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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4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1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4화

4화

 

 

“이 개자식! 감히 이 마천문 어르신의 옷을 그 더러운 손으로 잡아?”

“제가 눈이 잘 안 보여서…… 으억!”

“눈이 안 보이면 아예 빼줄까?”

길 한쪽에서 장한 둘이 소년과 소녀를 두들겨 패고 있었다.

소년은 열 살쯤 되었고, 소녀는 이제 일고여덟 살쯤 된 듯했다.

허름한 옷과 때로 얼룩진 얼굴, 흐트러진 머리, 아마도 구걸을 하는 거지아이들인 듯했다.

두 장한은 칼을 찬 무인들이었는데, 두 아이를 발길로 툭툭 차며 농락했다.

가볍게 차는 것 같아도 무공을 익힌 자들의 발길질이다. 어린아이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고통을 주기에 충분했다.

“뭐, 정 용서를 빌고 싶다면 그 계집아이는 남겨두고 너만 가라.”

“나으리…….”

“정말 눈알을 빼서 지나가는 개에게 먹이로 주기 전에 저 꼬맹이 계집만 남겨놓고 꺼져, 거지새끼야.”

턱이 뾰족한 장한이 입술을 비틀며 턱으로 소녀를 가리켰다.

“아, 안 됩니다, 연아는 제 동생…….”

퍽!

장한의 발길질이 다시 소년을 강타했다.

풀쩍 튀었다가 나뒹군 소년이 고통을 참고 부들부들 떨며 소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제발…….”

“이 거지새끼가 정말!”

뾰족 턱의 장한이 눈을 부라리자, 옆에서 바라보고 있던 다른 장한이 칼을 빼들었다.

“이봐, 눈알을 뺄 게 아니라 모가지를 따버리는 게 더 조용하겠어.”

멀찍이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들끓는 분노를 가슴에 품고 있으면서도 누구 하나 나서지 못했다.

상대는 마천문 성도지부의 무사들이다. 천하무림을 장악하고 있는 팔대마세 중 하나.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성난 칼날에 목이 떨어질지 모른다.

성도의 관군들도 그들을 어쩌지 못하는데 자신들이 무슨 수로 막는단 말인가.

저 짐승들의 무도한 패악질에도 분노를 삼키는 수밖에. 주먹을 불끈 움켜쥐고 외면하는 수밖에.

어린 거지 하나 살리겠다고 목숨을 걸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저 보고도 못 본 척하는 게 오래 사는 길이다.

혁무천은 사람들의 분노와 비겁한 외면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들을 탓할 수만도 없었다.

두 장한은 일류고수라 해도 모자람이 없는 무인들이었다.

힘없는 양민들에게 목숨 걸고 용기를 내서 그들을 상대하라는 것은 오만한 강요일 뿐.

결국 그가 장한들 쪽으로 걸음을 틀었다.

아직 공력을 오성도 채 되찾지 못한 상태지만 장한들 정도는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을 듯했다.

그런데 그때, 장한들을 향해서 누군가가 몸을 날렸다.

쉬이익!

동시에 공기를 가르며 뭔가가 날아갔다.

“엇?”

칼을 빼들고 있던 장한이 놀라서 칼을 재빨리 휘둘렀다.

따당!

날아들던 물체가 칼에 맞아 허공으로 튀었다.

하지만 날아든 물체는 모두 네 개였다. 나머지 두 개가 호선을 그리며 날아들자, 칼을 든 장한은 황급히 물러서며 칼을 휘둘러댔다.

그 사이 몸을 날린 자가 뾰족 턱의 장한을 공격했다.

이제 이십 대로 보이는 청년이었는데, 굳은 표정으로 소리치며 쌍수를 연이어 뻗었다.

“악독한 놈들! 어린애들을 그렇게 때리다니!”

눈 깜짝할 사이 대여섯 번의 공방이 오갔다.

퍼벅!

“크윽!”

신음을 토한 뾰족 턱의 장한이 비틀거리며 뒤로 대여섯 걸음 밀려났다. 얼굴이 와락 일그러진 걸 보면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를 공격한 청년은 그 틈을 이용해서 두 남매를 양손으로 붙잡고 뒤로 몸을 날렸다.

“저 개새끼들이!”

뾰족 턱의 장한이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질렀다.

칼을 빼들었던 자의 경악한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한 놈은 당가 놈이다!”

그 말에 뾰족 턱의 장한도 놀란 듯 가늘게 찢어진 눈이 커졌다.

“뭐? 정말이야?”

“분명해. 내가 쳐낸 암기, 당가가 만든 철질려야. 나는 놈들을 쫓을 테니 어서 지부에 가서 알려! 당가 놈들이 성도에 들어왔다고!”

