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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 132화

무료소설 파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58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파계 132화

파계 6권 - 7화

 

 

 

 

 

쨍―

 

“……!”

 

여초홍은 맨 손으로 자신의 검을 튕겨낸 오칠의 능력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오칠이 검을 쳐낼 수 있을 정도로 손을 단단하게 만든 것은 금령오엽진결(金靈五葉眞訣)이라는 백팔마공이었고, 손끝의 움직임은 철골마조(鐵骨魔爪)의 초식을 살짝 변형시킨 것이었다.

 

철골마조는 그 손의 형태가 기괴하고, 초식이 잔혹한 편이라 오칠은 적당히 부드럽게 변형시켜 융통성을 발휘했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런 오칠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여초홍은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날카로운 검을 간단하게 막을 수 있을 정도로 오칠의 손이 단단하다는 것은 쉽게 웃어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여초홍은 현청강기공(炫靑强氣功)의 공력을 여과 없이 개방하여 온몸에 휘돌렸다가 팔로 밀어 넣었다.

 

‘나를 믿어라!’

 

현청강기공의 공력을 한껏 운용하자 여초홍은 자신감을 얻었다.

 

그녀의 검에 응축되기 시작하는 공력이 그녀의 자신감을 더욱 크고 단단하게 부풀렸다.

 

“합!”

 

기합을 지르는 것은 상대에게 공격의 순간을 알리는 것과 다름없었지만, 여초홍의 검은 그녀의 기합 소리보다 빨리 오칠에게 찔러 들어가고 있었다.

 

천성쾌검(天星快劍).

 

별빛처럼 반짝이는 섬광과 함께 뻗어나가는 여초홍의 검은 묘하게 일렁이고, 속도와 변화를 결합시켜 더욱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위협적인 것과 공격이 성공한다는 것은 엄연히 다른 법.

 

오칠은 여초홍의 검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손을 휘저으며 자신을 향해 찔러 들어오는 검을 쳐내고 있었다.

 

팅! 팅! 팅! 팅!

 

사람들은 오칠의 손과 여초홍의 검이 부딪친 순간마다 두 사람 사이로 수십 개의 별똥별이 떨어지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여초홍은 구경꾼들처럼 감상적인 기분에 젖어들 수 없었다. 그녀는 오칠의 손이 단단할 뿐 아니라, 검에 충격을 전해줄 정도로 힘이 가득 차 있고, 그 움직임은 천성쾌검의 초식을 점점 구석으로 몰아갈 만큼 정교하다는 것에 너무 큰 충격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윽!”

 

오칠의 손이 변화무쌍해지고 좌우로 이동하는 그의 움직임까지 번개처럼 빨라지자, 여초홍은 끝내 손목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뒷걸음질 쳐야 했다.

 

‘너무 빨라!’

 

여초홍은 부러지진 않았지만, 벌써 퉁퉁 부어올라가고 있는 손목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오칠의 손이 어떻게 그녀의 검식을 뚫고 손목을 강타했는지도 알지 못했다. 점점 눈으로도 좇을 수 없는 손놀림과 그 이상으로 빨라지는 오칠의 몸놀림에 대항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본능을 바탕으로 펼친 천성쾌검의 초식 덕분이었다.

 

“싱겁군.”

 

오칠은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말했다.

 

비아냥거리지도 않고, 코웃음 치지도 않고, 그냥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말투였다.

 

하지만 그런 말투가 여초홍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죽일 테다!”

 

비참함은 분노를 만들고, 손목의 고통을 잊게 만들었다.

 

“부질없는 짓이야.”

 

하지만 오칠은 와락 뛰어오른 여초홍이 방어를 무시한 공격을 쏟아내는 것에 대해서도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그저 처음에 그랬듯 단단하기 그지없는 손을 움직여 무차별적으로 휘둘러지는 검을 막아갈 뿐이었다. 아니, 처음엔 막는 것이었지만 촌각의 순간을 기점으로 여초홍의 검을 밀어내고, 그녀가 쏟아내는 분노까지 압도하며 금방이라도 싸움을 끝낼 수 있을 것처럼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안 돼, 안 돼, 안 돼!’

