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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65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8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65화

65화

 

 

“그래요? 마룡선발대회면…… 그 우승자가 강동일화와 혼인하게 된다는 그 비무대회죠?“

“맞아.”

눈이 휘두그레졌던 은설은 경은의 대답을 듣고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강호에 나오자마자 강동일화를 얻을 수 있다는 마룡선발대회에 나가다니.

‘쳇. 하긴 강동일화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이라면 욕심 날 만도 하겠지.’

더구나 자기를 애 취급하던 오빠 아닌가.

‘나도 여잔데…….’

속으로 투덜댄 은설이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오빠도 강동일화를 얻고 싶은가 보네요, 뭐.”

경은은 빙그레 웃기만 했다. 마치 네 속마음 다 안다는 듯.

그러고는 넌지시 말을 건넸다.

“내일 천기회 사람들과 함께 강호로 나갈 예정이다. 사부님께서는 네가 원하면 함께 가도 좋다고 했다.”

은설의 눈이 동그래졌다.

입술 끝이 길게 늘어지며 올라갔다.

“네? 정말요?”

“솔직히 염려되는 바가 없는 건 아니다만, 사부님께서도 생각이 있으니 그런 말씀을 하셨겠지. 어떻게 할 거냐?”

물어볼 것도 없었다. 은설은 경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신니께서 허락하셨다면, 저도 함께 가겠어요.”

 

***

 

연평은 약 일천호 정도 되는 제법 큰 마을이었다.

혁무천은 마을의 중앙에 있는 일원객잔에 방을 잡았다. 당분간은 그곳을 거처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혁무천의 속마음을 모르는 엽기천은 혁무천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굳이 이 먼 곳까지 올 필요가 있었을까 싶군. 비무대회에 참가하려면 거리가 너무 멀지 않나?”

“알아봐야 할 것이 있어서.”

“아…….”

엽기천은 눈치 빠르게 자신이 모르는 뭔가가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엽 형도 그 일을 좀 도와주면 좋겠어.”

“말해보게. 내가 뭘 도와줘야 하나?”

혁무천은 간략하게 사정을 설명했다. 혈천여록에 대해서는 ‘혈’자도 꺼내지 않았다.

“얼마 전에 죽은 삼뇌자의 장원이 연평 인근에 있다고 들었어. 그 일에 대해서 알아볼 것이 있으니 엽 형이 그곳을 찾아봐. 너무 소문나지 않게 조용히.”

혁무천의 말에 목량이 놀라서 외마디 비명 같은 소리를 내질렀다.

“헛! 삼뇌자 우등여가 죽었단 말입니까?”

“그렇다고 들었다. 목 아우와 강 아우는 삼뇌자와 친했던 사람들에 대해서 알아봐.”

“알겠습니다, 대형.”

“추문, 너는 엽 형을 도와줘. 그리고 동 형과 대산은 목 아우와 강 아우를 도와주고.”

동대안은 순순히 응하면서 궁금증 하나를 물었다.

“알았네. 그런데 비무대회는 어떻게 할 건가? 미시 말이나 신시 초쯤이면 자네 차례가 될 거 같던데.”

“지금 출발해도 제 시간 안에 갈 수 있으니 걱정할 것 없소.”

아직은 비무대회를 포기할 마음이 없었다.

한상귀를 자연스럽게 만나려면 비무대회에 출전한 상태로 있는 것이 나았다.

“저녁쯤 돌아올 테니, 할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조사해봐.”

 

***

 

지시를 내린 혁무천은 철혈마련으로 가기 위해 객잔을 나섰다.

마을을 벗어난 그는 경공을 펼치며 속도를 높였다.

그런데 십 리쯤 북상했을 때였다.

맞은편에서 빠르게 달려오는 자들이 보였다.

모두 십여 명. 그 중에 자경산이 있었다.

‘우문소소가 보냈나 보군.’

그는 자경산 일행이 다가오는 모습을 바라보며 속도를 늦추었다.

자경산도 그를 발견하고 손을 들어서 일행에게 신호를 보냈다.

“찾으려 했던 자가 오고 있소.”

거리가 삼 장으로 줄어들자 자경산 일행이 혁무천을 에워쌌다.

“다행히 멀리가진 않았군.”

자경산이 굳은 표정으로 먼저 말을 건넸다.

혁무천은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 냉소를 지었다.

“무슨 일이지?”

“공녀께서 데려오라 하셨네.”

“우문소소가 왜?”

혁무천이 우문소소의 이름을 가볍게 내뱉자 주위를 둘러싼 추혼단 무사들에게서 살기가 솟구쳤다.

그들 중 수장으로 보이는 자가 눈을 치켜뜨고 싸늘히 다그쳤다.

“함부로 말하지 마라, 무천.”

혁무천은 조소를 지으며 그를 쳐다보았다.