한때 성도의 제왕처럼 행세했던 당가를 수 년에 걸친 싸움으로 몰아낸 마천문은 당가 무사들의 성도 출입을 철저히 차단했다.

그 바람에 한동안 당가 무사들이 보이지 않았는데, 거지 남매를 구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비켜!”

뾰족 턱의 장한이 양민들을 향해 손을 휘두르며 내달렸다.

양만들은 화들짝 놀라서 옆으로 갈라섰다. 그 와중에도 두어 명은 은근슬쩍 머뭇거리며 장한의 발걸음을 지체시켰다.

직접 뛰어들어서 구해주지 못한 마음의 빚을 그렇게라도 갚고 싶은 듯했다.

“이 버러지 새끼들이!”

멈칫했던 장한이 느릿하게 비켜서는 청년의 어깨를 밀치고 다시 달렸다.

차가운 눈빛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던 혁무천이 우수를 흔들었다.

순간, 앞으로 달려나가던 장한이 갑자기 푹 꼬꾸라지더니, 단단한 땅에 뾰족한 턱을 박았다. 팔다리가 나무막대처럼 마비되어서 대응할 틈도 없었다.

퍽!

“컥!”

재수가 없으려니 턱을 박은 땅에 머리통만 한 바위가 박혀 있었다.

‘턱과 이가 부서졌으니 몇 달 동안은 식사도 제대로 못하겠군.’

혁무천은 간단하게 장한 하나를 처리하고, 두 남매를 구한 청년들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았다.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에서 잔잔한 파랑이 일었다.

그가 아는 정파의 무인은 위선자들이다.

입으로는 정의를 논하지만, 아집에 사로잡혀서 자신들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인정하지 않는 자들.

선량한 자들의 순수한 마음을 이용하는 사기꾼들.

피눈물 흘리던 그날 그 진실을 보았다.

복수의 지옥불을 심장에 담고 강호에 나왔을 때도 그들을 달라져 있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본 자들은 뭔가가 다른 듯했다.

그날, 그들이 저 청년들만 같았어도…….

잠시 청년들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던 혁무천은 걸음의 방향을 그쪽으로 틀었다.

 

***

 

두 청년, 당가기와 운학은 성도의 외진 골목까지 달린 후 걸음을 멈추었다.

두 남매를 내려놓은 운학이 말했다.

“성공했느냐?”

소년이 두들겨 맞을 때와 달리 맑은 웃음을 지었다.

“예, 여기 있어요.”

그러고는 품속에서 서신을 꺼내 내밀었다. 뾰족 턱 장한의 품속에서 슬쩍한 서신이었다.

서신을 받아든 운학의 표정이 밝아졌다.

“다행이군. 수고했다.”

그가 품속에서 작은 은두를 꺼내 건네주자, 소년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은두는 한 냥쯤 되었다. 그 돈이면 두 남매가 한 달 동안 굶지 않고 지낼 수 있었다. 아니, 아끼면 두 달도 충분했다.

몇 대 맞은 것쯤이야 그 돈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오늘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 무슨 말인지 알지?”

“헤헤, 걱정 마세요. 목에 칼이 들어와도 말 안할 테니까요. 다음에 또 필요하면 찾아주세요.”

소년은 꾸벅 인사를 하고는 소녀의 손을 잡고 골목 깊은 곳으로 뛰어갔다.

당가기는 두 남매가 사라질 때까지 바라본 후 이마를 찌푸렸다.

“그냥 보내도 될까?”

“그럼 어쩌겠나? 입을 막자고 어린아이들을 해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하긴…….”

망설이던 당가기가 머리를 흔들며 돌아섰다.

 

당가기와 운학으로부터 이십여 장 떨어져 있던 혁무천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의 옆에는 두 청년을 쫓던 마천문의 장한이 목뼈가 부러진 채 널브러져 있었다.

‘그랬나?’

순수함이 아닌 목적이 있는 구조였다. 그것도 자신들이 일을 시켰던 것.

그나마 두 남매를 순순히 보내준 것만은 다행이었다.

만약 아이들에게 손을 썼다면 두 사람 역시 내일의 해를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군.’

그는 미련을 버리고 뒤돌아섰다.

천하가 마도의 세상이 된 것에는 그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만약 당가기와 운학이 진실된 마음으로 남매를 구한 것이었다면 그도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고 고민했을지 모른다.

마도인들에게 양민들이 피해를 입는 것은 그도 원치 않았으니까.

‘일단 광천곡에 가보자.’

그런데 돌아선 그가 멈칫했다.

묵직한 기운이 자신을 향해 밀려들고 있었다.

뒤이어 들려오는 소리.

“그 애송이들과 한 패거리는 아닌가 보군.”

혁무천은 무심한 눈으로 우측을 바라보았다.

한 사람이 허공에서 깃털처럼 천천히 내려서고 있었다.

