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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 196화

무료소설 파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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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파계 196화

파계 8권 - 21화

 

 

 

 

 

“그게 어찌 공야 각주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겠소. 저 정도 숫자의 배를 구해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임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소이다.”

 

무당파 오송 진인이 부드러운 말투로 공야 각주의 편을 들었다.

 

‘흥! 그렇게 다독거려주면 공야 각주가 당신을 맹주로 밀어주기라도 할 것 같은가!’

 

보냉신은 내심으로 싸늘한 코웃음을 치며 오송 진인을 비웃었다.

 

사실, 그가 오송 진인과 달리 공야 각주를 질책할 수 있는 것은 진작 맹주의 자리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그도 맹주의 자리가 탐이 나긴 하지만, 화산파나 아미파, 그리고 소림사의 대리 역할을 하는 천룡신방 등등을 고려할 때, 그가 맹주가 되기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다른 이들이 맹주의 자리를 염두에 두고 공야 각주에게 좋은 말만 하는데도, 그만이 감정 상할 수도 있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맹주로 선출되는 데 공야 각주의 역할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어느 단체든 정보를 가진 인물은 매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더구나 도강을 하기 전에 맹주 선출에 관한 논의를 할 예정이기 때문에 지금은 더욱더 공야 각주의 도움이 즉각적으로 필요한 시점이었다.

 

“한데, 점창파에선 아직도 소식이 없소?”

 

능력은 없으면서 맹주 자리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 중 하나인 공동파의 청명 도인(淸明道人)이 공야 각주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물었다.

 

가장 먼 거리에 위치한 곤륜파까지 은시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져왔는데, 점창파에 대한 말이 아직까지 들려오지 않아서 묻는 것이다.

 

그에 공야 각주의 얼굴이 크게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미세하게 굳었다. 나흘 전에 알았으면서도 파급 효과를 생각해 고의로 알리지 않았던 점창파의 문제를 수장들에게 설명해주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실은 오늘 아침 점창파에 대해 알아보러 갔던 천이각 무사들이 돌아왔습니다.”

 

나흘 전에 알았으면서도 비밀로 했다는 질책을 피하기 위해 약간의 거짓을 섞은 공야 각주는, 점창파를 떠난 장문인과 그 제자들이 혈천신교의 무리라고 생각되는 자들에게 공격을 당해 거의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받고 다시 돌아가야 했던 상황을 차근히 설명했다.

 

“그게 정말이요?”

 

“어허, 어찌 그런 일이!”

 

“그 사악한 놈들이 간계를 부리기까지!”

 

“그렇다면 우리의 전력에 큰 공백이 생긴 게 아니오!”

 

구파 장문인들을 비롯한 수장들이 안타까운 탄성과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변방에 있고 구파에서는 하급으로 칭하기는 하지만, 점창파가 얼마나 강한지는 이곳의 모든 이들이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러니 그 소식이 얼마나 큰 충격을 주었겠는가.

 

“하지만 꼭 나쁘게만 볼 수는 없습니다.”

 

침통한 기색을 하고 있던 수장들은 공야 각주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공야 각주는 자신의 말이 허튼소리가 아님을 분명한 어조로 설명했다.

 

“분명 점창파의 부재는 우리에게 큰 손실이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는 혈천신교가 우리를 매우 두려워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가 있습니다. 호남의 정파 무림인들이 힘을 합해 대응해도 지금껏 정면 공격만을 고집하던 그들이 그러한 방법으로 우리의 전력을 소진시키려 했다면, 우리가 이렇게 모였다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물론 공야 각주는 자신이 한 말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호남으로 파견한 천이각의 밀정들 중 절반은 연락이 끊겼고, 나머지 절반이 전하는 내용은 혈천신교가 포교(布敎)와 석문에 거대한 건축물을 짓고 있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렇다 할 반응은 전혀 보이고 있지 않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진실이 무엇이든지 간에 공야 각주는 수장들의 기분을 풀어줄 필요가 있었다. 다행히 그의 말은 의도대로 수장들의 기분을 조금은 밝게 만들었다.

 

“공야 각주의 말을 들어보니, 그렇기도 한 것 같소!”

 

“암, 제깟 놈들이 우리를 두려워하지 않을 리가 없지!”

 

중소 문파들의 수장들은 그렇게 떠들어대며 호탕하게 웃기까지 했다.

 

하지만 무게감이 더 큰 구파의 수장들은 조용히 공야 각주의 말을 음미하기만 했다. 그 진의를 따진다기보다 혈천신교가 생각보다 상대하기 어려운 적들이라는 것에 나름의 고심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척발조 대협이 왔다는데, 혹시 알고 계십니까?”

 

척발조는 검의 경지가 절정에 올라서 있다는 낭인검객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칠절신군의 일인으로 올려 마검신군(魔劍神君)이라 부르고 있었다.

 

“검에만 미쳐 있다고 하는 마검신군이 여기에 왔단 말이오?”

