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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 206화

무료소설 파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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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파계 206화

파계 9권 - 6화

 

 

 

 

 

스아앙- 스아아아앙-

 

내공이 응집되어 빛을 발하는 검이 제왕무적검(帝王無敵劍)의 초식을 따라 오칠의 전신을 뒤덮어갔다. 오칠은 묵철곤을 뒤로 당겼다가 앞으로 쭉 내밀었다.

 

콰릉-

 

벽력뇌전마강 특유의 소리와 함께 광마십삼곤(狂馬十三棍)이 묵철곤을 따라 펼쳐지고, 남궁진용의 검과 격돌했다.

 

펑- 펑- 펑- 펑-

 

검과 곤의 묵직한 충격음이 연이어 터지고, 주변에서 싸우고 있던 무림인들은 황급히 거리를 벌리며 물러나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 여파에 휩쓸려 낭패를 당하게 될 테니까.

 

‘밀린다!’

 

남궁진용의 얼굴이 창백하게 일그러졌다. 그가 펼칠 수 있는 가장 막강한 검공을 펼치고 있음에도 오칠의 공격에 대응하기조차 쉽지가 않았던 것이다.

 

“하압!”

 

얼굴이 붉게 달아오를 정도로 있는 힘을 다해 공력을 끌어올린 남궁진용은 검끝에 맺힌 빛이 더욱 강렬해지는 순간, 천풍신법(天風身法)의 화려한 보법을 밟으며 오칠의 전후좌우 사방을 일순간에 둘러쌌다.

 

슈아아아아아-

 

사방에서 수십 개의 검이 오칠을 향해 찔러 들어왔다. 마치 분신술(分身術)이 펼쳐진 듯한 환영의 벽 속에서 오칠은 눈빛을 매섭게 빛냈다. 그중 하나만 진짜 공격이 아니었다. 그 하나하나의 검마다 살기와 공력이 응집되어 오칠의 전신 요혈을 노리고 있었다.

 

오칠은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건 순간에 불과한 것이었다. 곧바로 뜨여진 그의 눈동자는 붉고 푸른빛으로 물들고, 온몸으로 발산되는 강대한 힘이 묵철곤에 모여들어 눈앞이 깜깜해질 정도의 묵광을 사방으로 둥글게 흩뿌렸다.

 

‘뭐지!’

 

남궁진용은 오칠의 전신에 검날을 찔러 넣을 것이라 확신한 순간 그의 눈앞을 가득 채우는 검은빛에 당혹해했다. 그리고 검끝에 와 닿는 기이한 힘을 느끼고는 저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고 말았다.

 

“크윽!”

 

파삭!

 

검이 그대로 산산조각 나고, 남궁진용은 폭풍에 휘말린 듯 사 장여를 날아 바닥을 나뒹굴었다.

 

“형님!”

 

“아버님!”

 

“가주님!”

 

남궁진용의 싸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주변에서 싸우고 있던 흑각 각주 남궁관보와 장남 남궁신을 비롯한 남궁세가의 무사들이 놀란 외침을 지르며 달려왔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채 당도하지도 못하고 중간에 걸음을 멈춰야 했다. 초왕성, 초열홍 등의 길현초가 일족이 그들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네가 빙검이냐? 그럼 나하고 붙을 자격이 있지.”

 

초왕성은 오랜만에 상대할 만한 상대를 만났다는 듯 사나운 미소를 지으며 양날도끼를 앞으로 비껴들었다.

 

“천부신군?”

 

형님의 부상 때문에 마음이 급했던 남궁관보였지만 초왕성의 정체는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음을 차갑게 가라앉히기 시작했다. 칠절신군의 일인인 초왕성을 눈앞에 두고 냉철해지지 않는다면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테니까.

 

“비켜라!”

 

하지만 남궁신을 비롯한 다른 이들은 남궁관보처럼 마음을 가라앉히고 대응할 수가 없었다. 바로 저 앞에서 그들의 부친이, 가주가 쓰러져 있는데 어찌 냉철하게 대응할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러나 마음이 그렇다고 해서 막무가내로 뚫고 갈 수 없는 것은 그들의 앞을 막고 선 것은 길현초가의 무사들이기 때문이다. 양천에서 이백여 무리로 그들 수천을 낭패에 빠트렸던 막강한 무사들인 것이다.

