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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 181화

무료소설 파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47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파계 181화

파계 8권 - 6화

 

 

 

 

 

“저게 뭐지?”

 

“뭐가?”

 

하늘에서 점점 많은 양의 눈이 떨어지는 걸 보며 앞으로의 여정은 고생길이 훤하겠군, 하고 생각하던 표사는 동료의 의문스런 말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도 동료가 바라보는 곳을 향해 눈을 가늘게 떴다.

 

“먼지가 피어오르네.”

 

“그건 나도 알아. 한데, 뭐가 저렇게 먼지를 크게 일으키는 거야?”

 

“음… 말 아냐? 저 정도의 속도라면 말밖에 더 있겠나.”

 

“혹시 마적대 아냐?”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먼지의 양이나 이쪽을 향해 직선으로 달려오는 속도로 보나, 그 규모가 작지 않을 것이라 예상되었기에 하는 말이었다.

 

표사는 서둘러 상단의 선두로 달려가 표두에게 자신이 발견한 것을 보고하려 했다. 하지만 그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이미 그때는 상단의 모든 사람들이 먼지 구름을 발견하고 잔뜩 긴장을 하고 있는 중이었던 것이다.

 

두두두두!

 

주위가 끝없는 직선의 평야라서 눈에 띈 것이지, 먼지 구름이 피어난 곳은 상단이 있는 곳에서 이십오 리 이상이나 떨어진 꽤 먼 거리였다. 그런데 상단의 사람들과 표사들은 얼마 안 있어서 경쾌하고 빠른 말발굽 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먼지 구름을 일으키는 실체도 눈으로 확인할 수가 있었다.

 

“어라, 하나잖아?”

 

엄청난 먼지 구름의 크기로 봤을 때 말의 숫자가 족히 오십은 되지 않을까, 하고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소리가 들리고 얼마 안 있어 사람들의 시야로 들어온 말은 단 하나였다. 마치 하얀 구름이 거센 바람에 밀려오듯, 눈처럼 하얀 말이 꽁지에 먼지 구름을 피우며 달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우와~ 엄청나게 빠르네!”

 

꽁지에 불이 붙은 말이라면 저 정도로 달릴 수 있을까?

 

사람들은 모두 그런 의문을 느껴야 했다. 그만큼 달려오는 말의 속도는 엄청났던 것이다. 하늘에서 점점 크고 굵은 눈이 쏟아지면서 하얀 말의 존재는 더욱더 신기하고 기묘하게 보였다.

 

두두두두두두!

 

“벌써!”

 

“진짜 빠르네!”

 

이제는 말 위에 앉아 있는 기수까지 보일 정도로 거리가 가까워졌다.

 

그리고 사람들은 말 위의 기수가 하얀 모피 같은 것을 입고 있어 식별하기가 쉽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두두두두두두두-!

 

후화아아아~!

 

지나가는 길에 상단이나 사람이 있다면 잠시 속도를 늦출 만도 한데 하얀 말은 그대로 섬광처럼 지나치고, 그 뒤로 엄청난 먼지 구름이 상단 무리를 뒤덮었다.

 

“퉤퉤!”

 

“으~ 빌어먹을!”

 

불만을 터트릴 사이도 없이 지나간 말 때문에 상단의 모든 이들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제법 무공이 뛰어난 표두와 표사들이 하는 말에, 투덜거리며 먼지를 털어내던 사람들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말 바로 뒤에 사람이 달리고 있었다고?”

 

“그래! 그 하얀 말 꽁지에 사람 하나가 바짝 쫓아서 달리고 있는 걸 내가 봤다니까!”

 

“그럴 리가! 말이 그렇게 빨리 달리는 것도 신기한 일인데, 그 속도로 사람이 달리고 있었단 말이야?”

 

“그렇다니까! 설마 내가 바로 코앞에서 환각을 볼 리가 없잖아!”

 

게다가 표사들뿐만 아니라 표두까지 멍한 얼굴로 동조하고 있어서 사람들은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럼 무림의 고수였나 보네. 그 정도의 속도로 달리려면 정말 엄청난 경공술이 아니면 불가능하잖아!”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높지.”

 

상단의 사람들과 표사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저 멀리 사라져서 크게 피어오르는 먼지 구름조차 작게 보이고 있었으니, 말과 사람을 확인할 방법이란 아무것도 없었다.

 

 

 

 

 

* * *

 

 

 

 

 

두두두두두!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당혹시킨 사람은 백설총을 타고 있는 오칠이었다. 그리고 그는 변함없는 속도로 대지를 내달렸다. 또한 사람들의 의구심을 자극한 존재, 초왕성은 백설총의 꽁지에서 발바닥에 불이 붙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속도로 열나게 달리고 있었다.

 

“좀 천천히 갑시다-!”

 

용케도 먼지 구름이 크게 나풀거리기 바로 전의 위치에서 달리고 있는 초왕성은 커다랗게 고함을 내질렀다.

 

그의 목소리는 단순한 고함이 아니었다. 벌써 반나절을 이렇게 달려오고 있는 동안 악과 깡이 잔뜩 혼합되어 터져 나오는 분노의 고함이었다.

