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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하마제 51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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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혈하마제 51화

혈하-第 51 章 백력교와 제마오세

 

멀리 뇌정보의 건물이 보이는 곳의 산길.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고 있었다.

“젊은이의 이름은 어찌 되나?”

굵직하면서 듣는 사람의 귀를 꽉 누르는 음성이었다.

“사군보 요.”

거지노인의 안색이 크게 변해지면서 몸까지 가볍게 부르르 떨었다.

“아!”

사군보는 짐작되는 것이 있어 얼른 물었다.

“나를 알고 있어요?”

거지노인은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사군보는 그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노인장은 개방의 고수인 것 같은데……”

거지노인은 어느새 평소대로 담담한 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본 그대로네. 노개는 개방 악양 분타주 만걸(慢乞)이라고 하네. 그냥 늙은 게으름뱅이 거지지.”

“한데 어떤 일이 있기에 나를 불러냈지요?”

만걸은 표정을 굳혔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표정이 무척 심각했다.

“자네는 뇌운장 국제강을 얼마나 알고 있나?”

사군보는 상대의 의도를 알 수 없기에 있는 그대로 고개를 저었다.

“모릅니다.”

만걸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국제강은 강호에서는 고귀하고 뛰어난 인품으로 존경을 받고 있지. 그는 정대한 인의대협으로 소문이 났고, 듣기로는 아직 사람의 피를 본적이 없다고 하네.”

“아! 그래요……”

사군보는 대꾸를 하면서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빠르게 굴렸다.

‘그렇다면 국제강이 벽력신패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 어쩌면 거짓말인지도 모르겠구나.’

벽력신패는 불의 정령이다.

이걸 지니고 있는 사람의 성격 역시 불처럼 뜨겁고 급해진다.

항상 피를 동경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강호 소문과는 달리 국제강이 아직 살인을 해 본적이 없는 협의지사라면 벽력신패를 지니고 있다는 말이 헛소문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철저하게 자신을 감춘 인면수심의 인물일지도 모른다.

위군자(僞君子).

그건 전설이 말을 해 준다.

 

**

 

먼 옛날 하나의 저주가 탄생했었다.

 

카카캇!

인간이 선하다고?

그런 겉치레로 위장된 위선 따위는 던져 버려라!

인간의 가슴에는 항상 욕망이라는 불꽃이 휴화산처럼 내재되어있다.

아름다움을 파괴시켜 버리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인간의 권리다.

만상을 아래로 두고 싶은 욕화 또한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특권이다.

영웅지로?

성자의 명예?

그런 것들은 모조리 시궁창에 집어 던져라!

모두가 자신의 욕망을 감추기 위한 것들뿐이다.

 

크흐흐흐흐!

지옥을 아느냐?

그 생과 사를 포옹한 사자들만의 천국을 아느냐?

갖고 싶은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질 수 있고 바라는 것 또한 남 눈치 보지 않고 이룰 수 있는 천국을 아느냐?

피와 죽음-

파멸과 파괴의 통쾌함이 있는 곳,

오라!

위선의 탈을 벗고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는 곳으로 오라!

우리가 곧 천국이니라!

백련교(白蓮敎)로……

 

그것은 분명 지옥의 저주였다.

개벽과 함께 시작된 저주의 탄생은 환우의 모든 악령들을 미쳐 날뛰게 했다.

그리고 그 힘이 하나로 뭉쳐져 지상에서 가장 사악한 무리를 만드니 바로 백련교였다.

피와 죽음의 축제를 즐기는 자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그들을 마교(魔敎)라 부른다.

 

-백련성자(白蓮聖子)!

 

지옥의 저주 속에 탄생한다는 아수라의 화신.

모든 만마의 주재자(主宰者).

백련교의 교주가 나타나면 태양이 검게 변하고, 푸른 하늘이 산산이 부셔져 붉은 하늘로 변했다.

그가 지날 때마다 인간의 육신과 영혼은 산산이 부셔졌다.

