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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67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6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67화

67화

 

 

양화송은 왠지 모르게 속이 싸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신뢰가 밥 먹여주냐고 말할 수도 없었다.

“험, 그거야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 사실이지.”

한쪽에서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있던 공손두는 고개를 살짝 틀고 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양화송의 저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도대체 성도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럼 기회가 되면 또 보지.”

혁무천이 먼저 대화를 마무리 짓고 몸을 틀었다.

하지만 공손두는 아직 할 이야기가 많았다.

“하나만 말하지.”

돌아서던 혁무천이 고개만 돌려서 공손두를 바라보았다.

“뭘 말인가?”

“우문 소저를 만난 적 있다고 들었네만.”

“만났지. 그런데?”

“나에게 양보하게.”

공손두답게 직설적인 화법이었다.

말이 양보하라는 것이지, 양보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것 같은 말투.

다행히(?) 혁무천은 그에 대해서 다투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난 필요 없으니, 갖고 싶으면 마음대로 해.”

시원하게 우문소소를 던져준 혁무천은 다시 돌아서서 그곳을 벗어났다.

내막을 모르는 공손두는 혁무천의 태도가 뜻밖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것 같군.”

반면에 양화송은 왠지 모르게 가시가 목에 박힌 기분이었다.

‘왜 저놈이 조금 전에 그런 질문을 한 거지?’

 

한편, 멀리 있는 전각 이층에서 우문소소가 연무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무천을.

그녀는 문인여진이 꼬리치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서 아주 지독한 질투의 불길이 타올랐다.

‘흥! 네년이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그나마 무천이 그녀를 떨치고 돌아서는 것처럼 보이자 불길이 조금이나마 약해졌다.

‘그래, 그래야지.’

턱을 치켜든 그녀는 혁무천의 움직임을 따라갔다.

곧 혁무천이 공손두와 만나는 게 보였다.

그녀는 입술 끝을 씰룩였다.

“보나마나 무천에게 포기하라고 하겠지.”

공손두의 성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그리고 사실 공손두도 그렇게 말했다.

우문소소는 혁무천이 뭐라고 했을지 궁금했다.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을까?

그럴 리가 없다.

오히려 포기하겠다고 했을 가능성이 더 컸다.

자신의 앞에서도 관심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더구나 자신이 한 일을 알고 있다며 건드리지 말라고 한 사람 아닌가 말이다.

“너는 절대 나를 벗어날 수 없어, 내가 놓아주지 않을 거니까.”

그녀가 입술을 씹으며 중얼거릴 때였다.

“누구에게 그리 관심을 쏟는 것이냐?”

뒤에서 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갑작스런 목소리였음에도 우문소소는 놀라지 않았다.

놀라기는커녕 오히려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언제 나왔어요, 오빠?”

그녀의 뒤에는 덩치가 큰 청년이 서 있었다.

우문강천을 빼다 박은 얼굴과 몸집. 철혈마련의 이공자인 우문양이었다.

자경산은 한쪽에서 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우문양은 고개만 까딱하고는 우문소소를 바라보았다.

“반 시진쯤 됐다. 아버님을 뵙고 너를 찾는데 이곳으로 갔다고 하더구나.”

그는 한 달 동안 폐관수련을 했다.

형인 우문척의 진실된 모습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기에 그는 형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서 폐관수련하며 그동안 익히는 걸 망설였던 무공을 익혔다.

“공손두냐?”

“아뇨. 공손 공자도 뛰어난 건 분명한데, 재미가 없는 사람이죠.”

“그럼……?”

“저기, 공손 공자와 이야기하다가 돌아선 사람요.”

우문양의 시선이 무천에게로 향했다.

무심하게 느껴지던 그의 표정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누구지?”

“무천이란 사람이에요. 큰 오빠도 저 사람에게 관심이 많다고 들었어요.”

우문소소는 우문양을 자극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우문양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형님이 관심을 가진 자라면 평범하다고 할 순 없겠군.”

“맞아요. 무공은 팔대마룡에 들 정도고, 생긴 것은 어지간한 미녀보다 더 아름다운 남자예요.”

“그게 전부는 아닐 것 같은데?”

“듣기로는, 아버님도 그를 얻으려 했는데, 회유하지 못했다고 들었어요.”

“뭐?”

우문양은 정말로 놀랐다.

부친인 우문강천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얻었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동생의 말이 사실이라면 의외의 일이 벌어진 셈이었다.

“아버님의 청을 거절하다니, 재미있는 친구군.”

