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천화 13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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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03회 작성일소설 읽기 : 귀환천화 135화
135화
살기 띤 눈으로 노려보고 있던 마천문 무사들이 혁무천 일행을 공격했다.
앞으로 나선 장대산이 장봉을 휘둘렀다.
부우우웅!
맨 앞에서 달려들던 자들 둘이 이 장 밖으로 나가 떨어졌다.
다른 사람들도 달려드는 마천문 무사들을 어렵지 않게 상대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마천문 무사들을 죽이지는 않았다.
상대가 자신의 생각보다 더 강하다는 걸 알게 된 하궁은 눈을 치켜뜨고 수하에게 소리쳤다.
“지원을 요청해!”
삐이이익!
무사 하나가 다급히 비상 호각을 불었다.
그들은 공격을 자제한 채 방어에 치중하며 지원을 기다렸다.
혁무천 일행도 서두르지 않았다.
심지어 송비와 동대안은 농담조로 구시렁대서 마천문 무사들의 화만 더 돋우었다.
“싸우기 싫다는데 왜 자꾸 덤비는지 모르겠네. 그러다 지옥에 떨어지면 누굴 원망하려고.”
“이보쇼, 싸워봐야 안 된다니까. 헛지랄 말고 그냥 보내주지 그래?”
반각도 되지 않아서 마천문 무사 이십여 명이 성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그들도 하궁이 이끄는 자들과 합류해서 혁무천 일행을 포위했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공격하기도 했지만, 공격다운 공격도 못해보고 서너 명이 쓰러지자 수비로 전환했다.
그렇게 지원무사가 삼십 명을 넘어갔을 때 드디어 절정고수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궁, 무슨 일이냐!”
오십 대 중후반쯤으로 보이는 매부리코 중노인이 짜증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궁이 상황을 간략하게 말해주었다.
“수상한 놈들이 본문을 모욕해서 잡으려 했더니 반항하고 있습니다, 장로!”
“뭐야? 저놈들이냐?”
“예, 장로! 그런데 보통 놈들이 아닙니다!”
“멍청한 놈. 한꺼번에 공격해서 때려잡으면 되지 않느냐! 뭐해! 공격해라!”
“장로……!”
하궁이 다급히 말리려 했지만, 장로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무사 중 절반이 공격에 나섰다.
대부분 이제 막 나타난 자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몇 수 공방을 벌이지도 못한 채 대부분 바닥을 기거나 안색이 창백해져서 뒤로 물러섰다.
“헉!”
명령을 내린 장로 노두상도 동대안을 얕보고 공격했다가 기겁해서 이 장이나 물러섰다.
그 사이 추가된 자들까지 합해서 마천문 무사들의 숫자가 육칠십 명을 넘어섰다.
성도에 풀린 마천문 무사들 중 절반 이상 몰려온 듯했다.
북문과 동문, 서문을 지키는 자들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나온 셈.
혁무천이 나선 것은 그때였다.
“모두 멈추시오!”
나직하면서도 힘이 실린 목소리가 대치하고 있던 사람들의 고막을 먹먹하게 진동시켰다.
장로 노두상은 목소리에 자신조차 대항하기 힘든 가공할 공력이 실려 있음을 알고 대경했다.
“너, 너는 누구냐?”
“이미 국주께서 북풍표국의 표행의 임시표사라고 말씀드렸소만.”
“북표국 표행의… 임시표사?”
어이가 없었다. 절정고수인 자신을 목소리만으로 흔들어 놓은 자가 임시표사라고?
하지만 뒤이어진 혁무천의 말 때문에 따지지도 못했다.
“그렇소. 그리고 우린 공손두 공자를 만나기 위해 마천문으로 가려던 참이었소.”
“뭐라고?”
어리둥절한 표정이던 노두상이 하궁을 돌아다보았다.
“도대체 어찌된 일이냐?”
당황한 하궁은 머리가 텅 빈 느낌이었다.
본격적인 질문을 하기도 전에 동대안의 말에 화가 나서 혁무천 일행을 공격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하궁! 저들에게 행선지를 묻지도 않았느냐!”
“그, 그게… 본 문을 모욕해서 버릇부터 고치려고…….”
“이런, 미친놈!”
버럭, 소리친 노두상은 다시 혁무천을 바라보았다.
“소문주님을 만나기 위해 본 문에 간다고?”
