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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 140화

무료소설 파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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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파계 140화

파계 6권 - 15화

 

 

 

 

 

팅― 티티티티팅―

 

한 치 앞까지 바짝 날아온 금륜이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검에 맞아 이리저리 기우뚱거리고, 일옥이 크게 원을 그리며 물러나면서 계속해서 검을 휘둘러 방어막을 치자, 금륜은 결국 힘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종상원이 생각했던 무기의 이점이나, 힘과 기세의 차이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일옥은 완벽하게 금륜을 막아낸 것이다.

 

“우와!”

 

“최고다!”

 

일옥의 정확하고, 세밀한 방어에 감탄한 환호성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의 환호가 들리는 중에도 종상원은 실망하지 않았다.

 

그에겐 하나의 금륜이 더 있었고, 방금 전의 공격만으로도 충분히 일옥의 힘을 빼놓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엔 왼쪽으로 몸을 움직이며 일옥을 향해 금륜을 날렸다.

 

사사사사사―

 

물러나던 걸음을 멈춘 일옥의 시선이 날아오는 금륜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물러나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닫고 바닥을 박차며 앞으로 몸을 띄웠다.

 

슈악―

 

공간을 갈라버릴 듯 날아오는 금륜을 향해 일옥의 검이 휘둘러졌다.

 

그것은 보는 이들에게 칼같이 매서운 바람이 먼저 생겨나고, 뒤이어 검이 움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으켰다.

 

슈샤샤샤― 샤샤샤샤샤―

 

일옥의 빛나는 눈동자를 따라 하늘거리는 흰색 가사는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고, 꽃망울이 터지는 듯 갑작스럽게 뻗어나가며, 고고한 학의 날갯짓처럼 멋스러운 일옥의 자태에서 천지사방을 아우르는 검풍의 사나움이 싸늘하게 정면을 메워나갔다.

 

아미파의 비전검법 난피풍검(亂披風劍)의 화려한 검영을 만들어내는 일옥의 모습은 그렇게 아름다웠다.

 

“헉!”

 

일옥이 쉽게 막아낼 수 없도록 십 성의 공력을 담아 금륜을 날렸고, 그 사이에 바닥에 떨어진 금륜을 재빨리 집어 들려고 했던 종상원은 헛바람을 집어삼키며 오른쪽으로 급박하게 몸을 틀었다.

 

‘잡았다!’

 

눈앞을 가득 메우는 검영의 바다에서 가까스로 몸을 피해낸 종상원은 그의 손에 잡힌 금륜의 촉감에 만족해하며 웃었다.

 

그리고 조금의 틈도 없이 그를 향해 검을 휘둘러오는 일옥의 너머로 나뒹굴고 있는 또 하나의 금륜을 바라보았다.

 

‘하나로는 힘들다!’

 

조금 전이었다면 하나의 금륜으로도 상대할 수 있지 않을까 했었지만, 지금 시야를 가득 채우는 일옥의 검영을 보고 있자니 그러한 자신감을 가지기가 힘들었다.

 

역시 아미파의 촉망받는 제자 열화검 일옥은 그 명성만큼이나 강력한 상대인 것이다.

 

‘우선 두 개의 금륜을 들어야 한다!’

 

종상원은 뒤로 훌쩍 뛰어서 두 장이나 물러났다.

 

“하압―!”

 

바닥에 내려선 순간, 종상원은 기합을 지르며 오른발을 뒤로 빼고서 땅바닥을 힘껏 내리찍었다.

 

오른발을 땅에 박아서 하체에 더욱 강력한 힘을 부여하려는 것이다.

 

쿵―

 

종상원은 발목까지 파고든 오른발을 축으로 해서 금륜을 잡은 오른손을 허리 뒤로 돌렸다가 앞으로 있는 힘껏 내던졌다.

 

싸아아아앙―

 

소름 끼칠 정도로 굵직한 회전력이 실린 금륜이 날아가는 길을 따라 공기가 요동치며 좌우로 밀려났다.

 

“……!”

 

일옥은 금륜을 막아서지 않았다.

 

막을 수는 있었지만 적지 않은 충격을 감수해야 했고, 그 충격을 감수하는 순간의 틈을 종상원이 놓칠 리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타탁.

 

바닥을 차고 등천능운십팔식(騰天凌雲十八式)의 신법으로 솟구쳐 발 아래로 금륜을 흘려보낸 일옥은 공중제비를 돌며 종상원을 향해 날아갔다.

 

종상원은 무기가 없음에도 일옥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권(拳)이나 퇴(腿)로 맞서려는 걸까?

 

쉭―

 

어느 순간 공중제비를 멈춘 일옥은 땅으로 떨어져 내리는 그대로 종상원을 향해 검을 찔렀다.

