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계 16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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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536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파계 163화
파계 7권 - 13화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무림인은 너무도 혼란스러워 머리를 마구 흔들었다.
“크아~!”
이미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광기에 물든 중년의 남자가 혼란스러움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무림인의 등을 덮쳤다.
“끄윽!”
무림인은 마구 몸을 흔들었다.
하지만 목을 물어뜯은 사내는 두 다리로 그의 허리를 조이고, 양손으로 머리칼을 꽉 움켜잡고서 떨어지지 않았다.
푹.
무림인은 검을 거꾸로 잡아 옆구리 사이로 찔러 등에 달라붙은 남자의 배를 쑤셨다. 그리고 단 한 번의 경험이라도 절대 잊을 수가 없는 조금 전의 경험을 토대로 미친 듯이 검을 휘저었다. 등에 달라붙어 그의 목을 물어뜯는 남자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갈 때까지 그는 정신없이 검을 휘저었다.
털썩.
남자가 등에서 떨어졌다.
“헉… 헉……!”
하지만 무림인도 지쳐 있었다.
흘린 피가 너무 많았다. 무공도 배우지 않은 두 사람을 죽이기 위해 그는 너무나 많은 힘을 소진해버렸다.
“크아악!”
그때, 정면에서 또 다른 남자가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하지만 무림인은 검을 들 수가 없었다. 정신은 흐릿하고, 눈은 초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몸에는 티끌만큼의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피가 부족하니, 내공의 운용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컥!”
와락 달려든 남자의 힘에 밀려 무림인은 땅바닥으로 쓰러졌다.
남자는 쓰러진 무림인의 목을 양손으로 움켜잡아 조이고, 비틀었다.
우둑.
얼마 걸리지 않아 무림인은 혀를 빼문 상태로 목이 부러져 죽었다.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무림인의 목을 부러트려 죽인 남자는 벌떡 일어나서, 그처럼 무림인을 죽인 사람들이 지르고 있는 광기 어린 함성에 동조하여 소리쳤다.
그리고 또 다른 무림인을 찾아 괴성을 지르며 달려갔다.
* * *
슈악―
은빛 줄기가 뻗어나가고, 머리가 바닥을 굴렀다.
상관승은 머리가 잘려진 채 뒤로 넘어가는 몸뚱이를 발로 차고, 뒤로 돌며 검을 휘둘렀다.
슥―
일도에 두 개의 머리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목을 잘라라! 목을 자르면 살아나지 않는다―!”
공력이 담긴 상관승의 쩌렁한 음성이 광란의 싸움터를 메아리쳤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를 듣고 당혹스러움을 조금 진정시킨 무림인들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대가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고 해서 목을 단번에 잘라버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더구나 목이란 의외로 질긴 부위라서 정확하게, 그리고 힘 있게 무기를 휘두르지 않으면 잘 잘라지지도 않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무림인들이 당황과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어이없이 당하지는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미친개를 방불케 하는 광기로 가득 차서 달려드는 사람들을 그대로 맞상대하지 않고 뒤로 물러나면서, 동료와 힘을 합쳐 달려드는 적의 목을 잘라버렸다. 한 번에 잘라지지 않으면 몇 번이고 도검을 휘둘렀고, 목을 노리기가 쉽지 않으면 움직이지 못하도록 사지를 모두 끊어버렸다.
“이놈들은 아무 힘도 없다!”
무림인들은 적들이 질긴 생명력과 광기에 젖어 보통 사람보다 조금 더 강한 힘을 갖고 있다는 것 외에는 염려할 것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그런 것들도 분명히 위협적인 것이긴 했다. 게다가 숫자도 많아서 무더기로 달려들어 막무가내로 옷깃을 잡고, 다리를 부둥켜안고 미친 듯이 물어뜯으면 아무리 무림인들이라 해도 당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목숨을 돌보지 않는 광기 어린 공격은 그렇듯 강하고, 무서운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상황은 순식간에 무림인들 쪽으로 기울어버렸다. 일반인과 무림인의 힘이란 그렇듯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고 있었다.
“모두 쓸어버려!”
처음에 무기도 없는 보통 사람을 죽인다는 것에 망설이던 모습은 정파 무림인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었다.
