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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 141화

무료소설 파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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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파계 141화

파계 6권 - 16화

 

 

 

 

 

사실, 누구를 경시하는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되지만, 인군의 후기지수들은 분명히 자신에게는 상대가 안 되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목운교는 몇 번 얼굴을 본 적은 있었지만, 그 외에는 거의 아는 것이 없을 정도로 존재감도 느끼지 못했던 사람이었다.

 

그건 무공을 단련하기 위해 모였다는 열혈군의 취지로 볼 때, 그만큼 무공이 뛰어나지 못하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래서 일옥은 그녀들을 지켜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이미 결과는 정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길게 시간을 끄는 것은 오히려 상대를 놀리는 것과 다름없다 여기고 빨리 비무를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타탁.

 

일옥은 바닥을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한매보(寒梅步)를 밟으며 목운교의 지척으로 빠르게 다가갔다.

 

슈악―

 

일옥의 검끝이 깔끔하게 공간을 타고 찔러가며 목운교의 허리를 노렸다.

 

창―

 

목운교는 반보 물러나는 것과 동시에 팔을 안쪽으로 당기듯 검을 들어서 일옥의 검을 막았다.

 

‘제법!’

 

일옥은 생각 이상으로 목운교가 잘 막아냈다고 인정하면서 손목을 뒤틀었다.

 

목운교의 검을 왼쪽으로 밀어내고 검을 찔러 넣으려고 하는 것이다.

 

“……!”

 

한데, 일옥의 마음과는 달리 그녀의 검은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목운교의 검에 밀려난 것이다.

 

스아악―

 

도리어 가슴에 허점이 생긴 일옥은 그녀의 가슴으로 지체하지 않고 밀고 들어오는 목운교의 검끝을 피해, 상반신이 사라진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빠르게 상체를 숙였다.

 

‘뭐지?’

 

일옥은 허리를 접은 채로 뒤로 쭉 물러나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챙―

 

그리고 곧바로 상체를 들고 계속해서 찔러 들어오는 목운교의 검을 쳐내면서 당황했다.

 

어떻게 목운교가 자신의 검을 막아내고, 이렇듯 쉽게 틈새를 찾아내 반격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상대는 고작 인군의 후기지수가 아닌가 말이다.

 

차창― 차차창―

 

힘껏 쳐낸 목운교의 검이 반원을 그리며 다시 밀고 들어오자, 일옥은 연달아 십여 번의 칼질을 한 끝에야 간신히 안전한 거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

 

“…….”

 

“…….”

 

“…….”

 

주변은 고요했다.

 

방금 전 숨 가쁘게 공수(攻守)가 오갔던 모습에 놀란 사람들의 입이 저도 모르게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목운교가 일옥을 몰아붙일 수 있었지? 하는 생각이 사람들의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나 할까.

 

“우연이겠지.”

 

“일옥 스님이 방심했군.”

 

잠깐의 고요함 뒤에 그런 말들이 사람들의 사이사이로 번져갔다.

 

그리고 일옥 스님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실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인군이라 해도…….’

 

상대는 한 가문에서 인정받고 열혈군에 들어온 후기지수였다.

 

일옥은 그제야 그런 생각을 했다.

 

사실, 목운교가 인정을 받아 열혈군에 들어간 것은 아니었지만, 실상을 알지 못하는 일옥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자신이 너무 안이하게 비무에 임했음을 반성했다.

 

“목 소저께 사과하겠어요.”

 

일옥의 말에 목운교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왜 자신이 사과를 받아야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일옥은 그 이상의 설명을 하지 않았고, 목운교도 왜 사과를 하냐고 묻지 않았다. 목운교는 지금 비무에 집중하는 것만 해도 너무 벅차서 다른 것에 의문을 가질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다시 상대의 검과 움직임에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운교는 변함없는 마음 자세였지만, 일옥은 이제야말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눈빛으로 목운교를 보고 있었다.

 

타탁.

 

한매보의 매끄러운 보법으로 움직인 일옥의 검이 난피풍검(亂披風劍)의 화려한 검영을 공간 가득히 채워나갔다.

 

샤샤샤샤샤샤―

 

서늘한 칼바람 소리와 함께 눈앞을 온통 뒤덮어버리는 검영을 보며 목운교는 당황했다.

