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계 174화
무료소설 파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541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파계 174화
파계 7권 - 24화
제71장. 새로운 관계와 드러나는 그의 신분
검게 물들어 있는 하늘의 중심으로 둥그런 달이 빛나고 있었다.
자그마한 별들을 주변에 흩뿌리고, 그 홀로 찬란하다는 듯 오만하게 빛나는 달.
혹자는 태양에 견주기에 너무도 미약한 빛으로 감싸인 달을 무시하기도 하지만, 지상은 그 달빛에 의지하여 암흑의 그림자 속에서 조금이나마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었다.
화르르.
타닥거리며 타들어가는 모닥불이 달빛과 더불어 숲 속의 구석을 밝히고 있었다.
그 모닥불을 중심으로 오칠과 초왕성이 앉아 있었다. 같은 곳에 있으면서도 타인처럼 서로를 외면하고 있는 두 사람은 침묵 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저녁 안 먹나?’
초왕성은 허기를 강하게 호소하는 아랫배를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들고는 오칠을 빤히 쳐다보았다.
하지만 오칠은 초왕성의 시선을 분명하게 느끼고 있을 텐데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언뜻 보면 멍하기 그지없는 눈동자로 모닥불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자식, 내가 배고프니 밥 먹자고 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건가?’
오칠은 초왕성의 자존심을 전혀 개의치 않는 말과 행동으로 틈틈이 그를 괴롭혔기에, 초왕성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알면서도 먼저 자존심을 접는 것은 늘 초왕성이었다. 오칠과의 동행으로 인해서 자존심 때문에 먹을 걸 못 먹어서야 되겠느냐는 새로운 소신을 갖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이번에는 초왕성의 짐작이 틀린 모양이었다. 갑자기 오칠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기를 먹자고 했기 때문이었다.
“초 형, 한동안 죽만 먹다 보니 기력이 딸리는 것 같소. 내가 사냥을 해오겠소.”
“어라, 나한테 안 시키고?”
거의 모든 잡일이 초왕성의 몫이었기에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했다.
오칠은 빙그레 웃었다.
“식량 공급은 내 몫이잖소. 그런데 초 형은 사냥에 능숙하시오?”
“사냥꾼에 비할 수는 없지만, 나쁜 실력은 아니다.”
“한 식경 안에 노루나 멧돼지 같은 큰 놈을 잡아올 수 있소?”
“한 식경? 그리고 노루나 멧돼지?”
“그렇소.”
초왕성은 고개를 내저었다.
시간만 충분하다면야 지금과 같은 겨울이라 해도 잡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식경 안에 잡아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마 사냥꾼들이라 해도 그건 버거운 일일 것이 분명했다.
“그럼 넌 잡아올 수 있다는 거냐?”
“그렇소.”
“못 믿겠다.”
“내기라도 하겠소?”
순간, 초왕성의 눈이 번뜩였다.
오칠을 따라온 이유 중에 하나가 수치당한 것을 되갚아주자, 였으니 내기란 말에 마음이 동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오칠이 내기에서 진다고 해보았자 수치스럽기나 할까?
그 자신은 내기에서 지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토악질을 했고, 거기다 음식 값까지 지불해야 했다. 그런데 오칠은 고작 한 식경 안에 사냥을 해오지 못하는 것뿐이지 않은가 말이다.
“내기에서 지면 어찌할 거냐?”
“초 형은 어찌했으면 좋겠소?”
초왕성은 잠시, 아주 잠시 고민하다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내게 아홉 번을 절한 뒤에, 형님의 아우가 되게 해주십시오! 하고 세 번 청을 하는 것이다.”
“구배지례는 제자가 사부를 모실 때 하는 게 아니오?”
“내 맘이다!”
“그럼 진짜 아우가 되어야 하오?”
“당연하지! 아무리 내기라고 해도 신의가 없으면 안 되는 것이다!”
“못난 의동생 하나 때문에 꽤나 고생한 경험이 있소, 그래서 솔직히 그런 귀찮은 관계는 내키지가 않는구려.”
초왕성은 득의의 웃음을 지었다.
오칠이 싫다고 한다면 더욱 잘된 일이었다. 그래야 복수하는 재미가 더 큰 것이 아니겠는가.
“네가 내키지 않는다 해도 할 수 없다! 내기의 조건은 반드시 그것이어야 한다!”
“흠, 만약 내가 이기면 초 형도 내게 똑같이 하는 것이오?”
