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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 52화

무료소설 파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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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파계 52화

파계 3권 - 2화

 

 

 

 

 

“나 철근문 문주 금철산이야.”

 

“아, 그래? 그럼 수하들 복수하려고 왔냐?”

 

“대충 그렇지. 그럼 허튼소리는 그만하고 이제 한판 붙자.”

 

“꼭 힘으로 해결을 해야겠냐?”

 

“그럼 내 수하들은 팔다리 부러졌는데, 넌 멀쩡할 수 있을 줄 알았냐?”

 

“그건 아니지만, 혹시나 대화로 해결을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은 했지.”

 

“하!”

 

금 문주는 헛웃음을 지으며 눈을 사납게 치켜떴다.

 

“이 상황에서 무슨 대화!”

 

“이봐, 금 문주. 나 엄청 강해. 그러니까 괜히 팔다리 부러져서 저 많은 사람들 보는데 쪽 당하지 말고, 이대로 그냥 돌아가.”

 

금 문주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하나, 금 문주의 얼굴색이 변하건 말건 오칠은 상체를 일으켜 앉으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좋아. 내가 한 가지 해결책을 제시하지. 내가 사실 누구를 찾고 있거든. 그러니까 금 문주가 사람……!”

 

“으아!”

 

찌직! 찌지직!

 

금 문주가 고함을 지르고 양팔을 번쩍 쳐들자 그의 상의가 걸레처럼 찢겨나갔다. 그가 힘을 주면서 상체 곳곳의 근육이 팽창했고, 옷들이 견디지 못해 찢어져버린 것이다.

 

“와~ 굉장하네.”

 

금 문주의 모습을 보고 있던 양 대장이 탄성을 질렀다.

 

하지만 같이 보고 있던 구 대장은 철근문 사람들이 보지 못할 정도로 작게 혀를 찼다.

 

“왜?”

 

양 대장은 왜 너는 안 놀라고 그런 표정을 짓느냐는 듯 물었다.

 

“금 문주 아직 저 버릇 못 고쳤네.”

 

“무슨 버릇?”

 

“화만 나면 근육을 부풀려서 옷 찢는 버릇 말이야.”

 

“그게 왜? 멋있기만 한데.”

 

“모르는 소리 말아. 금 문주가 저 짓을 열네 살 때부터 해왔는데, 그래서 철근문의 기둥이 뽑혀나갈 뻔했다니까.”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은 나이가 들었다고 성질이 많이 죽었는데, 어릴 때는 완전히 다혈질이었거든. 화를 낼 때마다 입고 있던 비단옷을 찢어버리는 거야. 아무리 철근문이라도 비단옷을, 그것도 최고급으로 만든 비단옷을 매일 같이 해 입힌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고. 그러니 기둥이 뽑힌다는 이야기까지 돌았지.”

 

“그렇기도 하군.”

 

“저 봐, 금 문주가 입고 있는 옷이 그의 지위에는 맞지 않게 좋지 않은 천으로 만들어져 있지? 그게 다 옷을 찢어버리는 금 문주의 습관 때문이라니까.”

 

“아~ 그랬던 거였군.”

 

양 대장도 처음에 그 점이 이상했었다는 말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숙덕이던 둘은 다시 금 문주와 오칠이 대치한 곳으로 시선을 집중했다.

 

“너 지금 날 호구로 아냐!”

 

걸레처럼 변한 상의를 완전히 뜯어 발기며 금 문주가 소리쳤다.

 

짝짝짝.

 

한데, 갑자기 오칠이 박수를 치는 것이 아닌가.

 

“너 몸 무지 좋다!”

 

오칠은 구릿빛으로 꿈틀거리는 금 문주의 근육질 몸을 보고 감탄하여 박수를 친 것이었다. 그러자 분노하여 얼굴이 벌게져 있던 금 문주의 얼굴에 만족스런 표정이 지어졌다. 그는 다른 건 몰라도 몸에 대한 칭찬에 약한 사내였던 것이다.

 

“나의 자부심이지!”

 

그러면서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알통을 만들기까지 하는 것이 아닌가.

 

“충분히 자랑할 만한 몸이네. 근데 나도 몸은 좀 되거든?”

 

오칠은 탁자에서 내려와 갑자기 상의를 벗기 시작했다.

 

이 살벌한 상황에서 주섬주섬 상의를 벗는 것은 참으로 황당하면서 웃기는 짓이었고, 그래서 뒤에서 지켜보는 이들 중에는 너무나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트리는 자까지 있었다.

 

하나, 오칠의 앞에 선 금 문주는 전혀 웃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매우 긴장을 하고 있었다. 마치 오칠이 비장의 한 수로 그의 목숨을 노리기라도 할 것처럼 비장감마저 감돌았다.

 

“……!”

 

금 문주의 눈빛이 흔들렸다.

 

오칠의 몸은 더러웠다. 얼마나 안 씻었는지 거뭇거뭇하게 때가 뭉쳐 있을 정도였다. 하나, 그것들은 금 문주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 그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은 미끈하면서도 탄력 있고, 군더더기 하나 없이 딱 필요한 근육으로 똘똘 뭉친 오칠의 육체에 당혹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 자식, 몸 무지 좋잖아!’

