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계 17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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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70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파계 173화
파계 7권 - 23화
‘약에 취했구나!’
노백은 질퍽한 습지에 푹푹 빠지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달려와 무림인들에게 미친개처럼 엉겨 붙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단번에 상황을 파악했다.
그들 중에는 척 보아도 몸에 장애가 있는 이들이 있었고, 노인, 아낙, 그리고 심지어는 어린아이까지 섞여 있었다. 그런 연약한 이들이 무기를 든 무림인들에게 조금도 겁을 먹지 않고, 눈을 벌겋게 물들인 채 달려들고 있는 것이다.
‘형님의 말씀이 맞았군.’
오칠은 혈천신교가 배화교의 비술을 통해 일반인들을 흡수하여 무력을 증대시킬 것이 분명하다고 했었다.
그리고 약에 취한 그들을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도 했다. 그런 약에는 중독성이 강한 성분이 배합되어 있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 약을 통해 혈천신교는 사람들을 현혹시켰을 텐데, 그렇게 광적인 믿음을 가지게 된 사람들을 어찌한다는 것은 세상 그 누구에게도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죽이는 수밖에 없는데…….’
노백에게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눈앞으로 달려드는 노인을 보며 노백은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그냥 조화창을 휘둘러 노인의 다리를 부러트리고서 질척한 습지로 쓰러트려버렸다.
“……!”
하지만 노백은 곧바로 자신의 행동이 부질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노인은 다리가 부러진 상태에도 불구하고 바닥을 기어오고 있었다. 그러다가 옆에 정파인들이 지나가면 손을 휘저어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으려고 했다.
“미안하오.”
슉― 푹―
조화창이 기어오는 노인의 왼쪽 등을 뚫고 들어갔다.
하지만 심장이 꿰뚫렸을 텐데도 노인은 손을 앞으로 바동거렸다. 노백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조화창을 휘둘러 노인의 목을 절단시켰다. 그제야 노인의 움직임이 멈췄다.
‘악독한…….’
노백은 화가 났다.
힘없는 사람들을 이렇게 만들어서 죽음으로 몰아간 혈천신교는 절대 용서받지 못할 자들이었다.
“내 뒤에서 떨어지지 마시오.”
노백만큼이나 큰 충격 속에서 연검을 휘두르고 있던 녹선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노백은 앞으로 한 걸음씩 전진하며 녹선향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강대한 기세를 내뿜고서 적들을 폭풍처럼 몰아쳐가기 시작했다.
* * *
“이들은 더 이상 보통 사람이 아니다! 망설이지 말고 죽여!”
곡주는 대부분이 여인들로 구성된 만화곡의 무사들에게 단호하게 소리쳤다.
물론 그녀도 적지 않게 당황한 상태다. 광기에 물들어 있기는 했지만, 노인과 아낙, 그리고 약관도 되지 않은 아이들이 미친 듯이 덤벼드는데 어찌 아무렇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지금은 생사가 오가는 상황이었다.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그런 상황인 것이다.
“곡주, 적의 본진이 오고 있소!”
바로 옆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던 총호법이 하는 말에 곡주의 시선이 광기에 물든 사람들을 넘어 저 뒤쪽으로 향했다.
‘어떻게 저럴 수가!’
너무나 조용했다.
수백에 이르는 적들이 성난 파도처럼 달려오는데도 고함 하나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곡주는 그들이 오고 있다는 것을 진작 알아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기이할 정도로 다리가 긴 야만족들은 중앙에서 푹푹 빠지는 습지를 성큼성큼 잘도 뛰어오고, 좌우로 몰려드는 적들은 매끄러운 경공을 펼치며 야만족들과 보조를 맞추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침묵으로써 힘을 아낀다는 듯, 소리 없이 강하게 밀려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소름이 끼쳤다. 싸움을 하게 되면 저절로 흥분이 되어 고함을 지르기 마련인데, 적들은 기괴할 정도로 자신을 잘 조절하고 있었다. 곡주는 호남의 아래쪽 문파들이 짧은 시간 동안 순식간에 무너지게 된 이유를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적들은 진짜로 강한 것이다. 결코 즉흥적인 결속을 통해 상대할 수 없는 너무나 강대한 적이었다.
사각.
“곡주, 정신 차리시오!”