 

단순한 찌르기였지만 종상원은 똑바로 달려오고 있었고, 찔러가는 검의 속도는 피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끝났다!’

 

사람들은 그 순간, 군장들이 비무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 명의 군장과 총관은 비무가 위험한 상황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아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군장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지군, 인군 군장과 총관은 비무를 정지시키려고 했지만, 천군 군장인 신창(神槍) 유신명이 그러지 못하도록 막았다.

 

쩡―

 

순간, 짜릿할 정도의 맑은 쇳소리가 장내를 떨어 울렸다.

 

그리고 사람들은 검을 찔러가던 방향과 반대로 몸을 튼 일옥의 검이 그녀의 뒤쪽에서 날아오던 무언가를 쳐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금륜.

 

정확히는 일옥의 검에 반 정도가 잘려져서 바닥으로 떨어진 금륜이었다. 종상원이 땅에 발을 박아 넣으면서까지 힘을 내서 날렸던 금륜이 되돌아와 일옥의 등을 노렸던 것이다.

 

그리고 일옥은 그런 종상원의 속셈을 진즉 눈치 채고, 시종 그 금륜이 되돌아올 것에 대비하다가 적절하게 막아낸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그처럼 빠르게 회전하는 금륜을 막아낸 시기적절한 대응과 금륜을 절반이나 잘라낸 능력은 찬사를 보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대단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되오.”

 

천군 군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목적했던 대로 바닥에 떨어져 있던 금륜을 집어 드는 데 성공한 종상원은 순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소리칠 뻔했다.

 

하지만 그 자신도 인정하고 있었던 것처럼 하나의 금륜으로는 일옥을 상대할 수 없었다. 아니, 두 개의 금륜이 온전히 그의 두 손에 남아 있다고 해도 일옥에게는 아직 안 된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더 단련해야겠군.’

 

“일옥 스님, 내가 졌소.”

 

종상원은 정중히 포권을 하고 패배를 시인했다.

 

일옥 역시 종상원에게 합장을 하고, 좋은 경험을 쌓았다는 말을 하면서 사람들의 환호를 뒤로하고 그녀가 있던 천군 후기지수들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종상원도 자신의 잘려진 금륜을 챙겨서 그가 있던 지군 자리로 가서 앉았다.

 

 

 

 

 

* * *

 

 

 

 

 

첫 번째 비무가 천군 소속인 아미파 일옥 스님의 승리로 끝나고 연이어 세 번의 비무가 벌어졌다.

 

지군과 인군, 천군과 인군, 그리고 천군과 지군의 후기지수들이 짝이 되어 비무를 벌였다. 나름대로 운이 좋다 할 수 있게 모두가 다른 소속의 후기지수들끼리 비무를 한 것이다.

 

그렇게 연이어 벌어진 일차 비무는 천군 세 명과 지군 한 명, 그리고 인군 한 명이 남게 되는 것으로 끝났다. 그러니까 천군은 처음 참가했던 세 명의 대표 모두가 남았고, 지군은 한 명이 간신히 남은 것이다. 그리고 인군은 목운교가 부전승으로 올라가는 행운을 얻었지만, 누구도 인군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오칠은 예외였다. 그는 군장들이 옆에 자리를 마련하고 와서 앉으라는 정중한 제의를 거절하고, 인군의 후기지수들 사이에서 조용히 앉아 있었다.

 

하지만 오칠은 다른 비무에는 관심도 없었고, 그의 앞쪽에서 초조함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는 목운교를 걱정스런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떨림이 진정되지가 않아.’

 

목운교는 매우 긴장해 있는 상태였다.

 

차라리 비무자로 뽑혀 일찍 패하고 마음 편히 앉아 있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연무전은 그러한 목운교의 바람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이차 비무는 천군과 지군, 천군과 천군끼리 행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목운교는 다시 부전승으로 삼차전에 올라가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 놀랍고, 황당하기까지 한 이 우연의 연속은 끝나지 않았다. 삼차전에서는 천군과 천군이 붙고 목운교가 또 부전승으로 결승에 오르게 된 것이다.

 

인군 소속 후기지수의 결승(決勝) 진출.

 

연무전이 만들어지고, 천지인의 후기지수들이 기량을 겨루게 된 지도 벌써 삼 년. 하지만 지금껏 인군의 인물이 결승에 올랐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니, 삼차전조차도 올랐던 인군 후기지수가 없었다.