“우문소소가 뭐 그리 대단한 여자라서 이름도 부르지 못하는 거지?”

“이런 건방진……!”

추혼단 부단주 위초홍의 노성이 끝나기도 전에 추혼단 무사 둘이 땅을 박차고 튀어나갔다.

얼굴만 다치지 않으면 팔다리를 부러뜨리더라도 상관없다고 했다.

살려서 데려가기만 하면 될 터. 그들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강수를 펼쳤다.

“훗.”

짧게 콧소리를 낸 혁무천이 우수를 뿌리듯 쳐냈다.

팡!

오른쪽에서 바짝 다가온 자가 튕기듯 뒤로 날아갔다.

한 사람을 일수로 쳐낸 혁무천은 몸을 살짝 틀며 좌수를 뻗어서 날아드는 손의 팔목을 잡았다.

우드득.

섬뜩한 소리와 함께 손목뼈가 부러지고, 눈을 치켜뜬 무사가 입을 쩍 벌렸다.

혁무천은 무심한 표정으로 그자를 한쪽으로 내던졌다.

동시에 위초홍이 벼락처럼 발검하며 혁무천을 공격했다.

“놈!”

두 사람을 처리하면서 한 걸음도 채 움직이지 않았던 혁무천의 신형이 순간적으로 흐릿해졌다.

흠칫한 위초홍이 검을 틀어서 흐릿해지는 혁무천의 그림자를 쫓았다.

그러나 혁무천의 움직임은 눈으로 쫓을 수 없을 만큼 빨랐다.

극상승의 이형환위(移形換位)를 자연스럽게 펼친 그는 날아드는 검을 우수로 잡고, 좌수로는 목을 움켜쥐었다.

콰직!

목을 움켜쥔 혁무천은 위초홍을 이 장이나 밀어붙였다.

“끄윽!”

뒤늦게 위초홍의 입에서 억눌린 신음이 터져 나왔다.

대경한 추혼단 무사들이 무기를 뽑으며 혁무천을 에워쌌다. 그러나 검과 목이 잡힌 위초홍을 보고 손을 쓰지 못했다.

“지금도 내가 건방지다고 생각하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위초홍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목을 움켜쥔 손을 통해서 밀려든 기운에 전신의 근육이 무력화 된 것이다.

“오늘은 운이 좋은 줄 알아. 내가 아직은 비무대회를 포기할 생각이 없거든.”

혁무천이 위초홍을 던지듯 밀었다.

뒤로 삼 장이나 날아간 위초홍이 떼굴떼굴 나뒹군 후 멈췄다.

거친 숨을 토해내며 겨우 몸을 일으킨 그는 혁무천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입도 뻥끗 못한 채 입술만 씹었다.

“눈 내려라.”

혁무천이 나직하게 한마디 던졌다.

위초홍은 호랑이 앞의 새끼 늑대처럼 자신도 모르게 눈을 내리깔고 고개를 숙였다.

그의 어깨가 바르르 떨렸다.

혁무천은 더 이상 그를 신경 쓰지 않고 자경산에게 말했다.

“가서 전해, 어젯밤에 한 짓을 내가 알고 있더라고. 자꾸 허튼 짓하면 다 폭로할지 모르니 더 이상 건들지 말라고 해.”

“…….”

“아마 내 말이 무슨 뜻인지는 너도 알 거다.”

혁무천은 그 말만 하고 신형을 날렸다.

자경산은 몸이 굳어버린 듯 그 자리에 서서 사라지는 혁무천을 바라보았다.

정말 알고 있을까?

미간을 찌푸린 그는 위초홍을 돌아다보았다.

‘어이가 없군.’

추혼단의 부단주 위초홍은 절정 경지에 이른 고수다.

그런데 손짓 한 번에 꺾였다.

알려진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말.

으스스한 찬바람이 그의 심장을 훑고 지나갔다.

‘공녀, 아무래도 이번에는 그대가 사람을 잘못 건드린 것 같소.’

 

***

 

미시 말.

철혈마련에 도착한 혁무천은 곧장 대연무장으로 갔다.

비무의 열기가 최고조에 올라 있었다. 바로 옆에서 나누는 사람들의 대화소리가 함성에 묻혀 들리지도 않았다.

혁무천은 함성을 내지르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서 제 팔 비무대로 향했다.

그를 알아본 사람들이 힐끔거리며 수군거렸다.

비무대 옆에 서 있던 사공곽과 금가휘도 고개를 돌려서 그를 바라보았다.

혁무천이 다가가자, 사공곽이 불만이 많은 표정으로 따지듯이 말했다.

“설마 미미 때문에 거처를 옮긴 것은 아니겠지?”

혁무천이 객당에서 나간 것을 안 듯했다.

“걱정 마. 난 당신 동생에 대해서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으니까.”

