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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 170화

무료소설 파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60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파계 170화

파계 7권 - 20화

 

 

 

 

 

‘저 옷이나 머리 꼴은 동영의 원숭이들하고 비슷한 것 같은데? 그리고 저 살쾡이처럼 잽싸게 움직이는 놈들은…….’

 

“이 새끼들, 정체가 뭐야!”

 

용아독은 악에 받쳐서 마구 환도를 휘둘렀고, 순식간에 십여 명이 죽어나자빠지면서 곧 그의 주위로 공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와~!”

 

동호패왕채 수적들은 인원으로나, 기세로나 크게 밀리고 있던 중에 용아독이 선전을 하며 적들의 위세를 압도하자, 함성을 지르며 그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용아독을 중심으로 해서 적들을 상대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크하하! 이 빌어먹을 놈들아! 숫자가 많은 걸로 날 어찌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우린 장강 최고의 수적들이다! 어떤 자라 새끼들도 우리를 어쩌지 못한단 말이다!”

 

“우와~ 채주님을 따르자!”

 

동호패왕채 수적들은 용아독의 말에 잔뜩 기세가 오르고, 흥분해서는 더욱 힘차게 싸워나갔다.

 

하지만 대세를 뒤흔들 수 있는 고수는 이곳에 용아독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곧바로 수호채 채주 귀별표가 그의 무기인 철주판을 휘두르며 용아독의 난동을 저지하기 위해 나타났다.

 

“용아독, 이 호로 자식아! 이 귀별표님이 네 머리통을 박살내려고 납시셨으니, 그 못생긴 대가리 당장 들이밀어라!”

 

“오호라~ 수호리, 네놈이구나! 어제까지만 해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아부를 떨더니만, 이렇게 내 뒤통수를 친단 말이지! 어디 내 손에 죽어봐라!”

 

용아독은 눈에 핏발을 세우고 귀별표를 향해 와락 달려들었다.

 

챙챙―

 

커다란 환도와 쇠로 만들어진 주판이 불꽃을 일으키며 뒤엉켰다.

 

하지만 역시 힘과 경험 등에서 귀별표는 용아독에게 한 수 밀리는 실력이었다. 사실, 무공 실력이 비등했다면 귀별표는 진작 용아독과 장강 중류의 패권을 두고 싸움을 벌였을 것이다.

 

“크하하! 주판을 굴리고 싶으면 주점이나 할 것이지, 왜 여기 박혀서 장강의 물을 흐리고 있냐!”

 

챙― 챙―

 

“흥! 너 같은 돌대가리가 채주를 해먹고 있는 꼴이 보기 싫어서 그런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냐!”

 

귀별표는 용아독의 조롱을 능숙하게 받아넘기며 환도를 막아냈다.

 

하지만 대꾸는 하고 있어도 그의 처지는 매우 힘겨운 상태였다. 환도를 막아내는 것만 해도 버거운 것이다.

 

“이 자라에게 물려 고자 될 놈의 새끼가 누구에게 돌대가리래!”

 

용아독은 입에서 불꽃을 뿜을 것처럼 소리를 지르며, 환도를 더욱 거세게 휘둘렀다.

 

채챙― 채채채챙―

 

“윽!”

 

환도가 주판의 옆을 파고들어 귀별표의 팔뚝을 긋고 지나갔다.

 

팔뚝이 쭉 찢어지며 피가 배어나오자, 귀별표는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주판을 이리저리 흔들었지만, 주판은 정교함보다는 무게감으로 상대의 무기를 압도하는 데 의미를 둔 중병이었다. 그러니 만만치 않게 무거운 중병이지만, 날카로움은 더욱 뛰어난 환도의 움직임을 따라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주판은 무거움 외에도 암기의 효용을 살릴 수 있는 무기였다.

 

싱―

 

주판에 끼어 있던 알을 뽑아든 귀별표는 그것을 번개처럼 빠르게 날렸다.

 

용아독은 깜짝 놀라며 환도로 얼굴을 막았다.

 

팅―

 

환도에 적지 않은 충격이 전해졌다.

 

쇠로 만들어진 주판알이었고, 나름대로 암기술을 익히는 데 노력한 귀별표의 수법이 꽤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날아간 쇠알이 환도를 꿰뚫고, 용아독의 몸통까지 관통시킬 수 있다면 모를까, 귀별표의 암기술은 용아독을 당혹시키는 수준 정도에 불과할 뿐이었다.

 

“이 새끼가 누굴 놀려!”

 

용아독은 환도를 풍차처럼 휘돌리며 앞으로 달려들었다.

 

귀별표는 뒤로 물러나며 주판알을 연속으로 날렸다. 그러나 대부분은 환도에 맞고 튕겨 나왔고, 튕겨지지 않은 주판알도 용아독의 몸에 이렇다 할 상처를 만들지 못했다. 그냥 멍이 들고, 피부가 찢어져서 피가 나는 정도.

 

암기를 익히는 노력으로 차라리 비도술을 익혔다면 제법 위협적인 공격이 되었을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노력하여 익힌 주판알 날리는 기술은 용아독과 같은 인물에게는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 뒈져버려라, 이 빌어먹을 자식아!”