 

여초홍은 연신 뒤로 밀려나며 속으로 그렇게 외쳤다.

 

하지만 아무리 검을 빨리 움직이고, 아무리 변초가 가득한 검식을 펼쳐도 오칠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자 점점 절망감에 빠져 들어갔다. 그리고 이대로 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오칠의 저 살기 어린 손에 격타당하기라도 하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여초홍의 이성은 나락으로 침몰되어 갔다.

 

“능진철―!”

 

여초홍은 오칠의 공격을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해 검이 바닥으로 튕겨지고, 그녀의 몸이 그 충격에 몸서리치며 뒤로 밀려난 순간 비명을 지르듯 능진철의 이름을 불렀다.

 

왜?

 

여초홍은 죽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의 그녀를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은 능진철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가 돕기 위해 나설 것인가에 대한 어떠한 이성적 판단도 내릴 시간이 없었지만, 그녀는 그 순간 그 어떤 사람보다 능진철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했던 것이다.

 

스아악―

 

“……!”

 

갑자기 생겨난 섬뜩하리만치 매서운 바람이 오칠의 정면으로 몰아친 순간, 오칠은 이미 뒤쪽으로 물러난 상태였다.

 

“드디어 나섰군.”

 

오칠은 그의 앞에, 아니 여초홍의 앞에 검을 비껴들고 막아선 능진철을 보며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치 그가 나서리란 것을 처음부터 알았다는 표정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사실이 그랬다. 오칠은 그와 여초홍의 문제가 커지기 시작한 순간부터 무관심한 것처럼 보였지만, 저도 모르게 기세를 발산하고 있던 능진철을 신경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오칠이 노백에게 풀어야겠다고 한 것은 여초홍과의 싸움뿐만이 아니라 능진철과의 싸움도 포함한 의미였던 것이다.

 

물론 여초홍과의 싸움이 생각보다 더 빨리 끝나버렸다는 건 아쉬운 일이었다. 어차피 막기만 하고, 그의 신념 때문에 손끝 하나 건드릴 생각이 없었지만, 여초홍이 그 앙칼진 성격만큼 조금 더 시원스럽게 덤벼들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내가 나서길 기다렸소?”

 

능진철은 이상하다는 눈으로 오칠을 쳐다봤다.

 

그리고 오칠은 숨길 이유가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부터 내게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더군. 처음엔 나한테 관심이 있어서 그런가, 하고 오해했는데, 곧 나와 한 번 싸워보고 싶어 하고 있다는 걸 알았지.”

 

“놀라운 추리력이구려.”

 

“그 추리력이 나의 장점 중에 하나거든. 그보다 이제 시작해볼까?”

 

능질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뒤에 있는 여초홍을 물러나게 했다.

 

“하지만…….”

 

여초홍은 말끝을 흐리며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이제야 능진철의 보호를 받게 되었다는 상황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퉁퉁 부운 손목으로는 더 이상 검을 잡기도 힘들었고, 이미 오칠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걸 모두가 알게 된 상황에서 고집을 부리는 것도 부질없는 짓이었다.

 

그래서 여초홍은 물러났다. 오칠에게 매서운 분노의 시선을 던지고, 능진철을 향해서는 걱정이 가득한 마음을 보내면서 말이다.

 

 

 

 

 

* * *

 

 

 

 

 

“와~ 이거 정말 큰 싸움이 되겠는걸?”

 

“그렇지. 여자하고 싸운다기에 실망했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기대할 만하겠어!”

 

“무슨 소리야? 여초홍은 여자이기 이전에 냉화검이라고! 남자들하고 비교할 때도 전혀 손색이 없는 고수란 말이야! 조금 전에 그 엄청나게 빠른 검을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

 

“그런가?”

