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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 50화

무료소설 파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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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파계 50화

파계 2권 - 25화

 

 

 

 

 

하나, 오칠은 별 반응도 없이 계속해서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표 조장의 지척에 이르렀고, 그런 오칠을 막기 위해 표 조장은 다리를 묵직하게 휘둘러 오칠의 허리를 걷어찼다.

 

철근문의 또 다른 무공 철마각(鐵馬脚)이었다.

 

빡!

 

“윽!”

 

표 조장은 다리를 절뚝이며 또다시 물러났다.

 

“외문 무공을 익혔구나!”

 

오칠의 허리는 강철처럼 단단했다.

 

머리도 단단하고, 허리도 단단하다면 몸을 강철처럼 단련하는 무공을 익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니 맘대로 생각하라니까.”

 

오칠은 표 조장이 뭐라고 하든 상관하지 않았다.

 

사실, 그는 이렇다 할 외문 무공을 수련한 적이 없었다. 그저 야수로 살았던 일 년 동안, 보통 사람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몸이 단련되었고, 소림 무공을 익히면서 저절로 내공을 움직여 맞는 부위를 강철처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뿐이었다.

 

아니, 지금 오칠의 육체는 금강(金剛)과 같아서 보통의 도검이 어찌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러니 겉멋에 치중하고 내공조차 담겨 있지 않은 표 조장의 주먹이 통할 리가 없는 것이다.

 

“으아~!”

 

오칠은 계속 다가왔고, 표 조장은 온 힘을 다해 주먹을 내뻗고 발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때마다 오칠은 도리어 맞는 부위를 내밀어 그 공격을 되받아쳤다.

 

빡. 빡. 빡. 빡. 빡…….

 

“그… 그만! 그만!”

 

비틀비틀 물러나는 표 조장의 얼굴은, 더 이상 그럴 수 없을 만큼 일그러져 있었다.

 

그의 팔다리는 퉁퉁 부어 있었고, 감각조차 상실된 상태였다.

 

공격하고 때린 사람이 이렇듯 고통을 느끼다니!

 

더구나 외문 무공으로 알아주는 철근문의 조장이 이렇듯 고통을 호소하는 것은, 정말이지 무한의 누구라도 놀라 자빠질 일이었다. 그러나 오칠은 표 조장이 고통에 힘겨워하든, 제발… 제발 그만 다가오라고 애원을 하든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그냥 계속해서 걸어가며, 표 조장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맞아주고 있었다.

 

“으…….”

 

축 처진 팔을 들어 올리지도 못하는 표 조장의 얼굴은, 몇 날 며칠을 쉬지도 않고 싸운 것처럼 초췌해져 있었다.

 

다리는 그 굵직한 두께와 무게와는 어울리지 않게 흐느적거리고, 손가락으로 살짝 밀기라도 하면 그대로 주저앉을 것처럼 조금의 기력조차 없어 보였다.

 

“이제 내 차례지?”

 

오칠은 바로 코앞까지 이르러 표 조장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표 조장의 눈동자에 두려움이 가득 차올랐다. 하지만 오칠은 전혀 동정이나 연민을 느끼지 않았다.

 

뻑-

 

“악!”

 

직선의 공간을 격하고 뻗어나간 오칠의 주먹이 표 조장의 오른쪽 어깨를 강타하고, 격타음과 비명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당연히 표 조장은 어깨가 부서지는 지독한 고통을 참지 못하고 바닥으로 쓰러지려 했다. 그것이 그의 한계였고, 이제는 버티고 싶은 마음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표 조장을 오칠이 그냥 쓰러지게 놔두지 않았다.

 

“내가 맞은 만큼은 때려야 하잖아.”

 

무미건조한 말이었다.

 

그러나 그 말의 의미가 주는 공포감에 표 조장의 얼굴은 대번 창백하게 변했다.

 

뻑.

 

왼쪽 어깨를 격타한 소리였다.

 

뻑. 뻑. 뻑.