 

어느새 귀별표의 지척까지 접근한 용아독은 사나운 미소를 지으며 환도를 크게 휘둘렀다.

 

쩌정―

 

귀별표가 황급히 앞으로 내민 쇠주판이 환도에 맞고 흔들렸다.

 

그리고 연이어 두 번을 더 막아낸 뒤에는 손아귀가 찢어져서 주판을 잡은 손에 제대로 힘을 줄 수도 없었다.

 

“그만 뒈지라니까!”

 

용아독은 이번 일격으로 주판과 귀별표를 단번에 잘라버리겠다는 듯, 온 힘을 다해 내리쳤다.

 

“으아아~”

 

귀별표는 비명처럼 소리를 지르고, 그의 머리로 떨어져 내리는 환도를 향해 주판을 밀어 올렸다.

 

쩡―

 

“……?”

 

귀별표는 귓속을 아릿하게 울리는 둔중한 충격음에 비해서 주판에 전해지는 무게감이 전혀 없다는 것에 의아해했다.

 

하지만 곧 이유를 알게 되었다. 도처럼 한쪽에만 날이 있으면서 검처럼 폭이 좁고, 긴 몸체를 가진 칼이 그의 주판 대신 환도를 막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

 

그 이상한 모양의 칼을 든 사람은 츠바사였다.

 

그리고 그 칼이 츠바사가 늘 들고 다니던 지팡이에서 뽑혀 나온 것이라는 걸 귀별표는 곧바로 알게 되었다.

 

“이 원숭이 같은 새끼가!”

 

용아독은 츠바사의 옷차림과 머리 모양을 보고 그가 왜인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츠바사는 용아독이 그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었다. 그가 할 일은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자신이 어느 민족인지를 세상에 알리는 것이 아니라, 적의 수뇌를 죽이고 서둘러 이 싸움을 종결짓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츠슥츠츠츠슥―

 

츠바사가 앞으로 몸을 바짝 붙이고 칼을 밀어내자, 맞붙어 있던 환도가 뒤로 밀려났다.

 

용아독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가는 몸체의 칼에 환도가 밀리면서 그도 뒷걸음질 쳐야 했기 때문이었다. 힘에 밀렸다는 상황 자체가 그를 불같이 노하게 만든 것이다.

 

“으라차차!”

 

용아독은 두 팔 가득 힘줄이 불끈 일어설 정도로 힘을 주고 환도를 앞으로 밀었다.

 

츠바사도 지지 않겠다는 듯 손에 힘을 주었다. 순간, 그의 칼과 용아독의 환도가 팽팽히 맞서며 쇠가 시끄럽게 갈리는 소리를 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갑자기 츠바사의 몸이 슬쩍 뒤로 빠지는 듯하더니 자신의 힘을 조절하지 못하고 앞으로 기우뚱하는 용아독의 왼쪽으로 바람처럼 빠져나갔다.

 

“……!”

 

용아독은 앞으로 기우뚱거리던 몸 그대로 정지했다.

 

그의 입은 살짝 벌어져서 가는 핏줄기를 흘리고, 눈동자는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만큼 팽창되었다. 그리고 그의 허리는 왼쪽 옆구리부터 시작해 거의 절반이나 잘려진 상태였다.

 

“이… 이럴 수…….”

 

풀썩.

 

채 말을 잇지 못한 용아독의 거체는 땅에 떨어지는 환도와 함께 바닥으로 허물어졌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츠바사가 용아독을 상대하면서 다른 동호패왕채 수적들과 싸우고 있던 귀별표는, 상대하던 수적의 머리를 박살내고는 경악 어린 눈동자로 쓰러진 용아독을 바라보았다.

 

용아독도 사람이었으니 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죽어버린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장강 중류의 패자로서, 대적할 상대가 없다고 해서 수패왕(水覇王)이라는 별호까지 얻은 그였다. 물론 커다란 수채를 거느리는 채주이기 때문에 그러한 평가에 약간의 과장이 섞인 것도 사실이었다.

 

하나, 그렇다고 해도 한 번의 격돌로 죽어버린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그의 관점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저자가 그렇게 강하다고?’

 

장강 중류의 패자를 죽였음에도 무덤덤한 표정으로 용아독의 시신으로 다가가는 츠바사를 보며 귀별표는 미심쩍은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그가 직접 눈으로 본 사실을 부정할 수도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사각.

 

츠바사는 용아독의 머리를 몸체에서 잘라냈다. 그리고 귀별표에게 그 잘라낸 머리를 내밀었다.

 

당연히 귀별표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적들에게 우두머리의 죽음을 알려주시지요.”

 

“아!”

 

귀별표는 그제야 깨닫고서 얼굴을 붉혔다.

 

우두머리를 죽임으로써 적의 저항 의지를 꺾고, 항복을 받아낸다는 가장 기본적인 심리 전술을 잊고 있었다. 이는 용아독의 너무 어이없는 죽음과 그를 쉽게 죽인 츠바사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었다.

 

“용아독이 죽었다―! 수패왕이 죽었다―!”

