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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 166화

무료소설 파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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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파계 166화

파계 7권 - 16화

 

 

 

 

 

제68장. 자신이 판단해야 할 그릇의 크기

 

 

 

 

 

따닥따닥, 따닥따닥.

 

오칠이 타고 있는 백설총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싸늘한 대지를 내달리고 있었다. 좌우 저 멀리로 드문드문 눈에 뒤덮인 새하얀 산이 있고, 길가를 따라 꽝꽝 얼어버린 물줄기도 보였다.

 

“시원한 날씨군.”

 

오칠은 그런 풍경을 싱그러운 미소와 함께 바라보면서 발을 디디고 있는 등자로 말의 배를 톡톡 건드려 달리는 속도를 높였다.

 

‘빌어먹을 자식!’

 

오칠로부터 십여 장 거리에서 말을 타고 있던 천부신군 초왕성은 내심 이를 갈았다.

 

그가 말을 타는 것이 매우 서툴다는 것을 빤히 알면서도 오칠이 속도를 높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목소리를 높여 욕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오칠과 동행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다가 우연히 오칠과 같은 길을 가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외견상 그렇다는 것이고, 진실은 달랐다. 그는 오칠이 천양표국에서 사흘 동안 기거한 뒤, 그곳을 나와 곧바로 섬서의 동쪽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는 얼른 말을 사서 따라온 것이었다. 하지만 초왕성은 왜 뒤를 따라오냐는 오칠의 물음에 내 갈 길을 가는 것이니 상관하지 말아라, 하고 호통까지 쳤다.

 

오칠은 그 물음을 마지막으로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이 꼴이었다. 역마살이 낀 것처럼 세상을 주유하면서도 말하고는 별로 친하지 않았던 초왕성은, 말을 타고 오칠의 뒤를 따라가는 것이 너무나 힘겨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말을 타지는 못해도 타는 방법은 알고 있었고, 벌써 나흘이나 타고 있는데도 익숙해지지 않는 승마 여행은 초왕성 스스로 이 추적에 대한 회의감까지 일게 만들었다. 차라리 뛰어가는 것이 편하겠다는 생각도 들게 했다.

 

게다가 오칠은 지난 나흘 동안 단 한 번도 마을에 들르지 않았다. 달리는 속도로 보아도 그리 급한 용무가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냥 계속 움직였고, 깜깜해지면 아무 곳에서나 노숙을 했다.

 

사실, 초왕성은 그런 생활에 익숙했다. 하지만 그는 평소와 달리 여행을 위한 준비가 미미한 상태로 천양을 떠나왔다. 원래는 그곳에서 이것저것 준비를 했어야 했는데, 오칠이 표국에서 나오길 계속 기다리고 있어야 했기에 여행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초왕성은 오칠을 따라가기 시작한 이후로 얼마 있지도 않은 육포를 먹으며 허기를 때우고, 길가에 흐르는 계곡의 얼음을 깨고 그 물로 메마른 목을 축이면서 지내야 했다.

 

반면에 오칠은 여행에 필요한 충분한 준비를 갖추었기에, 늘 따끈한 요리를 만들어 먹으며 추운 겨울 날씨에도 제법 그럴듯한 여행을 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놈!’

 

절로 욕이 나왔다.

 

엉덩이와 허벅지는 쑤시고, 아프고, 쓰리고, 욱신거렸다. 옷은 든든하게 입었고 한열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초왕성이었지만, 허기가 지니 옷깃 사이로 스며들어오는 겨울바람이 너무도 싸늘하게 느껴졌다.

 

“워, 워! 멈춰라, 이놈아.”

 

초왕성은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 말을 간신히 멈춰 세웠다.

 

저 앞에서 오칠이 말을 세웠기 때문에 그도 멈출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먹고도 또 처먹네!’

 

오칠은 길 밖으로 자리를 옮겨 불을 피우고 개울에서 물을 퍼서는, 뭔지 모르지만 냄새는 기가 막히게 좋은 것을 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 끓여진 그 무언가를 먹는데 십여 장이나 떨어진 이곳에서도 들릴 정도로 게걸스럽고, 맛나게 먹었다.

 

으적, 으적, 으적.

 

바로 옆에선 말이 메마른 풀잎을 진수성찬처럼 뜯어먹고, 저 멀리선 오칠이 기가 막히게 좋은 냄새를 풍기는 음식을 게걸스럽게 퍼먹고 있으니 초왕성은 괜히 신세가 처량하고, 마음이 울적해졌다.