“그렇소. 그게 아니라면 죽이겠다고 공격하는 자들을 왜 살려주었겠소?”
어쩐지 부상이 심한 사람은 많아도 죽은 사람이 없다 했더니 그래서였나 보다.
만약 이들이 살수를 썼다면?
노두상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자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래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물었다.
“험! 소문주님은 무슨 일로 만나려는 건가?”
“전에 두어 번 만난 적이 있소. 사천에 가면 찾아간다고 했는데, 온 김에 얼굴이나 보고 가려는 거요.”
노두상은 왠지 찜찜한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공손두를 만나려는 사람에게 함부로 대할 수도 없었다.
그가 혁무천에게 물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는가?”
“무천. 성도를 나서는 일이 이렇게 복잡할 줄 몰랐소.”
“미안하게 됐네. 정파의 쓰레기들 때문이니 이해하게.”
노두상은 비아냥거리듯 말을 던져놓고 재빨리 혁무천 일행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정파의 무리가 섞여 있다면 불쾌해 하는 표정이라도 지어야 했다.
그런데 아무도 반응을 보이는 자가 없었다.
‘정말 정파와는 상관없나 보군.’
송비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물었다.
“어떻게 하실 거요? 계속 우리를 막으실 거요?”
더 막기도 애매한 상황. 이마를 찌푸리고 쳐다보던 노두상이 눈빛을 번뜩이며 말했다.
“아, 총단에 간다 해도 소문주님을 만나기가 쉽지 않을 텐데, 내가 사람을 붙여주겠네.”
죄도 없는 자들을 공격했다. 그것도 소문주를 만나려는 사람들을. 뭐든 혜택을 베풀어야 그나마 뒤탈이 없을 듯했다.
그리고 놈들의 말이 거짓인지 아닌지 확인도 해야 했다.
송비는 그의 제안에 흔쾌히 응했다.
“그래주신다면 저희야 고맙지요.”
노두상이 사람을 딸려 보내려는 이유를 모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자신들만 가서 공손두를 찾으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마천문 무사가 전달해주면 훨씬 빠르게 공손두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노두상이 자신의 측근 무사에게 명을 내렸다.
“서진. 네가 조원 둘을 데리고 이분들을 안내해드려라.”
혁무천 일행이 마천문 무사들과 한참 싸우고 있을 때쯤, 골목 안 골동품점에서 칠팔 명이 나와 북문 쪽으로 향했다.
개중에는 당학문과 당치문, 명운, 당가기도 있었다.
그리고 북문에 거의 다다랐을 때는 인원이 이십여 명으로 늘어나 있었다.
그때까지 그들은 단 한 번의 충돌도 겪지 않았다.
그 이유를 아는 사람들은 혁무천에 대한 판단을 수정해야만 했다.
***
마천문의 총단은 성도에서 남쪽으로 오십 리 정도 떨어진 용강의 산자락에 있었다.
백 년 전만 해도 당가와 아미파, 청성파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위세를 떨치던 때였다. 마천문이 비록 사천에서 알아주는 마도문파였다 하나 제대로 기를 펴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당가를 밀어내고 성도 일대의 패권을 움켜쥔 팔대마세 중 하나가 되어 있었다.
성도를 출발해서 두 시진이 지날 때쯤 산자락 아래에 지어진 거대한 장원이 보였다.
이십만 평의 대지에 전각 수십 채가 들어선 장원은 성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웅장했다.
그곳이 바로 사천 무림을 좌우하는 마천문의 총단이었다.
“우와! 굉장하군.”
“만마성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겠는데요?”
“저러니 사천의 제왕이라고 하지.”
“그러니까 마천문의 조장쯤 되면 다른 대문파의 당주나 같다고 하잖아.”
이 사람, 저 사람 감탄의 말과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혁무천 일행을 그곳까지 안내한 서진은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자식들, 보는 눈은 있어서…….’
그동안 말 한마디 거는 사람이 없어서 은근히 짜증이 났는데, 한순간에 그 짜증이 모두 풀어졌다.
하지만 그는 앞장서서 걷는 바람에 혁무천 일행이 서로 눈짓을 하며 말하고 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편하게 들어가려고 마천문과 그를 붕 띄워준 것이다.
마천문 앞에 도착하자 서진이 먼저 정문위사와 말을 나누었다. 그러고는 곧 돌아와서 함께 온 수하들에게 말했다.
