다.
‘안 돼!’
매적화는 오칠의 손길에서 빠져나오려 했다.
손님을 상대로 살수를 펼칠 수는 없기에 내공을 끌어올려 가슴을 밀어내고, 그 교묘한 손길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힘이 생기지 않았다. 몸이 물 먹은 솜처럼 늘어지고, 저도 모르게 오칠의 목을 끌어안기까지 했다.
“아~!”
매적화의 몸이 작게 꿈틀거렸다.
순간, 그녀는 짜릿한 쾌감에 전율한 것이다.
어찌 이리도 감각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것인지. 오칠이 색혼공에 현혹되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본신의 능력 때문인지 모르지만, 매적화는 그 손길에 완전히 녹아내리고 있었다.
이미 한 번의 쾌감을 맛보았기 때문에 그녀의 육체적 감각은 더욱 민감해졌고, 그래서 오칠의 집요한 손길에서 벗어날 마음조차 지워가고 있었다.
“아~ 아~!”
오칠의 품에 안긴 매적화는 진득한 탄성과 함께 허리를 뒤틀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은 오칠의 상의 속으로 들어가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 손길은 다급하면서도 자극적이었다.
그녀는 오칠을 함락하기 위해, 천상루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들어왔다는 것을 망각한 것일까?
사실, 그녀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기녀였고, 모든 기녀들을 내친 오칠의 시중을 드는 것이, 그녀와 천상루의 자존심을 세우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기녀로서의 역할이 아니었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열락문의 작은 주인이었다면 절대 이렇게 해결할 수는 없는 일이고, 이리 쉽게 육체를 허락하지도 않았을 테니 말이다.
물론 평소 기녀일 때의 그녀도 이리 쉽게 몸을 열지 않는다. 그녀는 자존심이 강하고, 품격 있는 천상루 제일의 기녀였으니까.
툭.
“……?”
매적화가 오칠의 상의를 벗겨가던 중에, 뭔가 그녀의 눈에 낯익은 것이 떨어졌다.
‘백룡편(白龍鞭)?’
둥글게 말려 있는 백색의 채찍.
매적화의 독문 무기였고, 분명 그 자에게 빼앗긴 무기다. 즉, 백룡편이 지금 그녀의 눈앞에 떨어지는 것도, 자신이 옷을 벗기는 사내의 품에서 나오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인 것이다.
“당신!”
매적화는 순간 놀란 얼굴로 오칠의 눈을 쳐다보았다.
몽롱했던 눈동자.
하지만 그 눈동자는 더 이상 몽롱해 있지 않았다. 분명 색혼공에 현혹되었을 거라 믿었는데, 그건 매적화의 착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오칠의 입가에 지어지는 미소가 그녀가 착각했음을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날 속였군요!”
매적화는 오칠의 품에서 빠져나오며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
하지만 분노의 외침만을 터트렸을 뿐, 그녀는 오칠의 품에서 빠져나가지 못했다. 교묘하게 그녀의 몸을 자극하고 있던 오칠의 손이 그녀의 몸을 강하게 속박하고 있었던 것이다.
“죽이…….”
죽이겠다고 소리치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매적화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순간, 오칠의 눈동자에서 번뜩인 붉은 섬광을 마주한 순간, 그녀는 더 이상 어떤 공격적인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몽롱한 눈동자.
마치 그녀가 다른 이들에게 색혼공을 발휘했을 때처럼 그녀의 눈동자는 현혹되어 있었다.
오칠.
그녀는 오칠의 섭혼요마신공에 제압되었다. 그녀의 정신은 색혼공으로 단련되어 있었지만, 그보다 더 막강한 상위의 수법에 저항할 수 없었다.
그러나 섭혼술은, 그리고 색공은 단순히 강제적인 수법이 아니었다. 시전자를 적으로 간주하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면 결코 완벽하게 현혹시킬 수 없는 약점을 가진 수법인 것이다.
즉, 매적화의 마음은 이미 오칠에게 열린 상태라는 말이다. 주점에서, 그리고 이곳 천상루에서 매적화는 스스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오칠에게 아주 조금뿐일지라도 마음을 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니 더 예쁘잖아.”
얌전해진 매적화를 보며 오칠은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가만히 팔을 벌리자 그녀가 스스로 품에 안겨왔다.
드르륵.
