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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 114화

무료소설 파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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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파계 114화

파계 5권 - 14화

 

 

 

 

 

짜증나는 일이었다.

 

가까이 다가오기도 전에 강력한 권력으로 얼굴을 날려줄까, 하고 생각할 정도로 짜증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화유상이 그들에게 보내는 시선을 무시했던 것처럼.

 

그러나 상관현표의 말을 무시하고, 음식과 술에 집중하는 것부터가 그냥 넘어가지 못하게 상황을 몰아가는 것이었다.

 

물론 오칠도 그렇게 몰아가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화유상에게 전음으로 그때의 일은 잊어줄 테니 그냥 꺼지라고 한 것처럼 아무 일도 없게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이봐, 내 말이 들리지 않나?”

 

확실히 상관현표의 기분은 많이 나빠져 가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

 

오칠은 술을 마시며 노백을 쳐다봤고, 노백은 제가 나설까요? 하고 눈빛으로 대답했다.

 

오칠은 고개를 끄덕이려 했다. 자신이 나섰다가 괜히 상황만 더 험악해지는 것보다, 노백이 나서면 어느 정도 원만한 대화를 이끌어 귀찮은 일 없이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칠은 고개를 끄덕일 필요가 없었다. 다른 곳에서 상관현표를 해결해주려고 나선 것이다.

 

“이곳에서 괜한 소란이 생기면 우리 열혈군의 체면이 떨어질 것이네. 그리고 군장님들이 그에 대해 별로 좋아하지도 않을 것이고 말이야.”

 

금원종은 그 특유의 차분한 음성으로 상관현표를 제지했다.

 

그리고 오칠 등에게 걸어가는 상관현표를 멈춰 서게 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무슨 소란이 생긴단 말입니까? 난 아주 조용히 해결할 생각인데, 금 대협은 아니신가 보지요?”

 

말하는 족족 시비조가 가득하니 금원종의 표정도 이제는 딱딱하게 굳어갔다.

 

“오늘 상관 소협이 술이 과했군.”

 

차분함을 보여주고 있던 금원종의 기세가 변하기 시작했다.

 

겉으로 보이는 변화가 아니라, 일순간에 장내를 제압하는 무형의 압력을 발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금원종의 변화에 상관현표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사십여 명이나 되는 지군의 후기지수들은 제대로 겪어본 적이 없었던 그 막대한 기세에 헛바람을 들이키며 뒤로 물러났다. 말로만 들어오던 천군 제일의 후기지수이며, 다음 대 화산파의 중심이 될 매화신검 금원종의 힘은 감히 그들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건 상관현표 역시 예외일 수 없었다.

 

“그… 그만!”

 

상관현표는 저도 모르게 호신지기를 발산하며 소리쳤다.

 

다른 사람들처럼 뒤로 물러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한 일이기는 했지만, 분명 금원종에게 자신은 애송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드러낸 것과 다름없는 행동이었다.

 

또한 그 자신도 새삼 깨닫게 되었다. 현재 지군에서 금원종에게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그의 형인 천환도(千幻刀) 상관석표밖에 없다는 것을 말이다.

 

“어딘가 가시는 길이었다면 우리가 길을 열어드리리다.”

 

금원종이 기세를 거두고, 영현 도사가 한 걸음 옆으로 물러나며 말했다.

 

다른 두 명도 영현 도사를 따라 옆으로 비껴서고, 상관현표를 향해 싸늘한 눈빛을 보내던 능진철도 길을 열어주었다.

 

‘두고 보자!’

 

술기운 때문이 아닌 분노와 수치심으로 인해 상관현표의 얼굴은 붉게 변해갔다.

 

그러나 그는 바보가 아니었기에 지금 자신이 어찌할 수 없음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오늘의 일은 잊지 않겠습니다.”

 

차마 그냥 가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던지라 상관현표는 능력은 없고 분노만 앞서는 약자들이 흔히 남기는 말을 내뱉고서 다른 사십여 명의 일행들과 함께 객잔을 떠나갔다.

 

‘저런 녀석들이 후기지수라니, 정파의 앞날이 참으로 암담하군.’

 

오칠은 상관현표의 행동을 보며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하는 짓거리가 어찌 저리 유치한지 달려가서 볼기짝이라도 때리면서, 사내가 한 번 칼을 뽑았으면 호박이라도 잘라야 한다고 훈계를 하고 싶을 정도였다.

 

아무리 금원종의 기세가 그로서는 감당 못할 정도라 해도 상황을 이렇게까지 몰고 갔으면 뭔가 오기라도 부려야 할 것이 아닌가. 저렇게 겁을 먹고 물러날 것이었다면 처음부터 시작도 하지 말아야 했다. 아니면 금원종을 감당할 수 있도록 실력을 키우던가.

 

“빈도가 상관 소협을 대신하여 사과드리겠소이다.”

 

상관현표 등이 나가고, 저 한쪽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주인이 한숨을 놓게 된 상황에서 영현 도사가 오칠에게 다가오며 사과했다.

