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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33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3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33화

33화

 

 

중년인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혁무천의 옆모습을 노려보았다.

눈썹 한 올 흔들림이 없었다.

젊은 놈이 겁대가리가 없는지, 아니면 무식해서 뭘 모르는지 몰라도 너무 태연했다.

‘제길, 놈을 너무 쉽게 본 거 아닌지 모르겠군.’

 

혁무천은 두 장한을 따라서 뒤채로 나갔다.

두 장한은 담에 난 월동문을 통과해서 옆집으로 건너갔다.

그곳의 분위기는 장가만물점과 완전히 달랐다.

아무도 없는 마당을 통과하는데 칼날 같은 기운이 엄습했다.

어지간한 자들은 숨도 쉬기 힘든 압박감이 짓누르는데도 혁무천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슬쩍 훔쳐본 장한들이 오히려 긴장한 표정이었다.

마당을 가로지른 두 장한은 인기척이 없는 방의 문을 열었다.

“들어가게.”

혁무천은 대답도 없이, 문이 열린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아무런 장식도 없고 중앙에 달랑 탁자만 하나 놓여 있었다.

사람도 없었다.

혁무천은 탁자 앞에 서서 누군가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옆으로 늘어선 두 장한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혁무천을 노려보았다.

반각쯤 지났을 때, 건너편 벽에 쳐진 휘장이 젖혀지고 두 사람이 나타났다.

두 사람 모두 얼굴에 면사를 쓰고 있었다.

한 사람은 장가만물점에서 봤던 자인 듯했다. 다른 사람은 그보다 살이 약간 찐 듯 보였다.

그런데 묘하게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두 사람은 탁자를 앞에 두고 의자에 앉았다.

“앉게나.”

장가만물점의 중년인이 먼저 말했다.

혁무천은 그들의 반대편 의자에 앉았다.

“그래, 뭘 알고 싶어서 왔는가?”

장가만물점의 중년인, 장추가 혁무천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철혈마련의 모든 것.”

혁무천의 대답에 장추의 눈빛이 흔들렸다.

“너무 광범위하군.”

뿐만 아니라 위험한 냄새가 났다.

“철혈마련에 대한 것은 어떤 정보든 상관없소.”

혁무천이 무심한 표정으로 말하고는 장추의 옆에 있는 자를 쳐다보았다.

장추의 친형이자 장가만물점의 주인인 장화는 묘한 눈빛으로 혁무천을 마주보았다.

“아마 그걸 다 알려주려면 삼박사일도 짧을 거네.”

“한 시진. 그 안에 말해주시오.”

두 사람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철혈마련의 모든 것을 한 시진 만에 말하라고? 그댄 우리의 능력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군.”

“일개 수하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아도 되오. 이해시키려고 주절주절 설명할 필요도 없소.”

“흐음, 그렇다면 시간이 많이 줄어들겠군. 하루면 되겠어.”

“들을 필요 없다 싶은 이야기는 내가 자르겠소. 당신들은 그저 한 시진 동안 철혈마련에 대한 이야기만 하면 되오.”

장화의 눈이 가늘어졌다.

잠시 동안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혁무천을 바라보던 그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방법이군. 알겠네, 해보지. 대가는 은자 삼백 냥일세.”

그는 은자 삼백 냥을 옆집 강아지 이름 부르듯 말했다.

혁무천에게는 그렇게 큰 돈이 없었다.

하지만 은자를 대신할 물건은 있었다. 가치가 얼마나 나갈지는 모르지만.

혁무천은 무표정한 얼굴로 품속에서 주머니를 꺼냈다.

주머니를 연 그는 빛이 나는 구슬, 야광주를 꺼냈다.

은은하게 푸르스름한 빛이 나는 구슬을 보고 장씨 형제의 눈이 흔들렸다.

“설마…… 야광주?”

그들은 장가만물점을 이십 년 이상 경영한 자들. 물건에 대한 진가를 따지는 데는 천하에서 손꼽힐 정도의 실력자들이었다.

그런 두 사람이 봤을 때, 혁무천의 손에 들린 것은 분명 야광주였다.

스스로 빛을 내는 구슬.

“장가만물점이라면 제 가치를 쳐줄 거라 믿소.”

혁무천이 말했다.

사실 그는 두 사람이 말한 야광주의 가치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심지어 돈이 될 물건인지조차 확신이 없었다.

그런데 두 사람의 표정 변화를 보니 야광주라는 구슬이 제법 가치가 나가는 듯했다.

‘이게 비싼 거였나?’

그는 놀란 표정을 감추고 마치 야광주의 가치를 아는 것처럼 말했다.

