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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 135화

무료소설 파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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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파계 135화

파계 6권 - 10화

 

 

 

 

 

“당신과 대화를 하는 것 자체가 내게 무가치한 일이에요. 그러니 이제 그만 돌아가 주셨으면 좋겠어요.”

 

“수련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까?”

 

“네, 그래요. 난 당신이 무슨 말을 하든지 수련을 할 거니까요.”

 

“소용없는 짓입니다.”

 

무엇이 소용없다는 말인가.

 

수련을 해보았자 더 이상 강해질 수 없다는 말인가?

 

목운교는 화가 났지만,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는 듯 검을 크게 휘저었다. 그리고 회풍무류검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검끝이 흔들립니다.”

 

오칠이 말했다.

 

그는 목운교가 검법을 펼칠 수 있도록 뒤로 물러나긴 했지만, 그녀의 요구대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게다가 목운교의 동작 하나하나를 지적하기 시작했다.

 

“내민 다리를 더 당겨야 합니다.”

 

“…….”

 

“몸을 돌릴 때 어깨를 한 치 정도 더 낮춰야 합니다.”

 

“…….”

 

“앞으로 뛰어들 때는 균형을 잃지 않을 정도로 낮게 도약해야 합니다.”

 

“…….”

 

마치 목운교의 모든 동작이 엉망이라는 듯 오칠은 하나하나 조목조목 지적을 했다.

 

그리고 오칠의 한마디가 들려올 때마다 목운교는 이를 악물었다.

 

“검이 충분히 원을 형성하…….”

 

“그만!”

 

목운교가 갑자기 동작을 멈추고 소리쳤다.

 

이전까지는 오칠이 하는 말들을 무시하고 있었지만, 그녀 자신도 느끼고 있던 문제를 지적받자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당신은 날 가르치려고 하는 건가요!”

 

오칠은 웃었다.

 

“목 소저가 원한다면 제대로 가르쳐드리죠.”

 

“필요 없어요!”

 

“왜죠?”

 

“당신의 도움 같은 것은 필요 없으니까요!”

 

“당신은 그 검법으로 강해지고 싶은 것이 아닙니까?”

 

“……!”

 

오칠의 물음에 목운교는 아무 말도 못했다.

 

하지만 곧 분노했다.

 

“난 오랫동안 수련했어요! 그 누구도 나보다 이 검법을 잘 알고 있지 못해요! 그런데 당신이 나보다 더 이 검법을 잘 알고 있다는 건가요!”

 

목운교는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회풍무류검법은 가문의 무공이었고, 지금은 그녀만의 무공이다. 그러니 오칠이 그녀보다 잘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오칠은 당연하다는 듯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목 소저가 펼치는 검법은 그리 어려운 검법이 아니니까요.”

 

“……!”

 

“강해지고 싶다면 나의 조언을 듣는 것이 좋을 겁니다.”

 

“사라져요!”

 

“…….”

 

“당신 같은 사람은 질색이야! 난 당신의 조언 같은 것은 필요 없으니 당장 내 앞에서 사라져요!”

 

목운교는 연무장이 떠나가라 소리쳤다.

 

아마도 그녀를 알고 있는 사람이 여기에 있었다면 그녀가 이처럼 분노하여 소리치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고 말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오늘은 일단 돌아가죠. 조금 전에 내가 말해준 정도만 해도 어느 정도 충분할 테니까요.”

 

오칠은 포권을 취하며 분노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목운교에게서 몸을 돌렸다.

 

‘미안하지만 앞으로 한동안은 너의 미움을 받아야겠다.’

 

오칠은 목운교가 노하여 소리치고, 화를 낸 것에 만족했다.

 

가슴에 꽁꽁 얼어 있는 무언가를 끄집어내려면 저런 감정의 분출이 필요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마음의 문까지 열리게 될 것이라 오칠은 믿고 있었다.

 

물론 그렇게 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오칠이 할 수 있는 일은 이 정도뿐인 것이다.

 

 

 

 

 

* * *

 

인군 연무장.

 

검과 도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움직임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한 시진가량 지루하다고 생각될 정도의 수련을 마친 후기지수들은 군장의 말을 듣고 있었다.

 

“모두들 알고 있겠지만 열흘 뒤에 연무전이 있소. 그래서 지금 선출된 대표를 호명하겠소.”

 

연무전(演武戰).

 

세 달에 한 번씩 각 군에서 세 명을 뽑아 비무를 연다. 말 그대로 무공을 연습한다는 의미의 비무전이었다.

 

다만, 안전을 위해 날을 세우지 않은 수련용 무기를 사용하는 점이 보통의 비무와 다를 뿐이었다.

 

“일단(一團) 목운교 소저, 삼단(三團)…….”

 

“……!”

 

군장의 호명이 계속 이어졌지만, 목운교의 귀에는 다른 사람의 이름 같은 건 들려오지 않았다.

 

오직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었다는 것에 정신이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내가?’

 

목운교는 연무전이 만들어진 삼 년 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대표로 뽑힌 적이 없었다.

