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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70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1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70화

70화

 

 

살기를 드러낸 동대안의 검은 무시무시했다.

섬뜩함을 넘어 등골이 오싹할 지경.

쉬앙! 피비비빙!

가느다란 꼬챙이 검이 어둠에 구멍을 숭숭 냈다.

그러잖아도 검신이 가느다란데, 어두운데다 속도가 워낙 빠르니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소름끼치는 기음만이 귓전을 스칠 뿐.

“크윽!”

공포가 배인 단말마.

가늘게 솟구치는 핏줄기.

움찔한 복면인 하나가 비틀거리다가 맥없이 쓰러지고, 하나는 재빨리 옆으로 몸을 비틀어서 겨우 사정권을 벗어났다.

동대안은 그 상황에 짜증이 났다.

‘보통 놈들이 아니야.’

둘을 노렸는데 하나밖에 처리하지 못했다. 그나마도 방심한 틈을 노렸기에 가능했다.

“흥! 어딜? 그럴 것이었으면 이딴 짓을 하지 말았어야지!”

동대안은 자신의 공격을 피한 자를 그림자처럼 악착같이 따라붙었다.

그러고는 끝내 꼬챙이 검을 심장에 꽂았다.

그 사이 엽기천도 복면인 둘을 몰아붙였다.

그가 마룡선발대회 사차전을 통과한 것은 결코 운 때문이 아니었다.

구성 공력이 실린 검기가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두 복면인을 압박했다.

하지만 복면인들도 만만치 않았다.

어둠 속의 싸움이 익숙한 듯 유령처럼 부유하며 엽기천의 목숨을 노렸다.

그때,

쾅!

한쪽에서 굉음이 울렸다.

장대산을 공격했던 자들 중 하나가 훌훌 날아가고 있었다.

장대산은 옷자락이 찢어졌는데,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은 듯 다음 상대를 향해 부채처럼 넓적한 손을 휘둘렀다.

상대가 칼을 휘두르는데도 멈추지 않았다.

멈추기는커녕 날아드는 칼을 맨손으로 덥석 잡아버렸다.

복면인의 눈이 커졌다.

맨손으로 자신의 칼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듯했다.

그가 멈칫한 사이, 장대산의 또 다른 손바닥이 복면인의 가슴을 후려쳤다.

퍼억!

복면인은 이 장이나 날아간 뒤 떼굴떼굴 굴렀다.

영추문과 강탁, 목량도 복면인들을 상대하며 밀리지 않았다.

특히 영추문은 둘을 상대하면서도 밀리지 않았다.

“제법이군. 하지만 너희들이 죽는 건 변하지 않는다.”

뒤쪽에서 나타난 복면인들 중 하나가 칼칼한 목소리로 음산하게 말하며 다가왔다.

“쳐라!”

냉랭한 일갈.

그자의 좌우에 서 있던 복면인들이 먼저 쇄도했다.

숫자는 열둘.

빼어든 그들의 무기에서 은은한 기운이 일렁거렸다.

혁무천 일행 대부분은 앞쪽의 복면인들을 상대하고 있는 상황.

혁무천만이 손을 쓰지 않고 있었다.

뒤에서 쇄도하는 복면인을 상대할 사람도 혁무천뿐.

하지만 누구 하나 그를 걱정하지 않았다.

이미 손속에 인정을 두지 말라고 했던 그다. 본인 역시 살수를 아끼지 않을 터. 빨리 앞을 정리하고 혁무천이 그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구경하고 싶을 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혁무천은 처음부터 검을 뽑아들었다.

그는 달려드는 복면인들을 향해 한 걸음 앞으로 내딛으며 검을 뻗었다.

신형이 좌우로 흔들리는가 싶더니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회오리치는 검기.

츠츠츠츠츠츠.

섬뜩한 기음과 함께 어둠이 갈가리 찢겨져 나갔다.

큭! 헉! 커억!

서너 번의 신음이 앞다투며 터져 나왔다.

수장으로 보이는 복면인의 눈에 경악이 떠올랐다.

비천마단의 대원은 개개인의 무공이 일류 수준에 이른 고수들이었다. 거기에 살수를 익혀서 둘이면 절정고수도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앞을 막아선 대원들까지 칠팔 명이 순식간에 당했다.

들었던 것보다 훨씬 강한 자들.

특히 무천이란 놈은 자신조차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저렇게 강하다니. 어떻게 된 거지?’

깊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수하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너는 내가 상대해주마! 타아아앗!”

검을 빼든 그는 기합을 내지르며 혁무천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 잠깐 사이에 복면인 중 둘이 더 쓰러졌다.

혁무천은 쓰러지는 자들을 놔둔 채 적의 수장을 향해 검을 돌렸다.

