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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11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5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11화

11화

 

 

복면인과 무당파 제자들은 추적을 분산시키기 위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도주한 상태.

혁무천은 복면인이 사라진 곳을 향해 몸을 날렸다.

광운마방 무사 십여 명이 복면인을 뒤쫓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 뒤로 접근한 혁무천은 맨 뒤에서 달리는 자를 바짝 따라붙었다.

그가 손을 흔들 때마다 광운마방 무사들이 하나 둘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꺼꾸러졌다.

앞에서 복면인을 쫓던 자 중 하나가 이상함을 느끼고 뒤돌아봤을 때는 남은 사람이 여섯뿐이었다.

소름이 돋은 그는 급히 걸음을 멈추고 두리번거렸다.

“뭐, 뭐야? 왜 너희들밖에 없지?”

그의 뒤를 따르던 자들도 그제야 동료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고 우왕좌왕했다.

“분명히 뒤따라오는 것 같았는데…….”

그 사이 복면인은 그들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광운마방 무사들은 쫓을 생각도 못하고 질린 표정으로 눈알만 굴렸다.

 

복면인은 인적이 드문 골목에 도착하자 주위를 살펴보았다.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복면을 벗고 겉옷을 뒤집어 입었다.

역시나 서원청이었다.

그는 복장을 점검한 후 골목을 나섰다.

곧 두 사람이 그에게 다가갔다. 각진 얼굴의 장한, 정화상단의 감수명이라는 자와 그 일행이었다.

“장소중을 죽이지도 못하고 긁어 부스럼만 만든 꼴이 되었어.”

“무당에서 너무 성급하게 일을 벌인 것 아닙니까?”

“그들도 장소중 곁에 고수가 있는 걸 몰랐던 모양이네.”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일단 돌아가서 맹의 명령을 기다려보세. 우리에겐 물건을 옮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니까.”

그들이 속삭이듯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묵직한 기운이 먹구름처럼 밀려들었다.

“한밤에 돌아다니는 쥐새끼치고는 제법 크군.”

서원청과 감수명은 흠칫하며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 세 사람이 날아들고 있었다.

그들 중 한 사람을 알아본 서원청의 표정이 급변했다.

“왕효……?”

“훗! 강호에서 노부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거늘, 한눈에 알아보는 걸 보니 이름 없는 잡배는 아닌 것 같구나.”

날아든 자들 중 체구가 작은 노인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악양루에서 장소중과 함께 있던 바로 그 노인이었다.

서원청은 굳은 표정으로 이를 악다물었다.

‘빌어먹을. 정말 만마성의 장로인 왕효가 맞군.’

그가 비록 절정에 이른 고수라 하나 왕효에 비하면 한 수 아래라 할 수 있었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알기에 가슴이 무거워졌다.

그는 급히 감수명에게 전음을 보냈다.

<감 아우, 저자는 비령마 왕효네. 내가 저자를 막는 동안 먼저 이곳을 떠나게.>

노인의 정체를 안 감수명의 눈이 커졌다.

팔대마세 중 하나인 만마성의 장로라는 신분만 해도 어지간한 문파의 주인들보다 위였다.

무공 역시 광운마방 방주 장소중에게 뒤지지 않는 고수 중의 고수였다.

하지만 그는 서원청의 말을 거부했다.

<그럴 순 없습니다.>

<내 말대로 하게. 저자는 아직 우리의 정체를 알지 못하네.>

<다른 자들이 오기 전에 저와 서 대형이 함께 손을 쓰면 저자를 상대할 수 있을 겁니다.>

<싸우기 시작하면 놈들이 몰려올 거네. 내 말대로 해! 나 혼자면 내 한 몸 정도 빠져나가지 못하겠나? 우리 임무를 먼저 생각하게. 가서 여 단주에게 말하고 빨리 악양을 떠나!>

서원청이 강하게 다그치자, 감수명도 더 고집을 부리지 못했다.

서원청을 남겨두고 빠져나가는 게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들에겐 꼭 이루어야만 할 임무가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몸조심하고 바로 빠져나오십시오.>

빠르게 말을 맺은 감수명이 옆의 장한에게 눈짓을 보내고는 옆의 담장 위로 몸을 날렸다.

왕효의 좌우에 서 있던 무사 둘이 그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서원청도 보고만 있지 않았다. 검을 빼든 그가 코웃음 치며 두 무사를 공격했다.

“흥! 어딜!”

그 광경을 본 왕효가 땅을 박차고 서원청을 향해 날아가며 쌍장을 뻗었다.

“감히 어디서 허튼 수작이냐!”

등을 고스란히 내준 상태에서도 서원청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자신이 당하더라도 감수명은 무사히 보내야 했다.

쩌저정!

