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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51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48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51화

51화

 

 

자경산이 흠칫하며 눈꺼풀을 올렸다.

“자칫하면 오해를 살 수 있습니다. 굳이 그러실 필요는…….”

“경산.”

“예, 공녀.”

“너는 내 명령만 따르면 돼. 무슨 말인지 알지?”

평소와 달리 차갑게 느껴지는 우문소소의 목소리.

가슴이 싸늘하게 식은 자경산은 급히 눈을 내리깔았다.

“죄송합니다, 공녀. 제가 주제넘게 나섰습니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 나도 너를 내보내고 싶지 않으니까.”

자경산의 등줄기로 식은땀 한줄기가 흘러내렸다.

이전까지 우문소소의 호위를 맡은 사람은 모두 셋. 그들은 호위 임무에서 배제된 후 행방을 감추었다.

그리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알고 있었다.

그들이 왜 사라졌는지, 어떻게 되었는지.

“석양이 질 때쯤이면 좋겠어. 자화원으로 데려와.”

언제 차가웠냐는 듯, 명령을 내리는 우문소소의 목소리에서 들뜬 열기가 피어났다.

“예, 공녀.”

자경산은 공손히 대답하고 입술 안쪽을 질끈 깨물었다.

비릿한 피맛이 입안에 감돌았다.

‘정신 차려라, 자경산. 네가 왜 여기에 있는지 잊었느냐?’

그는 속으로 각오를 되뇌며 흔들린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때였다.

사박, 사박.

그의 앞으로 다가온 우문소소가 그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그러고는 능어 같은 손을 뻗어서 그의 가슴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나도 경산의 마음을 알아. 하지만 그 이상 선을 넘으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녀의 손끝에서 퍼진 열기가 심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콧속으로 밀려드는 그녀 특유의 은은한 향기가 머릿속을 휘저었다.

혈관을 터트릴 듯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그래야 나와 오래 함께 있지.”

나직이 말한 그녀가 자경산의 가슴 어느 한 곳을 검지로 슬쩍 누르고는 돌아섰다.

“내 말, 잊지 마.”

 

***

 

유시 무렵.

삼십 대 장한이 혁무천을 찾아왔다.

혁무천도 한 번 본 자였다.

한상귀가 등을 맡긴 자들 중 하나.

그를 본 혁무천의 표정이 무심하게 가라앉았다.

“이 시간에 어쩐 일이지?”

“전할 것이 있어서 왔소.”

장한이 품속에서 작은 주머니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철혈집정고에 들어갈 수 있는 증표요.

혁무천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장한이 내민 주머니를 건네받았다.

손을 통해서 작은 패 하나가 들어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무게를 보아하니 쇠나 동으로 된 패인 듯했다.

사람들의 관심이 비무대회에 쏠려 있는 시기.

어쩌면 지금이 남의 관심을 받지 않고 철혈집정고에 들어갈 수 있는 적기일지도 모른다.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비무대회와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를 주시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가 철혈집정고에 들어간다면 사람들의 시선 또한 그곳으로 향할 것이다.

‘상관없어. 뚫어지게 쳐다본들 그들이 알 수 있는 것은 없을 테니까.’

기껏해야 옛날이야기나 들춰보는 호기심 많은 청년을 볼 수 있을 터.

혁무천은 그에 대해서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장로님의 허락을 받았다 하면 들여보내줄 거요. 집정고 안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최대 한 시진이니, 의심을 사지 않으려면 그 안에 나와야 하오. 잊지 마시오.”

장한이 돌아서기 전에 몇 마디 더 보탰다.

“걱정할 것 없어. 찾든 못 찾든, 어차피 그 시간 안에 나올 거니까.”

혁무천은 물건을 품속에 넣고 몸을 돌렸다.

한 시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그 안에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저 티끌만 한 단서라도 찾았으면 하는 것뿐.

그들은 어떻게 아버지의 정체를 알아냈을까.

할아버지는 그날 어떻게 그곳에 올 수 있었을까.

아버지가 죽기 전 보였던 그 눈빛의 의미는…….

 

혁무천은 석양이 지기 시작할 때 철혈집정고로 향했다.

이제 곧 저녁식사 시간이었다.

사람들의 신경이 흐트러져 있는 시각.

지금 움직이면 사람들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덜 받을 듯했다.