쩌저저정!

섬뜩한 격돌음이 어둠을 흔들었다.

‘그들이 아니군.’

혁무천은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고 미간을 좁혔다.

복면인의 기운은 삼뇌자의 장원을 떠나올 때 느꼈던 기운과 달랐다.

그들과 한 패거리가 아닌 듯했다.

그렇다면 누가?

혹시……?

“련주가 보냈나?”

나직한 목소리를 차갑게 내뱉은 혁무천이 날아드는 복면인을 검으로 가리켰다.

후우웅!

검첨에서 일어난 기운이 휘돌며 어둠을 밀어냈다.

눈을 부릅뜬 복면인은 이를 악물고 전 공력을 끌어올렸다.

화아아악!

그의 검첨에서 푸른빛이 쭉 뻗어 나오며 형체를 갖추었다.

검기성형!

절정고수가 아니면 흉내 내기도 힘든 상승의 경지.

검기가 석 자나 뻗어서 형상을 갖추었다. 동시에 혁무천을 향해 번개처럼 뻗어갔다.

“놈! 죽인다!”

혁무천은 차갑게 번뜩이는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완숙한 절정 경지에 오른 고수.

장로들에 비해서 뒤지지 않는 자다.

우문강천이 자신을 제거하기로 작정한 듯하다.

“나를 죽이라고 하던가?”

냉랭히 소리친 그가 검을 휘돌렸다.

어두운 밤, 남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는 상황. 오랜 수련으로 손에 익숙한 지옥팔검 중 중합(衆合)이 펼쳐졌다.

고오오오!

마치 진공상태라도 되는 듯, 그가 그린 원 속으로 복면인의 검에서 뻗어 나온 검기가 어둠과 함께 빨려들었다.

‘이, 이런……!’

눈을 홉뜬 복면인은 전력을 다해서 검을 회수하려 했다.

이대로 검이 빨려들고, 형상을 갖춘 검기가 흐트러지면 상대의 검 앞에 몸을 들이대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주입한 그의 공력마저 원 안으로 빨려 들어가며 흩어졌다.

쩌저저정!

산산이 부서지는 검신.

검을 쥐고 있는 그의 손아귀가 찢어졌다.

게다가 팔을 통해 전해진 강력한 충격이 온몸의 십이경맥과 기경팔맥을 강타했다.

“크흡!”

신음을 삼킨 그의 몸이 뒤로 튕겨졌다.

혁무천은 튕겨지는 그를 놔두고 나머지 복면인들을 향해 검을 돌렸다.

 

싸움이 벌어진 지 반각.

나타난 삼십여 명 중 서 있는 복면인은 아무도 없었다.

십여 명이 도주하고, 나머지는 죽거나 중상을 입었다.

혁무천 일행 중에서는 강탁과 목량이 부상을 당했고, 영추문과 엽기천은 두어 군데 가벼운 상처만 입었을 뿐이다.

장대산은 옷이 여기저기 찢어졌지만, 피를 보지는 않았다. 심지어 검기조차 그의 피부에 붉은 선만 남겼을 뿐이었다.

동대안이 그런 장대산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오랫동안 고문을 당했다는 놈이 멀쩡할 때는 이유가 있다니까…….’

 

한편, 혁무천은 쓰러져 있는 복면인들의 수장을 내려다보았다.

그자는 파검의 충격으로 심각한 내상을 입은 상태였다.

동대안이 그자에게 다가가 복면을 벗겼다.

나이는 사십 대 중후반쯤?

눈매가 독사처럼 날카로웠다.

“아는 자인가?”

혁무천은 고개를 저었다.

처음 보는 자였다.

“련주가 날 죽이라 하던가?”

“…….”

중년인은 목을 쳐도 꿈쩍하지 않을 것처럼 모든 것을 포기한 표정이었다.

“대답하기 싫으면 하지 마. 몰라도 상관없으니까.”

혁무천은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짐작하고 있던 일. 놀랄 것도 없었다.

다만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인 것은 의외였다. 비무대회가 끝날 때쯤 움직일 거라 생각했거늘.

“가서 말해. 별다른 피해가 없으니 오늘 일은 잊을 거라고. 단, 오늘 이후 또 이런 일이 벌어지면… 그때는 나도 참지 않을 거다.”

비천마단 이대 대주 왕두경은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에서는 분노의 불길만이 활활 타올랐다.

그때 혁무천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우리보다 다른 자들이나 더 신경 쓰라고 해라. 그들을 그냥 놔두면, 언젠가 철혈마련도 아주 지독하게 당할 거야.”

왕두경이 자신도 모르게 눈을 들었다.

“무슨……?”