그들의 동료를 죽이고, 그들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생사를 걸고 대적해야 할 적이고, 내가 죽지 않기 위해 반드시 목숨을 빼앗아야 할 경쟁자인 것이다.
“으아아~!”
정신을 미혹시키는 환혼단(幻魂丹)과 열두 시진 동안 괴물 같은 생명력을 갖게 만드는 금령단(金靈丹)을 먹고 광기에 취해 있던 사람들이 겁을 먹기 시작했다.
여전히 정신은 광기에 잠식되어 있었지만, 그만큼 본능에 충실한 그들의 정신이 정파 무림인들의 맹렬한 공격에 절로 두려움을 느끼게 된 것이다.
사실, 살기와 폭력성을 겉으로 드러내기 시작한 무림인은 정사(正邪) 중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느냐 와는 상관없이, 그들 자신이 인식하지 못할 뿐 난폭한 야수로 변하기 마련이었다.
상대의 피를 봐야만, 상대가 내 앞에 쓰러져 자신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난 후에야 이성을 되찾는 난폭자로 변하는 것이다.
그렇게 돌변한 무림인들의 공격적인 살기에 정신이 미혹된 이들이 공포심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겁을 먹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정파 무림인들은 더욱 잔혹해졌다. 겁을 먹은 약자들에게 상처를 입고, 자존심이 상한 강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인 것이다.
“으악!”
한데, 양들 속에 뛰어든 늑대 무리처럼 난폭하게 전진하던 정파 무림인들의 뒤쪽에서 갑자기 비명이 터져 나왔다.
‘질긴 놈들!’
처음에는 완전히 죽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던 적들이 다른 동료에게 처리되는 소리라고 생각하고 무시했다.
하지만 그런 비명이 연속해서 들리고, 병장기 소리까지 추가되자 정파 무림인들의 이목이 빠르게 뒤쪽으로 돌려지게 되었다.
“적이다!”
“뒤에서 적이 나타났다!”
정파 무림인들과 거의 필적하는 숫자의 적들이 뒤쪽에서 나타나, 무림인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오른쪽 숲으로 둥글게 돌아서 몸을 숨긴 채로 때를 기다리고 있던 진광지옥대였다. 그들은 마치 정파 무림인들이 늑대가 아니라고 몸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자신들 진광지옥대야말로 진정한 늑대 무리라고, 너희들은 힘없는 양 떼밖에 되지 않는다고 외치는 것처럼 뒤쪽을 난폭하게 헤집고, 잔혹하게 흐트러트렸다.
슉―
“컥!”
빠르고, 날카롭게 찔러간 진광지옥대 무사의 검이 정파 무림인의 목을 꿰뚫었다.
그는 혈천교의 사람들처럼 금령단을 먹은 것이 아니었기에 다시 일어나 덤벼들 수가 없었다. 요혈을 찔렸기 때문에 그대로 죽어버리는 것이다.
스악―
스스악―
연이어 십여 명의 정파 무림인들이 예상치 못한 갑작스런 공격에 힘도 못쓰고 쓰러졌다.
이백여 명의 진광지옥대 무사들은 냉철한 검객들이었고, 일류고수들이었다. 진광지옥대의 급습은 공병악의 의도대로 정파 무림인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정파 무림인들을 더욱 당혹스럽게 만든 것은, 겁에 질려 물러나던 사람들까지 다시 흥분하며 공격해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진광지옥대의 무사들에게 근원을 알 수 없는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그들을 지켜주는 수호신이 나타났다고 믿으며, 겁을 먹기 전보다 더욱 광폭하게 정파 무림인들에게 달려들었다.
‘이 공격은 실패다.’
상관승은 좌우로 도를 휘저어 세 명의 목을 잘라버리면서 재빨리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이 이상 싸우기를 고집한다는 것은 쓸데없는 오기일 뿐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후퇴한다―!”
상관승은 두 번 외칠 필요가 없었다.
공력을 실어 터트린 그의 음성은 귀머거리가 아니라면 똑똑히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컸고, 정파 무림인들 모두가 이번 공격의 실패를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후퇴라는 말을 듣자마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정면만 보고 길을 뚫어!”
상관승은 좌우 앞에서 공격해오는 적들에게 너무 신경을 쓰다가 제대로 후퇴하지 못하는 무림인들을 향해 소리쳤다.
