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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 85화

무료소설 파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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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파계 85화

파계 4권 - 10화

 

 

 

 

 

도지휘사 부친의 행렬을 막고서 검문을 하다가 성문교위라는 지위에서 치안을 담당하는 포쾌로 좌천되는 치욕적인 상황에서도 새로운 자신의 임무에 충실한 모습은 더없이 훌륭한 것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참으로 고지식한 인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지만, 최소한 어린 포쾌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그런데 요즘 무한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을 검문하겠다는 것에는 정말 심장이 내려앉을 정도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노백을 달래서라도 막고 싶은 어린 포쾌는 감히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 수 있는 간담이 없었기에 그저 불안과 초조로 가득 차서 안절부절 못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나도 이해하기 힘든 인물이군.’

 

정확한 내막은 모르더라도, 노백이 어떤 불합리한 이유로 포쾌가 되었다는 걸 대충 짐작한 오칠은 감탄하면서도 답답함을 금할 수 없었다.

 

도대체 무엇이 저 젊은 사내의 심장을 돌처럼 굳혀버린 것일까?

 

자신의 임무에 충실한 저 당당한 장수가 불합리한 처지로 낙마했음이 분명할 텐데도 어떻게 저리 담담할 수가 있는 것일까?

 

오칠은 문득 노백을 깨부수고 싶어졌다.

 

“솔직히 난 매우 불만스러운데.”

 

오칠은 그 말을 하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크게 죄를 지은 사람처럼 도망치기 시작했다.

 

“아!”

 

노백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노한 외침을 터트리며,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어린 포쾌를 남겨두고서 오칠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서라!”

 

노백의 입에서 터진 고함은 누군가를 쫓는 자들이 늘 외치는 말이었고, 도주하는 이들은 절대 들어먹지 않는 말이었다.

 

하지만 노백은 계속 그 말을 외치며 오칠을 쫓았다. 그리고 오칠은 귀머거리처럼 아무 대꾸도 없이 슬쩍슬쩍 노백을 쳐다보며 대로를 달리고, 골목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는 등등의 복잡하고 목적 없어 보이는 질주를 이어나갔다.

 

 

 

 

 

* * *

 

 

 

 

 

‘제법이네.’

 

오칠은 자신의 뒤를 쫓는 노백을 힐끔 쳐다보며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쾌풍보(快風步).

 

경공총람에 있는 것들 중에서 적당히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경공이었다. 하지만 오칠의 입장에서야 적당하다 할 수 있는 속도지, 무림 어느 곳에서도 통할 수 있는 꽤나 뛰어난 경공이 분명했다.

 

그런데 노백은 쾌풍보를 펼치는 오칠의 뒤를 잘도 쫓아오고 있었다. 아무리 쫓아올 수 있게 전력을 다하고 있지 않더라도 저 정도만 해도 대단하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뭔가 경공을 펼치는 것도 아닌 걸 보면, 노백은 순수하게 하체의 튼튼함을 바탕으로 뜀박질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니, 이 또한 굉장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어디가 적당하려나?’

 

최대한 사람들의 이목을 피해 한 시진이 넘게 동북구를 뛰어다녔다.

 

그리고 오칠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에 조용하고, 인적 없는 곳을 찾아 속도를 높였다.

 

‘저기가 좋겠군.’

 

과거 무한으로 입성할 때, 오칠이 타고 넘었던 북쪽 성문으로 이어진 한적하기 그지없는 성벽 아래였다.

 

주변에 적당하게 나무들이 밀집되어 있고, 사람들의 왕래가 있을 리가 없으며, 노백과 같이 고지식하고 성실 근면해서 매일 성벽을 살피는 병사가 있지 않은 이상은 누구의 개입도 없을 것이 분명한, 가장 안성맞춤의 장소인 것이다.

 

“다리 한 번 튼튼하군.”

 

오칠은 저 앞에서 달려오고 있는 노백을 보고 장난스런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오칠의 이 괴상망측한 도주가 노백은 전혀 재밌지 않았다. 그냥 분노가 치밀 뿐이었다.

 

“도망을 치다니!”

 

진득하게 땀이 밴 얼굴로 노백은 버럭 소리쳤다.

 

그러나 노백의 격한 호통에 오칠은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운동도 되고 재밌지 않았어?”

 

“흥!”

 

노백은 싸늘한 코웃음과 함께 허리춤에서 포승을 빼들어 앞으로 내밀었다.

 

“순순히 오랏줄을 받아라!”

 

“싫은데.”

 

“감히 대명률을 무시하겠다는 것이냐!”

 

대명률(大明律)은 이(吏), 호(戶), 예(禮), 병(兵), 형(刑), 공(工)의 여섯 가지로 나누어진다.