 

할 수 있다고, 열혈군 여중제일고수를 상대로 당당히 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어가는 지금, 그녀는 모든 것을 뒤덮어버리겠다는 듯 눈앞을 가득 채우는 현란한 검영에 압도되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목 소저가 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순간, 목운교의 머릿속에 음성 하나가 번뜩였다.

 

그리고 그 음성은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누군가가 전음을 보내왔기 때문이라는 걸 깨닫게 된 순간, 목운교는 그대로 검을 앞으로 회전시키며 내뻗었다.

 

츠차차차차차창―

 

눈으로 셀 수 없을 정도의 수많은 검영이, 둥글게 원을 그리는 목운교의 검에 막혀 시끄러운 충격음을 터트렸다.

 

‘당신, 강하군요!’

 

일옥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더 이상 당혹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힘껏 싸울 수 있는, 자신의 힘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상대를 만났다는 것에 기뻐했다. 그래서 그녀의 신형은 아홉 개로 분리된 것처럼 보인다는 구전환영보(九轉幻影步)의 움직임을 따라 좌우로 흩어졌다.

 

“와~!”

 

“우와~!”

 

극성에 이르지 못해 아홉은 되지 못했지만, 일옥의 신형은 다섯 개로 분리되어 목운교의 좌우 정면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 분리된 신형은 자신들 모두가 환영이 아니라고 시위하는 것처럼 각자의 난피풍검을 펼쳐서 목운교의 앞에 수백 개의 검영을 만들어냈다.

 

스샤샤샤샤샤샤샤샷―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도 알 수 없을 검영의 환상 앞에서 목운교는 이를 악물었다.

 

‘내겐 어차피 한 가지밖에 없다!’

 

그녀가 당혹해했을 때 누군가가 보낸 전음처럼 다른 방법은 없었다.

 

상대가 수많은 극강의 검술을 펼쳐 그녀를 공격한다고 해도 자신이 대항할 수 있는 검법은 한 가지밖에 없는 것이다. 아버지가 전수해준 회풍무류검법. 바로 그 하나의 검법밖에는.

 

채채채챙― 채챙― 채채채채챙―

 

목운교의 검이 일옥이 만들어낸 수백의 검영 속으로 빠져들며 맞부딪쳤다.

 

태풍 속에서 흔들리는 갈대.

 

목운교가 차분하게 회풍무류검법의 초식대로 휘두르는 검은 그렇게 위태롭게 저항했다. 금방이라도 난피풍검의 검영 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잠식되어 힘을 잃고 부러질 것처럼 휘청거렸다.

 

하지만 목운교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의지를 따라 그녀의 검은 검영의 태풍 속에서 원을 그려가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는 제대로 그리지 못했던 그 원이 목운교의 검끝을 따라 선명하게 그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어떻게 된 거지?”

 

“글쎄, 이제는 승부가 날 만도 한데 말이야.”

 

지켜보는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들이 이제 곧 목운교가 검을 놓치고 뒤로 물러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생겨나는 웅성거림이었다. 그들의 눈에는 목운교가 간신히 일옥의 검에 맞서고 있는 것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승패가 갈리지 않으니 이상할 수밖에.

 

“놀랍군.”

 

천군 군장 유신명은 믿을 수 없다는 시선으로 연무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다른 군장들도 같은 심정이라는 듯 연무장을 보고 있었다. 특히 인군 군장 국신몽의 표정은 거의 혼이 빠져 있는 상태였다. 그는 목운교가 설마 일옥 스님과 평수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하며 접전을 펼치리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다. 또한 지금껏 목운교의 실력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기에 그 놀라움은 다른 이들에 비할 바가 아닌 것이다.

 

“목 소저가 저리 강했던가?”

 

“나도 모르겠네! 하지만 오늘 목 소저는 정말 대단하군!”

 

목운교와 같은 소속인 인군의 후기지수들도 그들의 군장과 거의 비슷한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

 

하지만 그들 모두의 놀라움과 천군 군장 유신명의 놀라움은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그들의 놀라움은 단순히 목운교가 아직까지 쓰러지지 않고, 일옥 스님과 접전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 기인한 것이었다. 그러나 유신명은 그렇게 접전을 벌이고 있는 목운교의 검법에 더 놀라움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완벽해!’

 

유신명의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랬다.

 

목운교의 검법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단순하지도 않았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원(圓)이라는 하나의 완성된 구형을 통해 검이 보여주어야 할 가장 안정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어찌 저런 검법을 아무도 몰랐던 거지?’