 

금 문주의 몸은 분명히 잘 만들어진 몸이었다.

 

틈새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고, 근육으로 꽉 메워져서 칼로 내리쳐도 튕겨낼 정도로 단단한 몸이었다. 그리고 철근문이 추구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몸이기에 금 문주는 충분히 자신을 가져도 되었다.

 

그러나 오칠의 몸도 그에 못지않았다.

 

금 문주만큼 크지도 않고 육중함은 없지만, 딱 적당한 크기의 모양으로 어디 하나 부족함 없이 근육으로 다져져 있었다. 게다가 비대하지 않음으로써 더할 수 없는 균형미까지 갖추었으니, 무공을 익히기에 더욱 탁월한 육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쇠몽둥이에 맞아도 끄떡없다고 하더니…….’

 

금 문주는 오칠을 인정하게 되었다.

 

자신처럼 단련한 이는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지금 이 순간 수정되었다. 또 한 명이 있는 것이다. 바로 그의 앞에서 당당하게 몸을 드러낸 채로 말이다.

 

“좋아! 역시 싸워볼 만한 상대야!”

 

금 문주는 어깨를 크게 돌리고, 순간 몸에 힘을 팍 주었다.

 

온몸의 근육이 불끈거리며 팽창하고, 퍼런 힘줄이 지렁이처럼 꿈틀거렸다. 보는 것만으로도 상대를 압도하는 몸인 것이다.

 

“역시 싸울 생각을 굳힌 거냐?”

 

오칠이 물었고, 금 문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내들끼리 말로 해결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지.”

 

“그렇기도 하군.”

 

오칠은 그럼 싸워볼까? 라고 말하며 자신의 몸을 쓱쓱 문질렀다.

 

손바닥을 따라 굵직한 때가 밀려 나왔고, 저 뒤쪽에서는 더럽다며 헛구역질을 하는 이도 있었다. 하나, 금 문주는 그런 것에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그의 시선에는 오칠과 그가 은근히 뿜어내는 강력한 패기만이 비춰질 뿐이었다.

 

“맘에 들어.”

 

오칠은 히죽 웃었다.

 

그리고 성큼성큼 금 문주를 향해 걸음을 내딛었다. 금 문주도 양팔을 쫙 벌리며 기합을 내지르고 마주 걸어왔다.

 

터턱.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사람의 양손이 마주치고, 깍지가 끼어졌다.

 

순수한 힘겨루기.

 

무림 고수들은 내공 대결을 한다고도 하는데, 지금 두 사람은 순수하게 힘을 겨루는 중이었다.

 

“으~!”

 

금 문주는 이를 악물고 손에 힘을 주었다.

 

그 자신이 머리 하나는 더 크다는 이점을 살려서 단번에 내리 눌러버릴 심산인 것이다.

 

오칠도 입을 꾹 다물고 그에 대응했다. 지금 그는 내공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실제로 내공을 사용한다면 힘은 수 배나 강해지고, 금 문주의 팔을 단번에 부러트려버릴 수 있을 것이다.

 

하나, 그러지 않았다.

 

냉 대장 등의 하오배들과 싸울 때도 거의 사용하지 않던 내공이고, 철근문의 표 조장과 싸울 때부터 그냥 순수하게 힘으로만 맞상대하고 있었다.

 

물론 저절로 내공이 일어나 도검에 맞는 부위를 방어하기도 했지만, 그건 본능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오칠도 어쩔 수 없었다.

 

어쨌든, 오칠은 그렇게 철근문의 사람들과 여태껏 힘으로만 싸웠고, 지금 역시 마찬가지였다.

 

왜?

 

‘재밌으니까.’

 

단순한 이유였다.

 

자신의 힘을 과신하는 것도 아닌, 철근문의 사람들을 업신여기기 때문도 아닌, 그저 이렇게 싸우는 것이 재미있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으라차차!”

 

금 문주가 한껏 기합을 내질렀다.

 

그러자 오칠의 몸이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오칠은 순수한 힘으로만 보자면 금 문주를 당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힘에서 밀린다고 싸움에 지는 것은 아니었다.

 

“어!”

 

오칠의 신형이 갑자기 뒤로 물러나면서, 잔뜩 힘이 들어가 있던 금 문주의 몸이 균형을 잃었다.

 

그리고 그렇게 균형을 잃은 금 문주의 얼굴로 오칠의 발끝이 뻗어나갔다.

 

뻑!

 

“……?”

 

분명 금 문주의 얼굴에 굉장한 충격이 전해졌을 것이다.

 

더구나 보통 사람은 단번에 기절시키고도 남는 턱에 정통으로 맞았으니, 당연히 금 문주의 신형은 땅바닥으로 허물어져야 정상이었다. 그러나 금 문주는 쓰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큼직한 주먹을 뻗어서 오칠의 얼굴을 찍어버리듯 내리쳤다.

 

퍽! 콰당!