 

“당연하지. 경천미공자 같은 대단한 고수가 아무 여자하고나 싸움을 할 것 같은가? 다 상대가 어느 정도 수준이 되니까 싸움을 하는 것이야.”

 

“하긴 그렇겠군. 소문에는 칠절신군에 버금간다는 군자검을 패배시켰다고 했으니, 섣부르게 싸울 사람이 아니겠지.”

 

“아무렴. 한데 경천미공자가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지는 알 수가 없단 말이야.”

 

“무슨 소리야? 싸움을 하는데 무슨 특별한 이유가 필요하겠어?”

 

“생각해보게. 냉화검은 종남파 장문인의 직전 제자야. 그리고 지금 앞으로 나선 능진철은 화산파 장문인의 아들이면서 그 둘째 제자고 말이야. 지금 경천미공자는 구대문파 중에서 둘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는 거지. 아무리 무적 정의파가 무한의 새로운 패자로 부상하는 신룡이라고 하지만, 전통의 구대문파에 비할 수가 있겠는가? 더구나 구대문파는 백천맹을 지탱하는 가장 큰 주춧돌이라고. 그런 구대문파와 시비가 생겨서 무적 정의파에 좋을 것이 무엇이 있겠냐는 말이야. 이제 막 개파한 문파에는 더욱더 좋을 것이 없지. 분명히 정파에서 소외당하고 말걸.”

 

“흠, 그렇구만. 그럼 이 싸움은 생각보다 큰 이야깃거리가 되겠는데?”

 

“그렇고 말고!”

 

오칠과 능진철의 싸움이 시작되기 전, 사람들은 이러저러한 대화들로 소란스러웠다.

 

그들은 이 싸움이 단순히 시비로 인해 발생한 보통의 비무처럼 조용히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파 전체에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무림에선 싸움은 그저 싸움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더 많았으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여초홍을 가볍게 패퇴시킨 오칠을 능진철이 어떻게 맞상대할지에 대해서 온 신경을 집중했다.

 

“시작할까?”

 

오칠은 사람들의 대화 소리를 들으며 앞으로 한 발을 내밀었다.

 

사람들이 자신들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고 있으니, 이제 그 결과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 아니겠냐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다.

 

“최선을 다할 것이니, 오 장문인도 각오해야 할 거요.”

 

“그렇게 하지.”

 

오칠은 쓸데없는 걱정 말고 어서 공격이나 해보라며 손을 까딱였다.

 

능진철은 비껴들었던 검을 하늘로 겨누었다. 그리고 왼발을 내밀고 오른쪽 무릎을 구부려 백팔식광풍쾌검(百八式狂風快劍)의 완벽한 기수식을 취했다.

 

‘통할까?’

 

능진철은 별 움직임도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오칠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과거 소림사에서 사형의 조언을 듣고 더욱더 무공 연마에 노력을 기울인 지 오 년여가 넘었다. 그리고 열혈군에서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또한 스스로도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상대는 경천미공자였다. 외모로 판단할 때는 자신보다 훨씬 나이가 어려 보이고, 여인도 무색할 아름다움을 가졌지만, 무한을 제패한 절정의 고수인 것이다.

 

게다가 무공의 근원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자였다. 실제로 어떤 무공이 그를 대표하는지에 대해서 아는 사람조차 없었다. 그런 오칠을 상대해야 하는 능진철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는 일인 것이다.

 

‘화산은 강하다!’

 

능진철은 불안감이 점점 커져가는 마음에 용기의 불씨를 얹었다.

 

검파제일문(劍派第一門)이라 칭해지는 화산의 제자인 자신이 검을 들고도 불안해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래서 화산을 떠올렸다. 그곳에서 오늘도 열심히 수련을 쌓고 있는 많은 검객들을 머릿속에 그리고, 자신이 지금 그런 이들을 대표하여 검을 들고 있다고 스스로를 압박했다.