영원히 밝은 모습을 드러낼 수 없을 만치 빛이 사라진 어둠만이 존재하고, 그 어둠을 관장하는 악마가 바로 그다.

그런데 영원불멸할 것 같던 어둠이 금이 가기 시작했다.

백력교도들이 일으키는 피 바람을 몰아내며 다섯 군데에서 동시에 서광이 비쳐졌다.

화(火), 수(水), 목(木), 금(金), 토(土)……

각기 오행의 성령(聖靈)을 한 몸에 부여받은 신인들.

환우를 다스리는 오행의 기운을 받은 다섯 군데의 가문이 어둠을 뚫으며 세상에 빛을 흩뿌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일으킨 빛에 백련교의 어둠은 사그러들었다.

 

화(火)의 가문-축융봉(祝融峰)!

세상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가공할 열양지기를 뿜어내는 화인(火人)들.

 

물[水]의 가문-백해(白海)!

하얀 바다.

물빛이 하얗기에 그 어떤 것이라도 흡수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신비의 바다.

그러기에 그 어떤 악도, 어둠도, 그 안에 잠기면 소리 없이 하얗게 변해 버렸다.

 

푸른 숲[木]의 가문-거령탑(巨靈塔)!

푸르른 잎사귀.

새싹이란 새 희망이었고 푸른 잎은 싱그러움이었다.

그 숲엔 세상의 평온이 존재한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 해도 어김없이 봄은 오고 새싹이 돋듯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푸른 잎은 새날을 얘기했다.

 

황금[金]의 가문-금란곡(金蘭谷)!

빛나는 보광을 모조리 빨아들여 더욱 빛나게 하는 순금의 빛은 어둠을 사르며 세상에 찬란한 삶을 준다.

 

땅[土]의 가문-대지신궁(大地神宮)!

땅은 모든 것을 포옹한다.

생과 사가 바로 그 안에 있고 만상의 윤회가 그 속에 있으니 대지의 풍요는 악마저 보듬어 안았다.

 

오행의 성기가 어둠을 잠식하기 시작하자 지옥의 저주는 서서히 그 힘을 잃어가고 세상이 눈을 떴다.

인간이 다시 일어서고, 태양은 그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무너진다.

어둠의 하늘이 무너지고 백련교의 저주가 사라진다.

그리고 세상에 다시 태양이 떴다.

허나, 그것은 하나의 태양이 아니라 다섯 개의 태양이었다.

한 산에 다섯 마리의 호랑이가 주인 행세를 할 수 없듯이 제마오세 역시 오직 하나만을 위해 야욕을 드러내기 시작하니 결국 어둠은 영원히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전쟁이다.

서로 도와가며 오행의 기운을 다스린다면 세상은 더할 나위가 없이 풍요로울 것이건만 극과 극이 만나 세상은 파괴와 파멸로 치달렸다.

100년 전쟁.

장장 100년에 걸친 전쟁은 백련교의 어둠보다 더한 피폐와 좌절을 세상에 남겨 놓은 채 소리도 없이 끝이 났다.

한날, 한시에 돌연 제마오세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세상은 의아했다.

왜?

왜 그들이 돌연 사라진 것일까?

하나 그 의아함은 곧 전쟁이 끝나고 밝은 세상이 왔다는 기쁨으로 바뀌어지고 천지는 새날을 맞았다.

그런데,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세상에 다섯 개의 보물이 등장한다.

 

-신주오보(神州五寶)!

 

火-벽력신패(霹靂神牌)!

水-백이령(白耳鈴)!

木-목령환주(木靈幻珠)!

金-금낭(金囊)!

土-대지신봉(大地神棒)!

 

제마오세의 모든 정령이 담겨져 있다는 보물!

그 중 하나만 얻어도 제마오세와 천연이 닿고, 유아독존의 영원 군림이 손에 쥐어진다는 소문이 염병처럼 퍼지자 신주오보를 차지하고자 하는 야욕의 물결이 해일처럼 일어났다.

죽고 죽이는 쟁탈전,

신주오보는 주인을 수천, 수만 번씩 바꿔가면서 세월을 야금야금 먹어치웠다.