 

종남파 장문인 거철송은 매우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다른 수장들도 반응은 비슷했다. 그만큼 마검신군은 모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럼 그의 어떤 점이 수장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걸까?

 

마검신군은 칠절신군의 일인으로 불린다는 것만으로도 세인의 관심을 끌지만, 그가 칠절신군의 일인이 된 과정들 자체가 괴이했다.

 

그의 별호가 말해주듯 마검신군은 검에 미쳐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가 누군가와 싸우는 걸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자신을 단련시킨다는 것은 더욱 강해지고자 하기 위함인데, 이상하게도 마검신군은 그 누구와도 싸우거나 비무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와 대결하고자 하는 사람이 찾아가 비무를 청해도 절대 승낙하지 않았다.

 

다만, 그가 검을 수련하는 모습을 본 사람은 많았는데, 그 수련하는 모습이 너무도 엄청나고 대단하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폭포수에서 떨어지는 아름드리나무 십여 그루를 일 검에 모두 쪼개버린다거나, 높고 거대한 절벽에 검기로 글을 쓴다거나 하는 등등의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이 널리 퍼져나가면서 어느새 그는 칠절신군의 일인인 마검신군이 되어버렸다.

 

한마디로 칠절신군 척발조는 사람들의 입과 입으로 전해진 소문을 통해 절정고수의 반열에 오른 사람이었다.

 

게다가 우스운 것은, 그가 그 막강한 별호를 얻게 되자 아예 인적 없는 곳에 틀어박혀 더욱 수련에 매진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십 년 동안 그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척발조가 이곳에 나타났다고 하니, 수장들이 호기심과 궁금증이 가득한 표정을 짓는 것은 당연했다.

 

“제가 그와 잠시 대화를 나누어보았습니다.”

 

무한 검룡천화장(劍龍千花莊)의 장주 손우익(전장주 손중헌은 오칠과의 만남 후 곧바로 장주의 자리를 손우익에게 물려주었다)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척발조는 그 특이한 행보에 걸맞게 지인들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손우익과는 깊은 교분을 쌓았는데, 사람들은 만약 척발조만 아니었다면 칠절신군의 한자리를 차지하고도 남았을 손우익이 그와 친교를 맺고 있다는 것 자체를 괴이한 일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어쨌든 수장들은 손우익과 척발조가 나눈 대화 내용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이며, 어서 말해주기를 재촉했다.

 

“그가 이곳에 온 이유가 무엇이라고 하더이까?”

 

“혈천신교의 교주와 직접 손속을 겨뤄 자신의 검을 시험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껏 그에게 비무를 청한 사람만 수백 명이었다. 그런데 계속 거부를 하다가, 이제 와서 검을 시험해보겠다는 것은 또 무슨 심경의 변화란 말인가.

 

‘그만큼 검의 경지를 끌어올렸다는 뜻일까?’

 

많은 사람들이 마검신군이야말로 진정한 검도(劍道)를 향해 정진하는 무인이라 여겼다. 그렇지 않고서야 높은 명성에도 불구하고 산에 틀어박혀 수련만 하고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는 마검신군의 명성 자체가 거짓이고 사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는 이들은 대부분 일파의 수장들이었다. 소문을 통해 명성을 얻은 마검신군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수련에만 심취하여 산에 틀어박혀 모습도 보이지 않았던 그가 이곳에 왔고, 지인에게 혈천신교 교주와 대결하겠다고 말한 것은 분명 무공에 자신감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것이다.

 

‘이번에 진실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겠지.’

 

장문인들과 수장들은 일단 그 정도에서 관심을 접었다. 아무리 말로 떠들고 머릿속으로 상상한다고 해도, 진의란 것은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만 분명해지는 법이니까.

 

“응?”

 

공야 각주가 도강을 위해 진행 중인 준비 과정과 어떤 방식으로 혈천신교를 향해 진격해나갈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능 장문인이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배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소.”

 

“배에 말입니까?”

 

능 장문인의 말에 공야 각주는 선착장을 빤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척 보아서는 이상한 점이 보이지 않았다. 도강 준비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고, 배를 운행할 소수의 선원들만이 타고 있는 상태였으니 크게 문제가 생길 일이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

 

그런데 순간, 공야 각주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디로 이동하는 움직임이 아니라, 좌우로 기우뚱거리는 움직임이었다. 게다가 한 척만 그런 것이 아니라, 중형선 대부분이 그렇게 기우뚱거리기 시작했다.

 

“어~ 어~!”

 

수장들은 저도 모르게 손가락질을 하며 놀라는 탄성을 질렀다.

 

당연했다. 기우뚱거리던 배들이 조금씩 물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으니까.

 

“어찌…….”

 

공야 각주는 너무도 어이가 없어 끝내 말을 잇지 못하다가, 전망대 아래로 뛰어내렸다.

 

뭐가 어찌된 일인지 직접 가서 알아볼 생각인 것이다. 그리고 구파의 장문인들과 수장들 역시 공야 각주의 뒤를 따라 선착장으로 달려갔다.

