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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99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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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귀환천화 99화

99화

 

 

조광유와 신도평은 빠른 시간 안에 적을 물리치기 위해서 팔성 이상의 공력을 사용했다.

그들이 검을 뻗을 때마다 검기가 휘몰아치며 철혈마련 무사들을 압박했다.

상대는 철혈마련의 전위 조직인 사단 육당 중 귀원당의 정예들이었다.

개개인은 두 사람의 적수가 아니었지만 숫자가 몇 배나 많았다.

더구나 뒤에도 적이 있지 않은가 말이다.

최대한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했다.

두 사람의 전격적인 공격에 몇 번 검을 나누지도 않았는데 대여섯 명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하지만 귀원당 무사들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서너 명씩 짝을 이루어서 연환공격을 펼쳤다.

그들이 연환공격을 펼치자 조광유와 신도평도 마음대로 적을 몰아붙일 수 없었다.

자신들이야 아직 위험한 상황은 아니지만 일행들은 그들과 같은 고수가 아니었다.

그들을 염두에 두고 적을 상대하다 보니 아무래도 공격이 무디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뒤쪽에서도 격전이 벌어졌다.

상은곡과 남궁운이 전력을 다해서 적의 공격을 차단했다.

그러나 인원에서 워낙 차이가 컸다. 시간이 가면서 점점 뒤로 밀렸다.

“내 뒤에서 멀리 떨어지지 마.”

마침내 혁무천이 은설에게 말하고 움직였다.

검을 뽑아든 그는 후위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

철혈마련 무사 중 두 명이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쉬아악!

혁무천의 검이 허공을 가르며 뻗어갔다.

영롱한 검기가 살아 있는 용처럼 꿈틀거리며 뻗어나가더니 달려드는 자들의 가슴과 목을 갈랐다.

“크억!”

“켁!”

답답한 단말마와 함께 두 무사가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혁무천은 은설이 뒤처지지 않도록 속도를 유지하면서 적에게 접근했다.

철혈마련 무사 서너 명이 다시 혁무천을 공격했다.

하지만 그들의 실력으로는 혁무천을 막을 수 없었다.

쩌정!

혁무천의 검이 정면으로 달려들던 무사들의 검을 부러뜨리고 몸도 갈라버렸다.

그런데 철혈마련 무사 하나가 혁무천을 우회해서 뒤쪽의 은설을 노렸다.

“흥!”

코웃음을 친 혁무천이 좌수를 뻗었다.

이 장의 거리가 있는데도 허공이 뒤틀어지더니,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무사가 한쪽으로 튕겨나갔다.

바로 그때,

“그놈, 제법이구나!”

웅혼한 목소리와 함께 세 사람이 갈대를 밟으며 날아들었다.

그 중 둘은 앞쪽으로 날아가고, 하나가 뒤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펼치는 경공만 봐도 절정고수들이라는 걸 아는 건 어렵지 않았다.

“드디어 구경꾼들이 나타났군.”

혁무천이 냉랭히 말하고는 몸을 돌렸다.

후위에 있던 자들은 그가 손을 씀으로 인해서 숫자가 확연히 줄어든 상태였다.

이기기는 쉽지 않겠지만 당장 무너지지도 않을 것처럼 보였다.

“사부가 누군지 몰라도 어린놈의 손속이 독하구나.”

날아들던 자들 중 허리가 구부정한 중노인이 혁무천 앞에 내려섰다.

철혈마련 사단 중 빈객들의 단체인 광혼단 이십사마 중 하나, 귀혼마도 염중각이었다.

그는 혁무천에게 몇 마디 더하려 했지만, 혁무천은 그와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 없었다.

염중각이 땅에 내려서자마자 혁무천이 그를 향해 쇄도했다.

“엇?”

염중각은 혁무천이 바로 공격할 줄은 생각지 못한 듯 눈을 치켜떴다.

“이놈이!”

선수를 놓친 만큼 뒤로 물러서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자존심이 상한 그는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도를 뽑았다.

급히 끌어올린 공력은 칠성 정도.

그는 그 정도의 공력만으로도 혁무천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날아드는 검에 심상치 않은 검기가 실려 있긴 하나 어린놈이 강하면 얼마나 강하겠는가 말이다.

그가 발도하며 그대로 휘두른 칼이 혁무천의 뻗어오는 검을 후려쳤다.

쩡!

혁무천의 검이 옆으로 밀리는 듯했지만 완전히 튕겨나가지 않았다.

그 바람에 검이 심장을 뚫진 못했지만 검기가 어깨의 살을 가르고 지나갔다.

“윽!”

짧은 신음을 뱉어낸 염중각이 화들짝 놀라서 그제야 뒤로 물러났다.

혁무천은 첫 번째 공격으로 잡은 기회를 그냥 버리지 않았다.

염중각을 바짝 따라붙은 그는 재차 검을 뻗었다.