사공곽은 그러기를 바라면서도 막상 혁무천이 여동생을 소 닭 보듯 하는 태도로 말하자 속이 울컥했다.

‘하여간 건방진 놈이야.’

반면 금가휘는 사공곽과 또 다른 이유로 혁무천이 마음에 안 들었다.

“대산은 어디 있지? 설마 몰래 도망간 것은 아니겠지?”

“이제 대산에 대해서는 신경 끄시지.”

“웃기는 소리. 우린 절대 대산을 포기하지 않을 거다.”

“왜 그렇게 대산에게 집착하지? 대산에게 얻어야 할 것이라도 있나?”

혁무천이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 말하자, 금가휘의 표정이 흔들렸다.

“자넨 몰라도 돼.”

“솔직하지 못하군. 죄도 없는 대산을 끌고 가려했던 사람이 이유조차 말하지 못하다니.”

금가휘는 눈에 힘을 주고 혁무천을 노려보았다.

“하나만 알아둬라, 무천. 네가 대산을 보호하려 한다면, 결국 너도 본 궁의 적이 될 뿐이라는 걸.”

“마음대로 해. 두렵지 않으니까.”

사공곽은 두 사람의 대치를 보며 이마를 찌푸렸다.

‘백마궁에서 왜 그렇게 대산이란 자를 데려가려는 거지?’

어쩌면 자신이 모르는 중요한 뭔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남의 일로 치부만 할 수도 없는 일.

‘한번 자세히 알아봐야겠군.’

마룡선발대회는 단순한 비무대회가 아니었다. 표면적으로는 청년고수들의 우열을 가리는 게 주 목적 같지만, 강호의 정세를 파악하는 것 역시 비무 못지않게 중요했다.

그런데 그때, 한쪽에서 심판이 소리쳐서 누군가를 불렀다.

“만마성의 천화광 공자! 안 계시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곳으로 향했다.

곧 많은 이들이 웅성거렸다.

“어떻게 된 거지?”

“뒤가 급했나? 왜 안 나타나는 거야?”

“제길, 만마공자가 빠지면 재미가 반감되는데.”

강력한 우승후보인 천화광의 비무 순서였다. 그런데 심판이 세 번이나 불렀는데도 나타나지 않았다.

사공곽도 의아한 표정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침부터 안 보이던 것 같던데…….”

“저도 오늘은 천 형을 못 봤습니다.”

금가휘도 이상하다는 듯 눈을 가늘게 좁히고 말했다.

혁무천은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천화광이 안 나타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우문척을 쫓아갔나 보군.’

천화광과 만마성의 능력이라면 우문척의 행방을 알아내는 것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천 형의 수하도 보이지 않았어. 무슨 일이지?”

“제가 알아보지요.”

사공곽의 말에 금가휘가 눈빛을 번뜩이며 나섰다.

그 순간, 사공곽이 혁무천을 쳐다보며 물었다.

“혹시 자네는 아는 것 없나?”

그러고는 예리한 눈빛으로 혁무천을 살펴보았다. 눈빛 한 점의 변화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가 꼭 알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무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터졌다는 거겠지.”

“비무대회 우승보다 더 중요한 일?”

그때 비무대 위에서 혁무천의 순서를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다음은…… 무천 대 응노교!”

“없어진 사람은 천화광만이 아니야.”

혁무천은 무심한 눈빛으로 사공곽을 보며 한마디 던지고 몸을 돌렸다.

“그게 무슨 말……?”

사공곽이 급히 물었지만, 혁무천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비무대 위로 올라갔다.

마침 건너편의 다른 비무대 위에서 사진효가 내려오고 있었다.

그가 혁무천을 보고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승부에서 이긴 듯 표정이 밝았다.

<어제 내가 한 제안, 잘 생각해 봐라.>

전음이 들렸지만, 혁무천은 못 들은 척하고 비무대 중앙을 향해 걸어갔다.

‘적의 적은 아군이 될 수도 있다고 했지. 대 세력들이 뒤엉키면 그만큼 틈도 많이 생길 터…….’

틀린 생각은 아니었다. 아니 잘하면 절묘한 묘수가 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무림을 좌우하는 대 세력이 모두 마도세력이라는 걸,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자들이라는 걸.

 

***

 

“무천이 돌아왔다고?”

우문소소는 혁무천이 비무장에 나타났다는 말을 듣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자경산은 거두절미하고 간략하게 대답했다.

“예, 공녀. 처음부터 떠날 마음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귀찮게 하니까 거처를 밖으로 옮긴 것뿐이라 합니다.”

“그래? 정말 다행이야.”

우문소소는 만개한 꽃처럼 밝은 표정으로 방 안을 오가더니 자경산을 보며 말했다.

“내가 직접 나가서 구경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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