 

사실, 그가 굳이 이럴 필요는 없었으나 아무래도 열혈군 전체의 인상도 그렇고 해서 사과를 하는 모양이었다.

 

“별로 신경도 쓰지 않았소.”

 

오칠은 영현 도사의 사과까지 무시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짧게 대꾸하고는 다시 먹는 것에 열중했다.

 

하지만 오칠의 대답은 누군가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사람이 성의 있게 사과를 하는데 고개조차 들지 않다니, 참으로 오만불손한 사람이군요.”

 

여초홍이었다.

 

아무래도 그녀의 감정 상태도 상관현표만큼이나 좋지 않아 오칠에게 화풀이라도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물론 고개도 들지 않은 오칠의 행동은 분명 예의와 겸손과는 한참 먼 행동이긴 했다.

 

“형님의 성격이 원래 이러하시니 소저께서 이해해주시오. 도사께는 내가 대신 사과드리겠소.”

 

노백이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일어나며 포권을 취해 보였다.

 

상관현표야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말과 행동을 보였으나 여초홍 같은 경우는 불쾌할 만한 대우를 받았으니 사과를 건넨 것이다.

 

“하하하! 사람의 성정이야 이렇기도 하고 저렇기도 한 것이니 충분히 이해합니다. 또 이런 일이 생긴 것도 다 우리 쪽의 잘못인데 어찌 그에 대해 불만이라 하겠습니까.”

 

영현 도사는 괴이하게 가면을 쓰고 있는 모습과는 달리 예의가 바르고, 목소리에 정대함이 묻어 있는 노백에게 호감이 간다는 듯 마주 포권을 취하며 응대했다.

 

“흥! 아우를 잘 둬서 아직까지 그 뻣뻣한 목을 보존하고 있는 모양이군.”

 

좋게 풀어가려는 상황에 여초홍의 비틀린 조롱이 파고들었다.

 

“여 소저, 그만 하시게.”

 

금원종은 또 괜한 소란이 생겨날까 염려하여 그녀를 제지했다.

 

하지만 여초홍은 여전히 꿈쩍도 안 하는 오칠의 뒤통수로 보내는 사나운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그녀의 고집도 어지간했다.

 

하긴 전통적인 무장 가문의 막내딸로 종남파의 정식 제자, 그것도 종남파 장문인의 막내 제자인 데다, 그만큼 재능이 뛰어나며 예쁘기까지 한 그녀가 고집이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별호가 냉화검(冷花劍)인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게 아니겠는가.

 

“제가 괜한 불편을 끼친 것에 대한 사과의 뜻으로, 두 분이 드신 음식을 대신 계산하겠습니다.”

 

금원종은 고범열에게 여초홍이 나서지 못하게 하라고 전음을 보내며 노백에게 말했다.

 

당연히 노백은 그러실 필요가 없다고 겸손하게 사양했다.

 

드륵.

 

한데, 이때 오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공짜 음식을 거부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지. 잘 먹겠소.”

 

오칠은 금원종에게 간단하게 포권을 취해 보였다.

 

그 태도가 매우 형식적이고 성의가 없어 보여서 여초홍의 아미를 찡그리게 만들었지만, 오칠은 그 말을 끝으로 점소이에게 자신의 방으로 안내하라고 하며 계단 쪽으로 걸어갔다. 한마디로 그녀를 무시해버린 것이다.

 

“혼자 술 마시려고?”

 

모두가 그 행동에 대해 약간의 당혹감과 불쾌감을 느끼는데 오칠이 문득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노백에게 물었다.

 

즉, 거기 있지 말고 올라가자는 것이다.

 

“형님이 원래 저런 분이 아닌데… 이해하십시오. 그럼 이만.”

 

노백은 참으로 어쩔 수 없는 형님이라고 속으로 혀를 내두르면서 금원종에게 포권을 취해 보이고는 오칠의 뒤를 따라 계단으로 올라갔다.

 

“정말 광오한 자군요!”

 

오칠과 노백이 사라지자 여초홍은 너무나 화가 난다는 듯 바닥을 쿵 내리찍었다.

 

그리고는 그들의 눈치를 보는 다른 손님들의 시선을 염려하여 자리에 앉자고 하는 영현 도사의 말에 따라 자리에 앉아서는 연거푸 석 잔의 술을 마셨다.

 

“저자를 다시 만났을 때 내 앞에서 또다시 저리 오만하게 군다면, 그때는 결코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그래. 다음에 또 보면 꼭 혼쭐을 내주라고.”

 

‘뭐, 다신 볼 일이 없을 듯하지만 말이야.’

 

고범열은 내심 그렇게 생각하면서 사매를 위로했다.

 

한데, 다른 이들은 이상하게도 그녀의 투덜거림에 별다른 말이 없었다.

 

‘실력이 있거나, 간담이 큰 자겠군.’

 

금원종과 영현 도사, 그리고 능진철은 오칠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칠에 대한 고범열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아마 흥분이 가라앉는다면 여초홍도 그렇게 판단하게 될 것이다.