천룡일기세의 절대검이 펼쳐지며 한 마리 청룡이 검첨에서 솟구쳤다.

염중각은 물러서면서 미친 듯이 칼을 휘둘렀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휘둘러진 칼이 허공 가득 도막을 형성했다.

혁무천의 검첨에서 뻗어나간 청룡이 이를 드러내며 도막을 향해 달려들었다.

가가가가각!

혁무천의 검이 도막을 갉아대며 앞으로 전진했다.

이를 악문 염중각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 순간, 혁무천의 검이 마룡단천세로 변하며 도막을 파괴하고,

쩌저저정!

도막을 뚫은 검강이 쭉 뻗어나가서 염중각의 가슴을 관통했다.

“크억!”

뒤로 튕겨나간 염중각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와 함께 가슴에서 핏줄기가 솟구쳤다.

그때였다.

따다당!

뒤에서 들리는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 은설이 있는 곳에서 나는 소리였다.

혁무천은 땅을 박차고 뒤로 몸을 날렸다.

시선을 돌리자, 은설이 철혈마련 무사 하나와 격전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의외로 은설이 현란한 검법을 펼치며 철혈마련 무사를 여유 있게 몰아붙이고 있었다.

혁무천은 허공에 뜬 채, 은설 쪽으로 움직이는 자를 향해 좌수 중지를 튕겼다.

피잉!

강력한 지풍이 삼 장 떨어진 곳에 있는 자를 향해 뻗어갔다.

퍽!

막 고개를 돌리던 자의 머리 한쪽이 부서져나갔다.

“차앗!”

은설도 기합을 내지르며 상대의 빈틈을 향해 검을 뻗었다.

쭉 뻗어나간 그녀의 검이 상대의 가슴을 꿰뚫었다.

검을 뽑은 은설이 재빨리 몸을 돌려서 혹시 모를 적의 공격에 대비했다.

혁무천이 그녀의 곁에 내려섰다.

“확실히 늘긴 늘었군.”

그의 칭찬에 은설이 쓴웃음을 지었다.

사람을 직접 죽인 것은 처음이었다. 이기긴 했지만 기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기쁘기는커녕 가슴이 떨렸다.

“그렇다 해도 혼자 움직이지 마라.”

“알았어요.”

은설에게 주의를 준 혁무천은 격전이 벌이지고 있는 후위 쪽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상은곡과 남궁운이 철혈마련 무사 십여 명을 상대하고 있었다.

다행히 버티고 있긴 하나 옷자락이 붉게 물든 걸 보니 적지 않은 상처를 입은 듯했다.

혁무천은 철혈마련 무사들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의 검이 벼락처럼 뻗어나가면서 찰나에 세 사람의 목숨을 거두었다.

그야말로 광풍 같은 검세였다.

혁무천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서너 명을 더 쓰러뜨렸다.

덕분에 상은곡과 남궁운에게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후위의 형세가 뒤집어진 것이다.

혁무천은 그제야 전방 쪽에 신경을 썼다.

조광유와 신도평이 나중에 나타난 자들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로 인해서 나머지 철혈마련 무사들을 천기회 무사 몇 명이 감당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대로 놔두면 더 이상 버티지 못할 듯했다.

“은설, 따라와라.”

혁무천이 나직이 소리치고 전방으로 몸을 날렸다.

은설이 바짝 뒤따라갔다.

또 한 차례 피바람을 동반한 폭풍이 불었다.

혁무천의 검에는 자비가 없었다.

그의 검에 맺힌 강기는 부딪치는 모든 것을 파괴했다.

무기는 무기대로, 몸은 몸대로 견뎌내지 못했다.

가슴이 갈라지고 목이 잘렸다.

순식간에 칠팔 명이 그의 검에 죽어갔다. 그야말로 도륙이 따로 없었다.

뒤따라 다니던 은설의 눈빛이 흔들렸다.

사람을 죽이면서도 표정에 변화가 없는 혁무천이 오늘따라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어쨌든 효과는 있었다. 혁무천에 의해 무사들이 빠르게 줄어들자, 귀원당 부당주 장호가 악을 쓰듯 소리쳤다.

“후퇴해!”

 

철혈마련 무사들이 물러간 곳에는 시신과 시뻘건 핏물만이 남았다.

천기회 무사들도 다섯이 죽고 남은 자들도 모두 크고 작은 부상은 입은 상태였다.

조광유와 상은곡, 신도평, 남궁운도 예외가 아니었다.

“고맙네. 덕분에 적을 물리칠 수 있었네.”

조광유가 혁무천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하지만 말과는 달리 두 눈에는 탐탁지 않은 마음이 깔려 있었다.

혁무천이 처음부터 함께 적을 상대했다면 최소한 두세 명은 죽지 않아도 되었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혁무천은 외인이고, 그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긴 것은 분명하니 대놓고 탓하기도 애매했다.