 

‘남았나?’

 

초왕성은 등짐을 뒤적거렸다.

 

등짐 안에는 재료가 없으면 아무런 쓸모도 없는 식기들만 가득했다.

 

“아!”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육포가 눈에 띄었다.

 

빡빡하게 메마른 것이었지만, 왜 이렇게 반가운지! 초왕성은 그것을 눈앞에 들어 냄새도 맡고, 요리조리 살펴본 뒤에야 입에 물었다.

 

‘으~ 울렁거린다!’

 

양은 적었지만, 그동안 너무 먹었나 보다.

 

입에 넣어 쭉 빠는 순간 텁텁한 육즙이 나왔지만, 그 맛은 정말 형편없었다. 오히려 오칠 쪽에서 풍겨오는 음식 냄새를 더욱 달콤하게 만드는 역효과만 생겼다.

 

‘염병! 저놈을 놓칠까 봐 사냥도 못하겠고!’

 

원래 먹을 것이 없다면 산으로 가서 짐승을 사냥하면 된다.

 

겨울이라 쉽지는 않겠지만 시간과 노력, 그리고 인내만 있다면 자신과 같은 고수가 뭘 못 잡겠는가. 그런데 오칠이 그런 틈을 주지 않았다. 낮에는 시종 움직이고, 밤에는 왠지 사냥한다고 자리를 비우면 그대로 사라져버릴 것 같았다.

 

아니, 분명히 놈은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자신이 고픈 배를 움켜잡고 따라오는 걸 빤히 알면서도 먹을 거 한 번 권하지 않았고, 말을 타는 것이 서툴다는 걸 알면서 간간이 속도를 높여 그를 당혹시키는 것만 보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제 출발하자.”

 

오칠이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말에 올라탔다.

 

출발하자는 말이 백설총이 아니라 자신에게 하는 것 같아서 초왕성은 속이 쓰렸다. 하지만 이제 와 포기한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그도 풀을 뜯고 있는 말을 추슬러서 올라탔다.

 

따닥따닥, 따닥따닥.

 

다시 이동이 시작되었다.

 

가끔씩 엉덩이가 아릿할 정도의 가속도를 내면서 오칠은 어딘지 모를 동쪽으로 계속해서 내달렸다. 많은 여행을 다녔던 초왕성은 태양이 지고, 어둠이 와락 다가올 때쯤 문득 그들의 행로가 익숙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건 소화산 쪽인데?’

 

반나절 전에 그들이 지나쳐온 곳은 동천(銅川)의 외곽이고, 이제 곧 섬서성의 성도인 서안으로부터 나흘 거리의 소화산(小華山)을 볼 수 있을 것이었다.

 

‘하남이 아니고, 산서인 건가?’

 

소화산을 넘는다는 건 산서성으로 길을 잡고 있다는 말이었다.

 

오칠이 방향 감각도 없이 그냥 내키는 대로 마구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면, 혹은 십팔 세 꽃다운 처녀의 변덕스런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여행의 목적지는 분명히 산서가 확실했다.

 

‘거긴 또 왜 가는 거야?’

 

섬서 천양에서의 이해할 수 없는 기행을 보았기에, 초왕성은 오칠의 의도를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대충 예상할 수 있는 거라고는 천양표국처럼 굴복시킬 문파를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정도일 뿐이었다. 아니면 생긴 것대로 그냥 유람이나 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소화산에 들어서는군. 슬슬 쉴 때가 되었는데…….’

 

겨울은 해가 일찍 기운다는 걸 감안할 때, 어둑해지는 지금 시간은 대략 유시(酉時:오후5~7시) 초쯤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소화산의 굽이굽이 이어질 산자락 초입에 들어선 상태였다. 지금까지의 여정대로라면 오칠은 이쯤에서 노숙할 곳을 찾아 이동을 멈춰야 하는 것이다.

 

‘역시.’

 

나흘간의 시간 동안이 아주 헛고생은 아니라는 듯, 초왕성의 생각대로 오칠은 말을 세우고 노숙할 곳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초왕성은 그런 오칠을 멀찍이서 바라보며 기다렸다. 오칠이 나무를 가득 안고 와서 불을 피우고, 다시 저녁 식사 준비를 하는 동안까지 말이다. 그리고 오칠이 여기서 노숙할 것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야 자신이 잘 만한 곳을 탐색했다.

 

허기진 배도 채우지 못하는데, 잠자리라도 편해야 한다는 생각에 초왕성의 탐색은 꽤나 까다롭고, 꼼꼼했다. 하지만 오칠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그 근처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이보시오, 초 형. 식사나 같이 합시다.”