“그건…….”
초왕성은 순간 움찔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오칠이 지는 것만 생각했지, 자신이 지는 경우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오칠은 그런 초왕성의 내심을 알아채고 웃으며 말했다.
“그럼 관둡시다. 짐승 하나 잡아오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내기까지 하겠소.”
당신이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는 듯 비웃는 것처럼 보이는 웃음이었다.
아니, 여자가 보았다면 그냥 참 황홀한 미소다, 라고 생각했겠지만 초왕성에게는 비웃음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내기하자! 좋아! 내가 지면 나도 똑같이 너에게 절을 하고, 아우가 되어달라고 청하겠다.”
오칠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받아들이겠소.”
그리고 그는 그대로 몸을 날려 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찬 어두운 숲 속으로 사라졌다.
‘이거 영 불안하네.’
이길 수 있다, 복수를 하는 거다, 하는 생각으로 일단 내기를 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치 않았다.
뭔가 속은 듯한 기분까지 들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한 식경 안에 노루나, 멧돼지를 잡아오는 것은 힘들어 보였다. 그것도 지금은 겨울이고, 밤이지 않은가 말이다.
“힘들지! 암, 힘들고말고!”
초왕성은 마음에 일고 있는 불안을 외면하며 뒤로 벌렁 누웠다.
그리고 오칠이 돌아올 때까지 가만히 숫자를 세며 기다렸다.
* * *
사삭, 사사삭.
오칠은 굵직한 나무들로 빼곡한 숲 속을 날쌘 산짐승처럼 달렸다.
한 식경 안에 큼직한 짐승을 잡아와야 한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급한 걸까?
하지만 그는 곧 달리던 걸음을 멈추고, 조용한 숲 속에 우뚝 서서는 어느 한 곳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곳에 그가 찾는 짐승이라도 있다는 것처럼 말이다.
“나와.”
오칠이 나직하게 말했다.
어둠 속이 일렁였다. 그리고 갑자기 어둠의 한 덩어리가 복면을 한 사람의 형체로 변하며 어느새 오칠의 앞에 납작 부복했다.
“은형대 육 조장이 교주님을 배알하옵니다.”
“조원들 다섯이 같이 왔지?”
육 조장은 어깨를 움찔했다.
조원들에게 다섯 장 거리 밖으로 떨어져서 기척을 드러내지 말고 몸을 감추고 있으라 했는데, 그들의 존재를 오칠이 모두 감지했다는 것에 놀란 것이다.
하지만 교주는 그들로서는 감히 짐작할 수 없는 신성하고, 막강한 존재. 그의 생각을 뛰어넘는 능력을 보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놀라움을 지웠다. 그리고 머리를 땅에 내리찍으며 벌을 청했다.
“감히 교주님의 이목을 시험한 죄, 죽음으로 벌을 받겠습니다.”
“뭘 그까짓 걸로 목숨을 내놓고 그래. 그보다 조원들한테 노루나 멧돼지 같은 거 한 마리 잡아오라고 시켜.”
“예?”
“일각 안에 잡아와야 하니까 서둘러.”
“명을 받들겠습니다.”
의문이 생기기는 했지만, 교주의 명은 절대적인 것.
육 조장은 바람처럼 뒤로 물러나 조원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는 오칠의 명을 전하고 돌아왔다.
“좌사가 서신을 보냈다며?”
오칠이 갑자기 초왕성에게 고기를 먹자, 어쩌자 하고 의도하지 않게 내기까지 하면서 나온 것은 서신을 갖고 찾아온 육 조장의 전음을 전해 받았기 때문이었다.
“예. 여기 있습니다.”
육 조장은 품에서 서신을 꺼내어 내밀었다.
오칠은 그 서신을 받아들고는 내용을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잘 지내는구나, 목운교.’
서신에는 우선적으로 목운교의 상태와 안전 여부가 기록되어 있고, 다음으로 현재 혈천신교에 대한 움직임과 혈천신교가 엄청난 피바람을 일으키는데도 관이 잠잠한 이유, 그리고 백천맹과 정파 무림의 동향, 흑천맹의 산서, 하북 공격을 위한 본격적인 출정 등등의 내용들이 세세하게 적혀 있었다.
‘흠, 조정의 권력자가 개입되어 있단 말이지? 좌사가 알아서 잘하겠지만…….’