“몰랐나? 삼뇌자의 장원을 은밀하게 감시하는 자들이 있다는 걸. 하긴 모르니까 지금까지 그들을 놔둔 거겠지.”

“……!”

이자가 그 말을 전하면 철혈마련이 알아서 조사를 할 것이다.

성과가 없어도 나쁠 것 없고, 성과가 있다면 혈천여록을 훔쳐간 자들의 정체가 밝혀지겠지.

그게 바로 혁무천이 왕두경에게 그 말을 한 이유였다.

손 안 대고 코풀기.

기다렸다가 남이 해놓은 밥 퍼먹기.

은설을 찾기도 바쁜데, 자신이 직접 땀 흘리며 뛰어다닐 이유가 없었다.

 

***

 

우문홍은 부하들을 반 이상 잃고 돌아온 왕두경을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가 그렇게 말했단 말인가?”

“그렇소, 단주.”

우문홍의 이마에 그어진 주름이 지렁이처럼 꿈틀거렸다.

련주의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무천이 강하다 해도 새파란 애송이 아닌가.

자신이 마음먹고 없애려 한다면 어렵지 않을 듯했다.

비천마단 일대 정도면 처리할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패한 것으로도 모자라 아까운 무사들만 잃었다.

더구나 한 번 실패한 이상 그를 죽이기가 더욱 어려울 터…….

‘으으음, 결국 철혈귀령을 움직이는 수밖에 없나?’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무천이 전했다는 또 다른 말이 뇌리를 기분 나쁘게 긁어댔다.

수상한 자들이 삼뇌자의 장원을 감시한다고 했다.

정말일까?

왜? 어떤 놈들이?

더구나 그들을 그냥 놔두면 철혈마련이 당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것도 지독하게.

참으로 가소로운 말이었다.

천하의 어느 세력이 감히 철혈마련을 위협한단 말인가.

그런데…… 무시하기에는 뭔가가 석연치 않았다.

최근 이삼 년 동안 크고 작은 일이 많이 벌어졌다.

개중에 해결되지 않은 사건이 몇 있었다.

그 사건의 공통점이라면…… 대부분 연평 인근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었다.

몇몇 사건은 삼뇌자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었고.

혹시 최근에 움직임이 활발해진 정파 놈들이 아닐까?

‘으음, 놈의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조사해봐서 나쁠 것은 없겠지.’

 

***

 

다음 날.

혁무천은 철혈마련에 가지 않았다.

우문강천이 자신을 죽이려 하는 이상 비무대회에 가는 것은 너무 위험했다. 아쉬움이 없지는 않지만, 어차피 소기의 목적도 달성했고.

“이제 어떻게 할 건가? 철혈마련에서 또 사람을 보낼지 모르는데, 계속 이곳에 있을 수는 없잖아?”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동대안이 물었다.

혁무천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대답했다.

“이곳을 떠날 거요.”

동대안의 표정이 펴졌다. 그래봐야 콩알 같은 눈가에 살짝 주름이 잡히고, 도톰한 입술의 끝이 미미하게 씰룩인 정도지만.

“잘 생각했네.”

“한상귀가 은설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갖고 있소. 나는 한상귀를 만나볼 생각이오. 동 형과 대산은 나와 함께 가고, 엽 형은 다른 사람과 함께 먼저 항주로 가서 내 여동생에 대해 알아봐.”

목량의 특별한 능력이라면 은설의 행방을 찾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영추문은 무공에서 도움이 될 것이고.

그런데 의외로 영추문이 거부했다.

“나도 무천을 따라가겠어. 내가 사람 찾는 재주는 꽝이거든.”

“사람 찾는 건 엽 형과 목량이 할 거야. 추문은 옆에서 자잘한 일을 도와주기만 하면 돼.”

“남 도와주는 일은 더더욱 못하는데.”

혁무천은 이마를 찌푸렸지만 굳이 강요하지는 않았다. 강요했다가 따라가서 말썽을 피우면 문제만 더 커질 뿐.

“그럼 좋을 대로 해. 단, 하루 오백 리를 달려갈 것이니 못 따라올 것 같으면 지금이라도 말해.”

“훗, 뭘 모르는군.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발은 빨라. 하루 종일 뛸 힘도 있고. 그 걱정은 내가 아니라 대산이 해야 할 것 같은데?”

그 말에 대산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나도 갈 수 있어.”

영추문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문제될 것 없네, 뭐.”

엽기천도 영추문의 까칠함이 부담 되던 터라 잘 됐다는 마음이었다.

“알았어. 그럼 우리 셋이 가지.”

“혹시라도 철혈마련 사람을 만나거든 한 장로의 이름을 팔아도 돼.”

“그래도 된다면야…….”

“그래도 안 먹히면… 우문척의 이름을 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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