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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 165화

무료소설 파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53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파계 165화

파계 7권 - 15화

 

 

 

 

 

공병악이 만들어내는 검기는 엄청났다. 상관승이 만들어낸 도영을 너무도 쉽게 잘라낸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상관승은 벌떡 일어나 뒤로 빠르게 물러났다. 그가 누워 있던 땅으로 또 다른 검기가 날아와 굵직한 선을 만들어냈다.

 

끼익―

 

아무리 들어도 익숙하지 않은 소름 끼치는 기음.

 

공병악의 무거운 걸음에 비해 너무도 빠르고, 정확하게 날아오는 강력한 검기를 바라보며 상관승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리고 순양첨의기(純陽沾衣氣)의 공력을 가득 끌어올리며 위아래로 도를 휘저었다.

 

샤샤샤샤샤샥―

 

눈앞을 가득 채우는 새하얀 벽이 생겨났다. 공병악의 무지막지한 검기를 막아내려면 도막 외에는 방법이 없음을 깨달은 상관승이 공력의 막대한 소비를 감수하며 펼친 것이었다.

 

쩡―!

 

강력한 검기와 도막이 충돌하며 그 중심으로부터 공간이 출렁였다. 넓게 퍼져 포위하고 있던 진광대 무사들이 그 충돌 속에서 생겨난 소리에 귀를 틀어막고, 몇 걸음씩 물러나야 할 정도로 엄청난 충돌이었다.

 

푹.

 

뒷걸음치던 공병악은 땅에 다리를 박아 신형을 정지시켰다. 그리고 울렁이는 가슴을 진정시킬 생각도 않고 앞으로 빠르게 내달렸다.

 

상관승은 뒤쪽으로 훌쩍 날아가 공중을 빙그르르 돌며 충격을 완화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공병악에게서 한시도 떨어진 적이 없었다.

 

퍽!

 

상관승의 신형이 공중에서 우뚝 멈추고, 그의 발끝이 포위하고 있던 진광대 무사의 정수리를 힘껏 밟았다.

 

진광대 무사는 너무도 갑작스럽게 당한 것이라 회피할 틈도 없이 정수리가 으스러졌고, 상관승은 도약할 수 있는 힘을 얻어 공병악을 향해 몸을 날릴 수 있었다.

 

끼익―

 

아래로부터 그어져 올라오는 공병악의 검이 기음을 터트리며, 그를 향해 몸을 날려 오는 상관승을 향해 휘둘러졌다.

 

“……!”

 

공병악의 눈동자가 당혹감으로 흔들렸다.

 

그가 쏘아 보낸 강렬한 검기가 공간을 격하고 상관승의 지척으로 다가간 순간, 갑자기 상관승의 신형이 급격하게 아래로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천근추의 수법을 써서 몸을 무겁게 한 것이다. 당연히 검기는 상관승의 머리 위로 허망하게 지나가버리고 말았다.

 

연륜과 경험의 차이일까?

 

어쨌든 공병악은 상관승에게 커다란 빈틈을 허용하고 말았다.

 

스사사사삭―

 

상관승이 만들어낸 도영이 수십, 수백 개로 불어나면서 틈새가 열린 공간으로 퍼져나갔다. 상하좌우, 그 어디로 움직여도 벗어날 수 없는 그물 같은 도영의 폭풍.

 

상관승은 방어가 아닌 공격을 위한 도막을 펼쳐서 공병악의 전신을 뒤덮어버리고 있었다. 더구나 공병악은 검기를 펼쳐 방어를 해야 할 적정한 때를 놓친 상태였다.

 

“으아~!”

 

한데 바로 그 순간, 저 뒤쪽에서 수십 명의 무리가 다급한 소리를 내지르며 나타났다.

 

그들은 정파 무림인들이었다. 그리고 그 숫자는 순식간에 늘어나 이백이 훌쩍 넘었다. 숲 속을 통해 급습을 노렸다가 도리어 노족들에게 암습을 당해 퇴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뒤쪽으로는 마치 산짐승의 그것처럼 뛰어오는, 얼굴에 붉은 칠을 한 노족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물러나!”

 

상관승은 당혹감에 물든 음성으로 소리쳤다.

 

퇴각하는 정파 무림인들이 싸움의 중심으로 달려오며, 공병악을 뒤덮어가던 도막에 부딪치려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패배의 충격과 퇴각하고 있다는 절박함 속에서 그들은 상관승의 음성을 듣지 못했다.

