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73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01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73화
혈하-第 73 章 탈명귀음의 신위
펑!
더는 버티지 못한 것일까.
북을 두른 가죽이 찢어지고 터졌다.
“우욱!”
북을 때리던 섭혼고박의 입가에 검붉은 선혈이 흘러내렸다.
그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극심한 내공 소모에 더 이상 타공을 펼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상대편 범선에서부터 득의의 웃음이 울려 퍼졌다.
“흐흐흐흐…… 이만기, 그래도 굴복하지 않겠느냐?”
이만기는 조금도 굴하지 않았다.
“이 장강을 네놈들에게 내어 줄 내가 아니다.”
“기회는 한 번 뿐이다. 잘 생각해 보아라.”
“뭘 생각하란 말이냐?”
이만기는 분노를 억누르며 소리쳤다.
그의 두 눈은 100여 장 밖에 진을 치고 있는 상대편 범선 중 정중앙에 있는 사령선(司令船)에 집중되었다.
사령선의 중앙 갑판.
그곳에는 곤룡포를 입은 노인이 태사의에 앉아 있었다.
각진 얼굴, 가슴까지 내려온 턱수염. 부리부리한 눈동자.
무척 고집이 세 보이는 인상이다.
곤룡포 노인 옆에는 하나의 단상이 있었고, 단상 위에는 방석에 앉아 있는 한 중년인이 있었다.
중년인의 안색은 파리하게 질려 있었고, 입가에 침까지 흘리고 있었다.
그 중년인이 바로 타혼음을 전개한 자이다.
그 역시 지쳤는지 숨을 크게 헐떡이며 쉬고 있었다.
“이만기, 우리가 누군 줄 아느냐?”
곤룡포 노인은 호피가 깔린 태사의에 앉아 흉흉한 눈길을 내쏘았다.
“네놈들이 바닷 귀신이란 말은 들었다.”
이만기도 지지 않고 대꾸했다.
“알긴 아는구나.”
곤룡포 노인은 기분이 좋은지 연신 수염을 쓰다듬었다.
“이만기, 똑똑히 들어라. 우린 이 장강이 필요하다. 조만간 네놈들이 장악하고 있는 상권은 물론 장강 남북까지 모두 우리의 손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곤룡포 노인은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흘리었다.
“그렇게는 안 될 걸.”
이만기가 의연하게 뱉어냈다.
“이만기, 네놈은 사해맹(死海盟)이란 말을 들어보았느냐?”
“사해맹!”
이만기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곤룡포 노인을 응시했다.
사해맹(死海盟)!
그들은 바다를 주름잡던 해적의 무리들이 뭉쳐 만든 거대한 조직이다.
100여 년 전이다.
바다를 주 무대로 하는 사해맹이 강호 대륙에 돌연 상륙했다.
그들은 해적처럼 바다가 활동무대이지만, 무공은 대륙의 명문무가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
이들은 대륙에 상륙하자마자 장강을 장악하고 그 기세를 밀어 장강 남북을 휩쓸었다.
도처에 산재한 녹림을 흡수하고 그 여세를 몰아 강호를 장악하려 했었다.
이때 대천불존(大天佛尊) 지불성승(至佛聖僧)이 구대문파와 천불련(千佛聯)을 이끌고 맞서 나갔다.
천불련은 소림사를 위시한 중원 도처에 흩어져 있는 명사, 명찰의 힘이 모여진 대불력이다.
백천오성 가운데 불성(佛聖)인 대천불존 지불성승의 영도 아래 뭉쳐진 석가의 힘!
천불련을 중심으로 뭉친 백도 무림의 연합은 가공했다.
사해맹과 백도 무림은 하남(河南)의 나산(羅山)에서 열흘 낮과 밤을 두고 격전을 벌였었다.
그 결과 사해맹은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었다.
백도 무림도 사상자가 1천 명이 넘을 정도였다.
대천불존 지불성승도 이때에 입은 내상으로 소림 달마동(達磨洞)에 폐관을 해야 할 정도로 엄청난 희생이 다른 대혈전이었다.
사해맹은 바다로 돌아갔다.
그런 그들이 다시 강호에 상륙한 것이다.
100년 만에 그 야욕을 다시금 드러낸 것이다.
사해맹의 대륙 상륙은 항차 불어올 풍운의 시작일 뿐이었다.
곤룡포 노인은 앙천광소를 토해냈다.
