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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 159화

무료소설 파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56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파계 159화

파계 7권 - 9화

 

 

 

 

 

퍽! 퍽! 퍽!

 

“윽!”

 

“악!”

 

“억!”

 

오칠의 정면에 있던 세 명의 기수가 타고 있던 말에서 붕 떠올라 땅바닥으로 나뒹굴었다.

 

“막아!”

 

에워쌀 준비만 하고 있던 기수들은 황급히 고삐를 움직여, 텅 비어버린 오칠의 정면을 막아섰다.

 

타닥!

 

백설총이 바닥을 힘차게 디디고 공중으로 솟구쳐 올라서, 앞을 막으려던 철기단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그리고 오칠은 장창을 아래로 휘둘러, 다시 두 명의 기수를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저놈 대단하네!’

 

초왕성은 진정 감탄했다.

 

오칠이 타고 있는 백설총은 철기단의 말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훌륭한 품종의 말이라고 해도 오칠의 기마술이 뛰어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움직임이었다.

 

더구나 나무로 만들어진 장창의 유연성을 이용한 창술은, 직선적인 움직임에 초점을 맞춘 철기단의 틈새를 파고들어 확실한 이득을 얻고 있었다.

 

“반회! 산진! 출!”

 

국주는 빠르게 명령을 내렸고, 열다섯으로 줄어든 철기단은 황급히 말머리를 뒤로 돌린 뒤, 넓게 퍼지면서 계속 앞으로 달려가는 오칠의 뒤를 따라서 말을 몰았다.

 

두두두두두!

 

엄청난 넓이의 공터라고는 해도 말이 직선으로 달려가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기에, 둥글게 방향을 틀며 달려가는 오칠의 뒤를 따라서 철기단도 방향을 꺾었다.

 

하지만 철기단이 예상한 오칠의 방향 전환 각도는 그들의 생각을 완벽하게 벗어난 것이었다. 오칠의 백설총은 완전히 직각으로 틀어서 거꾸로 돌아서버렸다.

 

분명 그렇게 방향을 전환하면 말 자체도 원심력을 이기지 못하고 꺾은 방향으로 쓰러지게 되어야 하지만, 순간적으로 말 등에서 내린 오칠이 기우뚱하는 말의 몸체를 버티면서 바닥을 힘껏 디디자, 말은 다시 균형을 잡으며 완벽하게 거꾸로 방향을 전환하여 달릴 수가 있었던 것이다.

 

“잡았다.”

 

오칠은 순식간에 다시 말 등에 올라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길게 늘어져 원형으로 꺾이고 있던 철기단의 앞쪽 무리는 오칠의 뒤쪽으로 지나쳐버렸지만, 그 뒤쪽의 철기단 기수들은 오칠이 직선으로 달리면서 그의 창끝이 닿을 수 있는 영향권에 걸려버린 것이다.

 

그리고 준비하고 있던 오칠과 예상치 못한 반격에 당황한 철기단의 격돌은 결과가 뻔했다.

 

퍼퍽! 퍽! 퍽!

 

네 명의 기수가 말 등에서 튕겨나가 담벼락에 처박혔다.

 

이전에 당했던 다섯 명처럼 그들도 정신을 잃고 일어나지 못했다. 아마도 오칠의 공격은 단순히 후려치는 공격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고수인 그들이 고작 한 번의 일격에 정신을 잃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일 테니까 말이다.

 

‘저 공격에는 엄청난 공력이 담겨져 있는 모양이군.’

 

관조하는 입장의 초왕성은 그렇게 오칠의 공격에 대해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그도 정확히 어떠한 방법으로 공력을 운용하여 가죽 갑옷을 뚫고 충격을 준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기에 오칠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놀라고 있는 중이었다.

 

“산개!”

 

국주는 네 명의 철기단이 당하는 동안, 방향을 선회하여 오칠을 정면으로 두었다.

 

하지만 이전처럼 돌격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다. 이 이상 실패를 겪지 않더라도 그 전술이 오칠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열한 기의 철기단은 천천히 말을 움직여, 사냥 대상을 구석으로 몰 듯 오칠을 향해 다가갔다.

 

“방법을 바꾼다고 될까?”

 

오칠도 그를 둘러싸면서 다가오는 철기단을 향해 천천히 말을 움직였다.

 

그리고 창을 앞으로 내밀고, 창끝을 작게 빙글빙글 돌리며 어서 공격해보라는 신호를 보냈다.

 

‘간다!’

 

국주는 직접적인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기수들은 순간적으로 시선을 교환하여 공격의 시점을 정했고, 철장창의 거리 안으로 들어온 오칠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관일창(貫日槍).