후퇴란 것은 오히려 공격하는 것보다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었다. 그러니 위험을 감수하고 움직이는 것이 더욱 목숨을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퍽―!
상관승은 앞을 가로막는 적의 머리를 짓밟아 부서트리고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넉 장여를 단번에 뛰어넘어 퇴로를 막아서는 진광지옥대 무사들을 향해 도를 휘둘렀다.
두 명의 진광대 무사가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그들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상관승에게 검을 올려쳤다.
채챙―
상관승의 도는 다른 도처럼 무겁고 두꺼운 도가 아니었다.
거의 검과 유사한, 매끄러운 몸체의 도였다. 오히려 그의 도를 막아낸 진광대 무사들의 검보다 가벼운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그의 도는 단번에 두 개의 검을 아래로 밀어냈다.
슈아악!
강력한 도력에 검이 아래로 밀리고, 그 열려진 공간으로 서너 개의 도영이 빠르게 생겨났다가 사라졌다.
‘죽였다!’
상관승은 확신했다.
손에 느껴지는 감각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슴이 쩍 벌어진 무사들의 몰골도 딱 죽기 직전에 다다른 모습이었다.
‘응?’
그런데 벌어진 가슴으로 피를 주룩주룩 흘리며 바닥으로 쓰러져야 할 무사들이 갑자기 무언가를 입에 넣어 삼켰다.
입으로 가져가던 손이 부들부들 떨린 것만 보아도,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서 취한 행동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한데, 그 이후가 문제였다. 거의 바닥으로 허물어져가던 그들이 벌떡 몸을 일으키며 검을 휘둘러왔던 것이다.
츠차창―
“……!”
검에 담긴 힘은 이전보다 약해서 막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죽어야 할 자들이 다시 검을 휘둘렀다는 것이 문제였고, 이후 계속된 공격을 막아낸 느낌대로 판단하자면 점점 힘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그것이었나?’
상관승은 무사들이 죽기 직전에 먹은 것이 이들 혈천신교의 사람들이 괴물 같은 생명력을 가질 수 있도록 변화시키는 약임을 알게 되었다.
슈샤사사삭.
상관승의 도가 도풍을 뿜어내며, 점점 날카롭게 공격해오는 두 무사의 정면을 휘몰아쳤다.
츠츠츠츠창―
상관승의 도는 검을 이리저리 밀어내면서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전에 베어진 가슴과 어깨를 가르고 목을 노리는 듯하더니, 순간 방향을 틀어 무사들의 얼굴을 직선으로 그어버렸다.
투둑, 투두둑.
둘로 쪼개진 두 개의 머리가 기우뚱거리는 몸과 함께 바닥으로 쓰러졌다.
하지만 상관승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자신의 솜씨를 감상하는 것보다 지금 이곳을 서둘러 빠져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계당.”
한데, 막아서는 적들을 죽이면서 앞으로 내달리던 상관승이 갑자기 우뚝 멈추며 누군가를 불렀다.
스윽.
갑자기 상관승의 좌측에서 장년의 사내 하나가 나타났다.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외모. 오른손에 핏물이 묻은 도가 쥐어져 있지 않았다면 왜 이런 싸움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여기에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평범한 인상을 가진 장년인이었다.
하지만 외견과는 달리 그의 신분은 평범하지 않았다. 그는 창천도문의 좌호법이었다. 어릴 때부터 상관승의 그림자가 되어 자란, 세상엔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창천도문의 고수였다. 무공 실력으로만 따진다면 이인자라고 해도 문파 내에서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실력의 엄청난 도객인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상관승과 일정한 거리 이상을 떨어지지 않은 상태로 적을 죽이면서, 상대적으로 상관승의 감각이 미치기 어려운 사각을 방어하고 있었다.
“앞으로 가서 문파의 무사들과 함께 퇴각할 수 있는 길을 뚫어라.”
계당의 눈동자가 거부의 빛을 띠었다.
그의 임무는 상관승의 호위였다. 어릴 때부터 해왔고,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은 그 임무를 저버릴 수 없다는 의미의 눈빛인 것이다.
“난 잠시 상대해야 할 자가 있다.”
상관승의 시선은 계당이 나타난 방향의 반대쪽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의 표정은 너무나 무거웠고, 잔뜩 긴장되어 있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