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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115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3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115화

115화

 

 

방을 알아보러간 제갈위종이었다.

“예매가 언제 왔지?”

그가 제갈예경을 보고 밝게 웃으며 말했다.

“낮에 왔어요. 오라버니가 술 마시러 도망친 후에요.”

“도망치기는? 친구도 만날 겸 잠깐 바람 쐬러 갔던 거지. 아, 벌써 인사했나 보네?”

“예. 설마 오라버니가 무천 공자를 모시고 왔을 줄은 몰랐어요.”

“무천?”

제갈위종은 아직 혁무천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그래도 일단 아는 척했다.

“아하, 이 친구? 마침 번성에 나갔다가 만나서 데려왔지.”

“설마… 무 공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모셔온 거예요?”

“누구긴? 내 친구…….”

제갈위종은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 채고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무천이란 자를 경매가 어떻게 알지?’

가만? 무천?

설마… 마룡선발대회의 그 무천?

하지만 그는 표정의 변화를 최대한 자제했다.

“그, 그게 뭐 문제가 되나?”

“저야 괜찮은데, 어른들이 알면 문제가 될 수도 있죠. 안 그래도 마도의 고수들이 많이 와서 바짝 긴장해 있거든요. 심지어 마천문의 공손 공자와 장로들도 왔어요.”

‘공손두가 왔다고?’

혁무천의 눈 깊은 곳에서 기광이 번뜩였다.

마천문의 소문주가 정파인 제갈세가를 방문했다는 것 자체가 의외였다.

제갈위종도 화들짝 놀라서 물었다.

“공손두가 이곳에 왔다고?”

“그래요. 연아 언니의 혼인을 축하해주기 위해서 왔다고 해요.”

“빌어먹을. 그런 놈은 안 오는 게 축하해주는 건데.”

제갈예경이 새침한 표정으로 제갈위종을 흘겨보았다.

“말 좀 조심해요. 어르신들 앞에서 그런 말 했다가는 혼날 거예요.”

“걱정마라. 내가 바보냐? 어른들 앞에서 그런 말 하게.”

그때 혁무천이 제갈예경에게 물었다.

“마도의 고수들이 많이 왔나?”

“이름이 알려진 고수만 해도 스무 명이 넘어요.”

단순히 축하해주기 위해서 온 것만은 아닐 것이다.

‘나름대로 목적이 있겠지.’

어쨌든 이곳 제갈세가에서도 칙칙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제갈위종은 혁무천 일행을 위해서, 술값을 하겠다며 방을 세 개나 만들어주었다.

덕분에 영추문도 독방을 쓸 수 있었다.

목량과 강탁, 장대산이 한방을 쓰고, 혁무천은 동대안, 장평과 같은 방을 썼다.

그날 밤.

뒷간을 간다며 방을 나온 혁무천은 제갈세가를 살펴보았다.

산장 뒤편의 대나무 숲을 제외하면 사람들의 출입을 심하게 막지 않았다.

와룡림(臥龍林)이라 불리는 대나무 숲은 면적만 해도 수십만 평이나 되었다. 제갈세가 선조들의 자취가 남아 있는 곳으로 외부인들은 출입이 금지되었다.

기문진이 겹겹으로 펼쳐져서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갈 수 없지만.

제갈세가가 마도의 공격을 받고도 피해가 적었던 것 또한 바로 그 와룡림 때문이었다.

그들은 대규모 공격을 받을 경우 와룡림에 가족을 피신시킨 후 전력을 다해서 적과 싸웠던 것이다.

덕분에 다른 문파에 비해서 많은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군.’

혁무천은 어둠 속에서 와룡림을 보고 깊이 잠들어 있던 상념을 하나 깨웠다.

외부인은 절대 들어갈 수 없다는 와룡림을 그는 들어가 본 적이 있었다.

그의 기억으로는 사 년 전이고, 실제로는 백십여 년 전의 일이었다.

당시 그는 절대적인 힘으로 기문진을 통과했다.

대자연을 비틀어 놓은 기문진의 위력도 마천제의 발길을 막지 못했다.

그는 일각 만에 수만 그루의 대나무를 뿌리째 뒤집어 놓으면서 제갈세가의 자존심도 함께 뒤집어버렸다.

제갈세가에게는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충격이었다.

인간이 순수한 무력으로 와룡림의 기문진을 파훼한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오죽하면 천하의 고집쟁이인 제갈세가가 그에게 사죄를 청하고 십 년 봉문을 했겠는가.

‘세월은 그때의 흔적조차 지워버렸구나.’

그가 절대지경의 가공할 힘으로 밀어버렸던 길이 다시 대나무로 채워져 있었다.

오히려 그때보다 더 철저하고 강한 진세가 펼쳐져 있는 듯했다.