 

“공격하라!”

 

초왕성과 남궁관보가 싸우기 시작한 순간, 남궁신을 비롯한 이들도 초열홍 등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렇게 그들은 피와 살이 난무하는 치열한 싸움을 벌여나갔다.

 

뚜벅뚜벅.

 

오칠은 남궁세가의 무리가 공격해오든 초왕성 등이 그들을 막든 조금도 개의치 않는다는 듯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그저 담담한 걸음으로 쓰러진 남궁진용을 향해 다가갈 뿐이었다.

 

“차앗!”

 

사파 고수 하나가 검을 휘두르며 오른쪽에서 덤벼들었다. 오칠은 오른쪽으로 묵철곤을 가볍게 휘둘렀다.

 

파삭! 퍽!

 

덤벼들던 고수의 무기와 얼굴이 박살나고, 이번엔 왼쪽에서 두 명의 사파 고수가 대부(大斧)를 치켜세우며 덤벼들었다. 오칠은 왼쪽을 향해 왼손바닥을 펼쳤고, 순간 무형의 강맹한 장력이 손바닥에서 뿜어져나갔다.

 

우둑! 우두둑!

 

“컥!”

 

두 명은 일순간에 가슴이 함몰되어 즉사해버렸다. 그러자 오칠을 둘러싸고 있던 사파 고수들이 슬며시 겁을 먹기 시작했다. 남궁진용을 쓰러트린 것은 보았지만,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강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일까?

 

‘괴물이다!’

 

그들로서는 감히 추측할 수 없는 수준의 고수였다. 하지만 그렇게 겁을 먹으면서도 사파 고수들은 끊임없이 오칠에게 덤벼들었다. 무림인 특유의 승부욕과 오칠을 쓰러트리고 얻게 될 부와 명성 때문이었다.

 

콰직!

 

“악!”

 

파삭!

 

“컥!”

 

덤벼드는 족족 무기가 박살나고, 육체는 장난감 인형처럼 부서져나갔다. 선홍색 피가 뿌려지고, 숨도 내쉬지 못할 짧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간신히 상체를 일으킨 남궁진용의 앞에 오칠이 멈춰 선 순간, 그를 향한 공격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그의 주변 사 장여 안으로 다가오는 자조차 없었다. 오칠을 상대로는 승부욕이 소용없고, 부와 명성도 절대 얻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오칠을 공격하는 것은 그저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드는 꼴과 다름없다는 걸 모두가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아무리 악이 강성해도 결국은 정의가 승리를 하는 법이오.”

 

완전히 박살 나버린 오른팔 때문에 왼팔로만 겨우 상체를 버티고 있던 남궁진용은 오칠의 말에 이를 악물었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로 인해 함몰된 가슴에 극심한 통증이 생겨난 것이다.

 

“네… 네놈은 잘도…….”

 

남궁진용은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말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는 오칠을 노려보며 분명하게 말하고 있었다. 저주한다고, 정의라는 말 안에 숨겨둔 오칠의 잔혹성을 저주한다고.

 

“오늘 당신들은 모두 이곳에서 뼈를 묻게 될 것이오.”

 

“…….”

 

남궁진용은 오칠의 말에 코웃음을 치고 싶었다. 자신이 패하기는 했지만, 분명 오칠의 무리 쪽으로 전세가 기울어가고 있었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자신보다 강하다고 인정해야만 했던 철권신군 황보강패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 있다고, 그러니 아직 승부의 결과는 누구도 모르는 것이라고 크게 고함을 질러주고 싶었다.

 

“…….”

 

하지만 남궁진용은 끝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가슴의 통증 때문에 말을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칠과 직접 싸워본, 그리고 황보강패와도 싸워본 적이 있는 그는 알고 있는 것이다. 믿고 싶지도 인정하고 싶지도 않지만, 아무리 철권신군 황보강패라고 해도 오칠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체념한 것이오?”

 

“…….”