등 뒤에서 뼈가 매끈하게 잘리는 소리가 들리고 총호법이 곡주의 멍해진 정신을 일깨웠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을 꽉 채웠던 절망적인 기분이 곡주를 몽롱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남편의 도움으로 금세 정신을 차리고, 좌우에서 달려드는 노인과 여인의 목을 연검으로 휘어 감았다가 몸에서 분리시켰다.
“호오~ 괜찮은 얼굴이 있네!”
남편과 등을 맞대고 흘료족의 전사들을 상대하고 있던 곡주는 갑자기 들려오는 음성에 황급히 주변을 살폈다.
“……?”
그러나 주변에는 흘료족과 광기에 휩싸인 자들 외에는 음성의 주인이 될 만한 사람이 없었다.
한데, 그런 그녀의 시선이 좌측 십여 장 거리를 향했을 때 누군가를 발견했다. 백발의 노인이 붉게 번들거리는 양손으로 풀을 베어 넘기듯 정파무인들을 쓰러트리면서 달려오는 것을 말이다.
육 장로 묘방등이었다. 그는 먼 거리에서 곡주를 보고,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처럼 착각하도록 공력에 음성을 실어서 날려 보낸 것이다. 막강한 공력과 그만큼의 고명한 수법을 가진 고수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능력이었다.
“나이는 들었지만, 그 나름대로 감칠맛이 있겠어!”
육 장로는 지저분한 음담을 늘어놓으며 점점 거리를 줄여왔다.
곡주와 총호법은 세 명의 흘료족을 쓰러트리고, 빠르게 다가오는 육 장로를 나란히 바라보며 잔뜩 긴장하기 시작했다. 둘이 힘을 합친다고 해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고수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제 다 왔으니 조금만 기다려라! 네 그 탐스러운 몸을 이 묘방등님이 마음껏 농락해주마!”
살육과 욕망에 물든 눈동자를 번들거리며 육 장로는 달려오는 속도 그대로 바닥을 힘껏 밟았다.
다리에 살짝만 힘을 주어도 발목까지 빠지는 습지였는데도 불구하고, 육 장로는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쏘아져 나갔다. 그런데 날아가던 육 장로의 신형이 갑자기 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쉭―
바로 조금 전에 육 장로가 있었던 공중에, 날카로운 빛이 번뜩였다가 사라졌다.
“어떤 빌어먹을 놈이야!”
옷이 온통 진흙에 더럽혀질 정도로 바닥에 납작 엎드리면서, 달려가던 힘을 줄이기 위해 습지를 굴러야 했던 육 장로는 불같은 고함을 내지르며 일어섰다.
“네 목숨을 거두어갈 저승사자다.”
잔잔하지만 분노가 내재된 음성이었다.
그러나 육 장로는 그 음성의 주인을 살펴보는 것보다 그의 요혈을 노리고 쏘아져오는 섬광을 피해서 왼쪽으로 허리를 굽히고, 그대로 공중재비를 돌며 뛰어오른 뒤에, 몸을 이리저리 뒤틀면서 또다시 바닥에 납작 엎드려야 했다.
“빌어먹을 놈이!”
엎드린 상태로 고개만 치켜든 육 장로는 그를 공격한 인물을 노려보았다.
“……!”
새하얀 가면을 쓰고 있었다.
손에는 그를 원숭이처럼 뛰어다니게 만든 한 장 길이의 장창을 들고 있고, 또다시 공격하려는 듯 어깨를 꿈틀거렸다.
“너 누구야!”
육 장로는 십여 개로 불어나 빛살처럼 뻗어오는 창끝을 피하면서 소리쳤다.
하지만 노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 곧 죽어야 할 자와는 대화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쉬쉬쉬쉭―
조화창은 조금의 틈도 없이 육 장로를 향해 계속해서 찔러왔다.
‘젠장!’
육 장로는 미친 듯이 움직이면서 조화창을 피하고 있었다.
정말 환장할 노릇이었다. 아무리 대단한 고수라고 해도 호흡을 하고, 그 호흡 중에 미세하게나마 공격의 간격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노백의 공격에는 그런 게 없었다.
더구나 창을 쓴다는 것은 바닥을 힘 있게 밟는 진각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 이러한 습지에서는 창술을 펼치는 것이 다른 무기술을 펼치는 것에 비해 어려웠다. 제대로 힘을 얻을 수가 없으니까.