“반드시 내 사람으로 만들 거예요. 누구에게도 주지 않을 거예요.”

우문양은 동생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동생의 눈에서 탐욕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오빠가 좀 도와줘요.”

“뭘 말이냐?”

“팔다리가 다 부러져도 상관없으니 내 앞으로 데려다주기만 해요.”

“설마…… 그가 너를 싫어하기라도 한단 말이냐?”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사람 취급도 안 해요.”

“…….”

우문양은 약간 혼란스러웠다.

저자가 누군데 부친과 여동생이 욕심을 낸단 말인가.

거기다 우문척까지…….

우문양은 더더욱 신경이 쓰였다.

‘그런 자라면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

 

***

 

혁무천은 이마를 찌푸렸다.

한상귀를 만나기 위해 장로원으로 갔다.

그런데 경비무사의 조장이란 자가 말했다.

“장로님께선 지금 안 계시오.”

“비무대회 구경 가셨소?”

“어디 가셨는지는 잘 모르오만, 지금 안 계신 것은 분명하오.”

“언제 오실지도 모르오?”

“그건 나도 알 수가 없소. 아침부터 안 계셨으니 멀리 가신 것 같은데…….”

전과 달리 경비무사 조장의 말투가 부드럽게 느껴졌다.

두어 번 봤기 때문인지, 마룡선발대회로 인해 유명해졌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혁무천은 고개를 주억거리고 포권을 취했다.

“뭐 좀 물어볼 게 있어서 왔는데, 안 계시다니 아쉽군요. 알려줘서 고맙소.”

 

‘올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고… 오늘은 그냥 가고 내일 다시 와야 하나?’

장로원 앞에서 발길을 돌린 혁무천이 건물 하나를 돌아갔을 때였다.

누군가가 그를 불렀다.

“무 공자.”

무천은 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상귀의 호위무사가 건물에 반쯤 감춘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잖아도 궁금한 점이 있던 무천이 그에게 다가갔다.

“어찌된 일이지? 장로께서 아침부터 안 계신다 들었는데.”

한상귀의 호위무사가 슬쩍 좌우를 둘러보고 말했다.

“장로께선 대공자의 수하가 찾아온 후 새벽에 나가셔서 돌아오지 않으셨소.”

혁무천의 눈이 살짝 커졌다.

생각지 못한 말이었다.

한상귀가 우문척의 수하와 함께 갔다고?

그렇다면 우문척과 함께 철혈마련을 떠났다는 말 아닌가 말이다.

“혹시 남기신 말은 없었나?”

“누구에게 말할 틈도 없었소. 대공자의 수하가 지키고 서 있다가 함께 갔으니까.”

“그대가 나를 찾아왔을 때는 그 이야기나 하려고 온 것은 아닐 것 같은데. 말해 봐, 뭐든.”

호위무사가 쓴웃음을 지으며 손으로 코 밑을 쓸었다.

그러고는 목소리를 낮추어서 말했다.

“어젯밤 늦게 항주 쪽에서 전서구가 날아왔소.”

그 말에 무천의 눈이 꿈틀거렸다.

항주에서 전해질 소식이 어찌 한두 가지일까. 하지만 자신에게 그 말을 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뜻

“내용은? 내 동생에 대한 소식인가?”

“봉인된 채 전달되어서 자세한 내용은 장로께서만 알고 계시오.”

제기랄.

그렇다면 은설에 대한 소식인지조차 알 수 없잖아?

그런데 호위무사가 넌지시 한마디 덧붙였다.

“장로께서는 무 공자를 어젯밤에 부를까 했지만, 분위기가 좋지 않아서 오늘 비무가 끝나면 연락하실 생각이셨소.”

혁무천의 눈빛이 다시 빛을 발했다.

자신을 부르려 했다는 건, 서신에 은설과 관련된 내용이 있다는 말 아닌가.

“그 외에 다른 말은?”

“장로께서 서신을 읽으시고, 어부가 용왕의 딸이라고 했던 그 여자가 귀하의 동생이 분명한 거 같다고 하셨소.”

혁무천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럼 그렇지! 역시 은설이 살아 있었어!’

살아 있을 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자신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한상귀가 서신을 보고 그런 말을 했다면, 은설이 살아있는 것은 확실했다.

“사실 나도 어릴 때 여동생을 잃은 터라 남 일 같지 않아서 해드린 말이오. 여동생을 꼭 찾길 바라겠소.”

생각지 못한 호위무사의 말에 혁무천이 포권을 취했다.