“좌사에게 혈천신교가 배경으로 삼은 권력자와 견줄 수 있는 자를 포섭하라고 전해. 그리고 계획대로 잘되고 있으며, 예정대로 그곳에서 보자고 하고.”
육 조장은 그 외에도 오칠이 좌사에게 전하라는 여타의 내용들을 명확하게 외워두었다.
“빠르네.”
지시를 끝내고 육 조장과 가만히 기다리던 오칠은 문득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순간, 오른쪽에서 다섯 명의 복면인들이 뭔가를 들고 나타나 오칠의 앞에 그것을 내려놓으며 부복했다.
“교주님을 배알하옵니다.”
“그래, 수고들 했다.”
복면인들이 오칠의 앞에 내려놓은 것은 네발이 묶여 있고, 소리를 낼 수 없게 주둥이까지 꽉 동여매진 제법 커다란 멧돼지였다.
멧돼지가 밤에 잘 돌아다니는 놈이라서 다른 짐승들보다 더 빨리 조원들에게 포착된 모양이었다. 어쨌든 오칠은 초왕성과의 내기에서 이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오칠 혼자서도 한 식경이면 뭔가를 사냥해서 초왕성에게 돌아갈 수가 있었다. 다만, 육 조장에게 보고를 받느라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서 조원들에게 시킨 것뿐이었다.
“이제 가봐.”
“아후라 마즈다의 영광이 교주님과 함께하소서.”
육 조장과 조원들은 깊게 머리를 숙이고는 그대로 다시 어둠에 동화되어 사라져갔다.
“시간이 딱 맞는군.”
오칠은 멧돼지의 묶여진 다리를 움켜잡아 가볍게 어깨에 메고서는 초왕성이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 * *
“이거 진짜 네가 잡은 거야?”
초왕성은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오칠과 사지가 속박된 채로 바닥에서 움찔거리는 멧돼지를 번갈아 보았다.
“그럼 초 형은 누가 나대신 이놈을 잡아주기라도 했다고 생각하는 거요?”
오칠은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했고, 초왕성은 달리 반박할 말이 없었다.
사실, 지금처럼 추운 겨울산에서 오칠 대신 한 식경 안에 멧돼지를 사냥해줄 사람이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그것도 이렇게 산 채로 잡아서 말이다.
“그런데 죽이지 않고, 왜 산 채로 잡아왔냐?”
초왕성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의심의 눈길로 오칠을 쏘아보았다.
“손에 피 묻히는 걸 즐기지 않소.”
“목만 부러트리면 되잖아.”
“초 형은 이렇게 두꺼운 멧돼지의 목을 부러트리는 게 쉬운 줄 아시오?”
“그럼 이렇게 사지를 묶고, 주둥이까지 틀어막는 건 쉽냐? 이 밧줄은 또 어디서 났어?”
“내 품속에는 초 형이 짐작도 못할 많은 것들이 들어 있소. 한번 보시겠소?”
오칠이 진짜로 가슴을 풀어헤칠 것처럼 행동을 취하자, 초왕성은 재빨리 손을 내저어 만류했다.
왠지 여자 뺨치게 아름다운 오칠이 가슴을 풀어헤친다는 행동 자체가 신경에 거슬렸던 것이다. 오칠은 분명 남자인데도 말이다.
“자, 그럼 시작하시오?”
“뭘?”
“우리가 한 내기를 잊었소?”
“…….”
초왕성은 이를 악물었다.
입 주변을 뒤덮은 수염이 바르르 떨렸다. 이제부터 그가 해야 할 것을 생각하니 몸서리가 처지는 것이다. 하지만 신의가 중요하다느니 하는 말까지 하며 한 내기였다. 이제 와서 ‘몰라, 배 째’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털썩.
가만히 바라보는 오칠의 앞에 초왕성은 무너지듯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아홉 번 머리를 숙이고, 모기만 한 소리로 형님의 아우가 되겠다고 말했다.
“세 번 청을 하는 걸로 기억하는데?”
초왕성은 다시 이를 악물었다.
“형님의 아우가 되게 해주십시오, 형님의 아우가 되게 해주십시오.”
“오냐. 네가 하도 간절하게 청하니 받아들여주마. 이 형님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고, 내 말을 각골명심하여 행동에 신중을 기함은 물론, 훌륭한 무림인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해라.”
“…….”
초왕성은 이글이글 타는 듯한 눈동자로 오칠을 노려볼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오칠은 흐뭇한 표정으로 그런 초왕성을 향해 히죽 웃어 보였다.
