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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102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2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102화

102화

 

 

혁무천이 계획을 간략하게 말해주었다.

“상관중이 곧 외곽에서 소란을 일으킬 거다. 우린 그 기회를 이용해서 이곳을 빠져나간다.”

“쉽지 않을 거네. 뇌옥을 지키는 무사만 해도 수십 명이야. 게다가 곽추민이 끌어들인 고수들이 방 내에 들어와 있네.”

“그댄 마음의 준비만 하면 돼.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닌가?”

“그럴 수밖에 없어. 곽추민의 입장에서는 자넬 일찍 죽이는 것이 낫거든. 아마 내일 아침에 식사를 하면서 자네를 어떻게 죽일 것인지 회의를 할지도 모르지.”

“그가 나를 죽인다고?”

“명분에 집착해서 시간을 끌다가는 언제 뒤통수를 맞을지 모른다고 생각할 테니까.”

그때 뇌옥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멀리서 악을 쓰는 소리도 들려왔다.

“시작한 모양이군.”

혁무천은 냉소를 짓고는 곽도전을 향해 지풍을 튕겼다.

허공을 격하고 튕겨진 지풍이 곽도전을 묶은 밧줄을 끊고 막힌 혈도를 풀었다.

인상을 찡그린 곽도전이 팔다리를 움직여보았다. 전보다 훨씬 편했다. 그리고 공력도 서서히 돌아오고 있었다.

와직!

혁무천이 뇌옥의 철문 걸쇠를 손으로 잡아서 비틀었다.

쇠로된 걸쇠가 뜯겨져 나가며 문이 열렸다.

“가지.”

그 순간, 뇌옥의 경비무사들이 혁무천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딜 감히!”

“탈출을 막아!”

혁무천이 돌아서며 쌍수를 휘둘렀다.

후우웅!

떠더더덩!

강맹한 장력이 달려드는 자들을 날려버렸다.

대항도 못해보고 날아간 자들이 벽에 처박혔다.

혁무천은 곽도전이 뇌옥에서 나오자 입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경비무사가 열 명이 넘었지만, 누구도 그의 걸음을 멈추게 하지 못했다.

 

혁무천과 곽도전이 뇌옥 밖으로 나가자, 구요와 동대안 등이 이미 밖을 정리한 후 그들을 반겼다.

“상관중이 안으로 진입했소.”

구요가 상황을 전하는데, 대여섯 명의 중년 무사가 달려왔다.

“소방주!”

“무사하셨구려.”

곽도전을 따르는 자들이었다.

곽도전도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고 목에 힘을 주었다.

“곽추민이 금천방을 차지하기 위해 외인을 끌어들이고, 나를 가두었소. 이는 곧 반역이라 할 수 있소이다. 지금부터 나는 곽추민을 장로직에서 해임하고 죄인으로서 대할 거요!”

“옳습니다, 공자!”

“곽추민을 잡아서 죄를 물어야 하오!”

곽도전은 혁무천을 돌아다보았다.

“도와준 김에 조금만 더 도와주게, 친구.”

“대가만 확실하다면.”

“그거야 물론이지.”

혁무천도 착잡한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는 뭔가 계기가 필요했다.

더구나 대가까지 얻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였다.

 

***

 

금천방의 무사는 팔백여 명이나 되었다.

그 중 곽추민을 추종하는 자들은 절반 정도.

젊은 곽도전을 상전으로 받들기 싫었던 장로들은 곽추민이 실질적인 보상을 약속하자 열두 명 중 여덟 명이나 그와 손을 잡았다.

게다가 외부에서 영입한 무사 넷 모두 절정경지에 오른 고수들이었다.

곽추민은 그들이 있기에 자신만만했다. 삼전 육당 중 절반이 곽도전을 따른다 해도 세력 싸움에서 질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공격이 외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외부의 공격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금천방 무사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대부분 곽추민을 따르는 자들이었다.

곽도전을 따르는 자들은 전면으로 나서지 않고 방어만 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 와중에 사방에서 외치는 소리가 금천방 무사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소방주께서 무사히 뇌옥을 나오셨다!”

“곽추민은 소방주를 제거하고 자신이 방주가 되려고 했다! 너희들은 금천방의 무사냐, 곽추민의 졸개냐! 소방주를 따르려는 사람은 뒤로 물러서라!”

수장이 곽추민을 따른다 해서 예하의 무사들까지 곽추민을 따르는 것은 아니었다.

더구나 피와 땀을 함께 흘린 동료에게 검을 겨누고 싶은 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처음에는 소수가 물러섰지만, 시간이 가면서 물러서는 자들이 많아졌다.

 

한편, 상관중은 자신이 데려온 자들과 함께 금천방의 외곽을 무너뜨렸다.

인원은 이백여 명에 불과했지만, 다수의 절정고수가 섞여 있었고 나머지도 일류 정예무사들이었다.

금천방으로 진입한 그들은 드넓은 연무장에서 금천방 무사들을 상대했다.

