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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68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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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귀환천화 68화

68화

 

 

“맞아, 나는 우문소소에게 관심 없어. 그런데 그대와 겨루고 싶지도 않아. 아직 마룡선발대회가 끝나지 않았으니까.”

“그건 네 마음대로 되지 않을 거다. 내가, 이 우문양이 너와 겨루어보고 싶거든.”

우문양은 순순히 보내줄 마음이 없는 듯 발을 정(丁)자로 벌리고 자세를 잡았다.

혁무천은 바라보기만 했고.

순간, 우문양의 전신에서 묵직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아마 최선을 다해야 할 거다. 난 손을 쓰면 인정사정이 없으니까. 힘을 아끼고 나서 나중에 후회해봐야 너만 손해야.”

진짜로 공격할 생각인 듯, 그의 전신에서 흘러나온 기운이 쏴아아, 소리를 내며 혁무천을 향해 밀려갔다.

그런데도 혁무천은 여전히 표정 변화가 없었다.

“련주가 알면 곤란할 텐데?”

우문양의 굵은 눈썹이 살아 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렸다.

사실이 그랬다. 혁무천의 말대로 부친이 알게 되면 단단히 혼날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고 해서 칼을 뽑았는데 그냥 물러설 수도 없고…….

어떡하지?

마침 혁무천이 그의 고민을 해결해주었다.

“그래도 하겠다면 할 수 없지. 단, 책임은 모두 그대가 지도록.”

한마디 더 던진 혁무천이 자세를 잡았다.

아주 편안한 자세였다.

우문양도 혁무천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입을 달싹였다.

“물론 책임은 내가 진다.”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두어 수만 겨뤄보자. 그 정도는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한 우문양은 늘어뜨린 두 손을 가슴 높이로 올렸다.

느릿하게 밀려가던 강맹한 기운이 성난 파도로 돌변하더니, 눈 깜박할 순간에 혁무천을 뒤덮었다.

혁무천의 옷자락이 바람도 없는데 찢어질 듯 펄럭거렸다.

그 순간, 앞으로 한 걸음 내딛은 혁무천이 쫙 펼친 양손을 들어서 앞으로 내쳤다.

쌍장에서 뻗친 기운이 밀려드는 우문양의 기운을 두들겼다.

쿠구궁!

쇠북이 울린 듯 둔중한 북소리가 두 사람 사이의 이 장 허공을 터트렸다.

푹!

우문양은 단단히 디딘 발이 발목까지 박혔고,

주륵.

혁무천은 한 걸음 거리 정도 미끄러지듯 뒤로 밀렸다.

화아아악!

두 사람을 중심으로 반경 이 장 밖에서 먼지구름이 솟구쳤다.

비등한 결과.

그러나 우문양은 그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어디, 이것도 받아봐라!’

눈을 치켜뜬 그가 박힌 발을 빼내며 그대로 쇄도했다.

가슴 높이로 든 쌍장이 은은한 청광으로 물들었다.

손뿐만이 아니었다. 팔 전체를 푸른 기운이 감싸고 있었다.

팔성 공력이 실린 철령마수.

맨손으로 무쇠조차 부숴버린다는 무시무시한 손이 혁무천의 가슴을 향해 뻗어나갔다.

혁무천은 그 자리에 선 채 우측으로 석 자가량 미끄러졌다.

마치 얼음판에 서 있는 그를 누군가가 잡아당긴 것만 같았다.

속도가 워낙 빨라서 보는 사람 눈에는 잔상이 남은 듯 보일 정도였다.

촤르르륵!

철령마수의 가공할 기세가 기음을 토하며 혁무천의 세 치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와 동시, 혁무천은 스쳐가는 기세 사이로 손을 내밀었다.

갈고리 같은 손가락이 우문양의 팔을 움켜쥐었다.

흠칫한 우문양은 반사적인 움직임으로 팔을 틀었다. 팔을 감싸고 있던 기운도 휘돌았다.

가가가각!

혁무천의 손 안에서 기운이 회전하며 귀에 거슬리는 마찰음이 일었다.

가까스로 혁무천의 손을 벗어난 우문양은 훌쩍 몸을 날려서 거리를 벌였다.

주먹을 움켜쥔 그의 왼팔이 파르르 떨렸다.

손목에서 팔꿈치까지 덮었던 옷자락이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일부는 가루로 변해서 붉게 변한 맨살이 그대로 드러났다.

부릅뜬 눈을 몇 번 씰룩인 우문양이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전력을 다했으면 살이 터져나갔을지도 모르는데, 왜 힘을 아꼈지? 내가 그렇게 우습게 보이나?”

“별 게 다 불만이군.”