그런데 노백은 아니었다. 질척한 바닥을 밀 듯이 밟고서 찌르는 창끝에는 섬뜩할 정도로 날카로운 예기와 힘이 가득했다. 그래서 육 장로는 그가 자랑하는 혈홍쇄혼조를 펼칠 기회도 갖지 못하고 수세의 입장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곡주님, 이곳을 벗어나야 해요!”
노백이 육 장로를 몰아세우는 가운데, 녹선향은 적들을 베어 넘기면서 곡주에게 다가왔다.
“나보고 지금 도망치라는 거냐!”
베어도, 베어도 잘 죽지 않는 흘료족 전사의 왼쪽 가슴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버린 곡주는 녹선향의 말에 노한 표정을 지었다.
“이대로는 오래 버티기 힘들어요! 주변을 둘러보세요!”
곡주는 이마를 타고 흐르는 굵은 땀방울을 소매로 훔치며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다시 뒤쪽으로까지 돌아본 그녀의 얼굴은 어둡게 가라앉았다. 사방이 온통 처절한 싸움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것도 정파인들이 확연하게 밀리는 싸움이었다. 습지에선 유리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은 그들의 착각이었다.
광기 어린 사람들은 습지에 빠지건 말건 진드기처럼 엉겨 붙어서 물어뜯으려 들었고, 야만족은 그들보다 더 긴 다리로 아무런 어려움도 없이 떼거리로 몰려다니며 들개처럼 덤벼들었다. 혈천신교 정예의 무사들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들의 무공은 일반 정파 무림인들을 압도하는 실력이었으니까 말이다.
“이대로는 분명 전멸당할 거고, 그건 너무 바보 같은 짓이에요! 곡주님, 훗날을 기약하세요! 백천맹의 도움을 받아야 해요. 전 정파 무림이 단결해야만 저들을 상대할 수 있다는 걸 알려야 한다구요!”
그들을 향해 몰려드는 적들을 바라보며 녹선향은 크게 소리쳤다.
곡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딸의 말이 맞았다. 이대로는 승산이 없었다. 그리고 이들의 무서움을 전 정파 무림에 알려야 했다. 자신들처럼 안이하게 대처했다가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라도 살아야만 했다.
“물러나자.”
곡주의 말에 녹선향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주변을 향해 퇴각한다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적들과 싸우고 있던 정파인들이 그 고함을 듣고는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적들의 폭풍 같은 공세를 막아내며 물러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점점 곡주와 만화곡의 무사들이 싸우는 곳을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구심점을 세우고 힘을 합쳐서 퇴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노 대협, 이제 물러나야 해요!”
노백은 뒤쪽에서 들려오는 녹선향의 음성을 듣고는 눈을 빛냈다.
그리고 천원무극단공(天元無極丹功)의 공력을 더욱 배가시켰다. 겉으로 드러난 피부가 붉게 물들었다. 누가 보면 극양의 신공이라도 운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할 정도의 변색이었다.
‘뭐지?’
육 장로의 눈동자가 의문의 감정으로 물들었다.
정신없이 피하고 있었지만, 노백의 변화를 감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위험…….’
육 장로는 어떻게든 노백을 향해 가까이 다가가려고 했던 마음을 접고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쉭.
하지만 급한 마음에 뒤로 물러나는 동작이 아주 약간 늦었고, 그 순간의 틈을 비집고 조화창의 날카로운 창끝이 육 장로의 가슴으로 쏘아져 들어왔다.
푹.
“크!”
양손을 겹쳐 가슴을 방어한 육 장로는 짧은 신음을 질렀다.
천욕대염공(天慾大炎功)의 공력으로 보호되는 그의 양손이 조화창에 꿰뚫린 것이다. 하지만 손으로 어느 정도의 힘을 상쇄시킬 수 있었기에 다행히 창끝이 심장까지 이르지는 않아 목숨을 구할 수가 있었다.
“뒤도 돌아보지 말고, 그냥 달리시오!”
조화창을 끌어당긴 노백은 뒤로 물러나며 소리쳤다.
손과 가슴에 입은 상처 때문에 육 장로는 그를 쫓아갈 수가 없었다. 설사 쫓아간다고 해도 노백을 어찌할 수 없을 것이기에, 그는 물러나는 노백을 그냥 바라만 봤다.
“……!”
