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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 152화

무료소설 파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59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파계 152화

파계 7권 - 2화

 

 

 

 

 

오 장로는 어릴 때부터 신체적 장애 때문에 폐혼동자공(閉魂童子功)을 익혔는데, 그 덕에 오십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몸과 얼굴이 십여 세의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마공의 특징으로 인해서 성격 역시도 어린아이처럼 호기심과 활달함으로 가득했다.

 

그러니까 지금 오 장로가 통역을 붙들어 잡고 송제대왕의 옆에서 재잘거리며 웃고 있는 것은, 송제대왕이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있는 표범 가죽이 신기하기 때문이라는 매우 어린아이다운 생각에서 기인한 것이다.

 

물론 그렇게 어린아이 같은 모습의 오 장로가 주먹을 움켜쥐고 싸움에 뛰어들면, 누구도 그를 어린아이 같다고 생각하지는 못할 것이다. 적의 머리를 박살내고, 적의 가슴을 주먹으로 꿰뚫고, 적의 피를 흠뻑 뒤집어쓴 채 좋다고 깔깔깔 웃는 그를 누가 어린아이 같다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적들이 너무 날뛰는군. 이제 우리도 나서야 할 것 같네.”

 

대장로의 말에 원등곡은 혼전으로 치닫고 있는 전장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가만히 좀 더 지켜보았다.

 

대장로는 그런 원등곡의 침묵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참고 기다려야 했다. 지위나 나이는 그가 높아도 이곳의 명령권자는 원등곡이었고, 오 장로와 대장로 자신은 순전히 적의 고수들을 처리하는 조력자로서 동행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말없이 저 멀리를 가만히 보고 있던 원등곡의 고개가 드디어 끄덕여졌다.

 

“숲으로 이동한 수하들도 뒤쪽에 거의 당도한 것 같군요. 그럼 놈들의 멍청한 대가리들을 처리하러 갈까요?”

 

원등곡은 지금까지 숲으로 몰래 이동한 초강지옥대가 적들의 뒤쪽에 당도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구천신궁보의 궁수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것을 통해, 수하들의 진행 위치를 파악한 것이다.

 

구천신궁보의 보주가 생각했던 무림인 특유의 맹목적인 공격 성향 같은 것은 원등곡에게는 절대 해당되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는 죽이고, 이기는 것을 위해 싸우는 방법을 누구보다 강하게 선호하는 인물이었으니까 말이다.

 

“오 장로님, 이제 놀 시간입니다.”

 

전장을 향해 몸을 날리면서 원등곡이 오 장로에게 말했다.

 

“뭐? 기다려! 나도 같이 가! 혼자만 재밌는 놀이하면 안 돼!”

 

송제대왕의 표범 가죽을 만지작거리던 오 장로는 화들짝 놀라며 뛰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먼저 움직이고 있던 대장로를 빠르게 제치고 지나가서, 전혀 어린아이답지 않은 섬뜩한 웃음을 지으며 소리쳤다.

 

“누가 나하고 놀래―!”

 

 

 

 

 

* * *

 

 

 

 

 

“참으로 사악한 것들이구나!”

 

관심생은 늑대의 가죽을 뒤집어써서 마치 걸어 다니는 늑대 인간처럼 보이는 모남족의 전사를 보며 그렇게 소리쳤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늑대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는 모습 때문이 아니었다. 진짜 이유는 그의 검에 한쪽 팔이 잘려나가고, 배가 갈려 흘러나온 창자가 덜렁거리고 있음에도 전혀 굴하지 않고, 어떠한 고통의 신음도 없이, 오히려 더욱 커다란 괴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모남족 전사의 괴물 같은 생명력 때문이었다.

 

지금껏 그가 푸줏간 고기 썰 듯 오체분시(五體分屍)하여 죽인, 열 명도 넘는 야만족들이 모두 이렇게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정녕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말 그대로 사악한 존재라고 여겨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더구나 그런 사악한 모습은 그의 앞에서만이 아니라 전후좌우 사방에서 보이고 있었다. 그와 형산파의 고수들, 그리고 그 외에 모든 정파 무림인들이 그런 충격적이고, 당혹스런 모습을 목도하며 몸서리치도록 지겹게 겪고 있는 중이었다.

 

“저… 저리 가!”

 

“으아~!”

 

눈으로 믿을 수 없는 기괴함은 사람에게 두려움을 주기 마련이었고, 많은 정파 무림인들은 잘려진 가슴을 드러내놓고 달려드는 야만족들과 싸우기보다 그들을 피해 도망치는 방법을 선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누구도 그들을 비난할 수 없었다. 두려움이란 이성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이었으니까.

 

그러나 이 싸움을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수장들은 어떻게든 이 끔찍한 상황을 타개해야만 했다. 그래서 관심생은 다시금 검을 휘둘렀다.

 

슈악―

 

관심생의 검이 한 번 베어버리는 것으로는 죽지 않는, 괴물 같은 모남족의 목을 향해 휘둘러졌다.

 

그리고 모남족의 머리가 몸에서 분리되어 바닥으로 떨어지고, 그 몸은 몇 걸음 더 달려오다가 바닥으로 털썩 쓰러졌다.