“크핫핫핫핫! 그렇다. 사해맹이다. 만약 네놈이 거역한다면 우린 네놈들을 한 시진 이내에 이 동정호에다 수장시킬 것이다.”
곤룡포 노인은 두 눈에 살기를 떠올리며 이만기를 주시했다.
“그렇다면 네놈들은 100년 전의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다시 중원에 침공을 했단 말이냐?
이만기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몸을 떨었다.
“그렇다. 우린 장강을 장악한 네놈들의 본거지를 교두보로 사용할 계획이다.”
이만기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렇게는 안 될 것이다.”
그 음성은 단호하고 싸늘했다.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만약 네놈이 승복하면 네놈들이 구축한 모든 시설과 상권을 보장해 주겠다.”
“못하겠다면?”
이만기는 의외로 꿋꿋하게 맞섰다.
“곧 알게 되겠지, 흐흐흐흐……”
곤룡포 노인은 냉소를 흘리며 연실 살기를 폭사시켰다.
“이 강호를 너무 얕잡아 보다가는 옛날의 전철을 다시 밟게 될 것이다.”
이만기의 말에 곤룡포 노인이 분노를 터뜨렸다.
“이만기, 우선 네놈의 주둥이부터 찢어놓겠다. 우리가 두 번 다시 패할 것 같으냐?”
턱수염이 부르르 떨고는 곤룡포 노인은 중년인을 향해 소리쳤다.
“어서 놈들의 혼을 앗아버려라. 내 친히 놈들을 도륙하리라.”
중년인은 다시금 전신의 공력을 끌어 모았다.
우-웅-
중년인의 입에서 강하면서도 몹시 질긴 것 같은 음성이 울려 나왔다.
순간, 이만기와 그의 수하들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어서 마음에 잡념을 지우고 공력을 운기 하라.”
이만기가 수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공력이 약한 수하들은 이내 피를 흘리며 비틀거렸다.
“크-흐-흐-흐-!”
다시 그 전율할 것 같은 음파가 호면을 뒤덮었다.
호면은 갑자기 파도를 치면서 음률에 따라 요동치기 시작했다.
꽈르르릉……
촤아앗……촤아아앗……
동시에 곤룡포 노인이 탄 거대한 사령선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거리는 눈 깜짝할 사이에 절반으로 좁혀졌다.
“욱-”
“우웨액-”
이만기의 수하들이 피를 토하며 뒹굴었다.
고통에 못 견딘 이만기의 수하들은 호수 속으로 뛰어들었다.
풍-덩-!
그러나 그들은 시체가 되어 호면으로 떠올랐다.
그들의 얼굴엔 아직도 고통의 그림자가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이때였다.
“후-후-후-!”
한 소리 웅장한 웃음소리가 동정호를 가득 뒤덮었다.
중년인이 내지른 타혼음을 덮어버리는 강한 음파였다.
그 소리에는 깊고 무한한 내력이 실려 있었다.
순간 하얗게 질리던 이만기의 수하들이 차츰 정신을 되찾았다.
그들은 입가에 흐르는 선혈을 닦아내며 운공을 시작했다.
사해맹 측에서 놀람의 소요가 일어났다.
“대체 누가 가공할 내력이 지닌 웃음으로 타혼음을 막아낸단 말이냐?”
“누구냐?”
“우욱! 타혼음이 밀린다!”
곤룡포 노인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50장으로 다가온 사령선도 멎고 있었다.
그러자 중년인이 눈알을 번뜩이며 전방을 주시했다.
“탈, 탈명귀음!”
황포노인은 거의 반사적으로 내뱉으며 얼굴에 긴장의 빛을 떠올렸다.
탈명귀음(奪命鬼音).
그건 사군보가 시전 한 음공이었다.
“고맙네, 사 소협!”
이만기는 가까이 있는 사군보를 향해 공손한 예를 보였다.
“별 뜻은 없었어요. 전설의 타혼음이 어느 정도인지 상대해 보고 싶은 마음에 시전 했을 뿐이지 방주를 도울 생각은 아닙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결과적으로 수왕채를 도운 꼴이 되었다.
“소협 덕분에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네.”
이만기는 사군보를 향해 공수했다.
그 사이에도 중년인의 타혼음이 그치지 않고 잔잔한 호면에 파문을 던졌다.
“크-흐-흐-흐-흐-!”
그 뒤를 이어 사군보의 탈명귀음이 파도를 잠재우며 퍼지는 안개처럼 흘렀다.
