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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하마제 45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7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혈하마제 45화

혈하-第 45 章 비밀통로 확보

 

“금방왕이 어일청을 곤죽으로 만들어 놨습니다.”

“그래요? 어일청이 부당주에게 맞을 짓을 했나 보네요.”

“고작 계집 하나 건드리려고 했답니다. 고작 계집말이오!”

“그 계집이 누군데요?”

“조진진이라고. 금방왕에게 배속된 낭낭입니다.”

“아~ 그러니까 어일청이 금방왕 계집을 먹으려고 덤볐다가 금방왕에게 박살 난 거군요.”

“맞아요.”

“그게 뭔 죄인가요?”

“뭐요?”

“추밀당주님. 만약에 말입니다. 추밀당주에게 배속되어서 가끔 추밀당주가 밤 시중을 들게 하는 계집이 있다 칩시다. 그런데 그 계집을 금방왕이 집적거리고 강간하려고 했다면 그걸 보고 가만히 둘 건가요?”

“미쳤어! 작살내지! 감히 누구랑 구멍동서를 해!”

“거 봐요. 추밀당주도 그럴 거면서 누굴 벌주라는 거지요?”

“그, 그게……”

추밀당주는 조곤조곤한 독모의 말에 그만 홀딱 넘어가고 말았다.

자기 입으로 자기도 그럴 거라고 대답했으니 이젠 빼도 박도 못 한다.

“이제 얘기 끝났으니 가보세요.”

“끙!”

추밀당주는 이를 갈았다.

여기서 물러나면 오히려 상대에게 약점이 잡힌다.

“어일청 일은 그렇다 칩시다.”

“뭐 다른 게 또 있나요?”

“왜 추밀당 제자는 꼬드겨서 빼갑니까?”

“아……가재굴……부당주에게 남자 시종이 없잖아요. 그해서 내가 붙여 줬어요.”

“채화당에도 남자 제자들이 있지 않습니까?”

“채화당 남자 제자들은 보낼 수 없어요.”

“왜요?”

“알면서 왜 그러실까……”

“난 모르겠군요.”

“나와 부당주 사이 모르는 사람이 여기 있나요? 다 알고 지내잖아요. 그런데 채화당 제자를 보내면 그 제자가 자기 입신을 위해 부당주가 시키는 일이라면 별별 짓을 다 할 텐데……차라리 소속이 다른 추밀당에서 뽑는 게 낫지요.”

“끄응.”

어찌 들으면 타당한 얘기다.

‘뭔가를 찾아야 해! 뭔가를!’

그가 핑계거리를 찾을 때다.

벌컥.

문이 열리며 사군보가 안으로 들어왔다.

“너, 이놈! 아무리 네가 부당주라 하지만 당주들 얘기하는 자리에 불쑥 들어오다니!”

벌떡.

추밀당주는 살기를 품으며 일어났다.

그렇지 않아도 핑계를 찾던 차였다.

위계질서를 중요하게 여기는 지하세계 규율 상 상관 허락도 없이 상관들 회의 도중 아랫것이 마구 들어오는 것은 항명죄에 해당한다.

분명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명령했으니까.

독모도 미간을 찡그렸다.

부당주의 난입은 그녀도 막지 못한 죄다.

그러나 사군보는 담담했다.

“내 죄는 잠시 물으시고.”

오히려 화를 내는 추밀당주를 무시한 채 독모에게 당당하게 걸어갔다.

독모는 이상했다.

“무슨 일 있나요, 부당주.”

“급히 보고할 게 있어서 죄를 청했습니다.”

“당주들 얘기 하는 자리를 알면서도 쳐들어온 것을 보니 급한 일인가 보군요. 그 일의 경중에 따라 부당주의 죄의 경중도 따져보겠어요.”

독모는 말로 부당주의 죄를 삭감해 주려 했다.

그 사이 사군보가 독모 바로 옆까지 왔다.

“급한 보고는 뭐죠?”

“잠시 귀 좀……”

독모는 갸웃했다.

추밀당주는 남이 아니다. 

그냥 보고해도 된다.

추밀당주가 들으면 안 될 일이라면 전음으로 해도 된다.

그런데 굳이 귓속말이라니.

하지만 그녀는 의심하지 않았다.

“뭔데 그래요?”

의자에 앉은 채 그녀의 상체가 빳빳하게 세워졌다.

허리를 숙인 사군보가 그녀의 귓가로 얼굴을 가져가면서 자연스럽게 두 팔이 의자를 잡았다.

“그게 말이죠……”

순간이다.

팟! 파파팟-

사군보의 손가락이 빠르게 그녀의 마혈과 아혈을 찍었다.

“……!”

독모의 눈이 동그래지고, 그녀는 앉은 채 석상마냥 몸이 굳었다.

“이놈! 무슨 짓이냐!”

추밀당주가 버럭 소리쳤다.

천천히 숙였던 허리를 드는 사군보.

“무슨 짓은 무슨 짓! 널 죽이는데 독모가 방해하지 못하게 잠시 마혈을 찍었을 뿐이다.”