 

잘린 머리를 들고 고함을 지르면서도 귀별표의 시선은 또 다른 수적들을 베어 넘기고 있는 츠바사에게 향해 있었다.

 

그리고 순간 그의 등줄기로 소름이 돋았다.

 

‘진짜 무서운 자다. 절대 적으로 삼아서는 안 되는 자야.’

 

귀별표는 그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하지만 늦었던 만큼 보다 확실하고, 명확하게 마음에 새길 수 있었다. 절대 잊을 수 없도록 말이다.

 

그리고 귀별표처럼 저 멀리서 츠바사가 용아독을 죽이는 모습을 분명하게 눈에 담은, 지금도 적들을 쓰러트리는 츠바사의 동작 하나하나를 날카롭게 살피는 이 장로 역시도 츠바사에 대해 그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위험한 자군. 공병악의 말대로 예의주시해야 할 자야.’

 

그가 오관지옥대(독룡방)와 동행하게 된 이유가 보다 분명해졌다고 할 수 있었다.

 

독룡방, 그리고 츠바사에 대한 공병악의 보고와 이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은 교주의 지시로 이 장로가 여기 있는 것이다. 독룡방이 교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게, 그리고 무공 경지와 심기의 깊이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아직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은 츠바사란 인물에 대해 살피도록 교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은 이 장로가 오관지옥대에 합류한 것이다.

 

‘하지만 일단은 잘 싸워주고 있으니…….’

 

생각 이상의 능력 외에 아직까지 츠바사를 의심할 만한 구석은 없었다.

 

그리고 일단은 독룡방을 끌어들인 성과가 제대로 나타나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이 장로는 지금은 단순히 지켜만 보기로 했다. 오관지옥대의 조력자로서 말이다.

 

 

 

 

 

제70장. 그들의 강함을 몸으로 깨닫기 시작하는 정파인들

 

 

 

 

 

류양(瀏陽).

 

호남성의 성도인 장사(長沙)에서 우측으로 나흘 거리에 있는 지역이었다.

 

그러나 이곳은 호남의 다른 풍성하고, 기름진 평야를 끼고 있는 곳들과는 약간의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동정호에서 빠져나온 수많은 지류들이 류양 근방으로 흘러가서, 너무나 물이 풍부하다는 이유 때문에 거의 모든 땅이 습지로 변해버린 것이다.

 

물론 류양의 모든 땅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적당하게 농사를 짓기 좋을 정도로만 땅이 습한 곳도 있었다. 하지만 호남 북쪽 림상(臨湘)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무림 정파문 만화곡(萬花谷)을 비롯하여, 상담(湘潭)의 비천각(飛天閣), 그리고 망성검관(望城劍館) 등의 성도 장사(長沙)를 중심으로 세력을 구축한 십여 중소 문파들의 연합은 특히나 땅이 습하고, 잘못 디디면 허리까지 빠져 들어가는 습지로 가득한 곳을 골라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왜?

 

“혈천신교의 야만족들이 이곳에서 운신하기가 우리보다 힘들 것이기 때문이에요.”

 

만화곡의 소곡주 녹선향은 그녀의 앞에 앉아 있는 노백에게 자신들이 이곳에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노백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알아들었음을 표현했다. 하지만 녹선향은 그 정도의 설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혈천신교의 주축을 이루는 야만족들이 괴물 같은 생명력을 가지고는 있지만 경신법 등에 대한 능력은 거의 전무하다는, 그리고 지금까지 혈천신교는 후방에 정파문을 남겨두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으면 불리함을 알더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는 등등의 설명을 더 해주었다.

 

“좋은 계획인 것 같소.”

 

노백은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이해했음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의 내심에는 약간의 우려도 있었다.

 

‘그들이 불리함을 감수하더라도 공격해온다면 그들 나름의 복안이 있기 때문일 것인데…….’

 

혈천신교가 지금까지 정파문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는, 그래서 근방의 중소문파들이 이곳에 모여서 진을 치고 끌어들인다는 계획은 분명 그럴듯한 생각이기는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로 볼 때, 혈천신교는 절대 어리석지 않았다. 그들 자신이 당할 것을 알면서도 목숨을 돌보지 않고 무작정 덤벼들 자들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노백이 볼 때, 이곳에 모인 문파의 수장들은 이번 싸움을 이기게 될 것이라고 너무나 강하게 확신하고 있는 것 같았다.

 

수장들의 자신감 있는 표정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 산하의 무인들도 모두 얼굴이 밝았다. 수장들의 설명을 듣고서 그들도 자신들이 유리하다고, 분명히 혈천신교는 당황해서 패퇴하게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병법에는 필승이란 것이 존재할 수 없었다. 장수가 전략을 짤 때에는 모든 경우를 염두에 두고 계획을 세운다. 심지어 패퇴했을 경우에 가장 안전하고, 빠르게 퇴각할 수 있는 길까지 알아둔다.

 

그런데 이곳 정파문의 수장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저 혈천신교의 주축을 이루는 야만족들은 경신법을 모르니 이곳 습지에서 운신이 어려울 것이고, 당연히 자신들이 유리하다는 전제만을 두고서 필승을 자신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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