 

막 적당한 자리를 찾아서 바닥을 정리하려던 초왕성은 눈동자에 의심을 가득 채우고 오칠을 노려보았다.

 

지금껏 거들떠도 보지 않던 오칠이 난데없이 같이 먹자고 하는데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오칠이 그를 부르는 호칭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뭐? 초 형?’

 

척 보아도 나이차가 얼마고, 무림에 알려진 자신의 명성이 얼마나 드높은데 말이다.

 

물론 명성이니 하는 것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그였지만, 저렇게 젊은 놈에게 형씨로 불리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래서 초왕성은 거절해야지, 단호히 무시해야지, 라고 마음먹었다.

 

킁킁.

 

한데, 마음과는 달리 그의 코는 어떤 달콤한 향기에 취해서 절로 벌렁거리기 시작했다.

 

‘이건 아까 점심때보다 더 좋은 냄새잖아!’

 

비교도 할 수 없었다.

 

도대체 저 냄비에 무얼 넣고 끓이기에 저렇게 좋은 향기가 날 수 있단 말인가. 순간, 입 안에 너무나 많은 침이 고여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래, 저 녀석 때문이 아니야. 그냥 궁금해서 그래. 도대체 뭘 넣었는지 궁금해서 가는 거야! 난 원래 궁금증이 생기면 가만히 못 있잖아. 저 녀석의 뒤를 따라가는 것도 궁금증 때문이고 말이야. 궁금증을 참지 못해서 이 생고생을 하는데, 저기 가는 게 뭐가 그리 대수겠어.’

 

초왕성은 말의 고삐를 끌고 오칠에게로 향하는 자신의 행동을 그렇게 정당화시켰다.

 

나중에는 오칠이 끓이고 있는 음식을 얻어먹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음식의 재료가 무엇인지 밝혀내야 하는 것이 그의 인생 목표이자, 사명이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져들었다.

 

아니, 초왕성은 스스로에게 그렇게 최면을 걸고 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구겨지는 자존심을 감당하지 못하고 비명을 지를 것 같았으니까 말이다.

 

초왕성은 험험 헛기침을 하면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냄비를 사이에 두고 오칠의 맞은편에 앉았다.

 

“찬으로 할 만한 것은 없지만, 속을 데우는 데는 제법 괜찮은 음식이오.”

 

오칠은 빙그레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초왕성은 오칠의 손을 의아한 눈으로 쳐다봤다. 뭘 바라냐는 듯이 말이다.

 

‘설마 돈을 달라는 거냐?’

 

순간, 그런 생각이 초왕성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가 오칠에게 가지는 불신감이란 그 정도로 심했고, 잔뜩 뒤틀려 있었다. 하지만 오칠이 손을 내민 것은 돈을 달라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그릇이 하나라서 말이오.”

 

그러니 초왕성이 가지고 다니는 그릇을 달라는 것이었다.

 

“험!”

 

초왕성은 또다시 헛기침을 하고서는 등짐에서 그릇과 수저를 꺼내들었다.

 

오칠은 냄비를 국자로 휘휘 젓다가 초왕성이 건넨 그릇에 내용물을 가득 퍼 담았다. 그리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그릇을 뜨거우니 조심하라고 하면서 초왕성에게 다시 건네주었다.

 

“많이 허기졌을 테니, 체면 차리지 말고 얼른 드시오.”

 

오칠은 그릇을 받아들고도 먹지 않고 머뭇거리는 초왕성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이걸 먹어야 하나?’

 

초왕성은 고민하고 있었다.

 

평소의 그였다면 오칠의 그런 말을 듣고 절대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릇을 오칠의 안면으로 내던지며 ‘배 안 고파!’ 혹은 ‘너나 처먹어!’라고 고함을 내질렀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 초왕성은 그럴 수 없었다. 이 코끝에 아른거리는 향기와 뱃속에서 들려오는 원성을 외면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이게 뭐냐?”

 

초왕성은 입 안에 가득 맴도는 군침을 애써 외면하며 오칠에게 물었다.

 

“보이는 그대로 죽이오. 말린 재료를 주고, 요리법을 가르쳐준 사람은 죽의 이름이 오미죽이라고 하더군.”

 

여러 가지 맛이 난다고 하는 오미죽(五味粥).