 

얼굴에, 오른쪽 가슴에, 왼쪽 가슴에 연속으로 주먹이 꽂혀 들어갔다.

 

그러나 여전히 표 조장은 쓰러지지 못했다. 오칠의 강력하고 빠른 주먹이, 표 조장의 몸을 툭툭 공중으로 띄우면서 균형을 잡아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뻐억!

 

복부를 강타당한 표 조장의 몸이 한 장이나 공중으로 솟구쳤다.

 

입에서는 침과 피가 끈적끈적하게 섞여 울컥 뱉어지고, 눈동자는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크게 뜨여졌다. 그리고 그런 표 조장의 몸으로 오칠의 전광석화 같은 발길질이 작렬했다.

 

빠각. 빠각. 콰당탕.

 

양 다리가 부러지는 기음과 함께 표 조장의 신형이 땅바닥에 떨어지고, 주위로 황량한 고요함이 휘돌았다.

 

“이 정도로 봐줄게.”

 

오칠은 표 조장을 내려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이미 의식을 잃어버린 표 조장은 그런 오칠의 말에 아무런 반응도 할 수 없었다.

 

오칠은 그런 표 조장을 무미건조하게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주점의 입구로 걸어갔다. 그러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뒤로 돌렸다.

 

“사람 불러서 알아서 치워라. 그리고 다음에는 좀 더 강한 놈으로 데려오라고 냉 대장에게 전해.”

 

누구에게 말을 하는 걸까?

 

오칠은 충분히 자신의 말이 전달되었다고 생각했는지, 주점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조금 뒤, 장내에 묵직한 발자국 소리가 잔잔히 퍼졌다.

 

저벅. 저벅. 저벅.

 

“…….”

 

철근문에서도 강하기로 소문난 웅풍단 소속 아홉 명의 조원들과 조장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장내로, 단단한 체구의 사내가 걸어 나왔다.

 

석두파 왕 대장.

 

오칠이 말을 건네었던 사람은, 몰래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왕 대장이었다.

 

그리고 그는 장내를 둘러보며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 멍하다기보다는 감탄하고 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이다.

 

무엇이 그에게 이런 표정을 짓게 한 걸까?

 

‘진짜 강하다!’

 

왕 대장은 오칠이 사라진 주점을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이전에 오칠과 직접 손속을 겨누었고 팔목이 부러지기까지 했었지만, 그때는 그저 억울하고 화만 났었다. 백여 명과 싸우면서도 오칠은 옷자락 하나 상하지 않았지만, 왕 대장의 시선에 비친 오칠은 그냥 고수에 불과했다.

 

그저 높은 경지의 무공을 익힌 고수.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방금 전 보았던 오칠은 단순히 높은 경지의 무공을 익힌 고수가 아니었다.

 

오칠은 사나이였다.

 

힘에는 힘으로 맞상대할 줄 알고, 단호하게 주먹을 휘두르고, 발을 뻗어 상대를 무참하게 박살낼 줄 알고 있었다. 자신이 당한 만큼 갚아주고, 또 상대에게 자신의 강함을 절대 잊을 수 없도록 해주는 박력이 있었다.

 

‘대단해!’

 

왕 대장은 반하고 말았다.

 

그저 자신의 팔목을 부러트린 오칠의 모습을 두 눈에 담아서 분노를 키우고, 오기를 키워 더욱더 자신을 다그치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오칠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반하고 말았다.

 

진정 사내다움을 본 것 같아서 가슴 가득 감동이 치밀어 올랐다. 그저 상상 속에서나 그려왔던 철근문의 시조가 오칠의 모습으로 투영되었고, 어느새 오칠은 그의 목표가 되었다.

 

왕 대장은 그 강함을, 그 박력을, 그 단호함과 냉정함을 배우고 싶었다.

 

“나중에 다시 봅시다.”

 

왕 대장은 주점을 향해 머리를 꾸벅 숙였다.