 

“크악!”

 

“아악!”

 

가장 앞에서 뛰어들었던 몇 명이 온몸에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도막에 난자된 것이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정파 무림인들은 다급히 도막의 영향권 밖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이미 도막은 이전보다 힘이 약해졌다. 게다가 온 힘을 다해 도막을 펼치던 상관승이 정파인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말을 하는 사이에, 도막의 날카로움이 미세하게 흐트러진 상태였다.

 

끼이익―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음이었다. 비단이 찢기는 소리와 함께 도막의 정중앙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벌어진 틈새로 공병악의 검이 새파란 검기를 뿌리며 삐죽 튀어나왔다.

 

‘놓칠 수 없다!’

 

공병악과 같은 고수를 죽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았다.

 

지금 때를 놓치면 다시 이와 같은 기회가 쉽게 오지 않으리란 것을 상관승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공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우우웅―

 

도가 부르르 요동을 쳤다. 힘을 잃어가던 도막의 고리가 더욱 공고해지고, 벌어지던 틈새가 조금씩 메워지기 시작했다.

 

쩌정―

 

도막의 안쪽으로 삐죽 튀어나왔던 검이 둔중한 충격음과 함께 밀려났다.

 

공병악의 일그러진 얼굴이, 완전히 메워지는 틈새 사이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상관승은 확신했다. 그의 도막이 공병악을 난자할 수 있으리란 것을.

 

쉬익―

 

“……!”

 

한데 그 순간, 상관승은 뒷덜미로 아찔한 기운을 느꼈다.

 

그의 육감이 위험을 감지하고 경고를 발한 것이었다. 위험을 감수하고 공병악을 죽일 것인가, 아니면…….

 

고민은 길지 않았다. 상관승은 도막의 공세를 끌어당겨 등 뒤에서 느껴지는 위험을 향해 뿌렸다.

 

츠츠창―

 

새파란 불꽃이 연이어 피어올랐다.

 

거대한 낫 모양의 붉은 겸이 상관승의 도와 격렬하게 맞붙었다가 떨어졌다. 노족과 함께 정파 무림인들의 뒤를 쫓던 사 장로가 공병악의 위험을 보고 달려들어 혈겸을 휘두른 것이다.

 

‘어깨를!’

 

상관승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공병악과의 치열한 격전 속에서도 작은 상처 하나 입지 않았던 상관승의 어깨가 붉게 물들었다. 갑작스런 공격과 혈겸의 기형적인 형태를 생각지 못한 결과였다.

 

하지만 그의 어깨에 상처를 낸 사 장로 역시 심맥에 타격을 입고, 입가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도막의 강력한 힘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그대로 맞부딪쳤다가 내상을 입은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사 장로가 아니었다. 상관승은 도막의 그물에서 벗어난 공병악이 날카롭게 쏘아보는 시선을 맞상대하는 것만 해도 심한 압박을 느껴야 했다.

 

“물러나!”

 

사 장로의 부상을 보고, 상관승을 공격하려고 했던 네 명의 제자들이 공병악의 고함에 우뚝 멈춰 섰다.

 

공병악은 상처 입고 더욱 흉포해진 맹수 같았다. 도막에 휩싸인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검을 휘두르는 동안 온몸에 자잘한 도상을 입었고, 그의 옷은 온통 핏기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는 상관승이 입은 상처보다 큰 상처는 입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 상황은 상관승에게 더할 수 없이 불리한 상태인 것이다.

 

“죽인다!”

 

공병악에게선 평소의 냉정함이 보이지 않았다.

 

마치 본래부터 그러했다는 듯 얼굴 전체에, 몸짓 전체에 맹렬하고 사나운 기운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기세 그대로 공병악은 땅을 쿵쿵 찍으며 달려들었고, 둥글게 검을 휘둘러왔다.

 

끼이익―

 

여지없이 기음이 들리고, 이전에 비할 바 없이 강력한 검기가 공간을 넘어 상관승에게 들이닥쳤다.

 

“……!”

 

너무도 빠른 공격에 상관승은 신형을 움직여 피할 시간이 없었기에 도를 휘둘러 막아야 했다.

 

샤사사사삭―

 

그의 앞으로 순식간에 도막이 형성되었다.

 

쾅―

 

도막이 뒤흔들렸다. 공병악의 검기에 맞서는 도막은 이전보다 힘이 약했기에 막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태였다. 거기에 어깨의 상처까지 영향을 주고 있었다.

