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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 144화

무료소설 파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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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파계 144화

파계 6권 - 19화

 

 

 

 

 

‘어쭈!’

 

순간적으로 증가한 도의 화려한 변화에 미세한 차이로 대응하지 못한 오칠의 신형이 서 있는 자리에서 뒤로 쭉 밀려났다.

 

아니, 스스로 물러난 것이다. 그대로 있었다면 묵철곤을 뒤덮어버리는 도기에 묻혀버렸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극에 이른 변화는 그 어떤 것도 삼켜버릴 수 있다!’

 

오칠의 후퇴에 내심 환호를 지른 상관석표는 바닥에 내려서는 순간, 다시 오칠을 향해 몸을 날렸다.

 

한 번 공세의 우위를 점했으니, 그대로 밀어붙이려는 것이었다.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군.’

 

오칠은 상관석표가 그의 생각 이상으로 뛰어난 도객임을 인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인정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지금 그는 곤법으로 혼을 내주려고 하기 때문에 상관석표가 만들어내는 도의 변화를 좇지 못한 것이지, 그 정도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어서 물러난 것이 아니었다.

 

무기를 통한 힘의 발출 방법의 미세한 차이는 오칠조차도 극복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나 할까.

 

그러나 지금 오칠이 펼쳐 보이려는 곤법은 상관석표가 보여주고 있는 절정의 환(幻)을 제압할 힘이 있었다. 각각의 무기에는 그 나름대로의 강점을 가지고 있고, 오칠은 그러한 곤의 강점을 살려서 상관석표의 도를 제압하려는 생각인 것이다.

 

‘좋아. 아주 멍청이는 아니니 빨리 끝내주도록 하지.’

 

오칠의 전신으로 강맹한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벽력뇌전마강(霹靂雷電魔쾝).

 

같은 백팔마공 중에 하나인 건곤대진력과 같은 강공이지만, 그에 비해 강맹함은 약간 떨어지는 마공이었다. 그러나 이 벽력뇌전마강의 기공을 통해서 펼치는 광마십삼곤(狂馬十三棍)에는 다른 무공과는 차별화된 힘이 있었다.

 

콰릉―

 

“……!”

 

오칠의 전면을 수많은 도기(刀氣)로 뒤덮어가며 압박하고 있던 상관석표는 귀를 아릿하게 만드는 통증을 경험함과 동시에 등줄기에 한 줄기의 섬뜩한 전율을 느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공력을 더욱 강하게 끌어올려서 도에 밀어 넣었다. 분명 그 묵직한 공력의 힘으로 도가 일으키는 변화의 크기가 작아지겠지만, 상관석표는 본능처럼 그렇게 해야 한다고 느꼈던 것이다.

 

콰쾅―

 

연무장의 중심이 큰 충격음에 휩싸이며 공간을 떨어 울렸다.

 

그 충격으로부터 밀려나오는 후끈한 열기에 사람들은 황급히 손으로 얼굴을 가로막아야 할 정도였다.

 

“어떻게 된 거지?”

 

“뭐야? 흙먼지 때문에 보이지가 않아!”

 

얼굴을 가렸던 사람들이 손을 내리고 연무장으로 다시 시선을 모았지만, 충격으로 인해 하늘로 넓게 피어올라 가라앉고 있는 먼지 때문에 상황을 파악할 수가 없었다.

 

사사사사사사―

 

한데, 그런 사람들의 귓전으로 미세한 소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소음의 근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갑자기 수십 개의 시퍼런 도기가 대기에 퍼져 있는 흙먼지를 헤집고 나와서 반대편을 향해 몰아치기 시작한 것이다.

 

도기가 헤집고 나온 곳엔 당연히 상관석표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기가 향하는 곳엔 오칠이 있는 것일까?

 

그 의문에 대한 대답은 하나의 뇌성(雷聲)이었다.

 

꽈릉―

 

사람들은 아무리 최고 장인의 손으로 만들어진 묵철곤이라 해도 어찌 저런 소리를 낼 수 있을까, 하고 의아해했다.

 

게다가 상관석표의 찡그린 표정을 보자면 그 소리엔 뭔가 남다른 힘이 내포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음공이라 짐작되는 그런 힘을 말이다.

 

그러나 뇌성이 음공이라는 사람들의 짐작은 맞았지만, 그 소리가 무기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람들의 착각이었다. 그 소리는 무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벽력뇌전마강의 공력이 광마십삼곤의 기묘한 움직임과 합해짐으로써 대기를 진동시키면서 만들어내는 소리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하나의 마공과 곤법이 합쳐지며 생겨나는 힘은 그 소리만이 아니었다.

 

콰쾅―

 

상관석표가 만들어낸 수십 개의 시퍼런 도기는 무성하게 자란 풀잎들이 폭풍에 휩쓸리는 것처럼 힘없이 나풀거리며 흩어져갔다.