 

다만, 다른 이들은 직접 확인하지 않고는 무엇이 진실인지 모르겠다고 여기며 오칠에 대한 생각을 접었지만, 금원종만은 실력이 있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오칠에 대한 인상을 완전히 지우지 않고 기억에 남겨두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자, 이제 술이나 마십시다!”

 

영현 도사가 자신이 도사란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올려 분위기를 돋웠다.

 

그리고 일 층은 다시 객잔 본연의 분위기로 돌아가게 되었다.

 

 

 

 

 

제50장. 독룡방(獨龍幇)

 

 

 

 

 

광동성(廣東省).

 

대륙의 최남단으로서 동쪽으로 복건성(福建省), 북쪽은 강서성(江西省), 서쪽은 광서성(廣西省)에 접해 있으며, 서남쪽으로는 해협(海峽)을 사이로 해남도(海南島)와 마주하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그 광동성의 해안가에 위치하여 배를 선착하기에 좋은 산두(汕頭)를 향해 오십여 명의 무리가 빽빽한 산림을 헤치며 움직이고 있었다.

 

“이번 일은 마음에 안 들어요.”

 

경신법을 펼치며 달리는 무리의 선두에서 냉음설은 불만이 가득한 음성으로 그녀의 매혹적인 붉은 입술을 움직여 투덜거렸다.

 

그러나 그녀의 옆에서 같이 달리고 있는 공병악이 뭔가 대화의 물고를 틀 수 있는 말을 전혀 하지 않으니, 그들 사이에는 그저 옷자락 날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더구나 그들의 뒤를 따르고 있는 수하들은 명령이 있지 않는 이상은 절대 입을 열지 않는 충직한(그만큼 공병악과 냉음설을 두려워한다) 자들이었으니, 냉음설은 사람의 음성 비슷한 어떠한 것도 들을 수가 없었다.

 

한데, 냉음설은 무시를 당한 것이 아닌가 싶은 공병악의 침묵에도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마치 원래부터 어떠한 대화를 기대하고 입을 연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아직 완전히 준비가 끝나지는 않았지만, 우리 힘만으로도 중원 놈들을 상대하기엔 충분해요. 그깟 해적 놈들을 데리고 뭘 할 수 있겠어요? 단순히 숫자만 불리는 꼴이 되는 거라고요. 다른 오라버니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라고 했어요. 물론 공 오라버니도 그렇게 생각하겠죠?”

 

“아니.”

 

대답을 들으리라 기대하고 물은 것이 아닌데, 어찌 된 셈인지 공병악은 대답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의 얼굴만 보자면 경공을 펼치는 것만 해도 너무나 지친다는 듯 창배하기 그지없었으니, 냉음설이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만했다.

 

그러나 냉음설은 그의 둘째 사형이 어떻게 경공을 펼치면서 말을 하지? 하고 의아해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무엇이건 확신이 없으면 입을 열지 않는 공병악이 해적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할 뿐이었다.

 

“그럼 공 오라버니는 해적 놈들이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는 건가요? 간신히 칼만 휘두를 줄 아는 왜놈들이 무림인들을 대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단 말이에요?”

 

순진한 소녀의 눈망울처럼 일렁이는, 하지만 더할 수 없는 색기가 풍겨 나오는 냉음설의 눈동자는 정말 그렇게 생각하냐는 듯 옆에서 달리고 있는 공병악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약하지 않아.”

 

“하지만 강하지도 않죠. 위지 오라버니는…….”

 

“교주님!”

 

공병악의 눈동자가 차갑게 변하며 냉음설을 노려보았다.

 

냉음설은 순간 등줄기가 오싹해지는 한기를 느꼈지만, 겉으로는 더욱더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수니까 용서해줘요, 공 오라버니.”

 

“이번 실수가 마지막이어야 할 거다.”

 

“알았어요. 그러니까 교주님은 해적 놈들을 방패막이로 쓰겠다고 하신 건가요?”

 

“…….”

 

공병악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도 교주인 위지무성의 생각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도 냉음설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기는 했다. 다만, 그 외에도 뭔가 더 있지 않을까 하는 명확하지 않은 의구심이 있을 뿐이다.

 

‘공 오라버니도 정확히 알지 못한단 말이지…….’

 

냉음설은 공병악의 반응을 통해 위지무성이 그들 사형제들 중에서 아무도 신뢰하고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긴 그들은 위지무성이 죽은 대사형보다 강하고, 전대 교주였던 사부를 독살시킬 정도로 교활했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 아니던가. 또한 자신들이 죽기 싫어서 충성을 맹세했고, 위지무성은 자신들이 쓸모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살려둔 것이니 배반이니, 믿음이니 하는 말들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들이었다.

 

즉, 사형제들 중에서 위험을 줄 사람이 있거나, 혹은 그러한 기미만 보여도 위지무성은 사형제니 뭐니 하는 관계를 발에 차이는 돌멩이보다 더 하찮게 결론지어버리며 가차 없이 죽일 사람인 것이다.

 

‘그래도 사형제들 중에서 공 오라버니만은 믿고 있는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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