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계 111화 | 성인 무협 소설 | 무료소설.com

성인소설, 음성야설, 무협소설, 판타지소설등 최신소설 업데이트 확인
무료소설 검색

무료소설 고정주소 안내 👉 무료소설.com

파계 111화

무료소설 파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56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파계 111화

파계 5권 - 11화

 

 

 

 

 

구름 한 점 없는 밤하늘 속에 보름달이 훤하게 밝혀져 있었다.

 

여섯 마리나 되던 육중한 멧돼지 고기는 깔끔하게 뼈만 남겨지고, 곳곳에는 슬며시 죽어가는 불씨의 엷은 포근함을 이불 삼아 마을 사람들이 잠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사람들 한쪽에는 아직 술잔을 손에 들고 잠들지 않은 두 사람이 있었으니, 오칠과 광죽이 바로 그들이었다.

 

“안 자냐?”

 

광죽이 발그레하게 물든 얼굴로 물었다.

 

오칠은 중이 술에 취해서 뭐 하는 겁니까? 라고 타박을 하려다가 과거 노스님도 술을 즐겼다는 것을 기억하고는 이제 잘 거라고만 답했다.

 

“네 녀석은 참으로 그 속을 알 수가 없는 놈이구나.”

 

뜬금없이 광죽이 말했다.

 

“스님이 날 얼마나 알았다고 내 속을 알 수가 있겠습니까?”

 

“이놈아, 이것저것 겪으며 살면서 내 나이가 되어 보면 다 알게 되어 있어.”

 

참으로 억지스럽고 말도 안 된다고 오칠은 생각했다.

 

도대체 중이 세상을 겪으면 얼마나 겪는단 말인가. 고작해야 탁발이나 하고, 생불이니 뭐니 하는 말을 들으며 공손하게 차려주는 밥이나 먹으면서 살아온 중이 인생을 겪으면 얼마나 겪었겠느냔 말이다.

 

하지만 오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기가 그렇다는데 아니다, 라고 해보았자 늙은 중이 인정할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눈이구나.”

 

“제 눈은 원래 이렇게 생겨먹었습니다.”

 

“삐뚤어진 녀석하고는. 너도 내 나이가 되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다 알게 될 것이다.”

 

오칠은 늙은 중과 같은 나이에 자신은 다른 사람의 속내나 살피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자신을 감추는 것만큼 영리한 일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무림이란 세상은 더욱 그러하지. 남을 믿고만 있다가는 언제 등에 칼을 맞을지 알 수가 없는 세상이 바로 무림이라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다.”

 

오칠은 중이 별 소리를 다하네, 라고 생각하며 입으로 술잔을 기울였다.

 

“하나, 남을 믿지 못하는 것은 나 자신도 믿지 못한다는 뜻이다. 세상에 완전한 규칙이란 없는 법이다. 믿지 못할 사람이 너무나 많은 세상이지만, 상대적으로 믿을 사람이 생각보다 많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지. 다만 그걸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믿음과 거짓을 구별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이겠느냐?”

 

“…….”

 

오칠은 대꾸하지 않았다.

 

실상 광죽의 말을 이해할 수도 없었다. 오칠은 그저 광죽의 입을 막을 수 없기에 그냥 듣고 있을 뿐이었다.

 

“바보만 되지 않으면 된다. 꼭 진실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크게 속지 않고, 크게 속이지도 않고, 또 어느 정도 의심도 하지만, 나름대로 믿으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오칠은 내심 코웃음을 쳤다.

 

그게 무슨 바보 같은 인생이란 말인가. 바보가 되지 말라고 하면서 바보 같이 살아가는 인생에 대해 말하고 있는 광죽의 말을 오칠은 절대 인정할 수 없었다.

 

물론 어떤 사람은 광죽의 말을 평범함 속에서 진리를 찾는다는 뜻이 아닐까, 라고 말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평범함이란 현재의 환경에 그대로 순응하는 수동적이고 나태한 삶일 뿐이다.