 

더구나 단 한 번도 싸우지 않고 결승에 오르다니. 다른 군의 대표들도 겪어보지 못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놀라움 중에도 대부분의 열혈군 후기지수들은 그렇게 결승에 오른 목운교에 대해 동정을 느끼고 있었다. 실력도 없는데 결승에 올라 열혈군 여중제일고수와 겨루게 되었으니, 불쌍하다 생각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어이없어 하고, 황당해하고, 코웃음치고, 천군 결승자의 낙승을 이야기하면서도 비무자들의 소개와 함께 연무전 마지막 비무는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천군(天群) 일옥 스님! 인군(人群) 목운교 소저!”

 

 

 

 

 

* * *

 

 

 

 

 

누구지?

 

대내부총관 남번섭이 결승 비무를 벌이는 비무자들의 이름을 호명하자, 당연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아해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왜?

 

일옥 스님이야 워낙 유명하니 잘 알고 있지만, 그 상대로 싸우는 목운교란 여인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열혈군은 물론, 인군에서조차 존재감이 미미하니 연무장을 둘러싼 구경꾼들에게 더욱 생소한 이름일 수밖에 없었다.

 

“목 소저,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시오.”

 

같은 인군의 사람들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목운교에게 한마디씩 건넸다.

 

목운교는 그런 이들에게 긴장감을 지우지 못한 웃음을 지으며 알겠다는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다 문득 그녀의 시선이 뒤에 있는 오칠에게 향했다.

 

“…….”

 

오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목운교를 걱정하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 지난 며칠 동안 목운교의 수련을 가감 없이 꼬집으며 비판하던 오칠의 표정 그대로였다.

 

‘이상하네.’

 

목운교는 그런 오칠의 표정을 보며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분이었다. 오칠은 아무 말도, 아무 표정도 짓고 있지 않았지만, 목운교는 그 얼굴을 보고 떨리던 가슴이 진정되어갔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오칠의 무엇이 그녀의 마음을 진정시켜버린 걸까?

 

하지만 목운교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의 변화였기에 어떠한 해답도 얻을 수 없었다. 그저 오칠의 얼굴을 보니 지난 며칠 동안 그에게 지적받았고, 그래서 많은 것을 깨닫고 고칠 수 있었던 회풍무류검법을 편안하게 펼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목 소저의 별호가 무엇이오?”

 

열혈군(熱血群) 지군(地群)의 군장 곡제운이 인군 군장 국신몽에게 물었다.

 

“별호는 없소.”

 

“정말이오?”

 

곡제운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보통 별호란 그 인물의 무공적 특성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처음 보는 것처럼 얼굴이 생소한 목운교가 어떠한 무공을 익혔는지 별호로 짐작해보려고 했던 것인데, 그럴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직접적으로 물었다.

 

“목 소저는 검을 익힌 것 같은데, 검법의 이름이 무엇이오?”

 

이번엔 국신몽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확실하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

 

“아마도 회풍무… 뭐라는 검법이었을 것이오.”

 

곡제운과 유신명은 한심하다는 눈으로 국신몽을 바라보았다.

 

어찌 군장이란 자가 그 소속의 후기지수가 어떤 무공을 사용하는지도 잘 모른단 말인가.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럴 만하다는 생각도 했다. 그들도 그러한 이름의 검법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보통 열혈군에 들어올 정도의 후기지수 가문이라면 무림에서도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곳이고, 그래서 그 가문의 무공 역시도 한 번쯤 들어보았을 터인데 전혀 귀에 익지 않은 낯선 이름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곡제운은 목운교가 어느 문파의 사람이냐고 물었다.

 

“산서금검문이오.”

 

“산서금검문? 거긴 금검표국이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가문이 아니오? 내가 알기로 그곳의 성명절기는 건곤금검식일 텐데. 우리 지군에 있는 목당민 소협이 바로 그 금검표국의 사람이라서 내가 잘 알고 있소이다. 아,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의 성이 같군.”

 

“언뜻 듣기로 목 소저는 산서금검문의 양녀라고 들었소.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그건 확실하오.”

 

“흠, 그렇다면 목 소저는 산서금검문이 아니라, 본래 그녀 가문의 무공을 익혔을 수도 있겠군. 어디 어떤 검법인지 한번 지켜봅시다.”

 

하지만 그렇게 지켜본다고 말은 했지만, 군장들은 목운교에 대해서나 그녀가 익힌 회풍무류검법에 대해서 크게 기대를 갖고 있지 않았다.

 

특성이 있는 뛰어난 검법이었다면 진작 열혈군 전체에 소문이 나서 그들도 알고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시작하시오!”

 

대내부총관이 비무의 시작을 알린 뒤 연무장에서 나가자, 일옥과 목운교는 각자 검을 뽑아들어 서로를 견제하는 자세를 취했다.

 

‘특별히 예기가 느껴지지는 않는데.’

 

일옥은 왼쪽으로 위치를 옮기는 자신의 움직임을 따라 역으로 돌고 있는 목운교의 자세를 살피며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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