 

그리고 나중에, 철근문의 문주와 격돌하는 오칠을 다시금 확인하는 그날, 왕 대장은 지금 결심한 무언가를 꼭 실행하고 이루리라 다짐했다.

 

 

 

 

 

* * *

 

 

 

 

 

쩝쩝쩝. 쩝쩝쩝.

 

“…….”

 

종삼은 밥을 먹고 있는 오칠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잘도 먹는군.’

 

방금 전, 오칠은 동북구의 지배자인 철근문의 사람들을 때려눕혔다.

 

그건 이곳에서 더 이상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없다는 걸 뜻하는 것이기도 했다.

 

철근문은 결속력이 강한 만큼, 동료가 다쳐서 돌아온 것을 그냥 참고 있을 문파가 아니었다. 더구나 그들의 영역에서 조장이 다쳤고, 조원들까지 작살이 났으니, 가만히 있으면 사람들이나 다른 문파의 조롱을 받게 될 것이 아니겠는가.

 

꺼억.

 

오칠은 시원스럽게 트림을 터트리고는 느긋하게 의자에 기댔다.

 

“너 숙수나 되라.”

 

“예?”

 

“아무래도 배수짓보다는 요리에 더 재능이 있는 거 같다.”

 

“싫어요.”

 

“왜?”

 

“멋이 없잖아요.”

 

“임마,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 줄 알아?”

 

“나도 알아요. 하지만 싫은 건 싫은 거예요.”

 

오칠은 혀를 차면서도 더 이상 상관하지 않았다.

 

무엇에 재능이 있건 없건 그걸 발전시키는 것은 스스로의 몫이니까 말이다.

 

“걱정 안 돼요?”

 

종삼이 물었다.

 

오칠은 무슨 소리야? 하는 눈으로 쳐다봤다.

 

“철근문이 어떤 곳이지 내가 설명했잖아요. 그러니까 걱정 안 되냐고요.”

 

“안 돼.”

 

“왜요? 철근문은 쌍칼파나 철곤파하고 완전히 달라요. 그 사람들은 진짜 무림인이라고요. 그것도 사파의 사람이라서 명예고 뭐고 없이 그냥 무차별적으로 덤벼들 거라구요.”

 

“알아.”

 

“그런데요? 그래도 걱정이 안 돼요? 오칠님이 강한 것은 인정하지만, 한 손이 열 손을 당할 수 없다고 하잖아요. 차라리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숨어 있는 것은 어때요? 아니, 아예 다른 지역으로 가서 새로 시작해요. 오칠님 실력 정도면 다른 곳에서 제대로 시작할 수 있다구요. 내가 도울게요. 내가 오칠님을 보좌해서 밑바닥의 왕으로 만들어 드린다구요.”

 

“하하하하!”

 

오칠은 웃었다.

 

종삼이 말하는 것이 너무 웃겼다.

 

오칠은 종삼의 나이 때에 안 해본 것이 없을 정도로 세상을 험악하게 살았다. 이미 그 나이 때에 세상의 추악함을 몸소 경험했고, 그 추악함에 흠뻑 빠져들기도 했었다.

 

그런데 종삼은 마치 오칠을 아무것도 모르고 무공만 강한 어리바리한 무인 취급을 하고 있지 않은가.

 

‘노스님도 날 보며 그런 생각을 했을까?’

 

오칠은 문득 노승의 모습을 떠올렸다.

 

험악한 인생을 경험하며 살지는 않았겠지만, 그만한 연륜으로 자신의 여러 음흉한 속셈을 꿰뚫어 보지 못했을 리가 없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노승 앞에서 잔머리를 굴리던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니, 괜히 부끄러운 마음이 일고 쑥스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뭐가 웃겨요?”

 

종삼은 기분 나쁘다는 듯 물었고, 오칠은 웃음을 그쳤다.

 

“그냥 웃었다.”

 

“그러니까 내 말을 농으로 듣지 말고 진지하게 생각해보라니까요?”

