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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하마제 72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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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혈하마제 72화

혈하-第 72 章 사해맹의 중원 진출

 

“물러서라.”

중년인은 우렁차게 소리쳤다.

그리고는 손짓을 하자 그가 탄 범선이 사군보의 배와 3장 거리로 좁혀왔다.

“자네는 누군가?”

중년인이 긴장한 것 같은 음성으로 물으며 사군보를 살폈다.

중년인은 기골이 뛰어난 게 범상한 인물 같지는 않았다.

“모처럼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려 하니 좀 조용히 해 주시죠.”

사군보가 분노를 억누르며 시큰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흠……이곳은 초행인가?”

중년인은 음성을 낮추며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꼭 대적을 앞둔 사람들처럼 모두 긴장들을 했군. 난 당신들이 기다리던 대적이 아니니 제발 조용히 그냥 가게 해주시죠.”

사군보가 되묻자 중년인의 눈이 크게 떠졌다.

사실 그랬다.

그들이 기다리지 않는다면 어찌 이렇듯 많은 선박이 출동할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이들은 모두 가벼운 경장차림이었다.

한쪽에는 궁노수(弓弩手)가 시위에 화살을 먹인 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쾌속선에는 수공에 알맞은 옷차림을 한 장한들이 명령을 기다리듯 대기하고 있었다.

“자네 말이 맞네.”

중년인은 침음하며 대답했다.

그러면서 중년인은 예를 보이며 물렀다.

“나는 이만기(李萬己)라 하네. 자네는 누군가?”

중년인이 이름을 밝히자 사군보의 얼굴에 작은 파랑이 일었다.

 

수룡왕(水龍王) 이만기.

도도히 흐르며 중원 대륙의 중앙을 동서로 가르는 양자강.

중원의 젖줄인 양자강은 역사를 지켜보며 묵묵히 흐르고, 그 역사 속에 함께 수많은 세월을 흘러온 곳이 있다.

 

-수왕채(水王砦)!

 

무려 천년의 역사를 지닌 수적(水賊)의 방파다.

중원의 땅이 수도 없이 주인을 바꾸었건만 유독 장강만은 수왕채를 주인으로 삼았다.

기실 천년세월이란 결코 짧은 것이 아니다.

게다가 수왕채만이 장강을 누비는 것 또한 아니다.

숱한 방파들이 장강의 수로를 차지하기 위해 난립했고 명멸해 갔다.

그러나 그 어떤 방파들도 수왕채의 아성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무적(無敵)-

물에 관해서 만큼은 수왕채가 천하제일이었다.

그런 수왕채의 천년아성을 지키는 당금 채주가 바로 수룡왕 이만기였다.

수룡왕 이만기는 사군보의 아래위를 가볍게 훑고는 내심 침음했다.

‘보통 고수가 아니다. 비록 이곳이 물 위라 하지만 만약 그가 우리의 적이라면……난 많은 수하를 잃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승리를……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그는 사군보의 정체가 미심쩍었다.

사군보는 이만기와 주변의 수적들을 둘러본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난 사군보라 합니다.”

“사군보?”

잠시 그 이름을 되뇌며 이만기는 사군보에게서 어떤 적의도 발견할 수 없자 공손히 대했다.

“사 공자이셨군. 먼저 무례한 점을 용서하시게.”

수룡왕 이만기는 보기와는 달리 겸손하고 의기에 넘쳐 있었다.

사군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강호에서 장강의 수왕채를 녹림에 포함시키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수왕채를 여타 다른 녹림도들과 달리 평가한다.

그건 수왕채가 노략질이나 하는 여타 수적들과는 달리 장강을 드나들면서 상선을 호위해 주거나 사공들의 안전을 수적들로부터 보호 해 주면서 사례를 받아 방파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그런 수왕채의 방주가, 장강에 무려 82군데의 작고 큰 거점을 가진 그가 깍듯이 자신을 대하자 의아한 것이다.