“안에 들어가서 기별을 하고 소문주님의 답을 받아올 것이다. 너희는 이분들을 객당으로 안내해드려라.”
“예, 조장. 이쪽으로 오시지요.”
혁무천 일행은 서진의 수하들을 따라 객당으로 향했다.
칭찬 몇 마디로 순조롭게 마천문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으니, 서진의 기분을 띄워준 작전은 나름대로 성공한 셈이었다.
한편, 공손두는 자신을 찾아왔다는 자의 이름을 듣고 눈이 커졌다.
“누구? 무천? 내가 아는 그 무천이 맞나?”
“예, 소문주. 그자나 그자의 일행에 대한 외모를 물어봤는데, 서진이 설명한 대로라면 그가 분명합니다.”
“흠, 제갈세가에서 봤을 때 곧 만나게 될 거라고 하더니, 이곳으로 찾아오겠다는 말이었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떡하긴? 손님으로 왔다는데 만나봐야지.”
혁무천 일행 때문에 놀란 사람이 또 하나 있었다.
객당 옆을 지나가던 양화승은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가 장대산을 발견하고 놀라서 멈칫했다.
‘저, 저게 누구야?’
장대산 때문에 놀란 것이 아니었다. 장대산이 있다면 무천이란 놈도 있을 것 아닌가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한 사람이 고개를 돌리더니 미소를 짓지 않는가.
놈이 분명했다.
도망치듯 떠날 수도 없고…….
‘제기랄, 저놈하고는 무슨 악연이 있어서…….’
어쨌든 놈이 자신을 본 이상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방향을 튼 그는 객당 쪽으로 걸어가며 짐짓 환한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 여, 이게 누구신가? 여기서 보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군.”
혁무천도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양 노형과 저는 보통 인연이 아닌 것 같군요.”
‘이딴 인연, 난 필요 없다, 이놈아!’
양화송은 한소리 내지르고 싶은 걸 꾹 참고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다.
“그러게 말이네. 그런데 여긴 어쩐 일인가? 놀러온 것은 아닐 거고…….”
“공손 형을 만나러 왔지요. 그리고 온 김에 양 노형도 찾아볼까 했는데, 여기서 만나다니, 잘 됐군요.”
‘잘 되긴 뭐가 잘 돼! 이 자식아!’
“호오, 소문주님을 만나러 왔다고? 알겠네. 내가 가서 말씀드리지.”
그는 어떻게든 이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혁무천이 보내주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서진 조장이 갔으니까요. 양 노형께선 공손 형이 올 때까지 저와 잠시 담소나 나누지요.”
양화송은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이야기는커녕 얼굴도 마주치기 싫었다.
“내가 지금 바쁜 일이 있어서…….”
“내가 단양혼천권을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보군.”
대충 얼버무리고 그곳을 벗어나려던 양화송은 그 말에 말끝을 흐렸다.
“뭐, 듣기 싫으면 할 수 없지요.”
“응? 그게 무슨 소린가? 하, 하, 하. 우리 소문주께서 오시기 전까지 이야기나 나눠보세.”
갑자기 변한 그의 태도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보았다.
그런데 오직 한 사람, 철상만은 이마를 찌푸리고 뭔가를 깊이 생각했다.
‘단양혼천권? 어디서 들어본 거 같은데…….’
그 사이 혁무천 일행은 객당으로 들어갔다.
서진의 수하 중 하나가 객당을 관리하는 사서에게 갔다 오더니 일행에게 방을 세 개 내주었다.
처음에만 해도 사서의 얼굴에 못마땅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런데 양화송과 무척 가까운 사이 같지 않은가.
화들짝 놀란 그는 후다닥 처리해주었다.
광견이라고도 불리는 양화송이다. 잘못 걸리면 삼박사일 고생은 기본이었다.
하지만 양화송은 사서의 마음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는 다그쳐서라도 묻고 싶은 걸 꾹 참고 혁무천의 말을 기다렸다.
‘네놈이 어떻게 단양혼천권을 아는지, 오늘은 기필코 듣고야 말겠다.’
그때 혁무천이 그를 향해 말했다.
“객당 뒤쪽에 연무장도 있군요. 저쪽으로 가서 이야기 하지요.”
객당 뒤의 작은 연무장은 사람들이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그만큼 조용해서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그만한 곳도 없었다.
그래서 양화송도 두 손 들고 찬성했다.
“그게 좋겠군. 가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