그렇다 해서 들어가지 못할 것은 없었다.

그때처럼 힘으로 기문진을 파훼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은 그때와 같은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전력을 다한다면 할 수야 있겠지만, 대신 이십 년의 수명을 포기할 각오를 해야 한다.

단순히 과거의 흔적을 둘러보면서 그럴 이유는 없었다.

‘그가 살던 곳은 그대로 있는지 모르겠군.’

휘익!

혁무천의 신형이 어둠에 녹아든 상태로 와룡림을 향해 날아갔다.

초월영을 펼쳐서 단숨에 삼십 장을 이동한 그는 숲 앞에 있는 정자 지붕에 내려섰다.

기문진을 파훼하지 않고도 안에 들어가는 방법이 하나 있었다.

다만, 안에 들어가는 방법일 뿐,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뜻은 아니었다.

혁무천은 등천(騰天)을 펼쳐서 허공으로 솟구쳤다.

등천은 정파의 절기인 어기충소처럼 위로 솟구치는데 특화된 경공술이었다.

십여 장 높이로 솟구친 그는 그 상태에서 초월영을 펼쳤다.

그가 아는 방법은 단순했다.

기문진의 기운이 미치는 범위를 넘어선, 하늘 높은 곳을 날아서 안으로 들어가면 되었다.

세상에는 그런 식으로 와룡림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혁무천도 ‘그’에게 들어서 아는 것일 뿐.

설령 안다 해도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천하에서 경공을 펼쳐 십오 장 높이로 솟구치고, 그 높이에서 삼십 장을 날아갈 수 있는 사람이 천하에 몇이나 되겠는가.

바람을 타고 삼십 장을 날아간 혁무천은 와룡림 속에 있는 공터에 내려섰다. 대나무와 기문진이 어우러진 벽을 단숨에 날아서 통과한 것이다.

혁무천은 어둠으로 물든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았다.

우거진 죽림 사이로 길이 나 있을 뿐 고요한 가운데 댓잎 스치는 소리만 음산하게 들렸다.

아마도 혼인식 때문에 많은 사람이 밖으로 나가서 와룡림 안에는 적은 인원만 남은 듯했다.

“누구냐?”

숲속에서 경계심 가득한 목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갈가마귀처럼 검은 인영이 공터에 내려섰다. 그때는 혁무천이 서 있던 곳에서 사라진 후였다.

“이상하군. 누가 있었던 것 같은데…….”

주위를 둘러본 인영은 이마를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다시 몸을 날려서 대나무 숲속으로 들어갔다.

십여 장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혁무천은 냉소를 지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음침하게 노는 건 똑같군.’

어둠 속으로 녹아든 그는 곧장 죽림의 중앙을 향해 몸을 날렸다.

 

한 줄기 바람이 되어 삼십여 장을 들어가자, 커다란 바위산 앞에 있는 제법 큰 죽옥 세 채가 보였다.

그 죽옥이 바로 와룡림 주요 인물들의 거처였다.

‘경비는 심하지 않군.’

곧 자정이 되는 늦은 시간인데도 북쪽에 있는 죽옥에 불이 켜져 있었다.

혁무천은 이십여 장 떨어진 곳에서 불이 켜진 죽옥을 응시했다.

죽옥 안에서 사람의 기척이 느껴졌다.

고요한 밤, 청각을 집중하니 목소리가 들렸다.

 

“……너무 위험해.”

“모험을 하지 않고는 마도를 누를 수 없습니다.”

“그렇다 해도 아직은 일러. 소림과 무당, 화산의 동의를 얻은 후에 움직여도 늦지 않아.”

늙수그레한 목소리에 이어서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조부님께선 그들이 움직일 거라고 보십니까?”

잠시 시간을 두고 답이 들렸다.

“그들도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거다. 우리가 손을 내밀면 탐탁지 않아도 잡을 수밖에 없을 게야.”

“더 많은 힘이 모이면 좋겠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습니다. 팔대마세가 지금은 서로를 견제하느라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만, 정파의 결집된 힘이 위협이 된다 생각하면 언제 칼날의 방향을 바꿀지 모릅니다.”

“으으음.”

“그럼 이렇게 하는 게 어떻겠는가?”

이번에는 중후한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나 말투로 봐서는 최소 사십 대, 많으면 오십 대일 수도 있었다.

“어떻게 말입니까, 숙부?”

“일단 우리는 우리대로 움직이고, 사람을 보내서 소림과 무당, 화산의 의견을 들어보는 거지. 함께 하겠다고 하면 좋고, 안 하겠다고 하면 마음에 맞는 사람들만이라도 움직이는 거네. 그럼 최악의 경우라 해도 시간은 아낄 수 있을 것 같네만.”

“으으음, 그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군요.”