“하하하하하-!”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의 내공을 교환했다.
그러나 처음에는 비등하던 기운이 시간이 지날수록 탈명귀음의 기운만 성해졌다.
타혼음을 발휘하던 중년인의 얼굴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우에엑-”
사해맹의 중년인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곤룡포 노인은 이를 빠드득 갈았다.
잔악하게 일그러진 얼굴에 짙은 살기가 번지었다.
“모조리 죽여라.”
그의 입에서 살기가 폭사되는 명령이 떨어졌다.
쌔애애액……
쌕!쌕!쌕!
수십, 아니 수백 줄기의 독화살이 난비했다.
독화살에 묻은 파란 독이 노을빛에 무지개빛을 그려냈다.
“우리도 최후까지 싸운다. 알겠느냐?”
이만기의 명령은 끝까지 단호하고 장부다웠다.
이런 상황에서 끝까지 의연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었다.
이만기의 수하들이 일제히 화살을 쏘아 보냈다.
황혼이 지는 하늘은 온통 쏘아진 화살로 가득했다.
“욱-”
“으아-악-”
여기저기서 처절한 비명이 터졌다.
양쪽 진형 중에서 쾌속선에 탄 자들이 가장 먼저 격돌했다.
서로의 배에 올라타 육박전을 펼치는 수왕채 사람들과 사해맹 사람들.
동정호의 넓은 호면은 순식간에 붉은 빛으로 변하였다.
수백 구의 시체가 피를 쏟으며 떠올랐다.
“화전을 쏘아라.”
곤룡포 노인이 소리쳤다.
이만기도 뒤질세라 명령했다.
“화전궁노는 어서 화전을 쏘아 보내라.”
파-파-파-파-
쌔애애애액-!
허공을 가르는 화전은 순식간에 불기둥을 피워 올렸다.
최전선을 이루고 있는 쾌속선들 중 서너 채가 불화살에 불타 수몰되고, 그 안에 탄 자들이 장강에 몸을 날려 불을 피했다.
쾌속선 위에서, 장강 물속에서 서로의 수공을 자랑하며 싸우는 전투는 육지의 전투보다 더 격렬했다.
후방에서 진을 진두지휘하는 양 진영의 범선들은 긴장 속에 다음 전투를 준비하는 지 갑판을 바쁘게 움직이는 자들이 눈에 보였다.
한편, 사군보가 타고 있는 작은 배에도 화전이 날아들었다.
그러나,
튕!
사군보가 탄 작은 배 주위로는 무형의 막이 쳐져 있는 듯 화전들은 배에 닿기도 전에 벽을 튕기듯 튕겨져 나갔다.
날아드는 화전이 낙엽처럼 호면에 떨어졌다.
피-피-피-피-!
불붙은 화점이 물에 닿아 꺼진다.
오직 사군보의 배 주위 10여장 만이 마치 전권이 아닌 듯 고요할 뿐 다른 쪽은 온통 붉은 피와 시체, 날으는 화전과 격렬한 싸움으로 아수라장이었다.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던가.
“전진하라!”
이만기의 사령선을 위시한 수왕채 세 척의 범선이 물을 갈랐다.
“모조리 수장시켜라!”
상대편 사해맹의 사령선과 범선도 빠르게 다가왔다.
이윽고, 이만기가 탄 범선과 곤룡포 노인이 탄 사령선이 맞부딪쳐나갔다.
꽈아아앙-!
두 범선이 크게 흔들렸다.
곤룡포 노인과 이만기는 기다렸다는 듯 장력을 뻗어내었다.
꽝-
이만기가 서너 걸음 물러섰다.
곤룡포 노인은 우뚝 서서 이만기를 향해 다시 일장을 격출시켰다.
슈-욱-!
그 위력은 이만기가 타고 있는 범선을 날려버릴 것 같았다.
“앗!”
이만기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혼신의 공력을 쌍장에 끌어 모았다.
꽈-앙-
굉음이 갑판을 치며 폭발했다.
그 진동으로 두 범선이 크게 흔들렸다.
“우-욱-”
이만기가 7, 8보나 물러서며 검붉은 선혈을 토해냈다.
이만기의 얼굴이 창백한 게 내상을 크게 입은 듯했다.
“이만기, 오늘이 마지막인 줄 알아라.”
곤룡포 노인은 잔혹하게 웃으며 성큼 이만기의 범선으로 걸어왔다.
곤룡포 노인의 뒤에는 그의 수하들이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