 

쾅! 쾅! 쾅!

 

“쿨럭!”

 

연달아 밀려오는 강력한 검기에 맞서 도막을 형성하여 막은 상관승의 입에서 참아지지 않는 핏물이 울컥 터져 나왔다.

 

한계였다. 아무리 무림의 절정고수 환도신군이라 해도, 이 이상 공병악의 공세를 막아내는 것은 무리였다. 하지만 무리라는 걸 알면서도 막지 않으면 안 되었기에, 상관승은 처음보다 현격하게 공고함이 떨어진 도막을 만들어냈다.

 

콰쾅―

 

도막은 순식간에 허물어졌다. 그리고 아직도 힘을 잃지 않은 검기가 상관승의 가슴을 향해 쭉 뻗어 나왔다.

 

쾅―

 

“……?”

 

상관승이 둘로 쪼개져서 땅으로 쓰러지길 기대했던 사 장로, 진광대 무사 등은 의아한 눈을 했다.

 

상관승을 향했던 검기가 갑자기 방향이 틀어져 땅을 후려치고, 온통 뿌옇게 보일 정도로 주변 가득 먼지를 피워 올렸기 때문이었다.

 

“진광대왕!”

 

먼지가 채 가라앉지 않은 순간, 사 장로가 가장 먼저 사태를 파악했다.

 

공병악은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반드시 죽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상관승은 먼지 바람 저 앞쪽으로 달려가는 누군가의 어깨에 얹어져 있었다.

 

“쫓아라!”

 

사 장로의 명령에 제자들과 진광대 무사들이 달려갔다.

 

 

 

 

 

* * *

 

 

 

 

 

“괜찮은가?”

 

사 장로가 공병악에게 물었다.

 

비틀거리던 공병악이 검을 바닥에 찍으며 몸을 바로 세웠다. 그는 피식거리며 웃다가 갑자기 하늘을 향해 크게 웃었다.

 

“멀었구나! 멀었어!”

 

“…….”

 

사 장로는 아무 말도 않고 그렇게 웃으며 소리치는 공병악을 바라보기만 했다.

 

‘살기에 취해서 냉정을 잃다니!’

 

공병악은 자신이 앞뒤를 보지 않고 공격에만 정신이 팔렸던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을 잃지 않는 것이 진정한 검객이라고 생각해왔던 것을 스스로 무너트렸던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등에 상처를 입고, 손아귀에 쥐었던 상관승의 목숨을 놓치고 말았다.

 

‘사 장로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자에게 당한 것은 나였을까?’

 

그럴지도 몰랐다.

 

오늘의 싸움은 모든 것이 그 자신에게 실망만을 주었다.

 

‘한데, 암기를 던진 건 누구였지?’

 

공병악은 바닥에 떨어진 작은 별 모양의 쇠붙이를 내려다보았다.

 

분명히 이 암기를 던진 자와 자신의 등에 상처를 입힌 뒤 상관승을 업고 도주한 자는 다른 사람이었다. 상관승을 업고 도주한 자는 처음 상관승과 싸우기 전에 얼굴을 봤던 계당이었지만, 암기를 던진 자는 모습조차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상황을 살펴볼 때, 암기를 던진 자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계당을 도우려 했던 것이 확실했다.

 

‘호남에 진입하고부터 미간에 느껴지는 불쾌함과 관련이 있는 걸까?’

 

그렇다면 정말 누군가가 자신과 진광지옥대를 감시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진광대왕, 정말 괜찮은 건가?”

 

한바탕 대소를 터트리더니 갑자기 조용해진 공병악을 보는 사 장로의 시선은 괴이하다는 빛이 가득했다.

 

“괜찮습니다. 그저 약간의 상처를 입었을 뿐입니다.”

 

“다행이군. 그래도 치료를 받게. 술사들이 의술에도 뛰어나니 그들을 불러오겠네.”

 

“사 장로님께서도 내상을 입으셨으니 치료를 받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정도쯤은 문제없네. 여기서 기다리게.”

 

사 장로까지 저 뒤쪽으로 사라지자, 공병악은 바닥에 앉아 더욱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오늘의 싸움과 앞으로의 싸움, 그리고 뭔가 정확히 집어낼 수 없는 불온한 움직임 등에 대해서 공병악은 그가 추측할 수 있는 모든 가정들을 동원하여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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