“뭐야?”

발끈한 우문양을 향해 혁무천이 쏘아붙였다.

“만약 그렇게 되었으면 ‘내가 졌소.’하고 물러날 거였나? 아니 너는 그런다 치고, 철혈마련에서 나를 그냥 놔둘 것 같아?”

“……!”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현재 거기까지야. 마음 같아서는 팔목을 분지르고 싶었는데, 아직 그 정도는 안 되거든.”

다른 뜻이 숨어있긴 하나, 사실이 그랬다.

목숨을 담보로 더 많은 공력을 끌어올렸다면 우문양의 팔을 부술 수 있었을 것이다.

대신 그는 또 하나의 생명선을 잃어야 했을지 몰랐다.

단순한 비무를 하면서 왜 생명을 단축시킨단 말인가.

그거야말로 미친 짓이었다.

“네가 한 말, 정말이냐?”

“내가 뭐 하러 거짓말을 해? 너한테 뭐 얻어먹을 게 있다고?”

어느 새 두 사람 사이의 호칭이 달라졌다.

서로 너, 너 하는 것이 마치 불만투성이 친구 같았다.

혁무천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우문양이 왼팔의 덜렁거리는 옷자락을 잡아 뜯었다.

“좋아, 더 이상 그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대신 남자로서 약속해라.”

“뭘 약속해?”

“나중에 다시 겨뤄보자. 그때는 검을 쓸 거다. 절대 봐주지 않을 것이니, 너도 전력을 다해라.”

나중 일은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걱정 마. 한 번의 싸움으로 끝내면 나야 좋지. 누가 계속 귀찮게 하는 건 싫거든.”

우문양은 속이 뒤집혔다.

‘뭐 저런 놈이 다 있지?’

그런데 참 묘한 것은 그다지 화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폐관수련으로 득도한 것도 아니고…….

그때 혁무천이 불쑥 물었다.

“아! 우문척이 련을 나선 것으로 아는데, 혹시 어디에 갔는지 아나?”

“형님이 어디 가셨는지는 나도 모르…….”

엉겁결에 대답하던 우문양이 입을 꾹 닫았다.

형이 련을 나섰다고?

그런데 왜 아무도 그 말을 해주지 않은 거지?

그러고 보니 이상했다.

형이 련을 나섰다면 여동생도 알 텐데 아무 말이 없었다.

아버지 역시 만났을 때 말해주시지 않았다.

형은 정말 련을 나섰을까?

아무도 모르는 일을 저자가 어떻게 아는 거지?

어쩌면 헛소리일지…….

그런데 혁무천이 한발 먼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란 말인데…… 의외군,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았다니.”

“네가 그걸 어떻게 아는 거냐?”

“나만 아는 게 아니다. 천화광과 사공곽 등이 왜 비무대회를 포기하고 떠난 줄 알아?”

“…….”

우문양은 그들이 떠난 사실도 알지 못했다. 그러니 할 말도 없었다.

혁무천이 입꼬리를 비틀며 말했다.

“우문척을 찾기 위해서야.”

그러고는 몸을 돌렸다.

“나도 가봐야 할 곳이 있으니, 다음에 보자고.”

우문양은 그를 붙잡지 못했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천화광과 사공곽이 비무대회를 포기하고 련을 떠나? 형을 찾아서?

사실이라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우문양은 혁무천의 등을 바라보며 입술을 잘근 씹었다.

‘내가 모르는 사이 바람이 불고 있었어. 그것도 아주 거센 폭풍이.’

그렇다면 자신 역시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

 

석양 무렵.

철혈마전 안에서는 무거운 분위기가 흘렀다.

“천화광과 사공곽 남매, 구불청, 금가휘가 련을 떠났습니다.”

우문강천은 우문홍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이마를 찌푸렸다.

갑작스런 그들의 이탈은 마룡선발대회를 반쪽짜리로 만들어 버렸다.

짜증이 났다.

심혈을 기울여서 세운 계획이거늘.

심지어 그 계획의 성공을 위해서 딸까지 내놓았지 않은가 말이다.

“왜 그 아이들이 떠났다고 보느냐?”

“아무래도…… 그 일을 눈치 챈 것 같습니다.”

“흐음, 화광이야 숙부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볼 수도 있다만…… 다른 애들은 어떻게 그 일을 안 거지? 화광이가 알려주지 않았을 텐데.”

“그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적인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다만, 떠나기 전에 무천을 만났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그들이 무천과 만난 후 떠났다고?”

“예, 련주.”

우문강천은 태사의 손잡이를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생각에 잠겼다.

우문홍과 이문유 등은 입을 닫은 채 조용히 기다렸다.

