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천화 13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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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32회 작성일소설 읽기 : 귀환천화 136화
136화
양화송은 단양혼천권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과 함께 듣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혁무천이 혼자 가지 않았다.
“대산과 철호만 나를 따라와라.”
장대산과 철호가 그의 곁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양화송은 엄청난 거한인 장대산과 땅딸막한 철호의 모습을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훗, 웃기는 놈들이네.’
혁무천이 그의 웃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비틀었다.
‘조금 있다가도 웃을 수 있을까 모르겠군.’
객당 뒤쪽의 연무장은 한 면의 길이가 오륙 장에 불과했다.
입구를 제외하면 담장과 건물로 막혀 있어서 밖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았다.
혁무천이 나중에서야 연무장이 있다는 것을 안 것도 그 때문이었다.
연무장에서 양화송과 마주선 혁무천이 철호에게 먼저 말했다.
“이분은 마천문의 양화송 장로시다. 철호, 네가 먼저 가르침을 받아봐라.”
양화송이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뭐하자는 건가?”
“후배에게 한수 가르쳐주는 셈 치시죠.”
혁무천을 노려보던 양화송은 한 번 더 참았다.
“좋아, 원한다면 그렇게 해주지. 대신 다쳐도 나에게 책임을 묻지 말게.”
“그거야 당연하지요.”
혁무천은 태연하게 말하고는 뒤로 물러섰다.
양화송의 눈이 철호에게로 향했다.
“꼬마야, 어디 마음껏 재롱부려봐라.”
그의 비아냥거리는 말에 철호의 눈빛이 차갑게 번뜩였다.
쓰윽.
허리에 걸려 있는 도끼를 천천히 빼낸 그는 입을 꾹 다문 채 몸을 낮추었다.
손잡이의 길이 두 자, 도끼머리는 날의 길이와 넓이가 한 뼘에 무게가 일곱 근쯤 되었다.
특이한 것은 손잡이의 나무에 철사처럼 기다란 철편이 박혀 있다는 것 정도. 도검에 부딪쳐도 손잡이가 잘리지 않도록 하기 위함인 듯했다.
양화송은 철호가 몸을 낮춘 후에야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표정이 변했다.
‘뭐야, 이 자식?’
그 순간, 철호가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땅을 박차고 튀어나갔다.
동시에 도끼가 허공을 무차별적으로 가르며 양화송을 향해 떨어졌다.
‘헛!’
양화송은 수십 개의 도끼 그림자가 벼락처럼 떨어지자 황급히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도끼 그림자도 그를 따라갔다. 도끼의 숫자가 적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늘어난 듯했다.
양화송은 다급히 공력을 칠성이나 끌어올리고 쌍권을 휘두르며 철호의 공격에 맞섰다.
철호의 공격은 어떠한 규칙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무질서하게 마구 휘두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묘하게도 비집고 들어갈 빈틈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있던 빈틈조차 찰나의 순간이 지나면 없어졌다.
양화송은 공력을 일성 더 끌어올려서 단양철권을 펼치며 상대의 약점을 노렸다.
순식간에 십 초식의 공방이 벌어졌다.
어느 쪽도 우세를 점하지 못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양화송의 눈빛이 안정을 찾아갔다.
상대는 아직 경험이 없는 듯 변칙적인 공격에 흔들림을 보였다.
게다가 공력도 자신보다 뒤떨어졌다.
이십 초식이 지나갈 때쯤에는 그 차이가 확연해졌다.
그러다 결국, 양화송이 펼친 격공권이 도끼의 그림자로 된 방어막을 뚫고 철호에게 충격을 주었다.
주르륵, 세 걸음을 물러선 철호가 이를 악물고 도끼를 움켜쥐었다.
양화송은 자신이 승기를 잡았다는 걸 알고 철호를 향해 쇄도하며 권을 펼쳤다.
수십 개의 권영(拳影)이 철호를 덮쳤다.
이를 악다문 철호도 물러서지 않고 전력을 다해 도끼를 휘둘렀다.
떠더더덩!
충돌음과 함께 양화송이 두 걸음 물러섰다.
반면 철호는 네 걸음을 물러서서 다시 도끼를 들었다.
“그만하지요. 철호, 그 정도면 됐다.”
혁무천이 중단을 알렸다.
철호의 얼굴은 약간 창백했는데, 그래도 눈빛은 조금도 식지 않았다.
반면 양화송은 자신이 이겼는데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공력의 우세가 아니었다면 이기지 못했을 거라는 것을 누구보다 그 자신이 잘 아는 것이다.
자신 나이의 절반도 안 되는 청년을 상대하며 내공으로 이겼으니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니었다.