날카로운 쇳소리가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감수명을 쫓아가려던 두 무사가 한쪽으로 내려서서 비틀거렸다.

한 차례 공격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서원청은 급히 몸을 돌리며 왕효의 공격에 맞섰다.

왕효의 쌍장에서 뻗어나온 강력한 장력이 코앞에 이르러 있었다.

이를 악다문 서원청은 벼락처럼 검을 세 번 휘둘러서 검막을 펼쳤다.

회오리처럼 휘도는 장력이 검막을 두들겼다.

떠더덩!

다시 한 번 대기가 쩌렁 울리더니 서원청의 몸이 주르륵 밀려났다.

발바닥으로 땅을 쓸며 대여섯 걸음을 물러난 그는 겨우 중심을 잡고 멈추었다. 충격이 큰 듯 이를 악 다문 그의 얼굴이 파르르 떨렸다.

가슴이 먹먹하고 팔이 저릿했다.

내상이 심한 듯 진기의 흐름도 정상이 아니었다.

‘제기랄.’

급박하게 펼친 검막으로는 왕효의 장력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감수명과 장한을 무사히 보낸 것으로 만족하고 검을 움켜쥐었다.

그 사이, 왕효와 함께 온 두 무사도 서원청의 후미를 차단했다.

“쉽진 않을 거다.”

이를 갈 듯 말을 내뱉은 서원청은 남은 공력을 검에 집중시켰다.

성큼, 한 걸음 내딛은 왕효가 단숨에 거리를 좁히고는 쌍장을 연속으로 내질렀다.

서원청은 비전절기라 할 수 있는 용선팔검을 펼쳐서 대항했다.

그러나 한번 흔들린 진기는 그러잖아도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의 무위 격차를 더 벌어지게 만들었다.

오 초의 공방이 벌어지는 동안 서원청의 몸이 일 장 이상 더 밀려났다.

안색은 회칠을 한 듯 창백했고, 검초 역시 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왕효는 비릿한 조소를 지으며 마치 고양이가 쥐를 몰듯 서원청을 구석으로 몰아붙였다.

“후후후, 순순히 무릎을 꿇으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서원청은 위기의 순간에도 빠져나갈 방법을 모색해 보았다.

하지만 뒤를 지키는 장한들을 어찌어찌 처리한다 해도 왕효가 노리고 있는 이상은 빠져나갈 길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빠져나갈 수 없다면 선택할 길은 하나뿐.

“어디 죽이려면 죽여 봐라. 죽을 때 죽더라도 늙은이의 팔다리 하나는 가져갈 것이다.”

피를 토하듯 으르렁거린 그는 모든 기운을 검에 집중시켰다.

“훗, 네 실력으로 그게 가능할까?”

왕효가 비아냥거리며 쌍장을 번갈아 내질렀다.

여전히 강력함을 자랑하는 그의 장력이 서원청을 짓눌렀다.

서원청이 혼신의 힘을 다해 검을 펼쳤지만, 위력이 반감된 그의 검으로는 왕효의 장력을 막아낼 수 없었다.

결국 왕효의 장력이 밀린 그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두어 바퀴 구르고 벌떡 일어난 그는 비틀거리면서도 검을 뻗어서 왕효를 가리켰다.

그의 몸만큼이나 검첨도 가늘게 떨렸다. 충격으로 인해 시야가 흐릿해져서 왕효가 둘, 셋으로 보였다.

“세상 어떤 놈도 너를 구해줄 수 없다. 살고 싶다면 순순히 무릎을 꿇어라.”

왕효가 두 손을 늘어뜨린 채 거만한 표정으로 서원청을 향해 다가갔다.

순간, 뒷골이 서늘해진 그는 눈을 치켜뜨고 몸을 홱 돌렸다.

“웬 놈……!”

동시에 암천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벼락처럼 번쩍이며 떨어졌다.

왕효는 떨어지는 빛을 향해 반사적으로 두 손을 쳐들며 장력을 쏟아냈다.

흐릿한 어둠 속, 장막처럼 덮쳐오는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

그림자의 얼굴은 어둠이 무색할 만큼 하얗게 느껴졌다.

암천을 가르는 벼락은 바로 그 젊은 놈의 손에 들린 검에서 뻗어 나오고 있었다.

찰나의 순간, 상대가 젊다는 것에 마음이 놓인 그는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쳐갔다.

“감히 어디서!”

그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을 때는 그의 장력을 종잇장처럼 가른 시퍼런 벼락이 우수를 스치고 지나간 후였다.

서걱.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진 그가 일성을 내지르며 몸을 날렸다.

“이놈!”

우수가 팔꿈치 부근에서 떨어져 나갔다.

팔이 떨어져 나간 자리에서 피분수가 뿜어졌다.