 

“하지만 희망은 남아 있다는 표정이구려.”

 

남궁진용은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이곳에서 그들 모두가 전멸한다고 해도 그의 가문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그의 둘째 아들을 비롯한 세가의 무사들이 다른 곳에 살아 있으니까 말이다. 원래는 이곳으로 와서 그들과 합류해야 하지만 혹시 모르는 상황을 염려하여 지시해두었으니, 아들 남궁진배는 이곳의 상황을 보고 훗날을 기약하는 임무를 맡게 될 것이다.

 

“오늘로 남궁세가는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오. 아니, 사파 오대세가 모두가 사라질 것이오.”

 

“……?”

 

“당신이 진중 쪽에 숨겨놓은 자들은 모두 전멸했소.”

 

“……!”

 

남궁진용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진정 믿을 수 없다는 듯 오른팔을 들어 오칠을 가리키려 했다. 하지만 형체도 남지 않은 오른팔은 제 역할을 할 수가 없었다.

 

“그… 그들이 모두……?”

 

그 말이 사실이라면 오칠의 말대로 남궁세가는 끝난 것이다. 본가에 아직 여자와 어린아이들이 있다고 하지만, 세가의 전각이 모두 소진되면서 비급들은 대부분 사라졌을 테고, 비급의 무공을 익히고 있는 자신들이 이곳에서 모두 죽게 되면 더 이상 비전무공의 전승은 이루어질 수 없다.

 

설혹 몇 명이 살아남아 돌아간다고 해도 지금까지의 강력한 남궁세가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무림이란 너무도 험하여, 그들 남궁세가는 지역의 작은 토호(土豪)로 전락하게 될 것이 자명했다. 아니면 존재감도 없이 사라지거나.

 

“네… 네가…….”

 

“남궁 가주, 이제 그만 편히 쉬시오.”

 

“컥!”

 

오칠의 묵철곤이 남궁진용의 오른쪽 가슴을 뚫고 들어갔다.

 

그리고 남궁진용은 보았다. 오칠의 눈동자 안에 감추어져 있는 이중의 내면을. 아름다운 외모와 자신을 호통 치던 고리타분한 정파인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음습한 그림자를.

 

“…….”

 

오칠은 차갑게 식어가는 남궁진용의 가슴에서 묵철곤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정중하게 포권을 취해 보이고는 미련 없이 고개를 돌려 묵철곤을 하늘로 뻗치며 소리쳤다.

 

“무림의 평화를 지키자!”

 

 

 

 

 

제83장. 무너지는 흑천맹(黑天盟)

 

 

 

 

 

남궁진용의 죽음과 함께 흑천맹의 후방은 급격하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빙검 남궁관보가 아직까지 초왕성과 접전을 벌이고 있었지만 패색이 짙어 보였고, 나머지 남궁세가의 고수들은 초열홍, 초유강 등을 비롯한 길현초가의 일족들에게 살육에 가까운 무차별적인 공격을 당했다. 게다가 경모혁을 위시한 무리들까지 합류하자 흑천맹의 후방 쪽은 파도에 밀리는 모래성과 같이 순식간에 휩쓸려갔다고 표현해도 좋을 상황이 되어버렸다.

 

‘딱 적당하군.’

 

오칠은 저 앞쪽에서 간신히 방어진을 구성한 산서 정파인들이 고작 이백도 남지 않았다는 것에 만족했다. 더구나 살아남은 이들의 대부분은 소림 무승들이었고, 그것도 나한진을 중심으로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중이었다.

 

“산서의 무림 동도들을 구하자!”

 

오칠은 묵철곤을 앞으로 쭉 뻗으며 소리쳤고, 흑천맹의 후방을 완벽하게 제압한 배화교 이천여 명의 무리는 거센 폭풍처럼 앞으로 달려 나갔다.

 

“왕성!”

 

오칠은 뒤쪽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그 순간 초왕성은 남궁관보의 오른팔을 자르며 옆구리에 양날도끼를 찍었고, 연이은 공격으로 머리를 두 쪽으로 쪼개버렸다.

 

“갑니다!”

