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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 55화

무료소설 파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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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파계 55화

파계 3권 - 5화

 

 

 

 

 

“그리고 너희들은 이제 한 식구니까 세력도 합쳐. 그리고 늘 같이 다니도록 해. 누구하나 빠져서 헛짓거리하지 말고. 알았냐?”

 

“예, 주군!”

 

“알겠습니다, 주군!”

 

왕공단 등은 오칠의 어떤 말이라도 따를 준비가 되었다는 듯 힘껏 외치며 부복했다.

 

실상 그들은 오칠의 명을 거역할 능력도 없는 신세가 아니던가.

 

“내일 신시(申時:오후 3~5시) 중순쯤에 찾아와. 그때부터 무공을 가르칠 테니까. 아, 그리고 여기 주점은 내가 쓴다. 나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주점이나 해야겠어.”

 

왕공단 등은 그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주군을 모실 능력은 있습니다.”

 

왕공단은 절대 그러지 마시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칠은 필요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심심해서 하는 거야. 돈이 궁하게 되면 알아서 너희들한테 손을 벌릴 거니까, 쓸데없는 생각 마라. 자, 이제 가봐.”

 

오칠은 이제는 정말 피곤하니까 나가라고 손을 휘저었다.

 

왕공단 등은 고개를 깊숙이 숙여 공경의 예를 취하고는 서둘러 주점을 빠져나갔다. 그들은 조금 전에 오칠이 뿜어낸 무형지기 때문에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얼른 치료를 해야 했던 것이다.

 

“왜 그러셨어요?”

 

왕공단 등이 나가고, 주점 안이 조용해지자 종삼이 물었다.

 

지금껏 쭉 상황을 지켜보았지만, 오칠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뭐가?”

 

“처음에는 죽일 것처럼 화를 내시더니, 왜 저들에게 무공을 가르치시냐고요.”

 

“가르쳐달라잖아.”

 

“내 참, 그렇다고 가르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들이 무공을 배워서 오칠님 뒤통수라도 치면 어쩌시려고요?”

 

종삼은 냉 대장 등을 너무 쉽게 본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하오배들의 생리는 언제든 자신의 이익을 따라 움직이게 되어 있다는 것이 종삼의 말이었다. 물론 왕공단은 성격이 단순하고 나름대로 의리가 있어서 오칠을 끝까지 따르겠지만, 냉 대장 등은 다르다는 것이다.

 

하나, 오칠이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종삼이 염려하는 것들에 대한 것은 다 오칠이 모두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었다.

 

“그럴 놈들이기는 하지.”

 

오칠은 다 알고 있다는 듯 말했고, 종삼은 그런데 왜 무공을 가르치려 하냐고 물었다.

 

“그놈들이 내가 가르치는 무공을 배우면 분명 강해지긴 할 거야. 하지만 날 어쩌진 못해.”

 

“왜요?”

 

“그래도 내가 더 강하니까.”

 

“…….”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던 종삼은 그런 법이 어디 있냐고 했다.

 

“아무리 고수라 해도 보이지 않는 화살은 막을 수 없는 법이라 했어요. 그들이 몰래 암습을 하거나, 합공해서 공격이라도 하면 어쩌실 거예요?”

 

“그래도 마찬가지야. 그들은 날 어쩌지 못해.”

 

“그건 또 왜요?”

 

“내가 더 강하니까.”

 

종삼은 이거 계속 대화를 해야 하나 고민했다.

 

그리고 결국 더 이상 말하는 것을 포기했다. 오칠은 종삼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생각에 빠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네 녀석은 이해할 수 없겠지.’

 

오칠은 고개를 내저으며, 밥이나 해야겠다고 주방으로 가는 종삼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사실 일반적인 상식으로 볼 때, 오칠의 말은 절대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강한 무공을 가르치고, 그 무공을 익힌 자들이 합공까지 하면 그들은 그만큼 강해지는 것이니까 말이다.

 

하나, 오칠이 그들에게 가르칠 무공이 강한 무공이라고는 해도, 그 무공들은 오칠을 어찌할 수 없다. 왜냐하면 철근문 문주에게 알려줄 무공과는 달리 그들에게 가르칠 무공은, 배화교를 구성하는 백팔 가문의 무공이기 때문이다.

 

백팔 가문의 무공은 배화교에서 파생된 것이고, 그래서 교주만이 익힐 수 있다는 배화교 최고의 호교 무공에 종속되어 있어서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그 전승자에게 강한 심리적 압박을 당하게 되어 있다.

 

쉽게 말해 그의 앞에서는 두려움을 느끼고, 본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니 냉 대장 등은 아무리 오칠을 죽이고 싶어도, 두려움 때문에 감히 그럴 마음조차 먹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물론 그런 심리적 종속이 아니더라도 그들은 오칠을 어찌할 수 없을 것이다.

 

오칠은 그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내공과 무공, 그리고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침착함과 냉혹함을 갖추고, 상황에 따라 충분히 잔혹해질 수 있는 사람이니까 말이다.

 

“난 나를 해코지할 놈들에게 칼을 쥐어줄 정도로 바보가 아니거든.”