그 와중에도 그는 상대를 향해 좌수를 뻗었다.

실수는 한번이면 족했다. 팔 하나를 주고 목을 취할 수 있으면 손해가 절반은 만회될 터.

설령 목을 취하지 못한다 해도 자신 이상의 피해를 줄 수 있으리라!

그로 인해 싸움이 길어지면, 그만큼 경험이 풍부한 자신에게 유리하게 흐르지 않겠는가.

그러나 혁무천은 싸움을 길게 가져갈 마음이 처음부터 없었다.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 봐야 좋을 것이 없는 것이다.

겨우 회복한 칠성 공력을 무리해가면서까지 모조리 끌어올린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는 차가운 눈으로 왕효를 바라보며 검을 내리 그었다.

쩌적!

재차 벼락처럼 빛이 번쩍이더니, 섬전 한 줄기가 왕효의 장력과 목을 갈랐다.

혁무천은 그를 보지도 않고 검첨의 방향을 틀었다.

마치 상대의 목을 뜯어낸 흑룡이 몸을 틀어서 또 다른 먹이를 향해 이를 드러내는 듯했다.

번쩍!

두 줄기로 갈라진 검강이 뇌전처럼 어둠을 꿰뚫고 두 무사를 향해 뻗어갔다.

엉거주춤 서 있던 두 무사는 뒤로 물러서려다가 흠칫 몸을 떨었다.

하나는 목이, 하나는 가슴이 갈라지고 핏줄기가 솟구쳤다.

말 그대로 눈 한번 깜짝할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서원청은 왕효와 두 무사가 피를 뿌리며 쓰러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무리 암습을 했다 해도 상대는 비령마 왕효다.

만마성의 장로 중 하나.

자신은 십초도 제대로 상대하기 힘든 초절정고수.

그런 왕효가 허무하게 죽어가고 있었다.

자신의 눈조차 믿지 못한 그는 머리를 흔들었다.

“뭐하는 거요? 놈들이 오기 전에 가시오.”

그 말을 듣고서야 서원청은 정신을 차리고 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무도 없었다.

남은 것은 목소리뿐.

‘도대체 누가……?’

하지만 머뭇거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그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그곳을 벗어났다.

 

순식간에 왕효와 두 무사를 처리하고 몸을 숨긴 혁무천은 사라지는 서원청을 보며 이마를 찌푸렸다.

무리일지 모른다는 걸 알고도 공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 않고 왕효를 처리하려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

덕분에 모든 상황이 자신의 예상대로 흘렀다.

문제는 그 후였다.

가슴이 답답하고, 속이 메스꺼웠다.

기경팔맥의 진기도 불규칙적으로 흘렀다.

‘왜 이러지?’

단순히 무리를 했기 때문만은 아닌 듯했다.

천하에서 내로라하는 고수들과 숱하게 싸워본 그였다. 무리한 공력을 사용한 적이 어디 한두 번인가?

그때의 느낌과는 전혀 달랐다.

왠지 기분 나쁜 느낌.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고 온몸이 후회하는 듯했다.

‘가만…… 혹시……?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오른 그는 자신의 목을 만져보았다.

그의 목에는 한 치 길이의 검은 핏줄이 돋아나 있었다. 모두 열 가닥, 생명선이라 할 수 있는 표식이.

그런데 오늘은 왠지 다르게 느껴졌다.

전보다 줄어든 느낌.

‘공력을 무리하게 끌어올리면 제어가 풀리는 건가?’

사실이라면 조심해야만 한다. 허무하게 죽지 않으려면.

 

***

 

혁무천이 배로 돌아왔을 때, 서원청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뒷간에 다녀온 것처럼 하고서 선실로 들어간 혁무천은 남몰래 소주천을 하며 진기를 다스렸다.

흔들렸던 기운이 빠르게 정상을 찾아갔다.

그 와중에도 서원청과 감수명의 대화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들이 무당파와 연결되어 있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그리고 그들의 뒤에 ‘맹’이라는 단체가 있는 듯했다.

‘맹이라…….’

맹이라는 단어는 상당히 많은 세력이 관여되어 있을 때 쓰는 게 일반적이다.

문득 어떤 가능성을 떠올린 혁무천이 미간을 좁혔다.

정파가 다시 일어나려고 하는 걸까?

충분히 가능한 추측이었다. 정파에는 마도가 따라갈 수 없는 저력이 있었다.

마도에 무너진 정의를 세운다는 명분이라면 최소한 수십 개 문파가 힘을 합칠 것이다.

자신이야 정파가 다시 일어나든 말든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강호가 시끄러워지면 엉뚱한 피해가 발생하는 법이다.

‘머지않아 한바탕 바람이 불겠군.’

붉은 피바람이.

그때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선실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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