 

‘머리?’

 

지겹게도 죽지 않던 모남족은 머리와 몸이 분리되자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다.

 

관심생은 이 괴물 같은 야만족들의 약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어떤 큰 상처도 그들을 어찌할 수 없지만, 머리가 몸에서 분리되면 더 이상은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쥐새끼처럼 잽싸게 움직이며 달려드는 야만족들의 목을 단번에 잘라버리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방법을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뻐할 만한 일이었다.

 

“목을 잘라라―! 목을 잘라! 머리……!”

 

우웅―

 

적을 효과적으로 죽일 수 있는 방법을 크게 소리치던 관심생은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방금 전 그가 서 있던 곳에 묵직한 바람이 불더니, 바로 옆에 있던 정파 무사의 등짝이 펑하고 터져버렸다.

 

“너 싸움 잘하네! 그러니까 나하고 놀아!”

 

어린아이의 음성이었다.

 

그리고 관심생의 눈앞에 나타난 인물은 그 모습도 어린아이였다. 하지만 얼굴과 몸에 피를 흠뻑 뒤집어쓴 모습은 절대 어린아이라고 볼 수 없었다.

 

그런 모습에도 생글거리며 웃고 있는 사악한 순수함도 어린아이만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분명 눈앞에 나타난 아이는 날카로운 살기를 뿜어대는 만큼 위험스런 적이 분명했다.

 

“요망한 놈이로다!”

 

“요망? 난 그런 어려운 말 모르는데?”

 

혈천신교의 오 장로는 순진하기 그지없는 말로 관심생을 더욱 분노하게 하고는 갑자기 달려들었다.

 

우웅―

 

작은 주먹은 달려드는 몸과 함께 마치 송곳처럼 쏘아져왔다.

 

갑작스런 공격이었지만, 관심생은 방심하고 있던 것이 아니었기에 검을 찔러 방어했다. 그런데 검 끝을 향해 쏘아져오던 오 장로의 신형이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어디?’

 

관심생은 다급히 시야를 극대화하며 사라진 오 장로의 신형을 찾았다.

 

그리고 앞으로 찔렀던 검의 바로 밑으로, 작은 체구의 몸을 더욱 작게 움츠리고 땅바닥을 구르듯이 밀고 들어오는 오 장로를 발견했다. 하지만 그 발견은 조금 늦은 감이 있었다.

 

펑―

 

관심생의 손바닥과 오 장로의 주먹이 격돌하면서 터져 나온 충격음이었다.

 

검을 당겨서 막을 시간이 없었던 관심생은, 어쩔 수 없이 검을 쥐지 않은 손으로 형산파에서 가장 빠른 장법이라는 반혼수(反昏掌)를 펼쳐 가슴을 향해 쏘아져오는 오 장로의 주먹을 마주쳐버린 것이다.

 

그러나 늦었지만 충분히 막아냈다고 믿었던 관심생은 손바닥에서부터 전해져와 왼팔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통증을 통해서, 자신이 크나큰 손해를 입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검을 쓰는 오른팔이 아니라고 해도 왼쪽팔의 통증은 움직이는 몸에 불편을 주게 될 것이고, 강력한 적을 상대로 한 싸움에서 그러한 불편은 승패의 결과를 좌우할 커다란 실력의 차이가 생긴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말이다.

 

‘오늘은 득보다 실이 많겠구나.’

 

관심생은 정녕 오늘의 싸움을 쉽게 생각했다.

 

하지만 전설의 강시가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야만족들을 겪으면서 그러한 생각은 모래처럼 흩어져갔다. 그리고 그에게 순식간에 부상을 입힌 오 장로를 보며 관심생은 작은 절망감까지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끝나지 않았다.’

 

관심생은 형산파의 장로로서 가지고 있던 자존심을 거세게 피워 올렸다.

 

그리고 다시 주먹을 날려 오는 오 장로에 맞서 검을 휘둘렀다.

 

떵― 떵― 떵― 떵―

 

자그마한 주먹과 검이 맞부딪치며 두터운 소리가 내질러지고, 오 장로의 신형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검에 바짝 밀착하며 연이어 주먹을 날렸다.

 

“하하하! 재밌어! 재밌어!”

 

이마로 흐르는 땀이 많아질수록 점점 표정이 굳어지는 관심생과 달리, 오 장로는 더욱 밝게 웃었다.

 

그의 주먹에 질척하게 묻어 있던 핏물이 정면으로 뿌려지며 관심생의 시야를 흐트러트리고, 마구 내질러지는 주먹은 관심생의 검을 가는 가지처럼 이리저리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철뢰구벽신권(鐵雷九擘神拳).

 

어린아이 같은 주먹으로 펼치는 권법의 이름치고는 강력한 힘이 느껴지는 이름이었다. 그리고 그 이름만큼 강맹한 권법이었고, 그래서 검기까지 뿌려대는 검과 맞부딪치고도 오히려 검을 밀려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주먹을 얻어맞고 피를 뿌릴 것처럼 보이던 관심생의 눈빛이 변하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결심한 듯한 강렬한 눈빛이었다. 그리고 순간, 그의 검이 하얗게 빛을 뿜었다.