‘제길, 쪽팔리게…….’
그때 혁무천이 말했다.
“대산, 이번에는 네가 한수 배워라.”
기다렸다는 듯 장대산이 커다란 장봉을 들고 연무장 가운데로 나왔다.
양화송은 이제 ‘재롱’이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장대산이란 놈도 나이는 어린 듯했다. 하지만 철호에게 한번 데인 그는 나이가 어리다 해서 무시할 수가 없었다.
더구나 장대산은 덩치가 철호보다 세 배는 더 컸다.
부웅!
장봉을 장난감 막대기처럼 한번 크게 휘두른 장대산이 봉의 끝을 한손으로 검처럼 잡고 양화송을 향해 뻗었다.
‘지미…….’
양화송은 그 봉 끝을 보고 욕이 나올 뻔했다.
길이가 여덟 자 가까이 되고, 무게가 수십 근은 나갈 것 같은 봉을 한손으로 잡고 있는데 그 끝이 미동조차 없었다.
양화송은 침도 조심스럽게 삼키고, 공력을 팔성까지 끌어올린 후 장대산이 공격해올 때까지 기다렸다.
자신이 먼저 저 거대한 장봉의 권역으로 뛰어드는 미친 짓을 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스물쯤 셀 시간이 지났을 때, 갑자기 봉 끝이 커지는가 싶더니 눈 깜짝할 새에 코앞까지 다가왔다.
대경한 양화송은 미끄러지듯 뒤로 다섯 자를 물러난 후 빙글 옆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고는 장대산의 옆구리를 향해 달려들며 쌍권을 내질렀다.
“차아앗!”
그 후 양화송과 장대산은 삼십 초식을 겨루었다.
결국은 이번에도 양화송이 이겼다.
그런데 장대산은 벌게진 얼굴로 만족한 미소를 짓고 있는 반면, 양화송은 얼굴이 잔뜩 구겨져 있었다.
장대산의 봉은 결코 사람이 휘두르는 것이 아니었다.
허공에서 떨어지는 봉은 낙뢰나 다름없었고, 스쳐가는 장봉에서 이는 바람은 칼날 같았다.
오죽하면 ‘이 자식은 사람새끼가 아니야!’라는 말을 속으로 열 번도 더 한 듯했다.
할 수 없이 그는 전력을 다 쏟아야 했고, 삼십 초식 만에 겨우 반 수 정도 앞섰다.
그것도 격전의 경험이 풍부했기에 약간의 득을 볼 수 있었을 뿐.
이제는 두 놈이 한꺼번에 덤비겠다고 할까봐 겁이 날 지경이었다.
‘뭐 이런 괴물 같은 놈들이 다 있어?’
그때 문득 어떤 생각을 떠올리고 양화송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설마…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나서겠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
물론 그는 그 요청을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작정이었다.
다행히 혁무천은 그와 대결할 생각이 없었다.
“어떻소. 해볼 만하오?”
“하, 하. 젊은 친구들이 대단하군. 하마터면 창피를 당할 뻔했네.”
때맞춰서 이마를 타고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철호, 패배를 아쉬워할 것 없다. 이분은 단양마권 양화송이란 분이다. 저 옛날 단양마종이라 불렸던 분의 후예시지.”
철호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자신은 동천마종의 후손, 상대는 단양마종의 후손.
전해 듣기로는 오대마종 중 가장 친하게 지냈다는 두 사람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기고 싶은 적수일 뿐이었다.
양화송의 표정도 묘하게 변했다.
혁무천이 자신의 가문을 밝힌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한 것이다.
땅딸막하면서도 쇳덩이처럼 단단한 체구, 그리고 도끼.
문득 오래 전에 잊혀진 이름 하나가 떠올랐다.
“혹시 이 친구… 동천마종의 후예?”
혁무천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장대산과 철호에게 말했다.
“가서 쉬고 있어라.”
“예, 대형.”
“어.”
혁무천은 두 사람이 연무장을 나선 후에야 양화송을 바라보았다.
“전에 단양혼천권을 오성까지 익혔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떻소?”
양화송이 코를 씰룩이며 불만 가득한 투로 답했다.
“킁, 그때가 얼마나 돼서. 상승의 무공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게 쉬운 일인 줄 아나?”
“초식은 얼마나 익혔소?”
양화송은 바로 대답을 못했다.
할 수가 없었다. 그건 진짜 비밀이었다. 그걸 말하면 옷을 홀딱 벗고 자신의 속을 다 보여주는 거나 같았다.
그런데 혁무천이 말했다.
“일 년 안에 팔성까지 익힐 수 있게 해주겠소, 대신 귀하도 내 일을 잠시 도와주시오.”