숫자가 적은 만큼 내부로 진입하는 것보다는 안쪽에서 나오는 자들을 상대하는 게 나았다.

게다가 금천방 무사들은 곽도전 파와 곽추민 파가 섞여 있는데, 그들로서는 누가 어느 쪽 사람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고민할 것 없이 공격해오는 자들만 처리하는 게 편했다.

그들은 대부분 곽추민을 따르는 자들일 테니까.

곽도전이 나타나면서 전세의 추가 급격히 기울자, 상관중이 곽추민 쪽으로 몸을 날렸다.

곽추민의 곁에는 호위무사 서너 명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 함께 있던 장로와 외부의 고수 대여섯 명은 구요와 혁무천 일행을 상대하느라 그의 곁에서 멀어져 있었다.

곽추민의 삼 장 앞에 내려선 그가 검을 내밀며 냉랭히 말했다.

“곽추민! 네놈은 내가 상대해주마!”

곽추민은 상관중을 알아보지 못했다.

오랜 세월이 지나며 얼굴이 달라지기도 했지만, 혈겁을 당한 그 날 얼굴에 남은 큰 상처로 인해서 인상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너는 누구냐! 어디서 나타난 놈들이 감히 본 방을 공격하는 것이냐!”

“우린 곽도전 소방주를 구하기 위해 왔다!”

곽추민으로선 미치고 환장할 일이었다. 얼굴도 생판 모르는 자들이 곽도전을 구하러 오다니.

특히 조금 전에 나타난 젊은 놈들은 가슴이 섬뜩할 정도로 강했다.

이미 자신을 따르던 장로 중 몇 명이 죽거나 부상을 당했고, 외부에서 영입한 고수들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대체 어디서 온 놈들이지?’

그런데 그때, 곽도전이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곽 장로는 제가 상대할 겁니다!”

상관중의 표정이 흔들렸다.

곽추민은 누가 뭐라 해도 금천방의 장로로 절정경지에 오른 고수였다.

“굳이 자네가 나설 것 없네. 내가 처리하겠네.”

아직은 두 사람의 관계를 드러낼 수는 없어서 남인 것처럼 말했지만 걱정되는 마음까지 숨기지는 못했다.

곽도전도 물러서지 않았다.

“제가 상대할 겁니다. 이기지 못한다면 이 곽도전이 무슨 자격으로 금천방을 이끌어갈 수 있겠습니까!”

칼을 높이 들고 외친 그의 목소리가 연무장을 뒤흔들었다.

상관중 무리와 싸우던 금천방 무사들 중 많은 수가 더 뒤로 물러났다.

일부 무사들은 함성을 내질렀다.

와아아아아!

곽도전이 높이 들어 올렸던 칼을 내려서 곽추민을 가리켰다.

“나와 담판을 지읍시다, 숙부!”

곽추민으로선 쾌재를 부를 일이었다.

“오냐, 이놈! 이 곽추민도 너의 제의를 받아들이겠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격렬하게 싸우던 금천방 무사들이 서서히 싸움을 멈추기 시작했다.

그때,

“크억!”

한쪽에서 처절한 단말마가 터져 나왔다.

동대안의 꼬챙이 검에 심장이 꿰뚫린 자가 비틀거리며 물러서고 있었다.

쾅!

장대산의 주먹에 맞은 중노인 하나가 이 장이나 붕 떠서 날아간 뒤 널브러졌다.

믿었던 고수들이 무너지자, 곽추민 쪽 무사들의 사기가 급격히 떨어졌다.

패색이 짙어진 상황.

이제는 곽추민과 곽도전의 대결에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곽추민과 곽도전은 사람들이 물러서며 넓어진 공간으로 걸어갔다.

곽추민으로선 이제 살기 위해서라도 곽도전을 이겨야 했다.

“내가 너를 내치려 한 걸 서운해 하지 마라. 금천방은 곽가의 것이었다. 그런데 넌 곽가의 핏줄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너를 인정할 수 없었을 뿐이다.”

곽도전은 말없이 칼을 들었다.

곽추민은 자신이 상관중의 아들이라는 걸 모르는 듯했다.

곽동완이 숨긴 듯했다.

그렇다면 자신도 굳이 말해줄 이유가 없었다.

“그리 생각한다면…… 나는 오늘 이후로 곽 씨라는 성을 버릴 것이오.”

그도 곽 씨라는 성에 아무런 미련이 없었다.

아니, 이제는 증오하고 있었다.

 

말썽이나 부리는 곰으로 알려진 곽도전의 무위는 알려진 것보다 더 강했다.

폭풍과 같은 그의 도법은 곽추민 같은 절정고수가 감당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강력했다.

팽팽한 대결은 삼십 초식을 넘기면서까지 지속되었다.

승부의 향방은 힘의 강약에서 갈라지기 시작했다.

곰 같다는 평을 듣는 곽도전이었다.

게다가 젊었다.