“고맙군. 만약 여동생을 찾게 된다면 오늘 일에 대해서 꼭 보답하지.”

 

한상귀의 호위무사와 헤어진 혁무천은 들떴던 마음이 빠르게 식어갔다.

은설의 생존을 확인한 것은 희소식이었다.

문제는 서신의 내용을 모른다는 것이다.

‘제기랄.’

서신에 은설과 관련된 정보가 있을 것이 분명한데, 하필 이때 우문척이 한상귀를 데려가다니.

그런데 그가 왜 한상귀를 데려갔을까?

우연일까?

아니면 자신과 만난다는 걸 알고 데려간 걸까?

혹시 한상귀가 받은 서신의 내용도 그가 알고 있는 것 아닐까?

어느 쪽이든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만약 알고 데려갔다면……?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우문척은 자신이 여동생을 찾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 않은가.

그가 은설을 찾아서 이용하려 한다면.

‘설마?’

아니……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본 그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자였다.

그렇다면 그보다 자신이 먼저 은설을 찾아내야 하는데…….

안타깝게 정보도 없고, 조직력은 아예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때 문득 떠오른 생각.

우뚝 멈춰선 혁무천의 눈빛이 한 없이 가라앉았다.

“잊고 있었군.”

전에 철혈집정고에서 우문척이 말했다.

 

“나를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한다면, 나 역시 네 동생을 찾는 데 도움을 주지. 물론 계속 도와달라는 건 아니다. 한 번에 한 번. 어때?”

 

한상귀를 데려감으로써 현재 은설에 대한 최신 정보를 손에 쥐고 있는 사람은 그였다.

한상귀와 자신의 관계를 알고 있다면, 또 다른 정보가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나를 찾아와라.’ 그 말인가?

정말 그런 뜻을 품고 한상귀를 데려간 거라면 그는 큰 실수를 한 것이다.

자신이 찾아가게 된다면 그는 목적했던 바를 이루기 힘들 테니까.

‘설령 네 뜻대로 된다 해도, 너는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거다, 우문척.’

혁무천이 모종의 결심을 굳힐 즈음, 저 앞에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분노를 누른 혁무천은 그를 보며 눈빛을 번뜩였다.

다가오는 자는 덩치가 컸다. 그리고 누군가와 닮은 모습이었다.

“그대가 무천인가?”

이 장 앞에서 멈춰선 그 덩치가 묻는다.

목소리마저 닮았다.

‘저자가 우문양인가 보군.’

혁무천은 상대의 정체를 눈치 채고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맞아, 내가 무천이야.”

“동생 말만큼이나 잘 생겼군.”

“남자가 얼굴 잘 생겨서 어디에다 쓰겠어. 그건 칭찬이 아니야.”

“어쨌든 잘 생겼다고 하면 기분이 좋은 거 아닌가?”

“그건 그대 같은 사람들 이야기지.”

“…….”

우문양은 바로 대꾸하지 못했다.

─너처럼 못 생긴 사람들이나 잘 생겼다고 하면 좋아하지.

마치 그런 말처럼 느껴진 것이다.

그래서 그도 한마디 쏘아주었다.

“생긴 것과 달리 말이 거침없군.”

“내 얼굴 보려고 찾아왔나? 아니면 동생이 보내던가?”

“흠, 내가 누군지 아나 보군.”

“그 얼굴을 보고도 모르면 멍청한 놈이란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거다.”

묘한 뜻이 담긴 말이었다.

마치 ‘그걸 모르는 너도 멍청한 놈이다.’라고 하는 듯했다.

우문양은 안 되겠다 싶었는지 말을 돌렸다.

“그대의 실력이 굉장하다고 하더군.”

“누가 그런 소리를 했는지 몰라도 진짜 멍청한 자군.”

또 멍청!

우문양의 눈초리가 점점 위로 올라갔다.

꼭 자신을 놀리는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발끈하면 자신만 가벼운 사람이 될 터, 오히려 역공을 취했다.

“자넨 자신의 무공에 자신이 없나 보군.”

“나는 지금까지 내 실력을 다 발휘한 적이 없어. 그런데 겨우 일부만 보고는 굉장하다고 하다니, 정말 멍청한 놈 아닌가?”

참으로 괴이한 일이었다.

멍청하다는 말을 자주 들으니 익숙하게 느껴졌다.

설마 자신이 정말로 멍청했던가?

문득 그런 어이없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럼 나와 한 번 겨뤄보자. 듣자 하니 내 동생에게는 관심도 없는 것 같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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