 

노예로 태어나면 노예로서 살아가고, 가난하게 태어났으면 그냥 가난하게 살아가고, 부자로 태어나면 그저 부를 누리며 살아가고, 왕으로 태어나면 왕으로서 권력을 뽐내며 살아갈 뿐인 것이다.

 

그게 뭐란 말인가.

 

잘못된 삶이라는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무엇이건 자신만의 가치를 두어야 한다는 말이다.

 

살아가는 데에 적당하게, 라는 말은 있을 수 없다. 적당하게 어떻게 살아간단 말인가.

 

바로 오늘 한 끼를 때우기 위해 걱정해야 하는 사람에게 그냥 적당하게 하루를 보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사랑하는 여인이 있고 그 여인이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가는데 적당하게 잊으라고 말할 수 있는가?

 

오칠은 울컥 화가 치밀었다.

 

유원엽이었던 자신을 대신해 죽은 오칠도 그러한 인생의 굴레에 승복해야만 했기에 죽은 것이다. 오칠이란 아이가 승복했던 것이 아니라, 그 아비가 승복했고, 오칠은 그런 아비에게 승복했기 때문에 자신을 대신해 죽어야만 했다.

 

또 유원엽이었던 자신은 어떠한가.

 

어린 나이였기에 살 수 있다 해서 시키는 대로 오칠로 행세했다. 충복이 가문의 대를 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니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누가 자신을 대신해 죽는다는 걸 알고서도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그것이 자신이 누리는 삶이고, 그 아이가 감당해야 할 삶인 줄 알았으니까.

 

‘빌어먹을!’

 

오칠은 열이 오르는 머리를 식히기 위해 술잔을 입으로 기울였다.

 

벌컥벌컥.

 

이미 술기운이 돌고 있는 가슴에 다시금 화끈한 기운이 휘돌았다.

 

그러나 대신에 머리의 열기는 가라앉았다. 복잡해져가던 머릿속의 생각들도 단순하게 정리해버렸다.

 

어쩌면 광죽의 말에 화가 났던 것은 그 자신이 현재 적당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의미를 잃어버린 삶을 살아가고 있는 자신. 그래서 의미를 찾기 위해 백천맹으로 목운교를 만나러 가고 있는 자신.

 

그것이 화가 나는 이유였던 것 같다. 그냥 가진 것을 그대로 누리고 편안하게 수동적으로 살고 싶지만, 그런 자신을 용납할 수 없는 이중성 때문에 능동적으로 움직이려는 자신에게 화가 났다. 그리고 광죽이 그런 자신의 진실을 꿰뚫어보았다고 느꼈기 때문에 화가 난 것이고 말이다.

 

“오줌 싸고 자야겠습니다.”

 

오칠은 남은 술까지 모두 마셔버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가 녀석아, 여기 일이 끝나면 어디로 가려느냐?”

 

광죽이 힐끔 시선을 올리고 물었다.

 

“백천맹으로 갈 겁니다.”

 

오칠은 굳이 감출 것이 없었기에 시원스럽게 대답해주고는 잠들어 있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 나무가 우거진 곳으로 걸어갔다.

 

오칠은 바지춤을 내리고 오줌을 쌌다. 꽤나 많은 술을 마셨기에 굵직한 오줌 줄기가 앞으로 길게 쏘아져나갔다. 하지만 오칠은 그렇게 오줌을 싸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좌사에게는 별일 없다고 잘 전해.

 

오칠은 누구에게 전음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은형대(隱形隊).

 

천목보에는 추적, 암살, 매복 등을 전문으로 하는 무력대가 있는데, 바로 그들을 은형대라고 부른다. 그리고 지금 나무의 어두운 그림자 안에는 은형대의 대주인 자가 숨어서 오칠의 명령을 받고 있는 중이다.

 

천목보는 오칠의 종적이 묘연해졌다는 것을 알게 되자마자 은형대를 풀었고, 곧 수적들과의 싸움과 그로 인해 표류하게 되었다는 걸 파악하고 근방을 수색하다가 오늘 저녁 무렵에서야 오칠의 종적을 찾아냈던 것이다.