강인하게 느껴지는 각진 얼굴, 검은 수염. 짙은 눈썹 아래에 박힌 두 눈에서 형형한 안광을 뿜어내는 중년인이었다.

갈색 장포를 걸친 그는 사십 대 중후반쯤으로 보였는데, 이채 띤 눈빛으로 혁무천을 응시했다.

“묘한 놈이군.”

예전에도 그런 말을 많이 들었다.

‘건방진 놈이라는 말도 많이 들었지.’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그의 발아래에 무릎을 꿇었다.

“귀하도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소만.”

중년인의 눈초리가 살짝 치켜 올라갔다. 정말 오랜만에 듣는 건방진 말대꾸였다.

하지만 곧 상대를 이해했다.

자신의 정체를 모른다면 그런 말을 할 수도 있지 뭐.

그것도 상대가 보통의 젊은 놈들과는 다른 구석이 있는 듯해서 특별히 이해해준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내 앞에서 함부로 건방 떠는 놈을 살려준 적이 없다. 하지만 세상 물정을 모르는 놈 같으니 한 번의 기회를 더 주마.”

“볼일 없으면 비켜주시오. 내가 좀 가봐야 할 곳이 있어서…….”

뭐라? 볼일 없으면 비켜?

중년인의 눈매가 다시 사나와졌다.

“너는 내가 누군지 아느냐?”

“그걸 꼭 알아야 하오?”

중년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저 잘생긴 얼굴을 으깨서 죽여주리라.

하지만 죽일 때 죽이더라도 왜 죽는지 정도는 알려주는 게 좋겠지.

“혹시 단양마권이라는 별호를 들어보았느냐?”

“단양이라…… 단양마종이라는 별호는 들어보았는데…….”

혁무천을 따르던 오대마종 중 한 사람이 단양마종이었다.

그는 그저 문득 생각나서 별 생각 없이 말한 것뿐인데, 치켜떠진 중년인의 눈이 움찔거렸다.

“험! 내가 바로 그분의 사대손이니라.”

혁무천은 그제야 중년인, 단양마권 양화송을 빤히 바라보았다.

정말 신기했다.

열화와 같은 성질로 유명한 단양마종 양태궁의 사대손을 이렇게 마주하다니.

세월이 백 년 넘게 흐르긴 흘렀나보다.

‘그러고 보니 닮은 것 같군.’

반면 양화송은 지금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거늘!

“이놈! 지금 나와 말장난 하자는 것이냐?”

“먼저 말을 건 사람은 귀하 아니오? 그럼 귀하가 말장난 한 거요?”

“그게 아니라…….”

“바쁜 일 있으면 보시오. 나도 내 일을 볼 테니.”

“네놈이 감히이이!”

양화송은 더 참지 못했다.

뭔가 찜찜하긴 한데, 성질상 그냥 보내면 석 달 열흘 동안 분을 삭이지 못할 듯했다.

튕기듯 앞으로 나아간 그는 불끈 쥔 주먹을 뻗었다.

“뒈져!”

부우웅!

아기 머리통만 한 주먹이 바람을 가르며 벼락처럼 뻗어갔다.

그의 가문 독문 절기 중 하나인 단양철권이었다.

제대로 맞으면 저놈의 머리통이 호박처럼 부서지리라!

‘맛 좀 봐라, 애송이! 얼굴만 잘 생기면 다냐!’

그러나 혁무천의 머리는 호박이 아니었고, 맞지도 않았다.

바람에 밀리듯 옆으로 미끄러진 그는 좌수를 들어서 가볍게 저었다.

파리를 쫓듯 휘저은 그의 손짓에 양화송이 주먹이 옆으로 튕겨나갔다.

뒤이어 그의 우수가 부드러운 바람을 일으켰다.

하지만 겉보기로만 부드럽게 보일 뿐, 내면에는 천붕의 기운이 담겨 있었다.

그야말로 눈 한 번 깜짝일 순간.

양화송의 표정이 세 번이나 변했다.

분노, 희열, 그리고 경악.

쿵!

뱃속에서 북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선 양화송은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 이런 개 같은 일이!

“인연이 있으면 또 봅시다.”

혁무천은 미련을 남기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나갔다.

그때까지도 양화송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뱃속에서 자잘한 떨림이 계속되고 있었다.

“이런 썅……. 도망가? 오냐, 이놈. 어디 도망 가봐라! 지옥 끝에 숨어 있어도 언젠가는 찾아내서 빚을 받아낼 테니까!”

그는 멀어지는 혁무천을 향해 이를 갈며 소리쳤다.

그때 골목을 막 돌아가려던 혁무천이 걸음을 멈췄다.

그러고는 잠시 생각하더니, 몸을 돌려서 양화송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왔다.

섬뜩한 기분이 든 양화송은 뒤늦게 후회했다.

‘지미, 그냥 보낼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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