 

“후~”

 

긴 숨을 내쉰 능진철은 굳었던 어깨를 부드럽게 풀었다.

 

그리고 온몸에 드리워졌던 긴장을 깔끔하게 밖으로 배출시켰다.

 

“확실히 달라졌군.”

 

오칠은 능진철의 자세를 보며 말했다.

 

당연히 능진철은 의아해했다. 오칠은 마치 오래전에 그를 본 적이 있었다는 듯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하는 오칠을 보고 더 이상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스악―

 

능진철은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검을 앞으로 찔렀고, 공간은 매섭게 갈라졌다.

 

그러나 공간을 가르고 오칠의 어깨까지 노리고 있던 능진철의 검은 오칠이 내민 손끝에 막혀 우뚝 정지해야 했다.

 

티이잉―

 

오칠은 검지 중지로 잡고 있던 검끝을 비틀며 말했다.

 

“쾌(快)로서는 날 이길 수 없어.”

 

부러질 것처럼 휘청거리는 검을 따라 작은 파동이 일어나고, 능진철의 손에 짜릿한 충격이 전해졌다.

 

그러나 능진철은 당황하지 않고 몸을 비틀어 파동의 충격을 뒤로 흘리면서 그 반동으로 검을 휘돌리고, 오칠의 허리로부터 어깨까지 대각선으로 빠르게 그어 올렸다.

 

슈아악―

 

검끝에서 일어난 푸르스름한 기운이 금방이라도 오칠의 상반신을 대각선으로 쪼갤 것처럼 섬뜩한 소리를 내질렀다.

 

단순히 몸을 뒤트는 것만으로는 검기를 피할 수 없었기에, 오칠은 땅을 짧게 박차고 뒤로 쭉 물러났다.

 

“오~!”

 

“와~!”

 

오칠의 움직임은 무릎을 구부리지 않고 미끄러지듯이 이동한다는 절정의 신법인 표홀신보(飄忽神步)였기에 사람들은 환성을 질렀고, 오칠이 바닥을 박차며 다시 앞으로 쏘아져나가는 모습에 금세 입을 꾹 다물었다.

 

사람들은 오칠이 어떤 공격으로 능진철을 몰아칠지에 대한 기대감에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문 것이다.

 

“나를 만만히 보는가!”

 

능진철은 검을 잡은 손을 더욱 꽉 움켜쥐었다.

 

오칠의 손 모양은 여초홍을 상대할 때 쓰던 철골마조였고, 능진철은 이미 그런 오칠의 수법을 꿰뚫어보았다고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내밀어진 오칠의 손을 잘라버리겠다는 듯 현란하게 검을 찌르던 능진철은 자신의 검이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오칠의 손이 마치 현악기를 튕기는 악사의 그것처럼 그의 검날을 밀어내고 있는 것을 깨닫고 경악했다.

 

‘백팔식광풍쾌검의 움직임이 보인단 말인가?’

 

백팔식광풍쾌검은 화산파에서 가장 쾌속한 검법이었다.

 

쾌속하다는 것은 그 속도만으로도 현란하고 복잡해질 수 있다는 의미와 같다. 즉, 그만큼 익히기 어려운 검법인 것이다.

 

그리고 수년 전, 사형에게 조언을 들을 당시에도 이미 뛰어난 수준에 올라 있었던 능진철의 백팔식광풍쾌검은 이제는 거의 완성에 이르렀다고 평가받았다.

 

이제 화산파에서도 백팔식광풍쾌검을 능진철 정도의 수준으로 펼칠 수 있는 인물은 그의 부친인 장문인과 사형인 금원종 정도만 있을 뿐이었다. 아니, 능진철은 내심 자신이 그들보다 백팔식광풍쾌검에 한해서는 더 뛰어나다고, 화산파에서 최고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오칠이 그런 자신의 검을 너무도 쉽게 막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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