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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130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4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130화

130화

 

 

이틀 후, 면양에 들어선 표행은 일단 식사부터 했다.

“식사하고 잠깐 쉬었다가 출발할 거요. 우린 성도로 갈 것이니 국주께선 이만 돌아가셔야 할 것 같은데.”

혁무천이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하고는 송비를 바라보았다.

송비가 재빨리 말했다.

“나도 자네들과 함께 갈 거네.”

“숙부님?”

목량이 눈을 깜박이며 송비를 바라보았다.

“왜?”

“표국은 어떻게 하시고요?”

“현강이에게 정리하라고 말해두었다.”

“예?”

“생각해봐라. 북현문만 해도 골칫거리인데, 백원방도 언제 찾아올지 모르고, 거기다 혈왕동까지 얽혔잖냐. 이래서 어디 표국 해먹겠냐?”

말은 그렇게 하는데 조금도 걱정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나도 이 기회에 그동안 못 다한 강호유람이나 해야겠다. 왜, 내가 함께 가는 것이 싫냐?”

“아뇨, 싫은 건 아닌데…….”

“이봐, 무 공자. 자네도 싫은가?”

“제가 싫다고 하면 돌아가실 겁니까?”

“그럴 순 없지. 아암.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잘라야지.”

송비가 고집스럽게 말하고는 더 이상 그 이야기는 논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말없이 앉아 있는 장평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네 무슨 고민 있나?”

“아닙니다.”

장평은 나직이 답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혁무천은 그런 장평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면양은 그가 장평을 처음 만난 곳이었다.

그가 물어보지도 않았고, 장평도 말해주지 않으니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는 없었다.

그런데 장평은 면양에 들어선 이후 말이 거의 없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

그때 객잔의 주렴이 세차게 젖혀지더니, 갈색무복을 입은 무사 십여 명이 안으로 몰려들어왔다.

그들은 곧장 혁무천 일행 쪽으로 다가왔다.

그들 중 사십 대로 보이는 텁석부리 무사 하나가 소리쳤다.

“장평! 정말 네놈이었구나! 네놈이 감히 이곳으로 돌아오다니, 간도 크구나!”

혁무천 일행은 모두 그들을 바라보았다.

송비가 그들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금원방 무사들이군.”

몰려온 자들은 사천성 십대 세력 중 하나로 면양 일대를 장악하고 있는 금원방의 무사들이 분명했다.

장평이 고개를 돌려서 소리친 자를 쳐다보았다.

“내가 이곳에 오지 못할 이유도 없지 않소?”

“흥! 네놈 때문에 소방주께서 왼팔을 못 쓰신다.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진 않겠지?”

“정당한 대결이었다는 걸 모르진 않으실 텐데?”

“죽일 놈! 그때는 소방주께서 은혜를 베풀어 네놈을 놓아주라 해서 살아 나갔지만 오늘은 어림도 없다!”

냉랭히 소리친 중년인이 혁무천 일행들을 둘러보았다.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는 자들이었다.

‘뭐하는 자들이지?’

장평은 혼자서 행동하는 걸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한둘도 아니고 열 명이 넘는 인원과 함께 있었다.

하지만 금원방 역시 객잔에 들어온 무사들 외에도 밖에 수십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방에도 기별이 갔으니 곧 고수들이 도착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죽고 싶지 않거든 끼어들지 마라.”

그는 일단 경고부터 보냈다. 기왕이면 적이 하나라도 적은 게 나았다.

“당신은 형제가 위험에 처해 있는데도 끼어들지 말라고 한다 해서 안 끼어들 건가?”

무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담담한 목소리에 중년인이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의 주인은 감탄이 나올 정도로 잘생긴 자였다.

“무슨 말이냐?”

“장평은 내 동생이다. 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의 형제이기도 하고. 그러니 안 끼어들 수가 없다는 거지.”

“흥! 감히 본 방의 행사에 나서겠다는 거냐? 죽고 싶으면 마음대로 해라.”

그때 장평이 일어나며 말했다.

“대형, 이번 일은 일단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어차피 언젠가 한번은 겪어야 할 일이니까.”

혁무천이 그를 바라보았다.

“정당한 상황이면 그렇게 하지.”

장평은 포권을 하며 고개를 살짝 숙이고, 텁석부리 중년인을 향해 몸을 돌렸다.

“적 선배. 나갑시다.”