 

‘도대체 이게 무슨 무공이냐!’

 

도기를 흩어지게 만든 그 힘에 의해 충격을 전해 받은 순간, 도의 끝에서부터 시작된 격렬한 진동을 이겨내기 위해 상관석표는 순양첨의기의 공력을 극성으로 운용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했는데도 오칠의 묵철곤이 뿜어낸 진동은 완전히 가라앉지 않고, 상관석표의 내부를 격렬하게 뒤흔들었다.

 

진동파(振動波).

 

벽력뇌전마강을 통한 광마십삼곤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힘이었다.

 

콰릉―

 

연이어 귓전을 고통스럽게 자극하는 뇌성이 터지고, 공간을 일그러트리는 진동파가 계속해서 상관석표를 향해 쏘아졌다.

 

‘크으…….’

 

막아도 막아도 내부를 강타하는 진동파의 충격으로 상관석표의 기혈은 조금씩 뒤틀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난다면 절대 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상관석표는 피가 배어나오도록 이를 악물며 모든 진기를 도에 밀어 넣었다.

 

“으아압―!”

 

상관석표의 어깨를 시작으로 팔꿈치, 손목이 기묘한 흔들림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분광삼십육절 최고의 초식 천하만단(天下萬斷)이 펼쳐지려 하는 것이다.

 

“막아야겠소!”

 

유신명이 불안한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른 두 군장도 동감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그들은 비무를 막기 위한 행동을 취하지 못했다. 눈으로도 좇기 힘들 정도로 빠르고 광폭하게 몰아치는 도기가 난무하는 공간을 무턱대고 달려가 막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타탁.

 

어찌해야 할지 난감해하기만 하는 두 군장들과 달리 유신명은 자리를 박차고 날아올라 무기들이 진열되어 있는 곳으로 내려섰다. 무기를 가져오지 않아서 수련용으로 진열되어 있는 창을 가지고 비무를 막으려는 것이다.

 

한데, 유신명이 창을 집어 드는 그 순간.

 

“……!”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엄청난 뇌성이 연무장으로부터 뿜어져 나왔다.

 

꽈르르릉―

 

‘으으…….’

 

상관석표의 눈동자가 붉게 충혈되어갔다.

 

그가 모든 공력을 소진하여 만들어낸 천하만단의 폭풍 같은 도기들이 부서져나가는 것을 보며 가슴이 터져버릴 듯한 착각을 느꼈다. 아니, 그건 착각이 아니었다. 공간을 격하고 전해져 오는 엄청난 진동파가 상관석표의 전신을 강타하여 내부를 뒤흔들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도기들이 하나하나 부서져나가고 있지만, 그의 몸이 으스러져라 진동파가 부딪쳐오고 있었지만 그는 아직 쓰러지지 않았고, 오칠의 공격도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었으니까.

 

조금만 참으면, 아주 조금만 참으면 반격의 기회는 남아 있다고 상관석표는 믿고 있었다.

 

핑―

 

그런데 그렇게 포기하지 않고 있는 상관석표의 귓전으로 짧고 날카로운 쇳소리가 들렸다.

 

“…….”

 

상관석표는 움직일 수 없었다.

 

모든 공세가 멈춘 지금이 반격을 할 수 있는 가장 적당한 때였지만, 그는 움직일 수 없었다. 그의 심장 바로 앞에 고정되어 있는 묵철곤, 더 정확히는 세 마리의 용이 묵철곤의 몸체를 타고 올라 머리를 모으고 있는 끝에 한기가 일 정도로 날카로운 송곳이 튀어나와 그의 심장을 겨누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죽는다!’

 

순간, 상관석표는 그렇게 생각했다.

 

묵철곤의 송곳이 그의 심장을 겨누고 있다는 것 때문이 아니라, 바로 코앞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는 오칠의 눈동자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죽일 거라고, 지금 바로 심장을 꿰뚫어 죽이겠다고.

 

오칠은 말이 없었지만, 광폭한 기운이 웅크리고 있는 그 눈동자는 그렇게 광기에 차서 울부짖고 있었다.

 

“멈추시오!”

 

유신명의 다급한 음성이 들려왔다.

 

그도 상관석표가 느꼈던 무언가를 똑같이 느낀 것일까?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유신명의 외침과 함께 오칠의 눈동자에 맺힌 광기는 씻어버린 듯 사라져버렸다. 그리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맑은 눈동자로 변하며 입가에 지어지는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오칠의 인상을 선하고 아름답게 만들었다.

 

“좋은 비무였소.”