“숙부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중후한 목소리의 주인이 숙부라 칭하는 걸로 봐서 늙수그레한 목소리의 주인에게 묻는 듯했다.

“최선의 방법이 마땅치 않다면, 차선이라도 구해봐야겠지.”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그 전에, 마천문의 아이가 장로들과 함께 왔다고 들었다. 그들은 어떻게 할 거냐?”

“목적을 정확히 알기 전까지는 일단 지켜보는 수밖에요.”

“철저히 감시하면서 엉뚱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듣고 있던 혁무천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셋이었다.

목소리로 봐서 한 사람은 노인인 듯했고, 한 사람은 사오십 대, 한 사람은 그들보다 젊었다.

그런데 나직한 대화 속에 천하를 뒤흔들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상황을 정확히 보고 있군.’

본래부터 연합이라는 걸 싫어하는 족속들이 마도였다.

힘이 약할 때는 목적을 위해 손을 잡지만, 힘이 조금만 커져도 상대의 심장에 칼을 겨누는 자들.

자신보다 강한 힘을 용납하지 못하는 자들.

그런데 지금은 마도세력의 힘이 커질 대로 커진 상황.

그들은 정파를 하찮게 생각하고 타 세력의 권역을 욕심내고 있었다.

아마 언제든 기회만 된다면 감추고 있던 이빨을 드러내서 한때 친구라 칭했던 자들을 물어뜯을 것이다.

원래 그런 자들이니까.

그리고 실제로 그런 상황이 벌어지기 직전이었다.

그러니 지금 정파가 손을 잡고 철저한 계산 하에 공격한다면 잃었던 과거의 영광을 어느 정도는 되찾을 수 있으리라.

‘물론 그래봐야 또 자기들끼리 싸우겠지만, 그래도 지금이 정파에게 좋은 기회인 것은 분명하지.’

혁무천이 조소를 짓고 있을 때, 죽옥의 문이 열리더니 두 사람이 나왔다.

삼십 대로 보이는 장한과 사오십 대로 보이는 중년인이었다. 둘 다 제갈세가의 학사와 같은 차림이었고, 무기는 없었다.

아마 방에 남은 자가 셋 중 노인인 듯했다.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은 혁무천이 숨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그냥 지나가기 위해 오는 것처럼 태연한 걸음걸이였다.

혁무천은 그들이 십여 장 가까이 다가오는 걸 보고난 후에야 뭔가를 눈치 채고 쓴웃음을 지었다.

두 사람은 그냥 지나가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인지하고 다가오는 것이었다.

‘어쩐지 가장 중요한 곳에 경비무사가 생각보다 적다 했더니, 기문진으로 경비망을 구축해 놨군.’

자신이 기척을 흘린 것이 아니었다.

저들이 자신의 존재를 눈치 챈 것은 기문진 때문이었다.

와룡림의 내부 곳곳에 기문진이 펼쳐져 있고, 그 기문진 안에서는 저들만이 아는 기가 흘렀다.

즉 이상이 생기면 저들이 알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두 사람은 혁무천이 숨어 있는 어둠에서 칠팔 장 정도 떨어진 곳에서 멈춰 섰다.

“무슨 일로 이 금지구역에 들어왔는지 몰라도 쉽게 나갈 수는 없을 거다. 살고 싶다면 정체를 밝히고 들어온 이유를 사실대로 말해라.”

둘 중 젊은 자가 냉랭히 말했다.

혁무천을 정확히 보고 말한 것이 아니었다.

기의 흐름이 끊긴 곳을 보고 침입자가 그곳에 있을 거라 추측한 것일 뿐.

혁무천은 그 사실을 간파하고 곧장 허공으로 솟구쳤다.

저들이 자신을 정확하게 모르고 있다면 굳이 나서서 싸울 이유가 없었다.

그 직후, 대나무 숲속에 은신해 있던 와룡림의 경비무사 십여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딜!”

중년인이 먼저 혁무천의 움직임을 눈치 채고 땅을 박찼다.

경비무사들도 검을 빼든 채 몸을 날려서 혁무천의 퇴로를 차단하려 했다.

혁무천은 진기를 외부로 흘려내 몸을 감춘 상태에서 초월영을 펼치며 그들 사이를 유영했다.

“놈을 막아라!”

삼십 대 장한이 소리치고는 혁무천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묵기에 휩싸인 혁무천의 움직임은 마치 유령이 바람을 타고 춤을 추는 듯했다.

“보통 놈이 아니구나!”

중년인이 일갈을 내지르고는 쌍장을 빠르게 뻗어냈다.

부드러우면서도 유장하게 이어지는 장력이 혁무천을 휘감았다.

혁무천은 허공에서 몸을 뒤집으며 일장을 내쳤다.

콰르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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