그리고 신주오보가 세상에 나타난 지 어느덧 천년의 시공을 뛰어넘었다.

만걸이 다시 물었다.

“젊은이는 혹시 국제강을 죽이려는 것이 아닌가?”

“어째서 그런 것을 묻지요?”

만걸은 걸음을 멈추고 사군보를 빤히 바라보았다.

“젊은이, 벽력신패를 얻으려고 하지 말게.”

사군보는 자신도 모르게 흠칫 놀라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무슨 말입니까?”

“벽력신패를 얻으려고 하나뿐인 목숨을 헛되게 잃지 말라는 것이네.”

“……”

사군보는 상대를 바라보기만 했다.

너무나 뜻밖의 말이었다.

그가 벽력신패를 얻으려고 악양에 들어온 지 겨우 반나절이다.

또 그 이름 없는 주막에 들렸던 것이 고작인데 상대는 너무나 많은 것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었다.

사군보는 입술을 천천히 움직였다.

“내가 언제 벽력신패를 얻겠다고 말했나요?”

“그럼 노부의 말이 틀렸다는 건가?”

“……”

여기에서 또 말문이 막혔다.

만걸은 걸음을 떼어 놓으며 말을 꺼냈다.

“젊은이는 어디에서 국제강이 벽력신패를 갖고 있다는 말을 들었나?”

만걸은 사군보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돌아가게. 벽력신패에 욕심을 내지마.”

“내 목숨을 염려해서 입니까?”

“그래. 네 임무는 뇌정보로 가는 길목을 지키며 그곳으로 가는 강호인들을 막는 일이네.”

“너무 독선적이지 않나요? 꼭 그럴 필요가 있는 것 같은데? 허긴 누구나 다 사정은 있는 법이지.”

“중요한 이유가 있지.”

“그 이유가 뭐요?”

“본래 벽력신패는 본 방의 것이기 때문이야.”

“벽력신패가 개방 것이라고?”

“그렇다네. 오래 전부터 본 방에서 소유하고 있었던 것을 얼마 전 분실했지. 그런데 그걸 뇌운장 국제강이 갖고 있다는 소문이 난 거야. 벽력신패는 개방에서 꼭 되찾아야 한다고.”

“그럼 강호의 소문이 헛소문이 아니군. 국제강이 갖고 있는 게 분명하네.”

비로소 명백해졌다.

벽력신패!

충융봉의 전설이 담겨 있다는 그것이 소문대로 국제강의 수중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원래 개방의 물건이었다니.

그러나 그런 것에 신경을 쓸 사군보는 아니었다.

그 물건이 원래 누구의 것이었건 간에, 지금 누가 가지고 있건 간에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꼭 수중에 넣고 말겠다는 다짐을 이 순간 사군보는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은근 슬쩍 만걸의 내심을 찔러갔다.

“벽력신패로 인하여 개방이 강호 무림에 혈겁을 일으키겠다는 말로 해석해도 됩니까?”

만걸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혈겁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그럴 것이네. 본 방은 지금 벽력신패를 필요로 하고 있으니까.”

“개방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군요.”

“그것은 말할 수 없네.”

사군보는 잠시 깊은 생각에 잠기는 것 같더니 말을 불쑥 꺼냈다.

“미안하네요. 나는 꼭 벽력신패를 가져야겠습니다.”

만걸의 안색이 순간적으로 싸늘하게 변해졌다.

“젊은이……”

만걸의 안색이 어느새 살기로 변해 시퍼렇게 번쩍거렸다.

사군보의 말 한마디에 따라 그에게서는 무서운 살초가 펼쳐질 것만 같았다.

그것은 사군보도 마찬가지였다.

악양으로 산수나 구경하러 온 것이 절대 아니었다.

두 사람의 살기 가득한 눈길이 한참이나 맞부딪쳤다.

“……본방의 존폐와 관련된 극히 중대한 일이네. 아니, 본방의 곤란한 처지를 이해해 주게.”

“내게 양보를 하라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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