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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 178화

무료소설 파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58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파계 178화

파계 8권 - 3화

 

 

 

 

 

후아아앙-

 

나란히 세워진 채로 떨어지는 양날 도끼를 중심으로 공기가 요동치고, 오칠의 주변 석 장의 반경이 천근처럼 무거운 압력 속에 내리눌렸다. 무림의 일류고수라고 해도 감히 대적하지 못하고 피할 수밖에 없는 공격이었다. 하지만 오칠은 망설임 없이 묵철곤을 위로 휘둘렀다.

 

과광-

 

둔중한 충격음과 함께 딱딱하게 언 바닥이 뒤흔들리며 흙먼지가 치솟았다. 그리고 그 먼지 구름 위로 초왕성의 신형이 핑그르르 회전하고 있었다.

 

‘염병할!’

 

초왕성은 전신을 찌르르하게 울리는 충격 속에서 이를 악물고, 먼지 구름 속에 감춰진 오칠의 존재감을 찾으려 눈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오칠의 신형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어디냐?’

 

초왕성은 아래로 떨어져가는 몸의 균형을 잡으며 초조해지는 마음을 다독이려고 노력했다.

 

한데 그때, 그의 머리 위쪽에서 예상치 못한 음성이 들려왔다.

 

“여기야.”

 

음성을 듣는 순간, 초왕성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천근추의 수법을 발휘하여 떨어지는 몸을 더욱 빠르게 추락시켰다.

 

그리고 바닥에 내려서자마자 양날 도끼를 맹렬히 회전시키며 위를 향해 휘둘렀다.

 

후웅- 후우우웅-

 

공간이 폭풍에 휘말린 듯 요동치고, 공중에 솟구쳐 올라 있던 오칠의 전신을 향해 몰아쳐갔다.

 

“……!”

 

초왕성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그가 날려 보낸 날카로운 부기(斧氣)와 함께 휘몰아친 바람에, 오칠의 전신은 핏물을 뿜으며 난자되어야 함에도 전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칠의 신형은 마치 산들바람을 탄 가랑잎처럼 이리저리 기우뚱거리기는 했지만, 상처라고는 조금도 입지 않고 오히려 여유롭게까지 보였다.

 

“고작 그 정도가 초가 호법가의 자랑인 진산천살부법(鎭山天殺斧法)인 거냐?”

 

오칠은 강하고 날카로운 바람의 일렁임 속에서 몸을 빼내며 아래에서 그를 멍하니 바라보는 초왕성을 비웃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방어가 아닌 공격의 의지를 갖고 묵철곤을 아래로 휘둘렀다.

 

슈아앙-

 

묵철곤이 맹렬히 회전하며 오칠의 신형과 함께 초왕성을 향해 떨어졌다.

 

“……!”

 

초왕성의 눈동자에 분노의 감정이 피어났다. 오칠이 묵철곤을 휘두르는 방법은 바로 그가 조금 전에 펼친 진산천살부법이기 때문이다.

 

“날 우습게 보는 거냐-!”

 

십수 년을 끊임없이 수련한 초왕성에게 오칠이 같은 수법으로 상대해주겠다며 조롱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의도를 안 순간, 초왕성은 오칠의 천마신공으로 인해 생겨난 본능적인 두려움을 이겨내고, 안으로 움츠러들었던 자신의 힘을 완전히 끌어올렸다.

 

후우우- 후우우웅-

 

초왕성의 분노한 외침에도 개의치 않고 떨어지는 묵철곤을 향해 두 개의 쌍부가 돌개바람처럼 회전하며 솟구쳐 올랐다.

 

콰쾅-

 

“크윽!”

 

초왕성의 입가로 핏줄기가 흘러내렸다.

 

그의 다리는 발목까지 땅에 박혔고, 그의 전신은 엄청난 충격에 부르르 요동을 치고 있었다.

 

“멍청한 놈.”

 

반면, 오칠은 공중으로 둥실 떠올라 너무도 태연한 얼굴로 바닥에 내려서며 초왕성을 불쌍하다는 듯 쳐다봤다.

 

붉고 푸르게 일렁이는, 그의 사악하리만치 묘한 눈동자는 초왕성을 한없이 경멸하듯 바라보는 것 같았다.

 

“감히 내게 힘으로 대항하겠다는 거냐? 너희 초가의 건양진력(乾陽眞力)이 아무리 강맹한 기공이라고 해도 천마신공을 힘으로 대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냔 말이다.”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던 초열홍 등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강맹함이란 그들 초가 무공의 기본이다. 그런데 그 힘을 바탕으로 싸우고 있는 초왕성을 오칠은 어리석다 말하고 있으니 황당할밖에.

 

그러나 당사자인 초왕성은 달랐다. 오히려 오칠을 향해 묻는 듯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뭐가 문제요? 당신은 내게 뭘 말하고자 하는 것이오?

 

하지만 초왕성의 그 소리 없는 질문에 오칠은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다. 그는 지금 이 싸움을 이길 생각밖에 없다는 듯 갑자기 초왕성을 향해 빠르게 짓쳐들어왔다.