한데, 이때 방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
오칠은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는 사람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 칼보다는 이게 당신한테 더 어울릴 텐데.”
오칠은 손에 날카로운 칼을 들고서 안으로 들어온 매청화를 보며 허리에 감아두었던 연검을 빼들었다.
그녀는 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일 총관의 말을 듣고 온 것이다.
“당신이군요.”
외모는 완전히 달랐지만 매청화는 확신하듯 말했고, 오칠은 당연하지 않느냐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언니를 놔줘요.”
매청화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얼굴은 이상할 정도로 붉어져 있었다. 언니가 곤경에 처한 것 때문에 분노한 걸까?
하지만 오칠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으로, 그의 예민한 감각으로 매청화에게 뭔가 큰 변화가 있었다는 걸 꿰뚫어 본 것이다.
그래서 오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언니를 놔줘요.”
“내가 잡고 있는 게 아니야.”
오칠은 두 팔을 벌려 매적화가 스스로 안겨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매청화의 얼굴이 더욱 붉게 물들었다.
“언니를 놔줘요!”
화난 음성이었다.
무엇이 그녀를 화나게 한 걸까?
하지만 매청화의 화난 음성에 오칠은 더욱 진한 미소를 지었다. 어떤 여인이라도, 심지어 사내들도 반하고 말 매혹적인 미소였다.
“당신도 내게 잡히고 싶은가?”
오칠의 물음에 매청화는 더욱 세게 이를 악물었다.
“난 열려 있어.”
오칠은 가볍게 손짓했다.
매청화는 저도 모르게 오칠을 향해 움직이는 자신을 느끼고 당혹스러워했다. 하지만 걸음을 멈추지는 않았다.
그녀는 자신을 조절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녀의 깊은 곳에서 커져가는 울림은 그녀를 움직이게 하고, 점점 오칠에게 다가가게 만들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을 잘 모르지. 그러니 부끄러워할 거 없어.”
오칠은 바로 지척까지 다가온 매청화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매청화의 눈동자는 그 말에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오칠이 음성에 섭혼요마신공의 기운을 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매청화를 현혹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용기를 주기 위함이었다. 스스로의 속박에서 벗어나게 하고자 계기를 만들어주려는 것이다.
“난…….”
매적화와는 다른 몽롱함이 매청화의 눈동자에 드리워졌다.
그리고 그녀는 쓰러지듯 오칠의 품에 안겼다. 마치 편안한 보금자리로 돌아온 작은 새처럼, 그녀의 얼굴은 더할 수 없인 편안해 보였다.
“진실은 결국 편안함을 주기 마련이지.”
오칠은 그렇게 매청화의 귓가에 조그맣게 속삭이며 눈을 감았다.
‘나의 진실은 무엇일까?’
오칠은 문득 스스로에게 물었다.
하지만 알 수가 없었다. 매청화를 깨닫게 만들어주었지만, 오칠 자신은 스스로의 내면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면 영원히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오칠은 겉모습 자체가 내면이며, 행동 그대로 진실을 표현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오칠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그저 그의 품에 안겨 있는 두 여인을 가만히 안고서, 그만의 고요함 속으로 빠져들 뿐이었다.
* * *
오칠이 매적화와 매청화 자매를 제압하여 품에 안은 후 한 시진 뒤, 천상루로 이백여 명의 사내들이 들이닥쳤다. 주점에 들렀다가 종삼에게서 오칠이 천상루로 갔다는 말을 들은, 철근문 문주 금철산과 왕공단 등이 수하들을 이끌고 온 것이다.
그들은 혹시라도 오칠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싶어 문파 간의 전쟁이 생길 수도 있는 상황도 무시한 것이었으니, 그들이 오칠에 대한 충정, 혹은 이익을 도모하고자(오칠에게 무공을 배우는 것) 하는 마음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곧 그들은 허탈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칠이 열락문의 작은 주인들이라는 적청쌍미를 품에 안고 술을 마시는 걸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며칠 동안 천상루를 떠나지 않았다.
아직 열락문 문주가 돌아온 것도 아니었고, 그래서 오칠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천상루에서 열락문과 대치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의 신변을 지키고자 함인 것이다.
그로 인해 동북구와 동남구의 음지에선 오칠이란 인물이 사실상 철근문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것과, 그 외에도 하오배들을 비롯한 수많은 사내들을 밑에 거느리고 있다는 소문이 조용하게 퍼져나갔다.