 

오칠은 탁자에 드러누우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종삼은 주방에 들어가 있기에 들을 수 없었고, 오칠은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눈을 감고서 그만의 생각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 * *

 

 

 

 

 

유월의 어느 날, 하늘은 푸르고 화창했다.

 

그리고 오칠은 그렇게 푸르고 화창한 날에, 아침이라고 할 수도 없는 오시(午時:오전 11~오후 1시) 초쯤에야 깨어났다. 그리고 구석 한쪽에 만들어진 그의 방에서 나와 털털거리는 몸짓으로 걸으며 주점 안에 들어갔다.

 

킁킁.

 

주방에서 맛있는 냄새가 났다.

 

오칠보다 더 일찍 일어난 종삼이 요리를 하고 있으리라.

 

“점점 실력이 느는 것 같은데?”

 

오칠은 주점 내부를 환기시키기 위해 닫혀 있는 창문을 열었다.

 

그리고 한쪽에 놓아둔 걸레로 다섯 개밖에 없는 탁자를 닦기 시작했다.

 

쓱쓱. 쓱쓱. 쓱쓱.

 

기름에 절어서 닦아도 닦아도 전혀 깨끗해질 것 같지 않은 탁자였지만, 오칠은 열심히도 닦았다. 그렇게 오칠은 고작 다섯 개의 탁자를 닦는 데에 한 식경이나 소비했다. 그만큼 열심히, 꼼꼼하게 닦았다는 뜻이다.

 

“후~”

 

땀 한 방울 나지 않았지만, 오칠은 응당 그래야 한다는 듯 이마를 손으로 훔치고, 의자 하나를 들고서 주점 밖으로 나갔다.

 

탁.

 

오칠은 문가에 의자를 내려놓고서 느긋한 몸짓으로 그 위에 앉았다.

 

“오늘은 아무도 안 오는 날인데, 마치 누군가 올 것 같은 기분이 드네.”

 

오칠은 저 앞으로 허름하고 더러운 집들이 벽처럼 둘러싼 전방을 바라보며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철근문, 그리고 쌍칼파 등과의 다툼이 끝나고 한 달.

 

평소에도 이곳을 찾는 이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내공심법과 신법을 배우기 위해 찾아와서, 오칠을 마치 스승처럼 대하는 철근문 문주 금철산과, 주군으로 섬기겠다고 하며 무공을 배우기 시작한 왕공단 등을 비롯한 네 명, 그리고 그 외에 그들을 따라오는 철근문의 단주 몇 명과 왕공단 등을 따르는 하오배들.

 

그게 다였다.

 

그리고 그들이 주점을 운영하는 오칠의 유일한 손님들이었다. 만약 그들이 가끔씩 찾아와서 밥을 먹고 술을 먹지 않았다면, 주점을 운영해서 밥벌이를 하겠다는 오칠의 손엔 돈 한 푼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 분명했다.

 

사실, 종삼이 왕공단 등이 소개한 실력 있는 숙수들을 찾아가 요리를 배우고 있기는 하지만, 고작 한 달여 남짓 배운 실력으로는 손님을 끌어올 정도로 맛을 내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물론 이곳은 주점이고, 음식보다는 술맛이 좋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오칠이 주점을 경영하겠다면서 직접 빚은 술은 분주(汾酒) 한 가지였다. 오칠이 지금껏 맛을 본 술 중에서 분주가 가장 좋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그 술에도 문제가 있었다. 원래 분주는 향내가 좋을 뿐만 아니라, 뒷맛이 상큼하고 갈증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어 색, 향, 맛이 모두 뛰어나 삼절(三絶)이라고 불리는 명주였다.

 

그러나 그러한 명주는 분주의 원산인 산동에서나 볼 수 있고, 오칠이 빚은 분주는 대충 그 과정만 비슷하게 해서 맛이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보다 못한 냉대손 등이 다른 술을 공급해주겠다는데도 오칠은 단호하게 거부했다.

 

왜?

 

언젠가는 예전에 맛을 보았던 그 분주만 한 명주를 빚어낼 수 있을 거라는 것이다.

 

당연히 냉대손 등은 내심 코웃음을 쳤지만, 누구도 더 이상은 그것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오칠이 하겠다는데, 그들이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어쨌든, 그래서 오칠의 주점은 간신히 그 명맥만을 유지하는 주점이 되었다.

 

그러나 오칠은 전혀 불만이 없었다. 실제로 돈이 벌고 싶었다면 주점 같은 것은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오칠은 그저 머물 곳이 필요한 것뿐이었다.

 

금철산이 목운교의 소재를 알아냈을 때, 혹은 오칠이 무엇이든 해야 할 그때가 되기 전까지 그가 먹고 잘 수 있는, 그만의 공간이 필요했을 뿐이었던 것이다.

 

“다 됐어요!”

 

안에서 종삼이 밥을 먹으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따스한 빛을 얼굴에 받으며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앉아 있던 오칠은 오냐, 하며 일어났다.

 

“손 좀 씻고 먹으면 안 돼요?”

 

가지가지 음식으로 가득한 탁자에 앉는 오칠을 보며 종삼이 투덜거렸다.