 

오칠의 신형이 커다란 바위에 부딪친 것처럼 일 장이나 날아가 바닥을 뒹굴었다.

 

“하하하!”

 

하지만 오칠은 순식간에 일어나 웃음을 터트렸다.

 

재밌었다.

 

지금껏 철근문의 무사들과 싸울 때처럼 고의로 피하지 않았는데, 이처럼 강력한 충격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더욱 싸울 맛이 났다. 얼굴에서 전신으로 퍼져가는 짜릿한 충격이 오칠의 나태했던 정신을 일깨우는 것 같았다.

 

“너 정말 맘에 들었어!”

 

오칠은 성큼성큼 걸었다.

 

그리고 마주 걸어오는 금 문주의 가슴을 향해 발을 크게 휘둘렀다.

 

휙―

 

금 문주의 상체가 뒤로 빠지고, 오칠의 발끝이 허공을 갈랐다.

 

금 문주는 크고, 육중한 몸과는 달리 꽤나 민첩하고 빨랐다.

 

훙―

 

금 문주의 큼직한 주먹이 공기를 묵직하게 밀어내고 오칠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턱!

 

오칠은 얼굴을 슬쩍 옆으로 움직여 주먹을 피하고, 그 주먹을 손으로 덥석 잡았다.

 

그리고 훤히 보이는 금 문주의 가슴으로 바짝 붙으며 팔꿈치를 뻗었다.

 

뻑!

 

“읍!”

 

꾹 참아내는 듯한 신음과 함께 금 문주의 신형이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분명 강렬한 일격이었다. 보통 사람은 단번에 갈비뼈가 부러지며, 주저앉고 말았을 일격이다. 그러나 역시 금 문주는 보통 사람과 달랐고, 발을 휘둘러 오칠의 가슴을 걷어차기까지 했다.

 

퍽! 콰당!

 

훌쩍 날아간 오칠은 바닥에 떨어졌다가 다시 벌떡 일어났다.

 

“발질이 제법이네!”

 

“이게 우리 철근문의 자랑인 철마각(鐵馬脚)이다!”

 

문파에 고작 두 개밖에 없는 무공 중 하나였다.

 

그래서 뒤에서 보고 있는 하오배들 중에는 내심 코웃음까지 치는 자도 있었다. 그러나 오칠은 전혀 우습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을 했다.

 

“좋은 무공이야. 게다가 금 문주가 펼치니 그 뛰어남을 확실히 알겠군.”

 

오칠은 이전에도 이 무공을 경험했다.

 

표 조장이 사용했고, 웅풍단의 임 단주와 조장들, 그리고 조원들도 철마각을 펼치며 덤벼들었으니까. 하나, 그들 중 이처럼 오칠에게 타격을 입힌 이는 없었다. 확실히 단순한 동작의 철마각은 금 문주가 펼치면서 그 위력을 더욱 크게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즉, 무공을 펼치는 사람의 차이이며, 얼마나 단련했나, 얼마나 수련을 했느냐의 차이였다. 만약 적당한 신법과 내공까지 뒷받침 된다면, 금 문주의 실력은 더욱 놀라운 경지에 올라설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부족해.”

 

오칠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성큼성큼 걸어갔다.

 

“헛소리!”

 

금 문주도 한소리를 내뱉으며 마주 걸었다.

 

훙― 턱!

 

주먹이 뻗어나가고, 오칠의 손이 이를 막았다.

 

훙―

 

금 문주의 또 다른 주먹이 날아왔다.

 

오칠도 다른 손을 뻗어 막았다. 순간, 오칠의 손에 막혔던 금 문주의 주먹이 당겨지고 오칠의 얼굴을 향해 뻗어나갔다. 당연히 오칠은 그 주먹을 막았다. 그러나 금 문주는 지치지도 않고 다른 손을 당겼다 내뻗고, 막히면 다른 손을 당겼다 내뻗기를 반복했다.

 

금벽권(金劈拳).

 

쇠를 쪼갠다는 말 그대로, 금 문주는 단순하면서도 무지막지한 힘으로 계속해서 주먹을 내뻗었다.

 

터턱! 터터턱! 터터터턱! 터터터터턱!

 

점점 빨라지는 주먹의 속도에 맞추어 격렬한 타격음이 주위에 퍼져나갔다.

 

오칠의 양손도 잔상이 보일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고, 두 사람 사이엔 수십 개의 팔이 엇갈려 보였다.

 

뻑―

 

순간, 짧은 타격음과 함께 두 사람 사이가 벌어지고, 금 문주의 몸이 흔들렸다.

 

“속도는 내가 한 수 위지?”

 

오칠의 말이 아니더라도, 금 문주의 뺨이 붉어진 것을 보면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있는 일이었다.

 

하나, 무지막지하게 몸을 단련한 만큼 엄청난 맷집을 자랑하는 금 문주가 그 정도 충격에 흔들릴 리 없었다.

 

“끄떡없어!”

 

금 문주의 주먹이 다시 뻗어나가고, 재빠르게 휘돌려진 발끝이 오칠의 무릎을 걷어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