즉, 무한에 갑작스럽게 출신도, 배경도 알 수 없는 오칠이란 막강한 실력자가 나타나버린 것이다.
또한 그 같은 상황은 오칠이란 단일한 존재가 열락문을 비롯한 동북구, 동남구를 아우르는 천목보와도 견줄 수 있는 힘을 갖고 있고, 그래서 조만간 무한에 크나큰 사건이 터지게 될 것이라는 은밀한 소문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드디어 열락문 문주가 천상루로 돌아왔다. 그것도 무한 제일의 사파 세력인 천목보의 보주와 함께 말이다.
무한 전체의 세력 판도를 상상치도 못하게 바꿀 수 있는 흐름의 시작인 것이다.
제28장. 상대를 설득하는 방법
천상루 입구에 들어선 열락문 문주 매소옥은, 그녀의 수하들이 인사를 하는데도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 앞에 펼쳐진 상황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고,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좀 더 빠르게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하나, 그녀를 당혹시키고 있는 장본인인, 철근문 문주 금철산이 그녀를 향해 포권을 취하며 인사를 건넸기에 이에 대꾸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금 문주께선 어쩐 일로 이곳까지 왕림해 계신 건가요?”
동남구의 다른 기루라면 경쟁 문파라고는 해도 개의치 않았겠지만, 열락문의 중심인 천상루는 달랐다.
이곳은 말 그대로 열락문의 중심이고, 금철산은 경쟁 문파의 문주이니, 그가 순수하게 술을 마시기 위해서라고 말해도 이곳에 있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 아닌가 말이다.
더구나 일 층을 가득 채우고 있는 험악한 인상의 사내들과 그들을 견제하듯 이 층 계단 쪽을 막고 있는 그녀의 수하들을 보자면, 매 문주는 결코 이 상황을 좋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사정이 그렇게 되었소이다.”
금철산은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자신에겐 설명할 이유가 조금도 없다는 듯이 말이다.
“남의 장사를 망치고 있으면서 변명도 않겠단 말인가요?”
매 문주의 얼굴엔 싸늘한 냉기가 가득했다.
하지만 금철산은 조금도 문제가 없다는 듯 당당했다.
“손님으로서 정당하게 돈을 내고 술을 먹고 있을 뿐이오.”
“흥! 금 문주는 그동안 말재주만 좋아진 것 같군요.”
“그거 말고도 좋아진 게 많은데, 한번 시험해보겠소?”
금철산은 고개를 좌우로 빙글 돌리며 목을 풀었고, 수하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좌우에 섰다.
오칠로 인해 부러진 갈비뼈들이 모두 완쾌되지는 않았지만, 금철산은 지금이라면 충분히 매 문주와 싸울 수 있다 자신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오칠에게 전수받은 내공심법과 경신법은 대단히 뛰어난 수준의 무공들이었다. 그의 무공 수준을 단번에 한 단계 위로 올려놓을 정도로 말이다.
“우리도 싸운다.”
뒤쪽에 앉아 있던 왕공단이 일어났다.
하지만 옆에 있던 냉대손은 꼭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듯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왕 대형, 지금은 우리가 낄 자리가 아닌 거 같습니다. 뭐, 금 문주님은 주군을 보호하기 위해서 저러는 것이긴 하지만, 우리는 아직 저 사이에 낄 능력이 안 된다구요.”
하지만 왕공단은 냉대손의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
“둘째, 셋째, 일어나.”
왕공단은 구장질과 양만창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앞쪽으로 걸어 나갔다.
“저희도 돕겠습니다, 금 형님.”
“그래, 왕 아우도 있었지.”
금철산은 왕공단이 더없이 듬직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북구 제일의 철근문 문주와 하오배 대장으로서 커다란 격차를 가진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칠이라는 구심점이 생기고, 같이 무공을 배우면서 그 둘 사이는 꽤나 가까워졌다.
구장질 등은 아직까지도 금철산을 어려워했지만, 왕공단은 스스럼없이 그를 대했고, 두 사람은 잘 맞는 구석이 있었는지 어느새 형님, 아우 하는 사이가 된 것이다.
사내들 사이의 관계란 이렇듯 참으로 단순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