그런데 철혈집정고를 얼마 남겨 놓지 않은 곳을 걸어갈 때 한 사람이 그에게 다가왔다.

“무천.”

그의 이름도 알고 있었다.

혁무천은 그를 알아보고 이채를 번뜩였다.

장로원에 갈 때, 이층 창문 안에서 바라보던 시선 중 하나였다.

“무슨 일이지?”

“그대를 보고자 하는 분이 계시네. 나를 따라오게.”

“나는 지금 가봐야 할 곳이 있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네.”

“내가 꼭 가아만 하나?”

“본 련에 머물고 싶다면.”

따라오지 않으면 쫓겨날 수도 있다는 뜻.

“누가 부르는지 정도는 알고 싶군.”

“가보면 알게 될 거네.”

문득 창문 안쪽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여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의 곁에 있던 자가 자신을 찾아왔다. 그렇다면 자신을 찾는 사람은 그녀일 가능성이 컸다.

“좋아, 만나보지.”

 

***

 

우문소소는 자신의 거처가 아닌 자화원에서 혁무천을 기다렸다.

자화원은 손님을 맞이해서 차를 마시는 곳으로 마침 저녁식사 시간이어서 사람이 거의 없었다.

석양이 짙어질 즈음, 그녀는 방 안으로 들어서는 혁무천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보통 멀리서 보면 완벽하던 사람도 가까이서 살펴보면 흠이 보이는 법이다.

그런데 무천이란 자는 멀리서 보던 것보다 오히려 더 완벽했다.

“왜 나를 불렀지?”

말투가 건방졌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멋있게 느껴졌다.

지금껏 그녀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서너 사람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대부분 그의 가족이었고.

그런데 마음에 두고 있던 남자가 그런 투로 말하니, 기분이 나쁘기보다는 묘한 쾌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눈에 콩깍지가 씌워지면 뭐든 좋게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불렀어요.”

“나는 그대를 처음 보는데, 무슨 할 이야기가 있다는 건지 모르겠군.”

“저번에 보지 않았나요? 창문 앞에 서 있을 때.”

“내가 그대를 봤다기보다, 그대가 나를 봤겠지.”

“호호호호, 그게 그거죠.”

우문소소가 웃으며 혁무천에게 다가갔다.

“어쨌든 반가워요. 나는 우문소소라고 해요.”

혁무천은 그제야 여인의 정체를 알고 눈을 살짝 치켜떴다.

“그대가 강동일화 우문소소?”

“맞아요. 왜요, 내가 누군지 알게 되니까 겁이 나나요?”

우문소소의 입가에 볼우물이 살짝 파이며 미소가 짙어졌다.

마치 만개한 모란이 벌과 나비를 유혹하며 향기를 내뿜는 듯했다.

참으로 유혹적인 모습. 그 어느 남자가 그녀의 모습을 보고 냉정할 수 있을까.

혁무천도 그녀가 왜 강동일화라 불리는지 알 수 있을 듯했다.

‘예쁘긴 예쁘군.’

그래봐야 그게 그녀에 대한 평가의 전부였지만.

“내가 왜 겁을 내야 하지?”

“많은 사람들이 나를 만나면 겁을 내거든요. 내가 어떻게 할 것도 아닌데.”

“그대가 그동안 사람들을 따뜻하게 대했다면 그 사람들도 겁을 낼 이유가 없었겠지.”

은근히 비꼬는 말투였다.

우문소소의 초승달 같은 아미가 살짝 휘어졌다.

“공녀께 말을 조심해라.”

자경산이 나직하게 혁무천을 다그쳤다.

혁무천은 고개를 돌려서 그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대가 아니다.”

“……!”

이를 지그시 악 다문 자경산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하지만 혁무천의 무심한 눈빛은 한 점 동요도 없었다.

“경산.”

우문소소가 담담히 그를 불렀다.

“예, 공녀.”

“나가 있어.”

“하지만…….”

“나가… 있어.”

“……알겠습니다.”

자경산은 혁무천을 다시 한 번 바라보고 몸을 돌렸다.

우문소소는 그가 방을 나갈 때까지 혁무천만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방문이 닫히자 미소를 지었다.

“이제 우리 둘만 남았네요.”

“해야 할 일이 있으니 할 말만 했으면 좋겠군.”

“좋아요. 그럼 본론을 말하죠.”