 

그리고 오칠이 그들의 존재를 알아채고 기다리라 했기에 지금껏 이곳에서 은신해 있었고 말이다.

 

―현묘채는 오칠님께 불경을 저지른 죄로 저희가 목숨 값을 받았습니다.

 

오칠은 그때의 싸움은 수적들 때문이 아니라, 괜한 다툼을 조장했던 백천맹 열혈군 애송이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에 대해 따지지 않았다.

 

천목보나 은형대는 자신들이 섬기고 있는 경외의 대상이 모욕을 받았다는, 그래서 수적들을 괴멸시켜야 할 명분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순전히 그들만의 가치 판단에 의한 명분이지만 말이다.

 

―열혈군의 아이들에겐 손을 대지 않았겠지?

 

―명령만 하시면 당장에 머리를 취해 바치겠습니다.

 

은형대 대주는 마치 먹고 싶은 과일이 있으면 바로 따다주겠다는 듯 너무도 쉽게 말하고 있었다.

 

그만큼 오칠에 대한 충성심이 깊다는 뜻일 것이다.

 

―아니. 그들은 그냥 놔둬. 괜한 소란이 생겨 좋을 것은 없으니까 말이야.

 

오칠은 애송이들까지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알아서 백천맹으로 갈 거니까 신경 쓰지 말고 이제 가봐. 아, 돈주머니 하나는 두고 가라.

 

―존명.

 

금세 은형대 대주의 존재감이 사라졌다.

 

세상에 오칠의 감각을 벗어날 사람은 없을 테니 완전히 떠났다는 의미였다.

 

“시원하다.”

 

오칠은 바지를 추스르고는 나무 그림자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묵직한 주머니 하나를 품에 넣었다.

 

그리고 잠자기에 알맞은 자리를 찾은 뒤에, 내일 다시 시작해야 할 노동에 대비하여 포근하고도 깊은 숙면에 젖어 들어갔다.

 

 

 

 

 

* * *

 

 

 

 

 

십이 일.

 

오칠이 장강을 표류하여 어촌 마을에서 지낸 기간이다.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린 시간이 사 일, 광죽 스님의 집요한 요청으로 마을의 재건을 위해 일한 시간이 팔 일. 그렇게 십이 일 동안 어촌 마을에서 머물던 오칠은 노백과 함께 마을을 떠나게 되었다.

 

‘그 늙은 중의 말이 계속 신경 쓰이는데…….’

 

오칠은 십여 개의 만두가 들어 있는 보자기 하나를 짊어지고 가벼운 몸으로 마을을 떠났지만, 광죽이 떠나가는 오칠의 등을 향해 언제 또 보게 될 것이라고 한 말에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의미 없는 인연을 만들고 싶지 않은데, 더구나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은 늙은 중과 계속해서 얽히게 될 것 같다는 불안감 비슷한 어떤 예감 때문이다.

 

‘그냥 무시하자.’

 

오칠은 머리를 흔들어 광죽에 대한 생각을 지웠다.

 

“얼른 가자. 너무 지체한 거 같다.”

 

노백은 마을에 조금 더 남아 일을 돕다가 갔으면 싶다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다가 오칠의 재촉에 걸음을 빨리 했다.

 

그리고 조금 뒤 경공까지 발휘하며, 그리고 노백의 미숙한 경신법에 대한 조언까지 하면서 가장 가까운 현이 나올 때까지 쉬지 않고 달려갔다.

 

공안현(公安縣).

 

오칠과 노백이 표류하게 된 곳은 출발지인 무한과 목적지인 은시의 중간쯤 위치한 공안현 부근이었다. 그리고 그곳 공안현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은 말을 두 마리나 사서 서둘러 은시로 방향을 잡았다.

 

이제는 더 이상 쓸데없이 지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혹시라도 그러한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객잔에서 제대로 쉬지도 않고, 말이 지쳐 죽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의 속도를 내며 움직여나갔다.