 

 

 

 

 

* * *

 

 

 

 

 

“……!”

 

선착장으로 빠르게 달려가던 공야 각주를 비롯한 사람들은 무슨 이유인지 곧 제자리에 멈추고 선착장을 멀뚱히 바라보았다.

 

조금씩 가라앉던 배들이 큰 물보라를 일으키며 완전히 물속으로 잠식되어버렸다는 이유도 있지만, 선착장으로부터 저 멀리 떨어진 곳으로부터 수많은 배들이 빠른 속도로 몰려들어오고 있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저 배들은 무엇이오?”

 

능 장문인이 물었고, 그 의문은 모두가 머릿속에 떠올린 것이었다. 심지어 공야 각주까지도 말이다.

 

하지만 곧 그들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했다.

 

“저놈들 짓이오!”

 

누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쉰두 척의 배가 존재감 없이 사라지고, 작은 기포만이 생겨나는 곳으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수면에서 수백 개의 머리가 솟아오른 것이다.

 

“수적?”

 

물속에서 저리 능숙하게 헤엄을 치는 자들이라면 그들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배가 가라앉은 것은, 분명 저들이 배의 밑바닥에 구멍을 뚫었기 때문임이 확실했다.

 

“수적들이 왜 우리의 배를!”

 

장문인들과 수장들은 분노를 토하며 소리쳤다. 그리고 선착장 주변으로 모여든 정파인들은 이 크나큰 사건에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모두 의연하게 대처하시오.”

 

능 장문인이 먼저 다른 장문인들과 수장들의 태도를 지적했다.

 

무리를 이끌어야 할 자들이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면 그 아랫사람들이 더욱 흔들리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모두 각자의 무리를 통솔하여 저 배들이 오는 것에 대비해주십시오.”

 

배를 모두 침몰시키고 수면으로 모습을 드러낸 자들이 물고기처럼 빠른 속도로 헤엄쳐서 다가오는 배들을 향해 이동하는 걸 보면, 지금 선착장으로 다가오는 배들도 한통속임이 분명했다.

 

그리고 배들이 이곳으로 다가오는 것도 결코 좋은 의도일 리가 없었다.

 

“수적들이 저런 규모의 선단을 보유해도 되는 것이오? 아니지, 저런 정도의 규모를 보유할 능력이 수적들에게 있는지부터가 의심스럽소!”

 

청성장문인 보냉신이 도저히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선단의 선두에는 대형선만 다섯 척에 중형선은 수십 척이었다. 결코 일반적으로 알려진 수적들이 보유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닌 것이다. 게다가 배 안에 타고 있을 인원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하지만 수적들이 아니라면 수공(水功)에 능숙한 저 많은 인원들을 보유하고 있을 세력이 어디에 있을까.

 

“알고 싶지 않아도 곧 알게 될 것이니, 어서 당황하는 사람들을 진정시켜주십시오.”

 

공야 각주가 다급한 음성으로 소리치자, 장문인들과 수장들은 곧바로 각각의 무리로 가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무사들을 통솔하기 시작했다.

 

촤아아악…….

 

정파인들이 갑작스럽게 혼란을 겪고 있는 사이, 빠른 속도로 물살을 헤치고, 마치 선착장을 뚫고 육지로 올라설 것처럼 몰려오던 정체 미확인의 선단이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선착장으로부터 십여 장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이동을 멈췄다. 그 이상은 원래부터 수심이 낮은 데다, 이미 가라앉은 오십여 척의 배들 때문에 더욱 다가올 수가 없는 것이다.

 

“이곳에 정파의 우매한 자들이 모두 모여 있구나-!”

 

순간, 맨 선두의 대형선에서 선착장과 마을 전체에 퍼져나갈 정도의 웅혼한 음성이 터져 나와 주변을 메아리쳤다.

 

“악……!”

 

“으……!”

 

공력의 깊이가 낮은 자들은 기혈이 들떠 가슴을 움켜잡고 주저앉았으며, 어떤 자들은 귀를 틀어막고 휘청거렸다.

 

공력이 높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고수들도 눈살을 찌푸리는 것이, 음성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잘 표현해주고 있었다.

 

“도대체 이건…….”

 

불문의 사자후가 이러할까, 아니면 도문의 청룡음(靑龍音)이 이러할까.

 

어쩌면 전설 속으로 사라진 천리회성(千里回聲)이나, 마교의 천마야소(天魔野嘯)라면 이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정파인들은 생각했다.

 

“하하하-! 우매한 자들아, 너희들 앞에 강림할지니 내게 경배하라!”

 

엄청난 위력의 음공을 오래 참지 못하는 정파 무림인들은 그 말을 듣고 혼미한 정신을 부여잡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고수들은 이런 엄청난 음공을 펼친 장본인이 직접 나타난다는 것에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이제야말로 진정한 위험이 닥쳐올 것이란 걸 알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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