 

철기단이 창을 찔러가는 움직임은 마상창술의 직선 공격을 극으로 끌어올린 무공이었다.

 

쉬쉬쉬쉬쉬쉬쉬―

 

열한 개의 철장창이 찔러 들어오자, 오칠의 좌우정면으로 마치 가시덤불이 생겨난 듯했다.

 

그러나 오칠은 그 가시덤불에 그대로 엉켜들어 찔리고 있지 않았다. 철장창에 비해 강력이 떨어지는 나무창을 현란하게 흔들어 철기단의 철장창을 감아서 밀어내고, 튕겨냈다.

 

치칭― 치치치치칭―

 

나무창은 그 재질적 특성을 최대로 살려 회초리처럼 탄력적으로 움직이며, 철장창이 보여줄 수 없는 방어막을 형성했다.

 

‘이럴 수가!’

 

국주는 오칠의 나무창에 걸려 밀려나는 철장창을 놓치지 않기 위해 창대를 더욱 힘껏 움켜잡아야 했다.

 

철기단은 이중으로 반원을 만들어서 긴 장창이기에 가능한 다수의 연속적인 공격을 완벽하게 펼쳐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 공격을 오칠은 모두 막아내고 있는 것이다. 양다리로 백설총의 허리를 꽉 조인 뒤에 허리를 탄력적으로 움직이며, 자신조차 펼쳐 보일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는 창술을 선보이고 있었다.

 

퍽!

 

“큭!”

 

한 명의 기수가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크게 위로 튕겨나가는 철장창의 틈새로 파고든 나무창에 얻어맞아 뒤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기수들이 나무창에 연이어 맞으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히히힝!

 

동료들이 땅으로 떨어져 일어나지 않자, 혹시라도 말발굽에 밟힐 것을 염려한 나머지 기수들이 황급히 고삐를 당겨 물러났다.

 

그리고 오칠은 그런 기수들의 당황한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아니, 그런 혼란을 조장하기 위해 고의로 기수들을 그렇게 떨어트린 것이었다.

 

퍽!

 

“윽!”

 

퍽!

 

“악!”

 

순식간이었다.

 

오칠은 모래성을 집어삼키는 파도처럼 일순간에 나머지 기수들을 몰아쳐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그리고 철기단에서 말 위에 버티고 있는 사람은 국주인 맹철탁 혼자뿐이었다.

 

“이 정도에서 인정해.”

 

오칠이 더 이상 공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다는 것처럼, 창대를 당겨 어깨에 걸치면서 국주에게 말했다.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오칠의 모든 웃음과 표정들은 그저 상대를 격동시키기 위한 수법의 하나일 뿐이라는 듯, 너무도 무감각한 표정과 음성이었다.

 

‘교주란 이런 것인가?’

 

국주는 오칠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이백여 년간 이야기 속에서나 존재하고 있던 교주였다. 그런데 저 젊은 사내가 그 교주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소름끼치도록 아름다운 얼굴이지만, 전설 속에 살아가던 교주라고는 생각할 수 없이 어린 사내였다.

 

그런데 그 사내가 지금 바로 눈앞에서 일족의 고수들을 너무도 쉽게 쓰러트리고, 얼음처럼 차가운 음성으로 굴복하라 명령하고 있었다.

 

‘왜? 왜 그래야 하지?’

 

국주는 교주를 받아들이고, 충성해야 하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래서 홀로 남은 지금도 오칠에게 굴복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스르릉.

 

철장창을 내던진 국주는 크고, 두껍고, 날카로운 쌍수도를 빼들어 양손에 잡았다.

 

“내가 남아 있는 이상, 철기단은 진 것이 아니오.”

 

“…….”

 

오칠은 잠시 침묵하다가 나무창을 내던지고, 국주의 쌍수도에 비해서 투박한 느낌의 쌍수도를 빼들었다.

 

“쉽게 포기하지 않는 승부욕은 인정해주지. 하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아.”

 

국주는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말의 배를 가볍게 두드려, 오칠에게 가까이 다가가도록 했다.

 

따닥, 따닥, 따닥.

 

국주의 흑마가 땅바닥을 무겁게 밟아가는 소리가 마치 지금 그의 진중한 마음가짐을 대변하는 듯했다.

 

‘지금껏 패배를 모르던 나다!’

 

국주의 눈동자에 강렬한 기운이 맺혀갔다.

 

파극잠혈기(破極潛血氣).

 

철혈금교군의 성명내공심법이 극으로 운용되어, 국주의 온몸에 강력한 힘을 채워갔다.