하지만 젊은 신도평은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고마운 건 고마운 거고, 왜 구경만 한 거요? 우리를 동료라고 생각한다면 조금 더 일찍 손을 썼어야 하는 거 아니오?”

그도 혁무천의 무위에 놀라긴 했다. 하지만 염중각이 당하던 모습을 보지 못한 터였다. 일반 무사들을 도륙하다시피 한 것도 대단하긴 하나 그것만으로는 실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었다.

“나를 외인 취급한 건 그대들 아닌가? 나로선 할 만큼 했다고 보는데?”

“하지만…….”

“그만하게나. 부상자를 살펴보세. 급한 상처만 돌보고 떠나야 할 것 같네.”

신도평은 혁무천을 노려본 후 몸을 돌렸다.

“알겠습니다, 장로.”

그러든 말든 혁무천은 표정 변화가 일절 없었다.

두 사람의 말다툼을 불편한 기색으로 보던 은설이 슬쩍 손가락으로 혁무천의 옆구리를 찔렀다.

“오빠…… 잠깐만요.”

은설이 한쪽으로 가자, 혁무천이 따라갔다.

 

은설은 천기회 일행과 사오 장 떨어진 곳으로 가서 멈춰 섰다.

혁무천이 슬쩍 눈치를 보며 먼저 물었다.

“왜 그러냐?”

왠지 몰라도 퉁명스런 목소리였다.

은설은 일단 그를 달랬다.

“오빠, 다투지 말고 그냥 잘 지내요.”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저도 오빠가 잘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잘못은커녕 오히려 저분들이 오빠에게 고마워해야죠.”

혁무천은 은설이 그렇게 말하자 짜증나던 마음이 조금은 풀어졌다.

“저들이 날 동료로만 인정해도 나 역시 다투고 싶지 않아.”

“제가 잘 말해볼게요. 미안해요. 저를 도와주시려고 따라왔는데, 괜히 오빠 마음 상하게 해서.”

은설이 그리 말하자 혁무천도 더 이상 화만 낼 수는 없었다.

“내가 함께 있는 건 너 때문이지, 저들을 도와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저도 알아요. 제가 왜 오빠 마음을 모르겠어요?”

혁무천은 시무룩해진 은설을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알았다. 대신 저들이 계속 나를 외인 취급하면 나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다. 네가 아무리 말려도.”

“후우, 알았어요. 고마워요, 오빠.”

은설이 환해진 표정으로 빙그레 웃었다.

그녀의 눈에는 무뚝뚝한 혁무천이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보였다.

남자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아이가 된다는 것을 그녀는 알지 못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 즐거워하는 걸 보면 심술을 부리게 된다는 것도.

천하의 마천제도, 혈천의 아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일단 부상자는 응급처치를 한 후 당장 움직이기 힘든 두 사람은 일행을 붙여서 합비로 돌려보냈다.

남은 사람은 모두 일곱. 그들은 천기회 무사들의 시산을 땅에 묻고 그곳을 떠났다.

그로부터 일각쯤 지났을 때 짙은 갈색 무복을 입은 일단의 무리가 그곳에 나타났다. 숫자는 모두 이십 명쯤 되었다.

“우리가 한발 늦었군.”

“큰 싸움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

삼십 대 장한의 보고에 사십 대 중반의 중년인이 이마를 찌푸린 채 말했다.

“아무래도 세가를 감시하고 있던 철혈마련 놈들과 싸움이 벌어진 것 같다. 이 사실을 세가에 알려라.”

“예, 조장.”

“우린 천기회 사람들의 뒤를 밟는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명령이 있기 전까지는 절대 함부로 나서지 마라.”

 

***

 

“그래서, 바보같이 그 계집을 그냥 놓아줬단 말이야?”

우문소소가 눈을 치켜뜨고 자경산을 다그쳤다.

당장이라도 자경산을 찢어발길 것 같은 표정이었다.

“하필 무천이 그 근처에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그 계집을 놓아줘? 어떻게 하든 잡아 왔어야지!”

“죄송합니다. 자칫하면 소공녀에 대해 안 좋은 마음을 갖게 될 것 같아서 순순히 풀어줬습니다.”

“시작을 했으면 끝을 봐야지. 그 계집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라도 이곳으로 데려왔어야 했어. 그럼 무천도 따라왔을 거 아냐?”

“…….”

자경산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듣기만 했다.

“그래서 넌 안 돼, 경산. 모질지가 못해.”

“…….”

우문소소가 화났을 때는 어떤 말도 소용없었다.

“그렇게 계속 멍청하게 굴면 나도 더 이상 네가 필요 없어질 수 있어. 그럼 너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을 거야.”

“…….”

때리면 맞고, 욕을 하면 들어주면 되었다.

“마지막 기회를 주겠어. 다시 그 계집을 찾아내. 그리고… 잡아올 수 없으면…… 죽여. 단, 범인이 누군지 절대로 알게 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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