 

오칠은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이 아주 잠깐 지군의 무리 뒤쪽으로 향한 것은 아무도 몰랐다. 그곳에는 상관석표의 호위를 맡고 있는 풍귀도 걸극이 있었고, 그는 허리에 차고 있는 도를 반쯤 뽑아들고 있었다. 아마 오칠이 조금이라도 늦게 물러났다면, 벌써 연무장으로 날아와 오칠을 향해 도를 휘두르고 있었을 것이다.

 

‘저런 자도 있었군.’

 

오칠은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게 자신에게만 향할 정도로 은밀한 살기를, 그리고 너무나 짙은 살기를 뿜어내는 걸극의 존재에 대해 아주 조금 흥미를 느꼈다.

 

하지만 오칠은 곧 그러한 마음을 거두었다. 그는 상관석표에게 약속대로 도를 받아서 어디론가 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와~!”

 

방금 전에 보았단 그 엄청난 비무에 경악하여 아무 말도 못하고 있던 사람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를 지르기 시작했다.

 

“와~!”

 

“우와~!”

 

함성 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는 듯 사람들은 박수를 치고, 환호 지르기를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환호를 받으면서도 상관석표는 조금도 기뻐할 수 없었다. 패했기 때문에. 그리고 오칠이 손을 내밀어 약속대로 그의 도를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

 

오칠은 상관석표에게 도를 건네받으며 빙긋이 웃었다.

 

그리고 극환의 기법을 펼치기 위해 일반적인 도보다 더욱 가볍게, 검법을 펼치는데도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의 모양으로 만든 도를 세심히 살펴보았다.

 

“좋은 도요. 이런 도를 가지고도 묵철곤을 갖고 싶다고 생각하다니 이해할 수가 없구려. 뭐, 어쨌든 고맙게 받겠소.”

 

오칠은 형식적인 포권을 취하고는 인군의 무리가 있는 곳으로 몸을 돌렸다.

 

“언제고…….”

 

인군의 무리로 사라져가는 오칠의 뒷모습을 보며 상관석표는 자그맣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뒷말을 완전히 잇지 못했다. 언제고 복수하겠다는, 꼭 복수하겠다는 그 뒷말은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마음에 품고, 속으로만 되뇔 뿐이었다.

 

 

 

 

 

제62장.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변화(變化)

 

 

 

 

 

환호와 격정, 그리고 승자와 패자가 얽혀 있던 연무장의 소란은 가라앉았다.

 

분명 다음 연무전이 있기 전까지 오늘의 이야기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주인공들에 대한 과장된 명성이 주변으로 퍼져나가리란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무림에서의 명성이란 대부분 그렇게 생겨나는 것들이었으니까.

 

‘그는 어디 있지?’

 

목운교는 그녀의 숙소로 혼자 걸어가며 생각하고 있었다.

 

열혈군에 들어온 뒤,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환호와 관심 속에서 저녁을 먹고, 그 뒤로도 한참을 더 인군의 후기지수들 사이에서 시달려야 했던 목운교는 술시(戌時:밤 7~9시) 말이 되어서야 간신히 혼자만의 자유를 얻은 것이다.

 

하지만 오늘 연무전의 두근거림은 아직까지도 목운교의 가슴을 후끈한 열기로 채우고 있었다. 앞으로 오늘과 같은 일이 다시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그래도 오늘만큼은 그러한 기쁨을 아무런 고민 없이 만끽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지금 목운교는 그러한 기쁨을 홀로 음미하기 전에 우선 한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연무전이 끝나고, 지군의 최고 후기지수를 굴복시킨 뒤 그 여운을 즐기지도 않고 사라진 사람.

 

오칠.

 

목운교는 그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알고 싶었다.

 

‘가볼까?’

 

목운교는 우뚝 멈췄다.

 

저 앞에 그녀의 숙소가 보였지만 그녀는 곧 다른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대총부가 있는 방향. 더 정확히는 백천맹을 찾는 손님들이 묵을 수 있게 숙소를 마련한 곳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사내가 나타나 목운교의 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

 

목운교는 자신의 앞에 나타난 사내, 목당민을 놀란 시선으로 바라봤다.

 

왜 그가 지금 이곳에 나타나 자신을 막아선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더구나 목당민의 붉어진 얼굴을 보니, 어디서 술이라도 마시고 온 것이 분명했다.

 

“목 누님.”

 

“…….”

 

“오늘 대단하시더군요. 언제 그렇게 무공이 높아졌습니까?”

 

비아냥거림 같기도 했지만 목소리에 담긴 느낌은 뭔가 달랐다.

 

“누님은 어릴 때부터 무척 열심이었죠. 가문의 무공을 익히겠다고 하루도 수련을 게을리 한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 모습은 언제나 날 감탄하게 만들었어요. 그렇게 노력했으니 분명 오늘의 일은 당연한 결과일 겁니다.”

 

목당민의 말을 들으며 목운교는 슬픔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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