 

“합!”

 

오칠의 백설총과 국주의 흑마가 서로 머리를 엇갈린 순간 국주의 쌍수도가 공간을 가르고, 오칠을 향해 휘둘러졌다.

 

후웅―

 

공기는 무겁게 밀려났으나, 쌍수도는 순식간에 오칠의 목에 다다랐다.

 

텅―

 

오칠의 쌍수도가 미세한 차이를 남기고, 국주의 쌍수도를 위로 밀쳐냈다.

 

하지만 국주의 쌍수도는 위로 밀쳐진 순간 다시 아래로 내리그어졌다.

 

쩡―

 

오칠의 신형이 뒤로 기울면서 그의 쌍수도 역시 누운 채로 국주의 공격을 막아냈다.

 

국주의 공격은 엄청난 힘을 담고 있었기에 오칠이 타고 있는 백설총도 허리에 엄청난 무게감을 느끼고 고통스런 울음소리를 냈다. 그러나 오칠은 곧바로 국주의 쌍수도를 옆으로 밀어냈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국주의 맹렬한 공격.

 

붕― 붕― 붕― 붕―

 

국주의 주위로 묵직한 소리와 함께 광폭한 바람이 몰아쳤다.

 

광풍은 오칠을 향한 것이었고, 그 바람에 휩쓸려 찢겨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바람을 일으켜야 했다.

 

“……!”

 

정신없이 쌍수도를 휘두르던 국주의 눈동자가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철도칠절참(鐵刀七截斬).

 

그가 오칠을 공격하는 도법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오칠이 그의 공격에 맞대응하기 위해 펼친 도법의 이름이기도 했다.

 

‘어떻게?’

 

오칠이 철혈금교군의 도법을 알고 있다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었다.

 

오칠은 칠 대 교주의 전인이라 주장했고, 그렇다면 배화교의 모든 무공에 있어서 충분한 지식을 갖추고 있을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철도칠절참을 오칠이 펼칠 수 있는 것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는 것과 펼칠 수 있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으니까 말이다.

 

‘저런 몸으로, 저런 팔로 펼치는 철도칠절참이 나의 철도칠절참과 대등하다고?’

 

국주는 그걸 용납할 수 없었기에 더욱 미친 듯이 쌍수도를 휘둘렀다.

 

청― 청― 청― 청― 청―

 

단전으로부터 용솟음치는 공력은 더욱 커지고, 대등하게 균형을 잡고 있던 공세의 중심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오칠의 쌍수도가 국주의 쌍수도와 부딪쳐 조금씩, 아주 조금씩 밀려나고 있었던 것이다.

 

처청― 처청― 처청― 처청―

 

‘이긴다! 이긴다!’

 

국주의 눈동자 속에 희열이 타올랐다.

 

하지만 반대로 오칠의 눈동자는 냉정하게 가라앉았다. 그런데 그 냉정한 눈동자가 갑자기 붉어져갔다. 아니, 붉어진다 싶더니 다시 푸른빛이 생겨났다. 그리고 다시 붉어지고 푸른빛이 되는 것이 반복되어 나타나더니, 두 마리의 붉고 푸른 뱀이 얽힌 것처럼 눈동자가 기묘한 빛으로 번들거렸다.

 

‘이… 이건…….’

 

승리감으로 가득 차 있던 국주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의 전신에선 묘한 소름이 돋았다. 그건 두려움과 공포 등으로 인해 생겨난 소름이었다.

 

“힘의 차이를 확실히 느끼게 해주지.”

 

오칠의 입에서 인간의 것 같지 않은, 강력한 힘이 내재되어 있으면서도 낮게 가라앉은 음성이 흘러나왔다.

 

스스스스.

 

하나로 묶여 있던 오칠의 머리칼이 풀어헤쳐져 하늘로 곤두서고, 그의 온몸에선 붉고 푸른 기운이 넘실거리듯 피어올랐다.

 

쩡― 쩡― 쩡―

 

오칠의 쌍수도가 폭발할 듯한 기운을 뿜어내며 국주의 쌍수도를 거세게 튕겨냈다.

 

파삭―

 

단 세 번의 격돌로 인해 국주의 쌍수도가 산산조각 났다.

 

“너흰 졌다.”

 

슈악―

 

오칠은 쌍수도를 내리그어, 국주가 타고 있는 흑마의 머리를 반으로 쪼개버렸다.

 

철퍼덕.

 

머리가 조각나버린 흑마가 그대로 주저앉으면서 국주의 신형도 같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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