 

하지만 온몸에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며 달리는 초왕성의 외침에 오칠은 대수롭지 않게 중얼거리듯 한마디를 던져주었다.

 

“잘만 달리네.”

 

공력을 담은 중얼거림이었기에 초왕성은 그 말을 분명하게 들을 수가 있었다.

 

‘염병, 이대로 엉덩이를 두 쪽으로 쪼개버릴까?’

 

초왕성은 바로 코앞에 보이는 백설총의 큼직한 엉덩이와 오칠의 엉덩이를 향해 살벌한 눈빛을 보냈다.

 

정말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었다. 오칠의 손에 그의 애병이 부서져버렸기에 새로 장만한 쌍날 도끼의 날카로움을 시험해볼 기회도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그러한 생각은 생각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 초왕성의 살기를 느꼈는지 슬며시 고개를 돌린 오칠의 눈빛은 허튼짓을 했다가는 그대로 죽는다, 하는 그런 눈빛이기 때문이었다.

 

“현이 보이면 들를 테니까, 이번엔 네다섯 마리 정도는 사서 쫓아와.”

 

오칠이 그래도 생각해준다고 한 말이었다.

 

하지만 초왕성은 전혀 고마움을 느끼지 않았다. 산서 길현을 출발하여 그가 갈아탄 말만 해도 세 마리. 정말 죽기 살기로 오칠과 그의 백설총을 쫓아오느라 벌써 세 마리의 말이 지쳐서 죽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다시 말을 살 수 있는 곳을 찾을 수가 없자, 이렇게 두 다리로 뒤를 쫓아가는 중이었다.

 

사실, 초왕성은 오칠에게 목적지를 말해주면 나중에라도 어떻게든 뒤쫓아 가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오칠은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말 이상으로 빨리 움직일 수 있는 다리가 있는데 그럴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강한 것도 죄야!’

 

두 다리가 단단하고, 무공이 고강하고, 경공술이 뛰어난 것이 이리도 원망스러울 줄이야.

 

그러나 초왕성이 자신을 원망하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뒤처져 이 먼지 바람을 들이마시며 달리지 않기 위해 내공을 원활하게 돌리고, 경공의 속도가 떨어지지 않게 더욱 신경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자식! 빌어먹을 교주! 빌어먹을-!’

 

초왕성은 그렇게 속으로 욕을 터트리며 오칠을 따라 달렸고, 오칠은 백설총의 엄청난 지구력과 속도를 마음껏 만끽하며 다음 현이 나올 때까지 강소성을 향해 쉼 없이 달려갔다.

 

 

 

 

 

* * *

 

 

 

 

 

산서성 동남쪽 장치(長治).

 

곳곳에 부분적으로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 있고, 작은 산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구릉들과 절벽들이 제법 조화롭게 자리하고 있는 지역이다. 쉽게 말해서 매복하기 좋은 곳이 사방에 널려 있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한 달여 전부터 흑천맹의 갑작스런 공격을 받기 시작한 후 연신 패배를 당하며 밀려나기만 하던 산서의 정파 무림 문파들은, 지금 그런 장치의 지리적 이점을 십분 활용하여 적들에게 매복 공격을 감행하는 중이었다.

 

“바위를 굴려라!”

 

경사가 매우 가파른 언덕 양쪽에서 연이어 고함이 터지고, 이미 언덕을 맹렬한 속도로 구르고 있는 수십 수백의 바위들을 따라 다시 몇백 근에 이르는 큼지막한 바위들이 아래로 밀쳐졌다.

 

쿠르르르릉! 쿠르르르르릉!

 

바위의 거칠고 무거운 소리가 사방을 가득 채우고, 그 아래로 이동하고 있던 모용세가와 강소성 대소 이십여 사파문의 무림인들은 황급히 뒤로 빠지거나 앞으로 내달렸다.

 

쾅- 콰쾅- 쾅-

 

“당황하지 마라! 흩어지지 말고 자리를 지킨 채로 바위를 피하라!”

 

양쪽에서 굴러 내린 바위들이 충돌하여 이리저리 어지럽게 비산하고, 그로 인해 생겨난 뿌연 먼지 구름 위쪽 공중으로 솟구쳐 올라 몸을 피한 모용세가의 가주 모용신웅이 내공이 가득 찬 음성으로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그의 양쪽, 사방으로 수십 명이 일시에 공중으로 뛰어오르고, 다른 수백의 무림인들도 그들을 따라 바위를 피하기 시작했다. 사실, 삼류를 넘어선 무인만 되어도 침착하게 대응한다면 이 정도의 속도로 굴러오는 바위는 피할 수가 있었다. 그래서 처음 잠깐 동안만 급작스런 공격으로 당황한 십여 명이 다치고 죽었을 뿐, 전력에는 이렇다 할 손실이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 정도의 예측은 산서 정파 무인들도 충분히 하고 있었다. 그들도 바위 공격 정도로 적들에게 크나큰 손실을 입힐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아주 약간의 당혹과 부산스러움, 그리고 바위를 피하기 위해 무리가 둘로 갈라져서 전력이 분산되기를 노렸을 뿐이다.