“날 죽여? 하극상이냐!”

“하극상 무슨 염병! 난 네놈 수하가 아니다.”

“아주 단단히 미쳤구나.”

“잔말 말고 손을 쓰지. 너 나 죽이고 싶어 했잖아.”

“오냐, 스스로 무덤을 파는구나.”

추밀당주의 눈에서 새파란 독기가 일어났다.

 

**

 

“후우!”

사군보와 대치중인 추밀당주는 숨을 골랐다.

조금이라도 정신을 집중시키고자 하는 호흡이었다. 

흥분하면 손이 흐트러진다.

“후우……!”

추밀당주의 손에는 한 자루 칼이 쥐어져 있었다.

설도(雪刀).

애도를 힘주어 잡은 추밀당주는 안정을 찾고는 이내 도격을 날렸다.

“타핫!”

휘잉-

위에서 아래로. 

하늘을 땅으로 거침없이 내려 그어지는 참격!

도세의 실체인 칼 자체보다 그 칼을 감싸고 있는 기파가 더 맹렬했다.

사군보의 몸이 뒤로 물러섰다. 

쾅!

가볍게 물러선 걸음이 지나는 자리로 위맹한 일격의 흔적이 땅에 남았다.

바닥이 파이고, 마루를 이룬 나무가 들썩이며 조각나 비산했다.

‘대단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겪어본 강자들에 비해 그 격이 떨어졌다.

휘잉-

두 번째 도격이 쇄도해 왔다.

이번에는 가로다. 

사군보는 더 물러서지 않았다.

챙!

사군보의 검이 뻗어졌다. 

뻗어지는 검에서 웅장한 기세가 파도처럼 넘실거리며 일어났다.

허리를 노리고 가로로 베어오는 추밀당주의 도격에 곧장 마중 나가듯 뻗어지는 검기.

콰드드득.

도기와 검기가 충돌했다.

두 기운이 허공에서 서로를 잡아먹고 스러지자 비로소 추밀당주의 설도 끝과 검 끝이 맞닿았다.

쩡-

두 개의 꼭지가 하나로 부딪치는 부분으로 엄청난 인력이 작용했다.

공기가 그곳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팡! 파파파팡-

억눌렀던 고무공이 튕겨져 나가듯 가경할 충격파가 태풍처럼 일어났다.

쾅! 콰르릉!

독전이 크게 흔들렸다.

후두두둑.

천정에서, 벽에서 깨지고 부셔진 돌조각과 흙먼지, 돌먼지가 마구 떨어졌다.

“타합!”

추밀당주의 기세가 변했다.

창! 창! 창! 창!

밀고 튕긴다.

양극의 자석이 서로 붙지 않고 밀어내듯 두 사람의 기운은 서로를 밀어냈다.

추밀당주는 수를 교환할 때마다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놈이 이렇게 강했다고?’

고작 아랫도리나 놀리는 놈이라 생각했다.

이건 강해도 너무 강했다.

그가 침음할 때 사군보는 내공을 개방했다.

‘속전속결!’

시끄러워지면 일이 곤란해진다.

벌써 격돌의 여파로 독전이 크게 흔들리고, 굉음까지 났다.

사군보는 변장을 위해 단전에 막아두었던 묵혈사령신공의 기운을 풀어냈다. 

칙칙하게 어리는 검은 기운.

그 기운에 추밀당주가 기겁했다.

“묵혈사령신공! 설마 그걸 익힌 거야?”

패착이다.

놈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사군보는 픽 웃었다.

“끝내자!”

쩍! 쩍! 쩍!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에 대지가 사군보를 중심으로 쩍쩍 갈라지며 퍼져 나갔다.

마치 그 모습은 거미줄이 퍼져 나가는 것 같았다.

어떤 무공이든 시작은 하체다.

발이, 걸음이 나가고 뒤이어 몸이 움직인다.

사군보의 한 걸음이 나아갔다.

강대한 힘이 실린 한 걸음이 땅을 찼다.

공간을 접으며 다가가는 사군보의 신형은 한 줄기 바람이었다.

한순간에 거리를 좁힌 사군보를 보며 추밀당주는 설도를 몸 앞으로 세우며 그 뒤로 자신을 감추었다.

쩡! 쩌쩌저-

“크흑!”

고통을 참지 못한 추밀당주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쨍그랑!

손에 든 설도를 놓치고 만 추밀당주의 목에 빨간 실선이 그려졌다.

“너, 넌……금방왕이 아니다……이렇게 강할 수 없다……”

“나 금방왕 맞다니까 그러네.”

콰당!

추밀당주는 뒤로 넘어갔다.

툭!

그제야 목이 갈라지면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낸 사군보는 놀란 눈을 하고 있는 독모에게 다가갔다.

독모는 대번에 상대방이 옥면호리 금방왕이 아님을 알아봤다.

몸을 섞는 사이다.

그런 관계인데 어지 그의 무공을 모르랴.

누구냐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아혈이 막혀 말을 할 수 없었다.

그 사이 바싹 다가온 사군보가 웃으며 물었다.