 

이율은 삼십삼 조로 직제(職制), 공식(公式)의 두 권으로 나누어지고, 호율은 구십오 조로 호역(戶役), 전택(田宅), 혼인(婚姻), 창고(倉庫), 등의 일곱 권으로 나누어지며, 예율은 이십육 조로 제사(祭祀), 의제(儀制)의 두 권으로 나누어진다. 또 병률은 칠십오 조로 관위(官衛), 군정(軍政), 관진(關津), 구목(t牧), 우역(郵驛)의 다섯 권으로 나누어지며, 형률은 백칠십일 조로 적도(賊盜), 인명(人名), 투구(鬪毆) 등의 열한 권으로 나누어지고, 공률은 십삼 조로 영조(營造), 하방(河防)의 두 권으로 나누어진다.

 

한마디로 노백이 대명률을 어겼다고 말하는 이유의 근거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스물아홉 권에 이르는 대명률 법전을 모두 뒤적거려보아야 가능하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오칠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무시하겠다면 어쩔 건데?”

 

노백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럼 힘으로 제압할 수밖에.”

 

“내가 넋 놓고 당할 거 같나?”

 

“반항한다면 그 죄는 더욱 커질 것이다!”

 

“뭘 모르시는군. 고래로 법보다는 주먹이 앞서는 법이지.”

 

오칠은 손을 내밀어 노백을 향해 검지를 까딱였다.

 

그리고 노백은 포승줄을 양손에 잡고 길게 늘어트리며 한 발 한 발 다가서기 시작했다.

 

휘휙.

 

노백은 석 장의 거리를 두고 오칠의 머리 위로 포승을 날렸다.

 

“오~”

 

작은 감탄과 함께 오칠은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가 좌우로 움직여 둥글게 펼쳐진 포승의 반경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노백은 재빨리 벌어진 거리를 줄이고, 양손을 교묘하게 움직이며 오칠의 좌우사방을 포승의 영향력 안으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오칠의 상체는 순식간에 포승에 옭매였다.

 

“이건 무슨 무공이지?”

 

“귀진박(鬼晉搏).”

 

노백은 대답하며 손에 쥔 밧줄을 끌어당겼다.

 

“……!”

 

하지만 오칠은 끌려오지 않았다.

 

노백이 아무리 힘을 주고 이리저리 끌어당겨도 오칠은 마치 천근거석이라도 된다는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름만큼 제법 괜찮은 포박술이지만, 내가 피하고자 했다면 이렇게 묶이지도 않았어.”

 

오칠은 순간적으로 양팔에 불끈 힘을 주었다.

 

파삭.

 

굵고 단단한 포승은 마치 바짝 말라버린 볏짚처럼 끊어져버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노백은 약간의 당황과 분노를 담고 오칠을 노려보았다.

 

“정녕 승복하지 못하겠다는 거냐!”

 

“뻔한 거지.”

 

“좋다!”

 

노백은 어떤 큰 결심을 한 듯 방망이를 꺼내들었다.

 

“공무를 수행하는 것이니, 원망하지 마라!”

 

“난 원망 같은 거 안 해.”

 

오칠은 무엇이든 해보라고 말했고, 노백은 손에 든 방망이의 끝으로 오칠을 겨누었다.

 

“……!”

 

오칠은 잠시 의아했다.

 

노백은 한 척을 조금 넘는 방망이의 끝으로 자신을 겨누고 있었다. 방망이는 휘두르는 용도로 쓰이지, 찌르는 용도의 무기가 아니라는 이유는 둘째 치고, 갑자기 섬뜩할 정도의 날카로움이 미간을 찌르는 이 느낌은 뭐란 말인가.

 

‘창법인가?’

 

오칠은 노백이 어떤 무공을 익혔는지 알게 되었다.

 

경지에 이르면 무엇으로도 그에 맞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법이고, 노백은 저 짧고 끝이 뭉뚝한 방망이로 창과 다름없는 기세를 만들어낸 것이다.

 

“역시 장수는 창이 제격이지. 그렇지?”

 

“…….”

 

노백은 아무 말도 없이 방망이를 내민 채 한 걸음 왼쪽으로 움직였다.

 

오칠이 결코 쉽게 제압할 수 없는 상대임을 알고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칠은 그런 노백을 가만히 바라보며 마치 정담이라도 나누려고 이곳으로 도망쳐 왔다는 듯 느긋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왜 그렇게 연연해하는 거지?”

 

“…….”