 

그리고 공안현을 떠나 말을 타고 간다고 해도 평균적으로 오 일 이상이나 걸리는 거리를 삼 일로 줄이며 백천맹이 터를 잡고 있는 호북 은시에 도착하게 되었다.

 

* * *

 

 

 

 

 

“시간도 늦었으니 일단 객잔에서 하루 자고 가자.”

 

오칠은 저녁 무렵에야 은시에 도착했고, 이제는 여유를 갖게 되었기에 객잔에서 씻고 피로를 풀 생각인 것이다.

 

“그러시죠.”

 

노백 역시 지친 것은 마찬가지였기에 두 사람은 말을 마방에 맡기고 모양이 제법 그럴 듯한 삼 층 객잔을 찾아서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십쇼!”

 

객잔에 들어서면 늘 그렇듯 점소이가 시원스런 인사로 맞이하고, 안에 있던 사람들은 아주 잠시 관심 어린 시선을 던졌다가 다시 그들만의 대화로 돌아갔다.

 

물론 노백이 하얀 가면을 쓰고 있어서 사람들은 좀 더 호기심 어린 시선을 주었지만, 그것도 아주 잠깐에 불과했다.

 

‘백천맹의 근거지라고 해서 무림인이 많은 것도 아니군.’

 

지금 시간은 사람들이 맛난 음식과 술 한잔으로 피로를 푸는 시간이었다.

 

그러니 보통 사람보다 더욱 활동적인 무림인들이 객잔의 많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정상이다. 더구나 이곳은 백천맹이 터를 잡고 있는 은시였으니 그러한 무림인이 더욱 많아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러나 오칠의 눈에 보이는 사람들 대부분은 무림인처럼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오칠은 곧 무림인들이 왜 많이 보이지 않는지 알게 되었다. 이곳 객잔은 이 층까진 주점으로, 그리고 삼 층은 객실로 되어서 오칠이 서 있는 일 층보다는 전망 좋은 이 층에 대부분이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들려오는 왁자지껄한 소리로 봐서 이 층에 꽤 많은 무림인들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방 있지?”

 

“예. 하나로 준비할까요?”

 

“아니, 둘로 해.”

 

덥수룩하게 풀어진 머리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오칠의 행색이 초라하여 돈이 별로 없을 것 같아 보였는데, 의외로 방을 두 개나 잡으니, 점소이는 새삼스럽게 오칠과 노백을 살피는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곧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잊지 않고 먼저 식사를 하시겠냐고 물었다.

 

“배고프군. 기름진 걸로 몇 가지 가져와. 마실 만한 술은 뭐가 있지?”

 

비어 있는 일 층의 중간 자리에 앉으며 오칠이 물었고, 점소이는 서봉주(西鳳酒)가 가장 좋은 술이라고 대답했다.

 

서봉주는 북송 때의 시인이며 식도락가(食道樂家)인 소동파가 ‘꽃이 피어 좋은 술을 마시니 어찌 취하지 않으리(花開美酒曷不醉)’라고 칭송할 정도로 향이 좋은 고급 술이었다. 물론 아무나 만들어 파는 가짜 서봉주는 동전 하나만 내밀어도 먹을 수 있지만, 이곳 객잔에서 파는 서봉주가 그런 가짜일 리 없는 것이다.

 

“그걸로 마시지.”

 

점소이는 가장 비싼 술인데도 망설임 없이 시키는 오칠에게 처음보다 더욱 공손한 자세로 머리를 숙이고는 주방으로 달려갔다.

 

오칠은 노백이 따라주는 찻물로 목을 축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성인 무협 소설 목록
번호 제목 조회
539 파계 2757
538 파계 2535
537 파계 2301
536 파계 2535
535 파계 2668
534 파계 2542
533 파계 2570
532 파계 2610
531 파계 2744
530 파계 2717
529 파계 2586
528 파계 2407
527 파계 2708
열람중 파계 2568
525 파계 2611
524 파계 2576
523 파계 2623
522 파계 2328
521 파계 2600
520 파계 25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