“이곳에서 인수하기가 힘들면 다른 곳에 가서 팔아오겠소.”

“아, 아니네. 그럴 필요 없네. 우리 장가만물점도 그 정도 물건을 살 돈은 있거든.”

장추가 다급히 나서서 말했다.

장화는 그런 장추를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쯔쯔쯔, 멍청한 놈. 그렇게 저자세로 나가면 가격을 후려칠 수 없잖아?’

하지만 이미 말을 뱉었으니 주워 담을 수도 없는 일.

그는 장추가 또 엉뚱한 소리를 하기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

“은자 삼천 냥의 가치는 있을 것 같군.”

은자 삼천 냥!

혁무천은 입이 벌어지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이 구슬의 가치가 그렇게 대단하단 말인가?

아쉬웠다. 야광주라는 것이 그렇게 비싼 보물인 줄 알았다면 진즉 팔 걸.

그랬다면 돈 걱정하지 않고 은설과 더 재미있게 지냈을 것 아닌가 말이다.

‘멍청하기는. 한번 물어보기라도 할 걸…….’

혁무천이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자, 장화가 이마를 찌푸리며 제안한 내용을 수정했다.

“거기다…… 크기가 크니 천 냥은 더 받을 수 있을 거네.”

그럼 은자 사천 냥!

혁무천은 야광주를 내려다보았다.

별 생각 없이 빼온 구슬이 수천 냥 가치가 있다는 것에 놀라서 잠시 할 말을 잊었다.

그런데 장화의 눈에는 그 모습이 팔까말까 망설이는 것처럼 보였다.

‘빌어먹을. 쉽게 넘어가지 않는군.’

이미 야광주에 눈이 꽂힌 그는 조금 더 인심을 쓰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구슬에 흠도 거의 없군. 그렇다면 오천 냥까지도 가능하겠어.”

“은자 오천 냥이라…….”

혁무천은 어이가 없었다.

삼천 냥이 잠깐 사이에 오천 냥이 되다니.

그의 중얼거림을 듣고 장화가 재빨리 못을 박았다.

“어디 가도 그 이상은 받을 수 없을 거네.”

혁무천은 천천히 고개를 들고 장화의 두 눈을 직시했다.

숨을 천천히 들이쉰 그가 무심한 표정으로 또박 또박 말했다.

“은자 칠천 냥. 그 이하로는 팔지 않겠소.”

장화의 얼굴이 미미하게 일그러졌다.

‘젠장, 팔아봐야 삼천 냥밖에 안 남겠군.’

그랬다. 야광주의 가치는 족히 만 냥은 되었다. 시간을 두고 임자를 찾으면 그보다 더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상당한 이익을 남길 수 있음에도 오천 냥에 살 수 있는 걸 칠천 냥에 사려니 속이 쓰렸다.

“좋네. 까짓 거, 칠천 냥 쳐주지! 사실 칠천 냥에 사면 한 푼도 남지 않지만, 우리가 만난 인연의 값어치라 생각하겠네.”

장화는 시원하게 혁무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마지막 말은 자신이 생각해도 제법 그럴 듯했다.

‘외워둬야겠군.’

혁무천은 장화가 말을 바꾸기 전에 야광주를 넘겼다.

은설이 있었으면 잘했다고 할 텐데…….

“받으시오.”

허공으로 둥실 떠오른 야광주가 신비한 빛을 뿜어내며 장화에게로 천천히 날아갔다.

평범하게 보이는 한 수.

그러나 장화와 장추는 그 광경을 보고 얼굴이 석고처럼 굳어졌다.

절정고수가 아니면 흉내 내기도 힘든 허공섭물(虛空攝物)의 수법.

젊고 계집처럼 잘 생긴 놈이 절정고수라는 뜻이었다.

여차하면 힘으로 제압하려 했던 그들로서는 가슴이 서늘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허, 허, 허, 잘 생각했네.”

어색한 웃음을 지은 장화가 야광주를 받아들었다.

순간, 일그러진 그의 얼굴이 붉어지고,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둥실 떠 있는 야광주에 만근의 힘이 실려 있는 것이다.

혁무천은 간단한 한수로 상대의 기를 꺾고 여전히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대금은 정보의 대가를 빼고서 주시면 될 것 같고, 그럼 이제 철혈마련에 대한 정보를 건네주시오.”

“알겠네, 공자.”

장화의 호칭이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졸지에 거금을 챙긴 혁무천은 철혈마련에 대한 정보까지 얻고서 장가만물점을 나섰다.