그렇게 일 각쯤 지났을 때 우문강천의 입이 열렸다.

“무천 그놈, 어젯밤에 어떤 식으로든 손을 써서 묶어놓았어야 했는데…….”

아침에 무천이 련에서 나갔다는 말을 들었다.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었다. 거처만 옮겼을 뿐.

어쨌든 제압하려면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말.

자신의 마음이 변했다는 걸 알고 그리 행동한 걸까?

그게 사실이라면 참으로 무서운 놈이 아닐 수 없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우문홍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우문강천은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 말해줄 수가 없었다.

철혈의 마제가 새파랗게 젊은 놈 때문에 조석지변으로 마음이 변했다는 걸 어찌 말할 수 있겠는가.

“괜찮은 놈 같아서 내 사람으로 만들려고 했지. 그런데 그물에서 벗어난 것 같아서 한 말이다.”

“하긴 뭔가 묘한 점이 있는 놈입니다.”

“어떤 점에서 묘하다는 거냐?”

“이름이나 사문은 물론이고 지난 행적조차 일절 알려지지 않은 놈입니다. 그 정도 실력이라면 본 련의 정보망에 진즉 걸렸을 텐데……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과거가 전혀 없습니다.”

“흐으음, 그건 네 말이 맞다. 실력뿐만 아니라 사람을 대해본 경험이 많은 것처럼 보였지. 그것도 하찮은 무사가 아닌 내로라하는 고수들을. 그런 경험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문강천은 자신 앞에서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대꾸하던 무천을 떠올리고 눈을 가늘게 좁혔다.

수십 년을 강호에서 굴러먹은 자들도 자신 앞에서 고개를 빳빳이 들지 못하거늘.

놈은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듯 태연했었다.

“내가 얻을 수 없는 놈이라면…… 없애는 게 낫겠지.”

우문홍은 우문강천의 반응을 보고 가슴이 싸늘하게 식었다.

단순히 수하로 만들지 못해 아쉬워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닌 듯했다.

‘련주께서 신경을 써야 할 정도로 대단한 놈이었단 말인가?’

그렇다면 련주의 말이 옳았다.

얻지 못할 자라면 제거하는 수밖에.

“원하신다면 조용히 처리하겠습니다.”

“지금 어디에 있지?”

“비무를 이긴 후 연평으로 돌아갔습니다.”

“연평이면 삼뇌자가 살던 곳이군.”

“…….”

우문홍도 거기까지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삼뇌자 때문에 연평으로……?’

삼뇌자의 죽음에는 많은 의문이 뒤따랐다.

그는 우문학의 친구였다.

조사 도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우문학이 그에게 어떤 책에 대한 해석을 맡겼다고 했다.

그런데 삼뇌자의 죽음과 함께 그 책은 물론 그동안 해석했던 결과물도 사라졌다.

범인은 왜 삼뇌자를 죽이고 그 책과 해석본을 가져간 걸까?

도대체 무슨 책이기에 철혈마련의 추적도 두려워하지 않고 삼뇌자를 죽인 걸까?

그동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다.

그런데 바로 그, 삼뇌자가 의문을 죽음을 당한 연평에 무천이 있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만약 우연이 아니라면?

‘문제가 되기 전에 제거하는 게 나을지도…….’

우문홍이 나름대로 계산을 끝냈을 때, 우문강천이 말했다.

“필요하면 철혈귀령을 사용해도 좋다.”

우문홍이 흠칫하며 고개를 슬쩍 들었다가 다시 숙였다.

철혈귀령은 철혈마련의 주인만이 움직일 수 있는 살귀들이다.

그들을 쓰라는 말인 즉, 우문강천 역시 결정을 내렸다는 뜻.

“예, 련주. 빠른 시간 안에 명을 마무리 짓겠습니다.”

그때 밖에서 호위무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군, 이공자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우문강천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만나고 간지 한 시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무슨 일로 또 찾아온 걸까.

“들어오라고 해라.”

문이 열리고 우문양이 들어왔다.

전과 달리 바위처럼 굳은 표정이었다.

“무슨 일이냐?”

“아버님께 여쭈어볼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말해봐라.”

“형님이 련을 나섰다고 들었습니다. 무슨 일인지 소자도 알았으면 합니다.”

순간, 우문강천의 눈빛이 묘하게 번뜩였다.

“좋다. 알려주마. 어차피 너도 나서야 할지 모르니까.”

 

***

 

해시(亥時:오후9시~11시) 무렵.

연평에서 이십 리 정도 떨어진 곳.

“저기네.”

엽기천이 손을 들어서 산비탈 아래에 있는 작은 장원을 가리켰다.

그곳이 바로 삼뇌자의 장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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