 

후웅-

 

묵철곤이 휘둘러지는 소리는 무거워도 그 속도는 전광석화였다. 그리고 초왕성은 그 번개 같은 공격에 대항하기 위해 더욱 빠른 속도로 쌍부를 휘둘러야 했다.

 

깡- 까강- 까가가가강-

 

하나의 묵철곤이 수십 개로 늘어나 휘둘러지고, 두 개의 양날 도끼 역시 그 몇 배의 숫자로 늘어나 맞부딪쳤다. 두 사람 사이는 한 치의 물러남도 없이 빳빳하게 고정되었고, 그 사이로 불꽃이 튀고, 귀를 아릿하게 울리는 충격음이 마치 맹렬한 북소리처럼 튀어나와 주변을 메아리쳤다.

 

“후- 후- 후- 후후후후……!”

 

내쉬는 호흡이 길었던 초왕성의 숨결이 점점 짧아지고, 빨라졌다.

 

양날 도끼는 각각의 무게가 오십 근이었고, 일정한 간격 이상의 속도로 휘두르는 것은 그만큼 많은 힘과 인내가 필요한 법이었다. 그래서 초왕성의 호흡이 점점 짧고, 빨라지는 것이다. 당연히 어깨와 팔에 얹어지는 부담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초왕성의 얼굴은 힘들어 보이지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밝아지는 것처럼 보였다.

 

‘경쾌하다!’

 

초열홍은 초왕성의 모습을 보며 그렇게 느꼈다.

 

분명 힘과 인내에 한계를 느끼고 잠시 물러날 때가 되었는데도 초왕성은 오히려 더욱 시원스럽게 양날 도끼를 휘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한 치의 물러남도 없던 초왕성과 오칠의 모습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초왕성의 쌍부를 밀어내겠다는 듯 앞으로 기울어져 있던 오칠의 상체가 곧게 바로 서더니 뒤쪽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거다!’

 

초왕성은 쉬지 않고 호흡을 내쉬고, 양팔을 맹렬히 휘두르면서 상처 가득한 얼굴에 옅은 미소를 그렸다.

 

그는 변화를 겪고 있는 상태였다. 그 자신뿐만이 아니라 가문이 추구하는 무공을 익힌 모든 일족들이 간과하고 있던, 그래서 산에 틀어박혀 고민하면서 모색하고 있던 그런 변화를 겪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오칠을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그를 즐겁게 하고 있었다.

 

“좋냐?”

 

“……!”

 

오칠의 물음에 초왕성은 놀랐다. 자신은 입도 뻥긋하기 힘든 와중인데, 오칠은 밀리는 가운데도 입을 열어 말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뭔가를 알게 되었다는 건 기분이 좋은 일이지. 하지만 내가 형님으로서 아우에게 베푸는 건 거기까지다.”

 

“……?”

 

무슨 말일까?

 

초왕성은 의문을 느끼면서도 어떤 불안감 때문에 공격에 더욱 신경을 집중했다. 어떤 일이 생기기 전에 오칠을 완전히 밀어붙여서 쓰러트리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현실에서 외면 받았다. 갑자기 양날 도끼로 전해지는 충격이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커져버렸기 때문이었다.

 

‘이건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오칠의 묵철곤이 이전에 비할 수 없이 강렬한 빛을 발산했다. 그 빛은 도저히 감내하기 힘든 강력한 힘으로 분출되었다. 오칠의 몸과 눈동자에서 일렁이는 붉고 푸른 기운이 묵광과 함께 타올라 묵철곤을 뒤덮고, 쌍날 도끼를 강하게 밀어냈다.

 

쾅! 쾅! 쾅! 쾅!

 

‘크윽! 도…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일격 일격에 담긴 힘은 산을 부숴버릴 듯 강력했다. 묵철곤이 움직이는 동작 하나 하나마다 수십 가지의 변화가 일어났다. 그건 시각으로도, 육감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극강의 무공이었다. 천부신군 초왕성의 능력으로는, 아니 현 무림의 어떠한 고수들도 감당할 수 없는 완벽한 경지였다.

 

까강- 파삭! 깡- 파삭! 퍽!

 

“컥!”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날이 부서져버린 두 개의 쌍날 도끼는 아귀가 찢어져 선혈이 낭자한 초왕성의 손에서 벗어나 저 뒤쪽으로 날아가고, 그 틈새로 묵철곤이 초왕성의 복부를 깊숙이 파고들었다.

 

“……?”

 

초왕성은 배가 꿰뚫리는 듯한 극심한 고통 중에서도 자신이 죽지는 않았다는 것에 의아했다.

 

떡 벌어진 입을 움직이는 것도 힘들고, 돌출될 것처럼 커진 눈동자를 감을 수도 없지만, 그를 바로 코앞에서 바라보는 오칠의 눈을 통해 자신은 죽은 것이 아니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왜… 왜?”