우문소소가 말하며 혁무천에게 더욱 가깝게 접근했다.

혁무천은 피하지 않고 그녀가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기만 했다.

두 자 거리.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는 거리까지 다가간 우문소소가 고개를 들어서 혁무천을 올려다보았다.

그녀에게서 피어난 아찔한 향기가 혁무천의 콧속으로 스며들었다.

“당신이 나를 차지하고 본 련의 주요보직도 꿰찰 수 있게 해주겠어요. 대신 내 소원을 하나 들어줘요.”

혁무천에게는 별 매력이 없는 제안이었다.

그럼에도 일단은 들어볼 말이 있어서 그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소원을 들어 달라?”

“그래요.”

“무슨 소원이지?”

“제 소원은 나중에 말할게요. 당신이 나를…… 차지하게 된 다음에.”

“비무대회의 최종 승자가 그대를 차지하게 되어 있는 걸로 아는데, 내가 우승을 하지 못해도 상관없다는 건가?”

“물론 우승자가 나를 차지하게 되어 있죠. 하지만 그 우승자가 나를 원치 않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겠어요?”

우문소소가 입술 끝을 비틀며 묘한 뜻이 담긴 말을 했다.

우승자가 그녀를 원치 않을 거라니.

사실이라면 누가 우승할 것인지 알고 있어야만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아무래도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 같군. 그 이야기는 못 들은 것으로 하지.”

“나를 얻고 싶지 않나요?”

“나는 그대에게 관심 없어. 다른 사람을 찾아 봐.”

우문소소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강동제일미녀로 불리며 미모에 자부심을 갖고 있던 그녀에게는 그 어떤 말보다도 모욕적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한 걸음 더 앞으로 다가갔다.

우문소소의 몸이 혁무천의 가슴에 거의 붙다시피 했다.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금방이라도 혁무천에게 안겨들 듯했다.

고개를 쳐든 그녀의 촉촉하게 젖은 붉은 입술이 혁무천의 바로 턱 밑에서 잘게 떨렸다.

“사공미미 때문인가요?”

“그 여자와 난 아무런 사이도 아니야. 그저 귀찮은 존재일 뿐이지.”

“그런데 왜……? 아! 혹시 따로 사랑하는 여인이 있나요?”

혁무천은 그 말에 바로 대답을 못했다.

사랑?

그런가? 자신이 은설을 사랑하던가?

우문소소는 그 모습만 보고도 혁무천에게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하긴 당신 정도면 당연히 여인이 많겠죠. 그런데 그 여자가 나보다 아름답나요?”

그녀가 나직하게 말하며 옥빛 손을 들어 혁무천의 가슴 위에 얹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이 가슴에 닿기 직전 혁무천의 손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이 정도면 나눌 이야기는 대충 다 나눈 것 같군.”

우문소소의 눈매가 잘게 흔들렸다.

“정말 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건가요?”

“다시 말하지만, 나는 그대에게 관심 없어. 그럼 할 일이 있으니 그만 가보도록 하지.”

혁무천은 우문소소의 손을 한쪽으로 내려놓고 몸을 돌렸다.

우문소소는 혁무천이 방을 나갈 때까지 망부석처럼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문이 닫히자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혁무천이 거부하면 거부할수록 그녀의 욕망은 더욱 뜨겁게 타올라서 분노조차 삼켜버렸다.

‘흥! 당신은 나를 거부할 수 없어. 아니, 거부할 수 없게 만들 거야.’

 

자경산은 방을 나선 혁무천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혁무천은 우문소소의 제안을 거부했다.

생각지 못했던 일.

뜻밖에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었다.

그런데 좋아해야 할지 분노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충고 하나 하지.>

망설이던 그가 혁무천의 등 뒤에 대고 전음을 보냈다.

<소소는 무서운 여자야. 욕심낸 것은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어, 얻지 못한 적도 없고. 무슨 수를 쓰더라도.>

혁무천은 그의 목소리를 듣고도 머뭇거림이 없이 걸음을 옮겼다.

말이 몇 마디 더 이어졌다.

<당신도 조심해야 할 거야. 여왕거미의 덫에 걸리지 않으려면.>

 

자화원을 나선 혁무천은 철혈집정고로 걸음을 옮겼다.

잠깐의 만남이었지만 찜찜함이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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