 

오미죽은 재죽(齋粥)의 한 종류였다. 재죽은 쌀과 함께 고기나 생선 따위를 넣고 끓인 것을 말한다. 그리고 그중에서 으뜸으로 꼽는 죽이 바로 오미죽, 혹은 납팔죽(臘八粥)이라는 이름의 죽이었다.

 

십이월 팔일을 납팔(臘八)이라고 하는데, 이날은 석가가 도를 깨우친 것을 기념하는 날로서 이날이 되면 집집마다 각종 곡식과 과일을 넣고, 죽을 쑤어 부처와 조상에게 바치고, 친척이나 친구들과 함께 나누어 먹는다고 하여 납팔죽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각설하고, 초왕성은 음식의 이름을 듣고 그 재료가 무엇인지를 대충 짐작할 수 있었기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오칠의 부름에 응답해야만 했던 이유 중 하나가 해소되었으니, 이제 오미죽을 먹는 일이 그에게 남은 최고의 지상과제인 것이다.

 

후룩.

 

초왕성은 한 수저를 떠 후후~ 불어 식힌 뒤, 조심스럽게 입에 넣었다.

 

‘아~!’

 

낙원이 따로 없었다.

 

후끈한 열기를 담고 있는 진한 국물과 입 안으로 가득 퍼지는 부드러운 건더기. 너무나 행복해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우는 것보다 허기를 채우는 것이 먼저였다.

 

후룩! 후루룩! 후룩! 후루룩!

 

마구 퍼먹었다.

 

씹지도 않고 거의 꿀꺽꿀꺽 삼키는 수준이었다. 입천장이 까지고, 혀가 까칠까칠하게 부풀어서 욱신거려도 개의치 않았다.

 

“여기 국자가 있으니 마음껏 퍼 드시오.”

 

오칠이 안쓰럽다는 듯 국자를 내밀었다.

 

하지만 초왕성은 국자 같은 것은 필요 없다는 듯 그릇째 냄비에 넣어서 크게 퍼 올렸다. 그리고 다시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후하~!”

 

냄비 바닥을 박박 긁어서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모두 먹어치운 뒤에야 초왕성은 수저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턱수염을 손으로 쓱쓱 닦으며, 행복과 만족의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뒤로 벌렁 드러누웠다.

 

‘배따시게 먹고 누울 수 있는 곳이 낙원이지!’

 

기지개를 켜는 초왕성의 얼굴에는 저도 모르게 빙그레 웃음이 지어지고 있었다.

 

“……!”

 

벌떡.

 

초왕성은 무거움을 이기지 못하고 감기려던 눈을 번쩍 뜨고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를 빤히 쳐다보는 오칠을 보면서 인상을 팍 찡그렸다. 오칠에게 밥을 얻어먹고 그의 앞에서 너무나 행복한 표정을 짓는 것도 모자라, 그대로 잠들려고 했다니.

 

‘빌어먹을! 저 기생오라비 같은 녀석에게 내가 신세를 진 건가!’

 

수모당한 것을 되갚겠다고, 정체가 무엇인지 밝혀내겠다고 뒤를 따라왔던 오칠에게 신세를 지다니. 이보다 더 자존심 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를 빤히 쳐다보던 오칠이 입을 열어 한 말은 가뜩이나 찡그려져 있던 초왕성의 얼굴을 완전히 일그러지게 만들었다.

 

“난 또 초 형이 그대로 잠을 자는 줄 알았소. 하지만 역시 초 형은 교양과 예의를 아는 사람이구려. 자, 이 냄비와 그릇을 씻어오시오. 그리고 산짐승이 올지 모르니 경계를 늦추지 말고 불침번을 잘 서야 하오.”

 

그리고 오칠은 그대로 모포를 얼굴까지 뒤집어쓰고 잠들어버렸다.

 

아니, 잠들었는지 어쨌는지 모르지만 이후로 꿈쩍도 하지 않고 느릿하게 숨만 색색거렸다.

 

‘으아~!’

 

초왕성은 속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저 산자락 초입 아래에 흐르는 계곡의 단단한 얼음을 깨고서 냄비와 그릇을 닦는 동안에도, 오감을 잔뜩 곤두세우고 모닥불이 꺼질 때마다 나무를 하나씩 던져 넣으면서도, 자고 있는 오칠에게 양날 도끼를 내리칠까, 하는 고민에 몸부림치는 와중에도 초왕성은 속으로 인내의 비명을 끊임없이 내질러야 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배는 든든해졌지만, 잠자리는 그리 편하지 않았던 밤을 초왕성은 그렇게 인내의 쓴잔을 마시며 흘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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