텁석부리 중년인, 적귀는 이마를 찌푸렸다.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수상한 자들이 끼어들지 않는 것은 다행이지만, 장평이 이렇게 나온다면 숫자는 의미가 없었다.

그렇다 해서 장평이 저리 말하는데 숫자로 밀어붙일 수도 없고.

“좋다. 나가자!”

할 수 없이 그는 장평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객잔 밖에도 금원방 무사들이 삼십여 명이나 몰려와 있었다.

객잔 안에서 사람들이 나오자 그들은 반원 형태로 객잔의 입구를 에워쌌다.

중앙에 선 장평이 칼을 뽑으며 적귀를 향해 말했다.

“나는 주여민과 정당한 대결을 벌였소. 나에게 죄를 물으려면 똑같이 대결을 통해서 물으시오.”

“흥! 우리가 왜 그렇게 해야 하지?”

“무사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 거 아니오? 무사의 자존심 따위 진흙탕에 내팽개친 사람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적귀의 눈매가 매섭게 번뜩였다.

그도 자존심이 강한 무사였다. 그런 말을 듣고도 숫자로 밀어붙일 정도로 염치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좋다. 그럼…….”

적귀가 막 대답하려는데 한 사람이 나섰다.

“적 당주, 내가 상대하지요.”

사람들의 시선이 그 말을 한 자에게로 향했다.

당당한 체격, 강인한 인상, 갈색비단 무복을 입은 삼십 대 무사가 금원방 무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를 본 적귀가 눈빛을 반짝였다.

금원방주 주철기의 제자 중 첫째인 석도종이었다.

그는 이제 서른한 살이지만, 금원방의 일천 무사 중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고수로 알려져 있었다.

적귀는 잘 됐다는 듯 한발 물러섰다.

“대공자께서 나서시겠다면 이 적모가 양보하지요.”

“고맙소이다.”

터벅, 터벅 걸음을 옮긴 석도종은 장평과 이 장 떨어진 곳에서 멈춰 섰다.

“장평, 너와 사제의 대결이 정당한 대결이었다는 건 나도 안다. 하지만 사제의 팔 근맥이 잘린 일은 또 다른 문제다.”

차갑게 말을 꺼낸 그가 검을 뽑았다.

“몰락한 무가의 자식 따위가 감히 금원방 소방주의 몸에 칼을 대다니. 그 죄는 죽어 마땅하다.”

“별 개소리를 다 듣겠군.”

불쑥 튀어나온 목소리는 중얼거리듯 작았다. 하지만 주위가 조용하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이 들을 수 있었다.

석도종이 차갑게 얼굴을 소리 나는 곳으로 돌렸다.

장평은 그가 반응을 보이기 전에 반박했다.

“처음부터 주여민이 연매를 욕심내지 않았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오.”

석도종은 동대안을 한번 노려본 후 고개를 다시 돌렸다.

“훗, 소방주가 아니었으면 마소연이 너를 택할 거라고 생각했느냐?”

“나와 연매의 사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그였소. 그가 정말 나를 친구로 생각했다면 연매를 욕심내서는 안 되었소.”

“어리석은 놈. 아직도 모르겠느냐? 소방주께서는 네가 마소연과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면 친구로 대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장평은 이를 악다물었다.

사실 그도 어렴풋이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정하고 싶었다.

그걸 인정하면 자신이 너무 비참해질 것 같았다.

“중요한 것은… 그가 아니라 연매의 마음이오. 나는 연매가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는 걸 잘 알고 있소.”

누구를 설득시키기 위해서 한 말이 아니었다. 자기 자신의 믿음을 재확인하기 위한 말이었다.

장평은 더 할 말 없다는 듯 칼을 들어 석도종을 가리켰다.

석도종도 조소를 지으며 검을 들었다.

“후후후, 주제를 알고 조용히 살았으면 제 명을 누렸을 것을. 설천 장가의 대가 어리석은 네놈 때문에 끊기겠구나.”

“장평.”

조용히 구경하고 있던 혁무천이 장평을 불렀다.

“예, 대형.”

“마음 놓고 하고 싶은 대로 해라. 누구도 너와 저자의 대결을 방해하지 못할 것이다.”

장평의 표정이 조금 편해졌다.

“그러지요.”

무시당했다는 생각이 든 듯 석도종의 눈초리가 치켜 올라갔다.