 

스아악―

 

“어!”

 

오 장로의 동그란 눈이 더욱 크게 떠졌다.

 

그리고 재빨리 바닥으로 납작 엎드린 그의 등 위로 새하얀 선이 빛살처럼 스쳐지나갔다.

 

“아야야야!”

 

마치 뱀이 허물을 벗듯 오 장로의 등 부위의 옷이 사라지고, 피부는 붉게 일어났다.

 

“아파! 아파~!”

 

오 장로는 어린아이처럼 울상을 지으며 엎드린 바닥에서 펄쩍 위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그건 등이 쓰라리기 때문이 아니라, 그를 향해 섬광처럼 휘둘러진 관심생의 검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차스스스―

 

땅바닥으로 굵고 깊은 선이 그어지고, 나풀거리는 먼지 속에서 다시 하얀 섬광이 하늘로 솟구쳤다.

 

카캉―

 

양팔을 교차시켜서 검을 막아낸 오 장로의 신형이 하늘로 튕겨 올라가며 빙글빙글 돌았다.

 

오 장로의 양팔에는 철투수(鐵套袖)가 끼어져 있었기에 검을 막고도 잘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타탁.

 

땅에서 날카로운 시선을 빛내며 급격하게 소모한 진기를 다스리던 관심생이 곧바로 바닥을 박차며 위로 뛰어올랐다.

 

검끝은 하늘을 향하고, 그의 발끝은 좌우에 있던 모남족의 머리를 걷어차 부서트리며 그 반탄력으로 솟구치는 속도를 배가시켰다.

 

“으아~ 나 열 받았어!”

 

공중에서 빙그르르 돌던 오 장로의 신형이 아래를 보는 방향으로 우뚝 멈췄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밝은 웃음이 아니라, 악귀처럼 일그러진 얼굴로 솟구쳐 올라오는 관심생을 향해 비명처럼 고함을 질렀다.

 

우우웅―

 

허리로 바짝 끌어당긴 오 장로의 작은 주먹에, 폐혼동자공의 막대한 공력이 응어리지며 작은 진동을 일으켰다.

 

‘육혼파천.’

 

오 장로의 공격 의지를 확인한 관심생은 단양천광검법(斷陽天狂劍法)의 절초 육혼파천(六魂破千)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위로 내뻗고 있는 검끝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스스스스.

 

검끝이 일순간에 여섯으로 늘어나고, 다시 열둘로 늘어났다.

 

그리고 다시 그 배로 늘어나려는 순간, 오 장로의 주먹과 수십 개로 늘어난 검이 맞부딪쳤다.

 

쾅―

 

 

 

 

 

* * *

 

 

 

 

 

저쪽 멀리서 강렬한 폭음이 들렸다.

 

그리고 다섯 명의 형산파 고수 중에서 한 명이 저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지금처럼 촌각의 순간도 방심해서는 안 되는 때에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실수인 것이다.

 

“이쪽이야, 이쪽.”

 

원등곡이 그에게 충고를 해준다는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그 표정과는 달리 그의 손에 들린 부채는 매섭게 공중으로 날아가, 순간적으로 시선을 다른 쪽에 빼앗겼던 형산파 고수의 목을 훑고 지나갔다.

 

“……!”

 

목이 반쯤 잘린 형산파 고수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썩은 고목처럼 뒤로 넘어갔다.

 

“이놈!”

 

동료의 죽음에 분노한 형산파 고수들이 처절한 고함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들의 분노가 처음은 아니었다. 반각도 되지 않아 원등곡에게 죽임을 당한 동료가 벌써 여섯이나 되었으니까.

 

“그러게 싸움 중에 누가 눈을 돌리라고 했나?”

 

원등곡은 왜 자신을 원망하냐는 얼굴로 형산파 고수의 목을 자르고, 공중을 빙그르르 돌아오는 부채를 덥석 잡았다.

 

“합공한다!”

 

개중에 나이가 가장 많아 보이는 형산파 고수가 소리쳤다.

 

“내 참, 그러니까 처음부터 그러라고 했잖아.”

 

원등곡의 비아냥거림에 형산파 고수들은 얼굴을 붉혔지만, 대꾸는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저런 원등곡의 도발에 흥분하여 손해를 입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개진(開陣)!”

 

네 명의 형산파 고수들은 원등곡의 사각 방향을 점하며, 사인합격술의 진형을 만들었다.

 

그리고 규칙적인 움직임을 통해 좌우로 빙글빙글 돌면서, 원등곡이 선 곳을 중심으로 검을 찌르기 시작했다.

 

“흥!”

 

원등곡은 코웃음을 치며 양손에 잡은 부채를 위아래로 펄럭였다.

 

칭― 칭― 칭― 칭!

 

네 개의 검과 부채가 부딪치며 쇳소리를 냈다.

 

부채의 뼈대는 쇠로 만들어져 있었다. 하긴 그렇지 않았다면 사람의 목을 그렇듯 쉽게 잘라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내 부채춤에 장단을 맞추려면 온 힘을 다해야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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