 

세 달에 한 번씩 벌어지는 연무전이기 때문에 돌아가면서 사람을 뽑기는 했지만, 인군에는 그녀보다 실력이 뛰어난 후기지수들이 많았고, 그 구성원은 다른 군에 비해 자주 바뀌었기 때문에 늘 새로운 실력자들이 들어와, 목운교가 대표로 뽑힐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러니 지금과 같은 갑작스런 대표 선출은 그녀를 당혹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목운교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녀 자신이 대표로 뽑힐 실력이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늘 노력했지만, 여전히 다른 동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실력이었고, 지금이라고 새삼 그 평가가 달라질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 자신이 생각해도 아직 자신은 대표로 뽑힐 실력이 아니었다. 아니, 영원히 그렇게 되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그녀 자신도 놀라고, 다른 동료들도 의아한 눈으로 군장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무리 세 달에 한 번 주기적으로 하는 행사고, 다른 군에 비해서 크게 비중을 두고 있지 않다고 해도 최소한 망신을 당하지 않을 사람이 나가야 한다는 것이 모두의 생각이기 때문이었다.

 

“국 군장, 한 가지 청할 것이 있소.”

 

모든 사람들이 목운교의 선출에 대해 의문을 느끼며 분위기가 어수선한데, 갑자기 오칠이 앞으로 나섰다.

 

“말씀해 보십시오, 오 장문인.”

 

하지만 말을 듣기도 전에 군장은 혹시 오칠이 연무전에 나서보겠다는 청을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보았다.

 

연무전은 각 군에 속한 후기지수들의 경쟁을 도모하기 위한 행사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고하가 구분되어지고, 그 승패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군장들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경쟁 심리를 팽창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인군 군장은 그러한 경쟁에서 완전히 멀어져가고 있었다.

 

열혈군은 어차피 그 개개인의 노력으로 실력을 향상시키는 체제이고, 그래서 인군은 천군이나 지군의 고등한 수준을 따라갈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포기했다고 하더라도 가슴에 남는 찌꺼기는 있는 법. 그래서 혹시 오칠이 인군의 대표로 참가하여 아주 잠시나마 군장의 자존심을 살려주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대는 그냥 기대로 끝나고 말았다.

 

“견학자로서 연무전에 참가할 수는 없지만, 그에 참가하는 대표들의 마음가짐을 느껴보고 싶소. 해서 대표분들 중에 한 분이 수련하는 것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게 해주시오.”

 

한마디로 대표 중에 한 명과 연무전이 있을 때까지 같이 움직이겠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냥 지켜보면 될 것을 오칠은 왜 그러한 요구를 하는 걸까?

 

이유는 간단했다. 합동 수련 외의 시간에는 비전무공 수련에 치중하는 후기지수들이 옆에 바짝 붙어 구경을 하는 오칠을 그냥 방관하고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오칠은 강제성을 얻기 위해 정식으로 요청을 한 것이다.

 

“……?”

 

군장은 꼭 그럴 필요가 있나, 하는 의아한 시선으로 봤다.

 

하지만 오칠이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 전폭적으로 지원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기에 군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누구를?”

 

“흠, 아무래도 목운교 소저가 좋을 것 같소.”

 

“알겠습니다.”

 

군장은 멍해 있는 목운교를 힐끔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후기지수들과 달리 목운교는 무공을 숨길 것이 없었기에 딱 알맞은 인물이라 여긴 것이다.

 

어쨌든 흔쾌한 승락에 오칠은 흡족하다는 미소를 지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첫날도 심상치 않더니, 오칠이 노골적으로 목운교에게 관심을 표명하고 있으니 사람들이 의아해하는 것이다.

 

사실 인군의 후기지수들은 남녀를 떠나서 오칠이 왜 목운교에게 관심을 가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이 볼 때 목운교는 어떤 점을 보더라도 오칠의 관심을 끌 만한 점이 없는 것이다. 미모나 가문, 무공 실력을 보더라도 그녀보다 나은 여인들이 인군에는 너무나 많았으니까.

 

“그럼 오늘 수련을 마치겠소.”

 

후기지수들은 술렁거리며 흩어졌다.

 

그리고 목운교는 서둘러 군장에게 다가갔다.

 

“군장님, 왜 저를 대표로 뽑으셨나요?”

 

“그게 무슨 말이오?”

 

“인군에는 저보다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제가 어찌 월등히 무공이 뛰어난 천군과 지군의 사람들을 상대할 수가 있겠습니까?”

 

군장은 고개를 저었다.

 

“목 소저는 연무전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소. 연무전은 승자를 만들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누군가와 무공을 겨루고 자신의 실력을 시험하는 자리요. 그런 비무에는 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는 것이오. 그저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하여 스스로 더욱 단련할 수 있는 계기를 얻는 것이 연무전에 참가하는 진정한 의미라 할 수 있소.”

 

그러니 자신이 왜 뽑혔는지 의문을 가지지 말고,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최선을 다해 수련하여 편안하게 대비하라고 군장은 말했다.