양화송의 눈이 동그래졌다. 하지만 곧 인상이 일그러지더니 분노의 표정으로 변했다.
“지금 나와 장난하자는 건가? 우리 가문의 무공이 그리 가볍게 보이나?”
혁무천의 목소리도 무심하게 가라앉았다.
“그대야말로 내가 장난이나 하는 것처럼 보이오?”
“뭐야?”
“철호가 누구의 후예인지 알았으면, 내 말이 헛소리인지 아닌지 정도는 눈치 채야지.”
발끈했던 양화송은 등골이 싸늘하게 식었다.
그렇다. 그 점을 깜박했다.
무천이란 놈은 자신이 단양마종의 후예인 것도 바로 알아챘고, 오늘은 동천마종의 후예마저 데려왔다.
도대체! 저놈이 누군데!!!
“너… 뭐야… 누구야……?”
그때였다.
“대형, 공손 공자가 오셨습니다.”
목량이 연무장 쪽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혁무천은 차갑고도 무심한 눈빛으로 양화송을 보고는 몸을 돌렸다.
“언제든 마음이 있으면 찾아오시오.”
양화송은 혁무천이 연무장에서 사라질 때까지 꼼짝도 않고 서 있었다.
한참 만에 고개를 설레설레 저은 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후우우, 제기랄, 처음부터 건들지 말았어야 하는데…….”
마천문 무사 십여 명이 객당의 마당에 서 있었다. 공손두의 호위무사들인 듯했다.
공손두는 보이지 않았는데, 이미 혁무천의 방에 들어가 있었다.
혁무천이 방으로 들어가자, 앉아 있던 그가 고개를 돌리고 입꼬리를 슬쩍 비틀었다.
“무슨 바람이 불어서 여기까지 온 거지?”
혁무천은 대답을 미루고 공손두의 앞에 앉았다.
공손두의 뒤에 서 있던 호위 넷이 그를 보며 기분 상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미 경험한 바가 있어서 나서지는 않았다.
혁무천은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마천문의 뒤쪽에 마천문의 발원지라 할 수 있는 제각이 있다고 하던데, 맞아?”
생각지 못한 말에 공손두가 의아함과 호기심이 어우러진 표정을 지었다.
“맞아. 있지. 그런데 왜 그걸 묻나?”
“그 안에 마천문의 것이 아닌 물건이 하나 있다고 들었어. 그래서 확인 좀 해보려고. 아무래도 우리 가문의 물건 같거든.”
“자네 가문의 물건?”
“그래.”
“훗, 왜 우리가 그걸 확인하게 해줘야지?”
“마천문에도 나쁜 일이 아니거든.”
“흐음, 우리에게도 나쁜 일이 아니다?”
“오히려 골치 아픈 물건을 없앨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지.”
“그렇게 말하니 그 물건이 뭔지 더 궁금해지는군.”
“함께 가서 확인하면 되는 일이야. 설마 내가 그걸 훔쳐갈까 봐 겁이 나는 건 아니겠지?”
혁무천의 도발에 공손두가 대소를 터트렸다.
“하하하하, 우리 마천문을 너무 우습게 보는군.”
“그게 아니라면 못 보여줄 것도 없잖아?”
공손두는 서서히 웃음을 지우고 혁무천을 직시했다.
“자네 말대로 못 보여줄 것도 없겠지. 그런데 우리도 그만한 대가는 얻어야하지 않겠나?”
“물론 줘야지. 뭘 원하나? 돈?”
“여긴 마천문이네. 돈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많아.”
“그럼…… 정보를 하나 주지.”
“정보? 과연 자네에게 내가 혹할 수 있는 정보가 있는지 모르겠군.”
“아마 실망하진 않을 거야.”
“그럼 먼저 말해보게. 정말 가치가 있는 정보라면 생각해 보겠네.”
“일단 물건부터 확인하고.”
“뭘 모르는군. 호랑이굴에 들어가서 호랑이에게 안 물리려면 먼저 먹이를 줘야 하는 법이지.”
“먹이도 먹이 나름이지. 먹이만 먹고 만족하지 못하면 달려들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그 정도 먹이라면 처음부터 호랑이굴에 들어가지 말았어야지.”
“먹이는 호랑이를 만족시킬 만큼 충분하네. 문제는 호랑이굴에 호랑이가 여러 마리 있을 경우지. 한 마리는 만족했지만, 다른 호랑이가 불만일 수도 있지 않나?”
공손두는 대답을 않고 혁무천만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눈빛이 허공에서 뒤엉켰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숨을 멈추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공손두가 입을 열었다.
“좋아, 확인하게 해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