“흥! 건방진 놈들. 너희들도 조금만 기다려라. 모조리 목을 쳐서 개먹이로 던져줄 테니까.”

혁무천은 그 말을 듣고도 무심한 표정이 한 점 흔들리지 않았다.

“입이 싼 걸 보니 오래 살긴 틀렸군.”

석도종의 치켜 올라간 눈에서 독기가 번뜩였다.

그 순간, 장평이 몸을 날리며 칼을 사선으로 쳐올렸다.

츠츠츠츠츠.

단 한번 쳐올린 것 같았는데 칼 그림자 세 개가 기음을 토해내며 동시에 석도종을 향해 날아갔다.

설천 장가의 비전도법인 절혼십이도 중 삼영절혼(三影絶魂)이었다.

석도종은 장평이 처음부터 절혼십이도를 펼치자 조금도 방심하지 못했다.

설천 장가와 금원방은 면양 일대에서 세력을 양분하고 있었다. 십여 년 전, 장가의 전대 가주가 급사하지만 않았다면 지금의 금원방도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장가의 도법은 이름이 높았다.

“어림없다!”

석도종도 일갈을 내지르고 검을 떨쳤다.

기운을 한껏 머금은 두 사람의 도검이 찰나에 십여 번이나 충돌하며 불꽃이 튀었다.

쩌저저정! 따다당!

장평은 숨도 쉬지 않고 칼을 휘둘렀다.

그의 칼에서 흘러나온 도기가 겹겹이 막을 형성했다.

석도종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력하고 무지막지한 장평의 도세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아는 장평은 이 정도로 거친 도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장가의 도법은 아름답다는 말을 들었을 만큼 부드럽고 매끈한 선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장평이 펼치는 도법은 알려진 장가의 도법과 전혀 달랐다.

“이놈! 어디서 더러운 수법만 익히고 왔구나!”

당황한 석도종이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장평은 더욱 강하게 몰아붙였다.

그가 펼치는 도법은 변칙도 아니고, 더러운 수법도 아니었다.

설천 장가에는 세 가지 도법이 있었다.

그 중 가장 잘 알려진 도법이 절혼십이도라면, 가장 알려지지 않은 도법이 연환폭풍도였다.

구도 팔십일식인 연환폭풍도는 위력이 강한 대신 품위가 없었다. 한마디로 마구잡이 칼질 같았다.

때문에 장가의 후예들은 연환폭풍도를 남 앞에서 잘 펼치지 않았다.

하지만 장평은 혁무천과 함께 동행 하며 나름대로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개중에는 허식에 구애받지 않는 도법의 운용도 있었다.

품위는 이기고 살았을 때 논할 수 있는 것이지, 패해서 죽은 후에는 아무런 필요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연환폭풍도가 마냥 거칠고 볼품없는 도법도 아니었다.

거칠고 강한 도세가 남자답게 느껴지는 도법이기도 했다.

쩌저저저정!

연이어 굉음이 터져 나오면서 석도종이 세 걸음 물러섰다.

그는 자존심이 상한 듯 공력을 구성이나 끌어올려서 반격에 나섰다.

금원방 방주 주철기의 독문 검법인 마화칠검은 절정 경지에 이르러야만 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검법이었다.

화려하면서도 살기가 강한 마화칠검은 결코 장가의 도법에 뒤지지 않았다.

석도종은 빠르면서도 화려한 검화를 피워내며 서서히 반격을 시작했다.

장평은 침착하게 석도종의 공세를 막아내며 압박의 강도롤 높였다.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서로의 빈틈을 노리는 두 사람의 격전은 보는 이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그렇게 삼십여 초가 흘렀을 때였다.

석도종이 눈빛을 빛내며 땅을 박차고 몸을 날리더니 번개처럼 검을 찔러 넣었다.

서너 개의 검영이 동시에 생겨나면서 어느 것이 진짜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다.

누구든 당연히 장평이 물러서며 방어를 취할 거라 생각했다. 그래도 석도종의 공격을 완벽히 피해내기가 어려울 듯했다.

그런데 그때, 장평이 오히려 마주쳐가며 칼을 휘둘렀다.

푹!

석도종의 검이 장평의 가슴을 꿰뚫었다.

쉬악!

장평의 칼도 호선을 그리며 석도종의 가슴을 훑고 지나갔다.

석도종이 튕기듯이 뒤로 물러서며 검이 빠지자, 장평도 그제야 두어 걸음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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