어릴 때부터 워낙 말썽을 피우고 다니던 그였던지라 싸워본 경험(?)도 많았다.

결국 오십 초식이 넘어가자 점점 곽추민이 밀렸다.

그리고 팔십 초식이 막 지났을 때, 곽도전의 칼날에 서린 도기가 곽추민의 오른팔을 잘라버렸다.

“흐억!”

처절한 비명.

피가 분수처럼 뿜어지고, 잘린 팔이 펄떡거리며 나뒹굴었다.

고통에 일그러진 곽추민은 참담한 표정으로 패배를 자인했다.

“내가 졌다. 죽여라.”

곽도전은 곽추민을 죽이지 않았다.

아직은 그가 살아있어야 했다. 금천방을 완전히 장악하기 전까지는.

 

밖에서 금천방 무사들이 격전의 현장을 정리하는 동안 곽도전은 혁무천과 마주 앉았다.

“바라는 것이 있으면 말해보게.”

“나중에 말하지.”

“나중에?”

“그래, 나중에.”

“끄응. 나중에 보자고 하면 무서울 것 없다고들 하는데, 난 왜 이렇게 무섭지?”

“무서워 할 것 없어. 들어줄 수 없는 일을 들어달라고 하지는 않을 거니까.”

“그나마 다행이군.”

혁무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가려고?”

“볼일이 끝났으니 이제 가야지.”

“이곳에 남으면 안 되나?”

“싫네.”

냉정하게 느껴질 정도로 짧게 대답한 혁무천은 몸을 돌렸다.

 

***

 

일행 중 엽기천은 금천방에 남기로 했다.

비록 철혈마련의 간부가 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마도십문 중 하나인 금천방의 당주가 되었으니 출세한 셈이었다.

목량과 강탁, 영추문도 남고 싶으면 남으라고 했다.

그러나 목량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영추문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고.

그렇게 한 사람이 줄어든 혁무천 일행은 아침 식사를 마치자마자 금천방을 나섰다.

 

“대형, 어디로 가실 겁니까?”

남경성 서문을 통과하자 목량이 물었다.

혁무천은 수많은 배가 오가는 장강을 쳐다보며 말했다.

“대산의 조부께서 남겼다는 물건을 찾아볼 생각이다.”

굳이 혈천여록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았다. 그에 대해서는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나았다.

“은설은 안 찾아갈 건가?”

동대안이 속도 모르고 은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영추문이 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왜 그래?”

영추문이 되묻는 동대안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하여간……. 보면 몰라서 그걸 물어봐?’

눈만 작은 게 아니라 눈치도 없었다.

“건강하게 잘 있는 걸 알았으니 됐소.”

혁무천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동대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가 보기에도 뭔가 이상했다.

은설을 찾겠다고 마룡선발대회까지 나간 혁무천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 은설을 찾아놓고도 만나러 가지 않다니.

‘둘이 싸웠나?’

 

혁무천 일행은 장강을 건너기 위해 도선을 탔다.

혁무천은 난간에 몸을 기댄 채, 아침햇살을 받아 출렁거리는 장강을 바라보았다.

온갖 상념이 다 떠올랐다.

혼자 여행이나 떠나볼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고향인 경덕진에 가볼까 하는 마음도 있었고.

하지만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자신이 만든 혈천여록의 잔재를 찾아내는 것.

누군가가 그 안에 있는 미완의 마공을 익히기라도 한다면 세상은 진짜 아수라를 맞이해야 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어쩌다 그게 유출돼서…….’

씁쓸한 마음으로 아쉬워하던 혁무천은 눈을 가늘게 좁혔다.

철혈집정각에서 본 서류의 내용이 불현듯 떠오른 것이다.

 

[대지진이 일어난 그날 이후…… 대마천 내부에서 피비린내 나는 숙청이 시작되었다. 마천제를 제거하고 대마천의 권력을 거머쥔 자들이 마천제를 따르던 간부들을 하나 둘 제거하기 시작…….]

 

마천제를 제거했다고 했다. 사라진 것이 아니고.

그 후 마천제를 따르던 간부들마저 제거했다고 했다.

귀령자의 죽음이 지진 때문만은 아닌 것처럼 느껴졌었는데, 그 내용이 사실이라면 앞뒤가 맞는다.

만약 빙천동이 대지진으로 묻히기 전에 그들이 다른 마음을 먹었다면?

제일 먼저 처리해야 할 사람이 자신과 귀령자였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자신을 충심으로 따르던 사람들 역시 제거했을 것이고.

사실이라면, 백 년 세월이 지났다 해서 잊고 지낼 수만은 없었다.

죽은 사람들의 원한은 풀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의 눈에서 만년빙에 서린 서릿발 같은 한광이 번뜩였다 사라졌다.

아마 지나가던 물고기가 그 눈빛을 마주봤다면 심장이 얼어버렸을지도 몰랐다.

‘아무래도 그 일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는 게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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