 

“진지하게 들었어. 하지만 난 딴 곳으로 갈 생각이 없어.”

 

“왜요? 왜 딴 곳으로 안 가요?”

 

“목운교를 찾아야 하니까.”

 

종삼은 헛웃음을 지었다.

 

처음부터 쭉 이 소리다. 하지만 목운교를 찾아야 한다, 목운교를 찾아야 한다, 하면서 그리 열성적이지도 않았다. 냉 대장 등을 설득해서 찾게 한다고는 했지만 처음에만 그랬을 뿐, 이제는 싸우는 데에만 재미가 들려 있지 않은가 말이다.

 

“진짜 찾을 생각은 있는 거예요?”

 

“응.”

 

“그럼 일단 숨어요. 그러고 나서 다시 냉 대장 등을 설득하고 사람을 찾으라고요. 이대로는 아무것도 못하고 죽는다니까요.”

 

“안 죽어.”

 

“뭐가 그리 태평이에요? 철근문이라니까요! 지금껏 오칠님이 상대하던 사람들과는 완전히 달라요.”

 

“걱정 마라. 다 잘될 테니까.”

 

“도대체 왜 그리 자신만만하냐고요!”

 

“난 강하잖아.”

 

오칠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고, 종삼은 더 이상 설득할 생각을 버렸다.

 

대신 이전부터 마음에 품고 있던 말을 꺼냈다.

 

“나 무공 좀 가르쳐줘요.”

 

오칠은 멀뚱히 쳐다봤다.

 

“무공 좀 가르쳐달라고요.”

 

“왜?”

 

“강해지고 싶으니까요.”

 

“너 재능 없어. 그냥 숙수나 해.”

 

“젠장! 좀 가르쳐줘요! 난 오칠님 때문에 인생이 엉망으로 변했다고요! 이대로는 어디서 날아올지도 모를 칼에 맞아 죽을 처지란 말이에요!”

 

“걱정도 팔자다.”

 

하지만 오칠은 가만히 생각하더니 이내 약간 긍정적이 반응을 보였다.

 

“좀 더 두고 봐서 가르쳐주도록 하지.”

 

“진짜요? 진짜 무공 가르쳐줄 거죠?”

 

“너 하는 거 봐서.”

 

갑자기 종삼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넙죽 엎드려 절을 하려는 것이 아닌가. 아마도 구배지례를 하려고 했던 모양이지만, 종삼은 채 반도 엎드리기 전에 벌떡 일어나야 했다.

 

물론 그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오칠이 눈에 보이지 않는 힘으로 종삼을 일으킨 것이었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마라.”

 

“방금 어떻게 한 거죠?”

 

종삼은 조금 전에 그의 몸을 속박하던 무형의 힘에 꽤나 놀란 눈치였다.

 

하나, 곧 얼굴을 붉히며 버럭 소리쳤다.

 

“제자가 사부한테 절을 하는 것은 당연하잖아요!”

 

“누가 네 사부야?”

 

“오칠님이요.”

 

“무공 가르쳐준다고 완전히 확정짓지도 않았어. 그리고 설사 가르쳐준다 해도 사제지간이 아니다. 그냥 호신하라고 알려주는 것뿐이야. 내 말 알아들었냐?”

 

종삼은 그게 그거지, 하며 투덜거렸지만 오칠이 눈을 치켜뜨자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 무공 배우고 싶으면 앞으로 열심히 요리 실력이나 키워.”

 

“예?”

 

“네가 해온 음식 종류와 맛에 따라 가르쳐줄 무공의 질도 달라질 거라, 이 말이다.”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여기 있지.”

 

“말도 안 돼요!”

 

“내 맘이야.”

 

오칠은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의 대화를 용납하지 않았다.

 

그리고 피곤하다며 한쪽 구석진 탁자로 가서 누워버렸다.

 

‘철근문이라… 얼마나 날 재미있게 해줄려나…….’

 

오칠은 잠시 그런 생각을 하다가 곧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 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