 

“우와~!”

 

“와~!”

 

정신을 세밀하게 다듬을수록 무공의 경지가 높아지는 무림인들끼리의 싸움에선, 함성으로 상대에게 위압감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산서 정파 무림인들은 우레와 같은 함성을 내지르며 가파른 구릉을 따라 몰려 내려왔다.

 

“흥! 버러지 같은 것들! 이 정도로 우리를 어찌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거냐!”

 

모용신웅은 코웃음과 함께 검을 빼들었다. 그리고 그를 보좌하는 삼심육 검객들과 함께 구릉을 달려 내려오는 정파인들을 항해 몸을 날렸다.

 

슈악- 슈슈악-

 

“악!”

 

“컥!”

 

모용신웅의 검이 번개처럼 휘둘러지고, 일순간에 두 명의 정파인이 달려오던 그대로 피를 뿌리며 나동그라졌다. 그리고 모용신웅을 시작으로 해서 강소 사파인들이 정파인들을 향해 마주 달려가며 무기를 휘둘러 맞상대했다.

 

펑!

 

“크윽!”

 

콰직!

 

“아악!”

 

슈샤샤삭-

 

“윽!”

 

이곳저곳에서 격타음과 충돌음, 날카로운 무기가 공간을 갈라가는 소리가 어지럽게 들리고, 처참한 비명이 붉은 선혈과 함께 갈색 대지를 물들였다.

 

“모두 죽여 버려라!”

 

모용신웅은 잔뜩 흥분하여 주변이 떠나가라 고함을 질렀다.

 

아무리 매복 공격을 당했다고는 해도 수적으로 우세한 자신들이다. 더구나 몇 번이나 패퇴하여 기세에서 한풀 꺾여 있는 정파인들에게 자신들이 밀릴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퍼퍽!

 

“악!”

 

투퉁-

 

“억!”

 

한데, 사방으로 날카로운 검기를 흩뿌리며 적들을 베어 넘기던 모용신웅은 귓가에 거슬리는 묘한 격타음과 비명에 고개를 돌렸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빌어먹을 중놈들!”

 

모용신웅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계인이 찍힌 반들거리는 대머리를 빛내며 사파인들을 두들겨 패는 수십 명의 소림사 무승들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무승들 중에서도 유독 커다란 몸과 강렬한 권각을 뽐내며 날뛰는 무승 여섯 명이 모용신웅의 눈을 어지럽히고, 기분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내 이번엔 반드시 저 나한 중놈들을 모두 죽여 버리고 말겠다!”

 

여섯 명의 무승은 소림사에서 파견한 십팔나한들 중 일부였다.

 

십팔나한은 각기 수십 명의 소림 무승들을 데리고, 흑천맹이 산서의 공격 방향으로 잡은 세 지역에 나뉘어 파견되었고, 파죽지세로 산서를 몰아쳐 손에 넣으려고 계획을 세웠던 흑천맹에게 있어서 엄청난 골칫거리가 되고 있었다.

 

“저 땡중들의 머리통을 손에 쥔 자에겐 크나큰 상을 내리리라!”

 

모용신웅을 보좌하며 정파인들을 도륙해가던 삼십육 검객들은 가주의 명을 따라 방향을 틀어 소림 무승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상을 내린다는 말에 한층 기세가 높아진 많은 사파인들이 그 뒤를 따라 달려가기 시작했다.

 

“갈!”

 

후우우웅!펑!

 

“으악!”

 

“아악!”

 

거센 광풍과 함께 엄청난 폭음이 터지고 그 주변으로 대여섯 명의 사파인들이 울컥울컥 피를 토해내며 튕겨나갔다.

 

이 갑작스런 사태에 사파인들이 달려가던 걸음을 멈춘 것은 당연지사.

 

“……!”

 

모용신웅의 눈이 당황으로 크게 떠졌다.

 

처음엔 나한승들 중 한 명이 온 힘을 다해 장력을 발출한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곧 공중에서 가사 자락을 나풀거리며 내려서는 두 명의 노승을 바라보고는 모용신웅의 가슴은 덜컥 내려앉았다.

 

‘장경각 각주 굉진?’

 

그리고 소림사 지객당 당주 굉만 대사였다.

 

소림사는 본사의 안전을 위해서인지 이대 제자들 이하로만 파견했었는데, 갑작스럽게 일대의 장로들이 나타난 것이다.

 

“모용 시주, 산서에서 이만 물러나시구려.”

 

굉진 대사는 소림사 특유의 한 손 합장을 하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모용신웅을 바라봤다.

 

“참으로 억지스런 요구요. 굉진 대사야말로 괜한 참견 마시고 하남으로 돌아가시오.”

 

하남의 소림사가 왜 산서까지 올라와서 자신들을 방해하냐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갑을공론은 무림이란 세계에서 무의미한 것들이었다. 이기면 명분을 얻고, 지면 명문을 잃는 적자생존, 강자득세의 법칙 앞에서 지금 누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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