 

저 정도의 수준이라면 인군에선 거의 대적할 사람이 없을 것이 분명했다.

 

이기지는 못해도 최소한 지지는 않는 검법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무도 목운교의 검법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는, 심지어 군장까지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힘든 일이었다.

 

‘그렇다면 최근에 깨달음을 얻어 저 정도의 경지에 오른 것일까?’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목운교가 실력을 감추고 있던 고수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었으니까. 유신명은 설마 오칠이 며칠 동안 지적한 것과 그 지적을 빙자한 가르침을 통해, 목운교의 검이 완성에 이른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설마!”

 

“그래, 이거 어찌 될지 모르는 거야!”

 

목운교의 검끝에서부터 만들어지는 원이 검영을 밀어내고 점점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 눈에 확연히 들어오자, 인군의 후기지수들은 기대감으로 잔뜩 들뜨기 시작했다.

 

인군의 후기지수가 천군의 후기지수를 패배시키고 사상 처음으로 연무전 제패를 이뤄낼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그들을 흥분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아쉽군.’

 

하지만 오칠의 마음은 그런 사람들과는 달리 안타까움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는 목운교가 지금으로서는 일옥 스님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목운교가 당황할 당시에 전음을 날려 마음을 진정시켰지만, 그건 후회 없이 본신의 실력을 모두 발휘하여 비무에 임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지, 목운교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아니었다.

 

왜?

 

나중에는 모르지만 지금의 목운교는 극복할 수 없는 약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저 정도가 한계야.’

 

오칠은 지금부터 목운교의 검이 일옥의 검에 밀리게 될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느낌처럼 한 치의 물러남도 없이 검이 만들어내는 원의 영향력을 늘려가던 목운교가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유신명조차 눈치 채지 못했지만, 곧 모두가 알아챌 만큼 목운교의 검이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공력이 이어지지가 않아!’

 

목운교는 검이 힘을 받지 못하고 떨리는 것을 느꼈다.

 

단전에서 솟구치던 내공이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힘을 잃어가는 검의 움직임을 따라 목운교의 신형이 조금씩 뒤로 밀려나갔다.

 

‘이대로… 이대로!’

 

목운교는 이대로 지기 싫었다.

 

꿈에서도 감히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던 상대를, 간신히 완성한 회풍무류검법을 통해 이길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대로 허물어지기는 싫었다.

 

하지만 현실은 원하는 대로 흘러갈 수만은 없는 법이었다.

 

쨍―

 

더 이상 공력이 받쳐주지 않는 목운교의 검은 일옥이 만들어내는 검영에 견디지 못하고 부러졌고, 목운교는 손목으로부터 전해지는 충격에 뒷걸음질 치며 물러나야 했다.

 

“그만!”

 

유신명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하지만 유신명의 외침이 있지 않았더라도 이미 일옥은 가쁜 숨을 내뱉으며 공세를 멈췄고, 반토막 남은 검을 놓치지 않은 채 간신히 쓰러지지 않고 버틴 목운교도 더 이상은 싸울 수가 없는 상태였다.

 

“천군 일옥 스님이 이겼소.”

 

“와!”

 

“우와!”

 

사람들은 일옥을 향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일옥은 그런 환호와는 상관이 없다는 듯 힘없는 얼굴로 서 있는 목운교에게 다가가 정중하게 합장을 해보였다.

 

“목 소저, 정말 좋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일옥 스님…….”

 

목운교는 일옥의 눈동자에 담긴 진심을 보았다.

 

열혈군 여중제일고수라고 하는 일옥이 지금껏 겨루었던 상대들 중에서 그녀가 최고의 상대였다고 눈빛으로 말하는 걸 목운교는 분명하게 전해 받은 것이다.

 

짝짝짝짝!

 

“목 소저, 훌륭했습니다!”

 

“최고의 비무였소!”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목운교를 향해 찬사를 보냈다.

 

그들은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던 목운교가 오늘 그 어느 비무보다 훌륭한 비무를 선보였다는 것에 진정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그리고 군장들까지도 일어나 박수를 치면서 오늘 연무전의 주역은 우승을 한 일옥 스님이 아니라, 목운교라는 것을 말해주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목운교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얼굴로 포권을 취하면서 사방으로 인사를 했다.

 

그리고 정말 대단했다고 환호성을 지르며 맞이하는 인군 후기지수들의 환대를 받으면서 그녀가 앉았던 자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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