 

초왕성은 시체가 되어 무너지는 남궁관보를 일별하고는 엄청난 속도로 달려와 오칠의 뒤쪽에 섰다. 그리고 그의 좌우 뒤쪽으로 초열홍 등의 길현초가 일족이 방벽처럼 둘러쌌다.

 

“외쳐라.”

 

앞으로 걸어가며 오칠이 명령했고, 뒤에선 초가 일족이 힘껏 소리쳤다.

 

“무림의 평화를 지키자!”

 

그들의 커다란 고함은 이미 저 앞으로 달려간 배화교 일족들을 선동하는 것이었고, 곧이어 사방이 무림의 평화를 지키자는 함성으로 가득 찼다.

 

“저자가 황보강패냐?”

 

오칠은 앞쪽을 주시한 채로 초왕성에게 물었다. 오칠이 보고 있는 방향에는 나한진을 중심으로 방어진을 구성한 산서 정파인들에게 가장 강력한 공격을 퍼붓는 자가 있었다.

 

“맞습니다.”

 

초왕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예전에 딱 한 번 본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더 강해진 것 같군요.”

 

승부욕이 자극되는 듯 초왕성의 얼굴은 살짝 붉어져 있었다. 오칠은 그 표정을 보고 초왕성도 황보강패에게는 확실한 승리를 자신하지 못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주먹이 제법 매서워 보이긴 하네.’

 

황보강패의 일권이 발출될 때마다 나한진으로부터 생성된 무형의 방어막이 크게 흔들리는 것만 보아도 그 무공의 강맹함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하긴 싸움도 할 만한 상대가 있어야 재미가 있지.”

 

오칠은 묵철곤을 등에 멨다. 그리고 즐기는 듯한 말투와는 달리 더없이 살벌한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몸을 날렸다. 초왕성 등도 황급히 경공을 펼쳐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는 오칠의 뒤를 따라갔다.

 

 

 

 

 

* * *

 

 

 

 

 

“맹주! 퇴각해야 합니다!”

 

제갈 원주는 후방을 둘러싸고 몰려오는 배화교 무사들을 보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무림의 평화를 지키자는 함성 때문에 귀가 먹먹할 정도였다. 제갈 가주를 비롯한 수장들이 재빨리 뒤쪽으로 갔지만, 중과부적(衆寡不敵)의 상황에서 그들이라고 어찌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우웅! 펑!

 

“크악!”

 

황보강패가 쏘아 보낸 권력에 얻어맞은 정파 고수가 피를 뿜으며 나동그라졌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한진과 정파인들의 방어는 더욱 단단하게 굳어갔다. 실상 이처럼 처절한 상황에 이르면 포기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점점 거리를 좁혀오는 오칠의 무리를 믿고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이대로 그냥 포기해야 한단 말인가!’

 

한 식경만 있다면, 아니 일각의 시간만 있어도 눈앞에 있는 소림 무승들과 산서 정파인들을 몰살시킬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이대로 포기하고 물러나야 하다니.

 

황보강패는 고개를 돌려 뒤쪽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처음 전력의 절반도 남지 않은 흑천맹의 무사들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 하다가 이런 지경에 이른 것인지 이해도 가지 않고, 근원을 알 수 없는 분노가 활화산처럼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도 달리 방도가 없었다. 이대로라면 그들에게 승산이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으니까.

 

“퇴각하겠소.”

 

황보강패는 혼잣말처럼 자그맣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에게 이목을 집중하고 있던 제갈 원주는 즉각 알아듣고 흑천맹의 무사들에게 크게 소리쳤다. 아니, 소리치려고 뒤로 고개를 돌렸다가 그대로 돌처럼 굳어버렸다.

 

“……?”

 

황보강패는 갑작스런 제갈 원주의 반응에 의아해했다. 다급한 얼굴로 퇴각을 종용하던 그가 멀뚱히 서 있기만 하니 이상하게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황보강패는 제갈 원주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

 

정파인들을 공격하는 인원을 제외한 천여 명의 사파인들과 정체를 짐작할 수 없는 이천여 명의 무리가 격돌한 접경 지역 위로 누군가 날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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