 

초왕성은 가까스로 입술을 움직여서 물었다.

 

오칠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버르장머리가 없다고 아우를 죽일 수는 없지.”

 

하지만 그 말이 끝은 아니었다.

 

“죽지 않을 정도로만 때려주마.”

 

퍽!

 

오칠의 쇠망치처럼 단단한 주먹이 초왕성의 콧잔등을 강타했다.

 

그리고 오른쪽, 왼쪽 얼굴, 가슴, 복부, 옆구리 등등 가리지 않고 전신을 두들겨대기 시작했다.

 

‘비… 빌어먹을!’

 

초왕성은 처음의 일격을 허용한 순간부터 반항할 여지를 잃었기에 피하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맞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퍼퍼퍼퍼퍼퍼퍽… 털썩!

 

두들겨 맞는 충격으로 이리저리 흔들리던 초왕성은 어느 순간 바닥으로 허물어졌다.

 

본래의 모양새를 알아보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얼굴이 퉁퉁 부은 채로 쓰러져 정신을 잃은 초왕성을 오칠은 힐끔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뒤로 돌려서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초열홍 등을 쓱 둘러보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이런 걸 두고 바로 일석이조, 일거양득이라 하지. 버릇없는 아우에게 교훈을 주고, 내 말에 절대 복종해야 할 수하들까지 얻었으니까 말이야. 안 그래?”

 

오칠의 물음에 초열홍 등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오칠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고, 그로 인해 오칠이 처음에 어떠한 경고를 했는지 기억해낸 초열홍 등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어찌 들으면 굴욕적이기까지 한 대답을 저도 모르게 내뱉은 초열홍 등은 한 걸음 한 걸음 공손한 걸음으로 내려와 그대로 오칠의 앞에 나란히 부복했다. 그리고는 더 이상 반항과 거부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듯 오체투지하며 소리쳤다.

 

“교주님을 배알하옵니다!”

 

 

 

 

 

제73장. 당신이 달리는 사이에

 

 

 

 

 

중경(重慶) 서림(西林)의 동쪽으로 백여 명의 무리가 이동하고 있었다. 그들은 걷고 있지만, 보통 사람들이 달리는 것 이상으로 빨랐다. 바로 운남성(雲南省) 대리(大理) 점창산(點蒼山)을 떠나 귀주(貴州)를 일직선으로 관통한 뒤, 이곳 서림을 지나고 있는 점창파(點蒼派)의 장문인을 비롯한 백여 명의 제자들이었다.

 

“정지.”

 

선두에 있던 장문인 공만이 갑자기 손을 올려 무리의 이동을 멈춰 세웠다.

 

“사부님, 왜 그러십니까?”

 

대제자인 구우도가 의아하여 물었다.

 

여러 장로들과 다른 제자들 역시 궁금하다는 표정이었다.

 

“숲이 너무 조용하다.”

 

날카롭게 번뜩이는 공 장문인의 눈동자가 전방 팔 장여 앞 좌측으로 형성된 숲을 뚫어질 듯 쳐다보았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냐고 물으려 했던 대제자는 곧 사부가 하는 말의 의미를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그도 사부처럼 앞쪽 숲이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는 걸 느꼈기 때문일까?

 

아니었다. 사부가 바라보는 숲에서 사람들이 걸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데 그렇게 갑자기 숲에서 나오기 시작한 사람들을 조용히 바라보던 공 장문인을 비롯한 모든 제자들의 표정이 점점 딱딱하게 굳어갔다.

 

“어찌 이렇게 많은 사람이!”

 

전혀 통일되어 있지 않은, 가지각색의 복장을 한 사내들이 꾸역꾸역 나오다 보니 그 숫자가 족히 천 명이 넘었다.

 

그런데 척 보아도 그들 대부분은 한족 같지가 않았다. 머리를 기이하게 틀어 올리고 있는 데다, 복장 자체부터 한족들이 입는 종류가 아닌 것이다.

 

물론 그런 건 크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이곳 중경을 비롯한 근처의 귀주, 남만은 한족보다 이족이 더 많은 곳이니까 말이다. 문제는 이자들이 어떠한 이유로 진로를 막고 있느냐는 것이다.

 

“녹림의 영웅들이시오?”

 

공 장문인은 저리 많은 숫자에다, 자유분방한 복장으로 숲에서 나올 수 있는 자들이라면(한족이 아니라 해도) 산적밖에 없고, 그래서 무리의 정중앙, 천여 명의 사내들 중에서도 딱 수장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사내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니다.”

 

오관대왕(독룡방 방주) 구니마쓰 야마오는 싱글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럼 어이하여 우리 점창파의 길을 막는 것이오?”

 

공 장문인은 점창파란 말을 강조하듯 분명하게 발음하여 자신들이 누구인지를 상대가 정확히 알게 했다.

 

그리고는 아주 약간이라도 당황하는, 혹은 움찔하는 기색을 보여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야마오는 공 장문인의 기대에 전혀 부응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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