 

물론 군장의 말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말이 아니었다. 그 처음의 취지가 어떠하든 연무전은 승자와 패자를 만들었고, 소속과 상관없이 우정을 나누던 친구들을 갈라놓는 등등의 문제점까지 계속해서 발생시켰으니까.

 

사실, 대표로 목운교를 뽑은 것은 군장이 더 이상 인군에 기대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천군과 지군의 후기지수들이 펼치는 격렬한 경쟁 관계에 비해서 인군의 후기지수들은 전혀 의욕을 보이지 않고 있고, 그래서 군장도 크게 의미를 두고 대표를 뽑지 않은 것이다.

 

한마디로 목운교가 인군에 오래 있었으니, 이제 한 번 대표로 내보낼 때도 되었다, 하는 마음으로 뽑은 것이다. 물론 목운교의 노력하는 모습이 군장에게도 남다르게 보였다는 이유도 있었다.

 

어쨌든, 군장은 연무전의 이상적인 방향을 그저 형식적으로 목운교에게 설명한 것뿐이었다.

 

하지만 군장의 말은 목운교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현실이 어떠하든 목운교는 군장이 말했던 연무전의 의미를 순수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그럼 열흘 뒤에 봅시다.”

 

연무전에 참가하는 대표는 합동 수련에 참가하지 않아도 되었고, 그래서 군장이 그리 말한 것이었다.

 

하지만 목운교는 수련에 빠지지 않겠다고 했다. 개인 수련은 합동 수련 외에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알겠소.”

 

군장은 역시 노력하는 점만큼은 인군에서 목운교를 따라올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며 연무장을 떠났다.

 

“축하합니다, 목 소저.”

 

지금껏 연무장을 떠나지 않고 있던 오칠이 웃으며 다가왔다.

 

그러나 그는 목운교의 불쾌한 시선을 받았다.

 

“왜 그런 요구를 한 거죠?”

 

“나쁜 의도는 없습니다. 그냥 순수하게 지켜보고 싶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목운교는 오칠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리고 오칠도 목운교가 믿어주리라 생각지 않았다. 사실, 목운교가 대표로 뽑히지 않았다면 하지도 않았을 요구였으니까.

 

“제발 내게 가까이 오지 마세요. 분명히 말하지만, 난 당신을 싫어해요!”

 

“그렇습니까? 하지만 이미 결정된 일입니다. 목 소저는 내가 구경하는 걸 거부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란 사람은!”

 

“역시 같은 시간에 연무장에서 수련할 겁니까?”

 

“…….”

 

“그럼 그때 보죠. 어제 마무리 짓지 못했던 저녁 약속을 지키라고 하고 싶지만, 괜히 목 소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참겠습니다.”

 

“…….”

 

“그럼.”

 

오칠은 곧 연무장을 떠났고, 목운교는 정말 싫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숙소로 향했다.

 

 

 

 

 

* * *

 

 

 

 

 

달빛을 받으며 선 목운교는 가만히 자신의 검을 내려다보았다.

 

거의 두 시진 가까이 검법을 펼친 그녀의 온몸에선 서늘해진 밤공기를 나른하게 만들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조언을 해도 됩니까?”

 

“…….”

 

바닥으로 늘어트리고 있던 검을 바라보던 목운교는 억지로 고개를 돌려 땅바닥에 느긋하게 앉아 있는 오칠을 쳐다보았다.

 

오칠은 그녀가 처음 검법을 펼친 때부터 지금까지 저렇게 앉아 있었다. 그리고 지난 삼 일 동안 그래왔듯이 그녀의 동작 하나하나를 지적하며 그녀의 자존심을 긁었다.

 

그런데 새삼스럽게 조언을 해도 되냐고 의향을 묻는 것이다. 놀리기라도 하겠다는 걸까?

 

“조언이 필요 없습니까?”

 

지난 삼 일 동안 목운교는 오칠의 말에 어떠한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칠은 그녀의 반응에 상관없이 그가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어디가 어떻게 느리고, 어디가 어떻게 빠르며, 어느 부위의 회전이 짧다는 등등의 이야기들이었다. 그러나 목운교는 그런 오칠의 모든 말을 대꾸도 않고 무시했다.

 

그런데 목운교 자신도 웃기다고 생각하는 건, 오칠의 말을 무시하면서도 그녀 자신도 모르게 오칠의 말을 따라 동작을 고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왜?

 

특별히 다른 이유는 없었다. 오칠의 지적은 틀린 점이 없었고, 목운교의 몸이 본능적으로 그걸 깨닫고 따랐을 뿐이었다. 그리고 목운교는 자신이 그렇게 오칠의 말을 따라 고쳤다는 걸 수련을 마치고 나서 나중에야 깨닫게 되곤 했다.

 

뒤늦게 그걸 깨닫고는 아무리 오칠의 말대로 하지 않으려 해도, 그녀의 몸이 저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고치고 있어서 그녀도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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