정파인들을 독려하며 가장 뒤쪽에서 적들의 공세를 막아내고 있던 노백은 갑자기 창끝을 맹렬하게 회전시키며 정면을 향해 찔렀다.
펑―!
노백의 신형이 크게 흔들리고, 그 주변에 있던 적들이 나동그라지며 입에서 피를 꾸역꾸역 뿜어냈다.
보이지 않는 어떤 힘과 내공이 응축된 창끝이 충돌한 여파가 얼마나 강력한지, 가까이 있던 것만으로도 극심한 내상을 입은 것이다.
‘장풍?’
노백은 십여 장 거리에서 손을 내뻗고 있는 냉음설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고수군!’
상대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상관없이 강한 상대는 언제나 싸워보고 싶다는 마음을 일게 한다.
하지만 무형의 장공을 쏘아 보낸 상대와 싸울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그에게 없었다. 괜한 승부욕에 마음을 빼앗겼다가는 정파인들이 제대로 퇴로를 뚫지 못하고 전멸하게 될 것이니까 말이다.
‘다음엔 이대로 물러나지 않겠다.’
노백은 내심 그렇게 마음을 다지며 정파인들에게 어서 달리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그는 만화곡 곡주 등의 고수급에 드는 문파의 수장들과 함께 뒤를 맡아 적의 공세를 저지하면서 퇴각하는 정파인들의 뒤를 쫓았다.
* * *
“괜찮으세요, 육 장로님?”
정파인들을 더 이상 쫓지 말라고 명을 내리고서 사뿐거리는 걸음으로 다가온 냉음설은, 지독한 고통 때문에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있는 육 장로에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술사들에게 치료를 받고 교자에 누워 있는 육 장로의 얼굴에는 식은땀이 방울져 흐르고 있었다.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모양이었다. 하긴 양손이 꿰뚫리고, 가슴에도 꽤나 깊숙한 구멍이 생겼는데 아프지 않다면 그게 더 말도 안 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육 장로는 억지로 상체를 일으키고, 애써 태연한 척 일그러진 얼굴을 피며 괜찮다고 말했다.
“이 저… 정도의 상처쯤이야 내게 아무런 문제가 안 돼!”
냉음설의 미소는 더욱 진해졌다.
“역시 육 장로님이세요! 모름지기 사내란 육 장로님 같아야 한다니까요!”
“그… 그래, 그렇지. 헤헤! 헤헤헤…….”
웃고는 있지만 육 장로의 마음은 절대 웃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냉음설도 그 마음을 충분히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 기분이 좋았다. 자신을 어찌해보겠다고 음흉한 수작을 부리던 그가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이 그녀를 마냥 기쁘게 하고 있는 것이다.
“태… 태산여왕, 그런데 왜 정파 놈들을 끝까지 쫓지 않지? 특히 그… 그 하얀 가면을 쓴 빌어먹을 자식은 어떻게든 잡았어야 하잖아?”
지금이라도 쫓으라고 소리치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으며 육 장로가 물었다.
“진을 치고 있는 놈들을 포위하여 전멸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도주하는 그들을 너무 몰아세워 쫓아가게 되면 우리까지 위험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정파인들을 전멸시키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 아닌가!”
“그렇긴 하지요. 그러나 우리의 힘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호남을 제압하라는 것이 교주님의 명이셨어요. 그리고 그깟 놈들쯤은 나중에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을 거예요”
물론 그런 이유 말고도 다른 몇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 중에는 예상치 못하게 강력한 고수가 정파인들 사이에 있다는 것도 해당되었다. 육 장로에게 작지 않은 상처를 입힐 정도로, 그리고 그녀의 미녀소수인을 감지하고 막아낼 수 있을 정도의 고수를 막무가내로 쫓아갔다가는 어떤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다음에는 그자를 먼저 죽여야겠어.’
“육 장로님은 제 처지를 이해하시겠지요?”
교주를 들먹이는 냉음설의 말에는 육 장로도 더 이상 따지고 들 수가 없었다.
“한동안 정파인들과의 싸움은 없을 거예요. 그러니 몸이 빨리 나을 수 있게 편안히 요양하세요.”
냉음설은 형식적인 미소를 지어주고는 뭔가를 기대하는 듯한 표정의 육 장로에게서 휙 몸을 돌렸다. 그리고 육 장로가 어떤 쓸데없는 말을 하기 전에 서둘러 그곳에서 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