 

오칠의 몰골은 한 달 전처럼 거지같지 않았다. 그래도 주점의 주인으로서 손님을 맞으려면, 사람 꼴로 보일 만한 옷을 차려 입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데, 그 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잘 씻지 않는 건 여전해서 머리는 산발이고, 얼굴과 손은 거뭇거뭇하여 더럽기 그지없었다. 종삼이 그런 오칠을 매번 타박하고 제발 씻으라며 설득을 해보지만, 오칠은 절대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젓가락으로 먹잖아.”

 

그러니 더러울 것이 없다는 말이다.

 

종삼은 오칠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더 말하지 않았다. 그저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말한 것뿐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매번 식사 때마다 말할 생각이다. 언젠가 오칠도 변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쩝쩝.

 

“맛있네.”

 

오칠이 허여멀건 모양의 돼지 족발을 뜯어먹으며 말했다.

 

돼지 족발은 약간의 양념을 넣고 뜨거운 물로 삶은 뒤에 찬물에 식혀 먹는, 담백한 맛이 특징인 백운저수(白云猪手)라는 요리다. 종삼이 며칠 전부터 배우고 있었는데, 오늘 시험 삼아 한 번 만들어본 것이다.

 

그런데 오칠이 꽤나 만족한 것 같아서, 종삼은 기분이 좋았다.

 

물론 오칠이 맛있게 먹어준다는 것에 대한, 숙수로서의 순수한 기쁨은 아니다. 이 정도면 오칠이 자신에게 무공을 가르쳐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삼은 이제는 무공 좀 가르쳐줘요! 하고 조심스럽게 말을 하려 했다. 이전처럼 괜히 오칠의 성질을 건드려서 낭패를 당하고 싶지 않았기에 매우 신중히 말을 꺼내려 한 것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주점으로 들어선 두 사람 때문에 종삼은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장사해요?”

 

매우 듣기 좋은 여인의 음성이었다.

 

주점 안으로 두 명의 여인이 들어서며 그중 한 명이 물은 것이다. 음성만큼이나 매우 예쁜 여인이었다. 더구나 다른 한 명의 여인 역시도 예뻤다. 그래서 종삼은 방해를 받았다는 것에 대한 불쾌한 표정을 얼른 지우고,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당연히 하죠. 그런데 여기 주점인 거 아시죠?”

 

여인은 예쁜 얼굴만큼 예쁘게 웃었다.

 

“그럼 당연히 알지. 우리가 그것도 모르고 들어왔을 거 같니?”

 

여인은 종삼을 척 보고 어리다는 걸 알았는지 다짜고짜 반말을 했다.

 

하지만 종삼은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예쁜 여인이 반말을 하니까 왠지 친근감까지 느껴졌다.

 

“네가 점소이니?”

 

여인의 물음에 종삼은 어깨를 쫙 피며 자신은 숙수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와~ 정말 대단하구나.”

 

여인은 보기 좋은 미소와 함께 감탄성을 질러 종삼을 더욱 우쭐하게 만들었다.

 

“그럼 네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음식을 만들어줘.”

 

종삼은 기분 좋은 얼굴로, 조금만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서둘러 주방으로 뛰어갔다.

 

“이봐요.”

 

예쁜 여인이 창가 쪽 탁자에 앉으며 오칠을 불렀다.

 

여인들이 안으로 들어와서 종삼과 시시껄렁한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오칠은 그냥 밥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여인이 부르는데도 밥 먹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손님이 부르는데 왜 오지 않는 거죠?”

 

여인은 생글생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오칠은 눈만 돌려 그녀를 보았다. 하지만 그의 손은 쉼 없이 젓가락을 움직였고, 음식은 계속해서 그의 입으로 들어가서 아무 말도 못하게 만들었다.

 

쩝쩝쩝쩝.

 

“…….”

 

여인은 여전히 웃었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오칠이 먹는 모습만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꺼억.

 

“배부르다.”

 

드디어 식사를 마친 오칠이 배를 두드리며 일어났다.

 

그리고 마치 이제야 여인들을 보았다는 듯 서둘러 그녀들의 탁자로 걸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

 

여인의 얼굴에 황당해 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하나, 곧 그녀의 얼굴에 다시금 예쁜 미소가 지어졌다. 그녀의 내심은 표정과는 달랐지만 말이다.

 

‘이자가 금철산을 패배시켰다는 그자란 말이지?’

 

여인은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 앞에 앉은, 차가운 인상이지만 그녀만큼이나 예쁜 여인과 눈빛을 교환했다.

 

두 사람은 자매였다. 차가운 인상의 여인이 동생, 그리고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 여인은 언니였다. 두 사람은 그저 술과 음식을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칠에게 뭔가 볼 일이 있기 때문에 온 것이다.

 

하면, 그런 두 사람의 목적을 오칠은 알고 있을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오칠의 표정만으로는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파악할 수가 없었다. 지금의 오칠은 그저 이곳 주점의 주인이며 유일한 점소이고, 그래서 그 역할에 맞게 손님을 상대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주인이며, 유일한 점소이인 오칠은 여인들에게 물었다.

 

“뭘 드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