 

“내가 들으니 황궁에서 알아주는 무장이었다며? 그리고 얼마 전까지는 성문교위였고? 그런데 이제는 포쾌가 되어 있군. 도대체 뭐가 그렇게 미련이 남아서 바닥으로 내쳐지기만 하는 그곳을 나오지 않는 거지? 아니, 그건 미련이 남아서라기보다 아집이라고 해야겠군. 말해봐. 뭐가 그렇게 불만이야? 뭣 때문에 그렇게 뒤틀려 있는 거야?”

 

오칠의 물음은 어느 정도 오칠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댁이야말로! 라고 되받아쳐줄 수 있는 물음이었다.

 

하지만 노백은 약간의 소문 외에는 오칠을 잘 알지 못했고, 그래서 침묵으로 일관하며 다시 왼쪽으로 움직였다.

 

“뭐가 그렇게 딱딱해?”

 

“…….”

 

“왜 즐기면서 살지 못하는 거지?”

 

“…….”

 

“여자하고 잔 적은 있나?”

 

“닥쳐라!”

 

노백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버럭 소리치며 오칠을 향해 성큼 다가왔다.

 

슉―

 

걸음을 내딛는 발걸음은 무겁고, 앞으로 내밀어 찌르는 방망이의 움직임은 날카로웠다.

 

후아악―

 

허리를 뒤틀어 방망이를 피한 오칠은 꽉 움켜쥔 주먹을 노백의 얼굴로 날렸다.

 

부웅―

 

전진한 걸음만큼 뒤로 빠지는 노백의 움직임은 가히 전광석화였다.

 

하지만 오칠의 주먹에 밀려난 대기의 묵직한 흐름이 그런 노백의 옷자락을 휘날렸고, 노백은 오칠의 주먹이 지금껏 그가 겪어본 적이 없을 만큼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걸 보니 여자랑 자본 적이 없는 게 확실하군.”

 

오칠은 내 주먹 꽤 무섭지? 하는 눈빛을 보내며 계속해서 노백에 대한 조롱과 야유를 멈추지 않았다.

 

“관인을 모욕하면 그 죄가 더 무거워진다!”

 

“그런가? 하지만 난 무엇이 당신을 모욕한 건지 모르겠는데?”

 

노백은 말로서는 도저히 오칠을 어찌할 수 없음을 깨닫고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좀 더 확실한 공격 의사를 드러내며, 창법을 펼치기 위한 자세를 취했다.

 

“이봐, 가슴에 꾹 눌러놓은 걸 토해내라고. 난 지금 당신의 이야기를 경청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거든.”

 

오칠은 평소의 그답지 않게 말이 많았다.

 

또한 재미를 느끼고, 즐거워했다. 무언가에 얽매어 얼음처럼 굳어 있는 노백을 부셔주고 싶다는 충동이, 그 가슴에 담겨진 내면을 밖으로 끄집어내고 싶다는 욕망이 그 자신에게 활력을 주고 있었다.

 

“합!”

 

하지만 노백은 오칠의 그런 요구에 부흥할 생각이 없었다.

 

그저 커다란 기합성으로 오칠의 입을 막으며 방망이를 창처럼 찌르기 시작했다.

 

“이런!”

 

오칠은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다시 물러나고, 또다시 물러나며 쉼 없이 찔러 들어오는 방망이를 피해야 했다.

 

낙화천공창법(落花穿孔槍法).

 

떨어지는 꽃을 꿰뚫을 정도로 빠르고 정확한 창법으로, 무림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군부에서는 가히 최고라고 평가되는 노가의 가전 무공이었다.

 

‘지독할 정도로 빠르군.’

 

게다가 정직했다.

 

조금의 변화도 없이 정면만을 찌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강력한 위력이 있었다. 단순히 정면만을 고집한 찌르기였지만, 수십 개의 방망이가 찔러 들어오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빠르고 다양한 위치를 공략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칠은 노백의 창법을 인정했을 뿐이지, 막을 수 없다거나 공격할 틈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었다.

 

타타타탁. 타타타타타탁.

 

“……!”

 

고르게 들이쉬고 폭발적으로 숨을 내쉬면서 조금의 틈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방망이를 찌르고, 그렇게 오칠을 몰아붙이고 있던 노백은 깜짝 놀랐다.

 

갑자기 땅바닥을 빠르게 내달리는 소리가 울리더니, 오칠의 신형이 수십 개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환영귀보(幻影鬼步).

 

순식간에 수십 개의 잔영을 만들어내 상대의 눈을 속이고, 공격의 방향을 잃게 만든다는 절정의 신법이었다.

 

그리고 그 위력을 눈으로 확인한 노백은 말 그대로 혼란을 겪고 있었다.

 

‘소리도 사라졌다!’

 

눈이 아니라면 다른 감각을 사용해 상대의 존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 들려왔던, 바닥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조차 존재감 없이 사라져버렸으니 그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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