“비밀통로 말이야, 그 안에 다른 기관 같은 건 없지?”

“……!”

바르르.

독모의 몸이 떨렸다.

 

**

 

“어쩌면 좋아.”

섭혼술에 통제를 받으면서도 월정은 불안해했다.

독전 전체가 지진이 난 듯 크게 흔들리는 굉음이었다.

벽이 금가고 지붕도 들썩였다.

벌써 독전 주변으로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다가왔지만 사군보가 시킨 그대로 월정은 사람들이 들어가는 것을 막고 있었다.

비록 시녀에 불과하나 월정은 독모의 시녀다.

독모의 명령을 전달하는 그녀의 권위는 일개 무사들이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때다.

“비켜!”

좌호법 위자웅이 무사들을 밀치며 다가왔다.

그는 문을 막고 선 월정을 보며 소리쳤다.

“넌 뭐하는 계집이냐?”

“나, 난……명령을……아무도 들어오면 안 돼……”

위자웅의 이마에 주름이 졌다.

아침 일찍 추밀당주가 독모를 면담하러 가는 것을 본 그였다.

그리고 얼마 후 독전 전체가 흔들리는 굉음이 일었다.

이건 싸움이다. 고수들 간의 내공 격돌이다.

분명 문제가 생겼다.

“미친 년! 비켜!”

와락.

콰당!

“악!”

위자웅이 밀치는 힘에 월정이 나뒹굴었다.

그가 막 독전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이다.

“좌 호법! 들어오지 마요!”

안에서 들려온 것은 분명 독모의 음성이다.

위자웅은 입술을 물었다.

“좌호법 위자웅, 죄를 청하는 한이 있었더라도 안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들어가서 확인해야 한다.

추밀당주를 봐야 한다.

그때다.

“죽고 싶나!”

싸늘한 일갈과 함께 독모가 모습을 드러냈다.

위자웅은 급히 고개를 숙이려다가 독모 뒤에 서 있는 부당주와, 부당주 손에 멱살이 잡힌 채 질질 끌려 나오는 목 없는 시신을 보았다.

“추, 추밀당주!”

목 없는 시신은 추밀당주의 몸이었다.

독모는 주변을 보며 소리쳤다.

“추밀당주가 감히 반역을 꾀했다.”

“반역?!”

“그게 말이 돼?”

“아냐, 평소 추밀당주가 독모를 탐탁치 않게 여겼어.”

사람들이 수군거리자 위자웅이 입을 열었다.

“그럴 리 없습니다.”

“그래? 좌호법은 그 말을 책임 질 수 있나요?”

“그, 그건……”

“만약 사실이면 그땐 좌호법 역시 벌을 받아야 할 겁니다.”

“그……”

위자웅의 눈동자가 빠르게 굴러갔다.

‘반역이라니, 말도 안 된다.’

위험한 일이지만 확인해야 한다.

“그가 정말 반역을 했다면 그 죄를 받겠습니다.”

“좋아요. 안에 들어가면 나랑 추밀당주가 싸우면서 만들어진 흔적들이 있을 겁니다. 그 흔적들을 보면 상황을 유추할 수 있지요?”

싸움의 흔적 안에는 많은 것이 담겨져 있다.

정말 추밀당주가 독모를 향해 살수를 펼쳤다면 하극상이다.

“확, 확인하겠습니다.”

위자웅은 발이 무거웠다.

독모가 너무 당당하다.

잘못 선택한 것 같았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위자웅은 독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는 다리의 힘이 쭉 빠졌다.

곳곳에 펼쳐져 있는 도격의 흔적은 분명 추밀당주의 도법이다.

그것도 내공을 모두 풀어낸 극상의 도세들이었고, 지하세계에서 이 정도의 도격을 받아낼 수 있는 사람은 독모와 좌우호법, 밀옥에 있는 이해독왕이 전부다.

금방왕이 같이 있었다 하나 금방왕 실력으로는 절대 추밀당주와 대적할 수 없다.

“대체 왜 이런 짓을 했나, 추밀당주……”

왜 도를 뽑았고, 극상의 살초를 펼쳤는지 알 길은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하극상이란 것.

추밀당주가 잘못이 없다 해도 흔적만으로도 충분히 죽어 마땅했다.

 

사태는 곧 정리되었다.

좌호법 위자웅은 열흘 동안 가택연금의 벌을 받았다.

독모를 의심한 죄다.

독모는 내상을 입었다는 핑계로 독전 주위를 금역으로 선포했다.

오직 월정 혼자만이 독전을 드나들 수 있는 특권을 받았다.

그리고.

“크악!”

독모의 입에서 피 화살이 뿜어져 나왔다.

섭혼술로 독모를 조종한 사군보는 독전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독모를 죽였다.

섭혼술은 무한한 것이 아니다.

자주 풀어지지 않게 걸어주어야 하고, 그녀는 절정의 고수라 자발적으로 풀 수도 있다.

한곳에 얽매여 있을 수 없는 사군보의 선택은 그녀의 죽음.

이미 비밀통로에 기관이나 함정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그녀는 더 이상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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