은설의 납치에 철혈마련이 연루된 것은 그로서도 의외였다.

하지만 세상에는 가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자신이 백 년 후 깨어난 것도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말이다.

‘백마궁이든 철혈마련이든 상관없어.’

은설에게 해를 끼친 자들은 누구든 용서치 않으리라!

 

“잠깐 할 말이 있는데, 우리 좀 볼까?”

장가만물점을 나선 혁무천은 이십여 걸음만에 멈추어 서서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다섯 사람이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칼과 검, 도끼를 소지한 그들은 먹이를 앞둔 늑대처럼 눈빛을 번들거렸다.

표정만 봐도 그들의 직업이 ‘흑도건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자들.

“무슨 일이오?”

“간단해. 품속의 돈만 놓고 가면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으마.”

혁무천은 그들을 향해 걸음의 방향을 돌렸다.

그동안 쌓인 분노를 풀기에 적당한 자들이었다.

“남의 돈을 탐할 때는 그만한 대가를 치를 각오가 되어 있겠지?”

건달 패거리도 쉽게 굴하지 않았다.

칼을 든 자가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침을 찍 뱉고는 턱을 쳐들었다.

“그 새끼, 좋은 말로 할 때 순순히 내놓으면 오죽 좋아?”

“그냥 패!”

“이 씨바 새끼가 손발을 고생시키네. 죽어!”

도끼를 든 자가 욕을 하며 달려들었다.

혁무천은 살짝 몸을 비틀어서 피하며 도끼를 든 장한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그러고는 중심이 무너진 장한의 옆구리에 손가락을 박았다.

우드득.

갈비뼈가 부러졌는지 도끼를 든 장한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끄억!”

혁무천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장한의 일그러진 안면을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입술이 터지고, 입 안에서 하얀 물체가 튀어나왔다. 이였다.

그때만 해도 장한들은 자신들이 지옥사자를 만났다는 걸 깨닫지 못했다.

그들이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온몸이 고통을 호소하며 덜덜 떨렸다.

 

일각 후.

걸레쪽처럼 구겨진 흑도건달 둘은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표정을 지은 채 무릎을 꿇고 자신들의 멍청함을 후회했다.

그들 옆에는 목이 꺾어지고 머리가 부서진 시체 세 구가 사이좋게 누워 있었다.

두 사람은 그들의 죽음보다 그들을 죽인 수법이 더 두려웠다.

세상에! 사람을 죽이면서 감 꼭지 따듯이 목을 비틀다니!

머리를 부순 수법은 또 어떠한가!

손바닥으로 얼굴을 두어 번 후려쳤는데 머리가 부서졌다.

차가운 눈빛, 망설임 없는 손속.

두 사람의 눈에는 혁무천이 지옥에서 온 사자처럼 보였다.

그들은 살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었다. 잔머리 굴리는 것은 아예 생각지도 않았다.

“아직도 돈이 필요한가?”

혁무천은 가슴에 쌓인 분노가 조금 풀어진 듯 눈빛이 담담해졌다.

“아닙니다! 저희는 돈이 필요 없습니다!”

“앞으로는 돈을 돌보듯 하겠습니다!”

흑도건달 둘이 발작하듯 외쳤다.

차가운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던 혁무천이 눈빛을 빛냈다. 문득 두 사람이 조금 전에 한 말이 떠오른 것이다.

“흑구회에 속해 있다고 했던가?”

“그렇습니다, 공자!”

“항주에서 벌어지는 일은 모르는 게 없다고?”

“항주 어느 곳이든 저희 흑구회 형제들이 없는 곳이 없습니다!”

흑구회는 항주 최대의 흑도조직이다.

물론 항주 제일의 무사집단이라는 말은 아니었다.

머릿수만 많지 무력을 따지면 다섯 손가락 안에도 들지 못했다.

그래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항주의 술집이나 객잔 어느 곳이든 그들의 조직원이 있었다.

“그럼 철혈마련 무사들이 항주에 들어왔다는 것도 알겠군.”

무릎을 꿇고 있던 건달들이 서로를 돌아보며 눈치를 봤다.

“모르나? 흑구회도 별 것 없군. 나는 소용없는 물건을 쌓아두지 않는 성격이니 죽더라도 너무 원망마라.”

혁무천이 무심한 어조로 말하며 두 손을 맞잡고 손가락을 꺾었다.

뚜두둑.

흑구회 건달들은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떨었다.

그 소리가 마치 자신들의 목뼈가 부러지는 소리처럼 들린 것이다.

입술이 찢어지고 눈두덩이 퉁퉁 부은 자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

“아, 압니다! 제가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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