“그럼 이 형님이 배가 고프니까 얼른 계곡에 가서 이 멧돼지를 잡고, 고기를 손질해와라. 고기 손질할 수 있지? 설마 그 정도의 능력도 없으면서 내 아우가 되겠다고 청하지는 않았겠지. 암, 그렇고말고. 네가 여러모로 부족해 보이기는 하지만, 이 형님은 널 믿는다. 의형제 간에는 믿음과 신의가 무엇보다 중요한 법이니까 말이야.”
초왕성은 그런 오칠을 배알이 꼬인다는 얼굴로 보고는 멧돼지를 거칠게 들어올려 산 아래로 내려갔다.
그의 등 뒤로 냄새 안 나게 깨끗이 잘 손질해오라는 오칠의 음성이 들려와서 그를 더욱 분노하게 했지만, 초왕성은 어금니가 부서져라 이를 악물고 계곡을 찾아내려갈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 * *
이글이글, 지글지글.
불길을 더욱 크게 살린 모닥불 위로 깔끔하게 손질된 커다란 멧돼지가 통째로 익어갔다.
꿀꺽.
아무리 오칠에게 분노하고 자신이 한심스러워도, 노릇하게 구워지는 멧돼지를 앞에 두고 침이 고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초왕성은 모닥불을 사이에 두고 정면에 앉아 있는 오칠을 애써 외면하면서, 아직 완전히 익지 않은 고기를 향해 뱃속에서 아우성치는 허기를 진정시키는 데 더욱 노력했다. 하지만 그가 외면하려고 해도 오칠은 그럴 생각이 없으니 문제였다.
“초 아우, 이름이 뭐야?”
“…….”
초왕성은 대꾸하지 않았다.
내기에 져서 아우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대화에 응할 의무 같은 것은 없는 것이다. 아니, 이대로 오칠과 헤어져서 다시는 만나지 않으면 형님이니, 아우니 하는 내기도 아무 의미가 없어지는 게 될 것이다.
‘아니지, 나와의 일을 세상에 퍼트리면 어떻게 하지? 가만, 그러고 보니 이놈은 내 이름을 모르잖아.’
초왕성은 다행이라는 듯 내심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상했다. 지금껏 잊고 있었는데, 지난번 산적들과 싸우는 와중에 너무도 화가 나서 커다랗게 자신의 이름을 소리쳤던 것이 분명하게 기억난 것이다.
초왕성은 힐끔 오칠을 쳐다보았다.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자신의 명성 또한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겉모양을 보고도 전혀 짐작하지 못했으니,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초왕성은 자신의 이름을 분명하게 알려주기로 했다. 자신의 이름을 듣고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지 확인하려는 생각이었다.
“왕성, 내 이름은 초왕성이다.”
내 이름을 듣고도 계속 그렇게 건방을 떨 수 있겠느냐, 하는 얼굴로 오칠을 노려보았다.
오칠의 눈살이 살짝 찌푸려졌다. 초왕성은 역시, 하는 얼굴로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천부신군 초왕성 하면 무림에서 모르는 이가 없는데, 아무리 싸가지가 바가지인 오칠이라 해도 당황하지 않을 리가 없다 생각한 것이다.
“네 말투가 영 거슬린다. 아우가 형님께 대답을 하는데, 응당 겸손하게 예의를 갖추어야지.”
“…….”
뭐야?
초왕성은 이놈 제정신이야! 하는 얼굴로 오칠을 보았다.
하지만 오칠은 담담하기만 했다. 눈살을 찌푸린 것도 이름 때문에 놀랐기 때문이 아니라, 초왕성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형님의 이름은 오칠이다. 잘 기억해둬.”
“…….”
“대답 안 해?”
“…알겠소.”
“그래. 좋잖아. 위아래 간에 예의가 없으면 어찌 세상이 올바르게 돌아갈 수가 있겠냐. 앞으로도 절대 잊지 말아라.”
‘이 자식이 알고도 이러는 거야, 아니면 진짜 모르는 거야?’
초왕성은 눈을 가늘게 뜨고 오칠의 안색을 살폈다.
혹시라도 놀란 마음을 감추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도 오칠의 얼굴 표정은 별달리 이상한 점이 없었다. 오히려 건방지게 형님을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냐며 초왕성을 나무랐다.
‘이거 한번 뒤엎어볼까?’
초왕성은 무력시위라도 해볼까, 하고 고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