그는 상대가 그렇게 나오자 별 수 없이 배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가 몸을 일으키는데도 불과하고 작은 배는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역시 고수다!’

그 광경에 수룡왕 이만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군보가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무례한 점이야 나 역시 마찬가지였지요. 당신의 수하를 상하게 하였으니 벌써 상쇄되지 않았습니까? 서로 비겼다고 칩시다.”

수하 하나의 턱을 뭉갠 것하고 잠시 사색을 방해한 것과 비기다니.

그러나 이만기는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아니 오히려 더 미안해했다.

“그거야 수하가 무례한 때문이지.”

이만기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다가 입을 떼었다.

“사 공자는 늦기 전에 이곳을 피하시게. 곧 치열한 교전이 있을 것이네.”

그러면서도 이만기는 긴장과 초조를 떨쳐내지 못했다.

“방주께서 염려해 주셔서 고맙지만, 나를 개의치 마시고 일을 보시지요. 기왕 이렇게 된 것 난 당신들의 싸움을 지켜볼 생각입니다.”

이만기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되네. 저들은 생각보다 강적이고, 게다가 그 숫자 또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네. 위험하다고.”

잠시 말을 그친 이만기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공자의 무공이 누구보다 높다는 것은 이미 똑똑히 목격했지만, 만약 그 화가 공자 신변에까지 미친다 해도 나는 공자를 돕지 못하네.”

“방주, 나는 이름 없는 무명소졸이긴 하나 결코 화가 두려워 피하지는 않을 것이오. 염려마십시오.”

“사 공자……”

이만기가 얼굴에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사군보가 이만기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방주의 마음 이해합니다. 결코 이곳에서 변을 당하더라도 누굴 원망하지 않을 겁니다. 그보다 적들은 누구죠?”

이만기가 무겁게 침음했다.

“그들은…… 동해와 남해를 주름잡는 자들로 아직 정확한 정체를 알지 못하나…… 해적단 무리들로만 알고 있네.”

“해적이 장강으로 상륙하는 거라? 대단한 자들이군요.”

“그렇지.”

“내 알기로는 바다와 강은 서로 그 성질이 달라 바다에 있는 방파가 강에 오르지 않고, 강의 방파 역시 바다로 나가지 않는 것으로 아는데……”

“그것이 이상하다네.”

“그들과 원한을 맺은 적은 없습니까?”

“사사로운 것 외엔 전혀 없네.”

“사사로운 것이라……그들이 누구죠?”

사군보가 재차 물어오자 이만기는 할 수 없다는 양 대답을 하려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둥-둥-둥-둥

멀리서 북소리가 들려왔다.

이어 동정호 수평선에 괴선박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만기의 얼굴빛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수왕채 수하들도 모두 긴장하고 있었다.

“큰북을 울려라!”

이만기의 명령이 떨어졌다.

둥둥둥둥-

북소리는 잔잔한 호면을 두드리며 멀리까지 퍼져나갔다.

그러자 괴선박의 선단에서 불꽃이 치솟았다.

펑! 펑!

불꽃은 막 저물어가는 석양을 더욱 짙게 물들이는 것 같았다.

사군보는 이만기와 괴선박을 번갈아 보았다.

‘저들이 문제의 해적단이구나.’

해적단들은 열 두 척의 쾌속선과 세 척의 범선을 창현하고 있었다.

범선의 크기는 이만기가 탄 범선의 두 배에 가까웠다.

잠시 후, 그들의 간격은 100장으로 좁혀들었다.

두 범선은 마주하며 잠시 침묵했다.

그때다.

“장강의 수적, 이만기는 들어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순순히 승복하는 게 좋을 것이다.”

상대편 범선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촤라라락.

출렁! 출렁!

그 음성은 호면에 무수한 파문을 일으켰다.

동시 이만기를 비롯한 그의 수하들이 잠시 혼을 빼앗긴 듯 눈을 껌뻑였다.

“타혼음(打魂音)!”

사군보가 흠칫했다.

타혼음은 강호에 알려진 음공 중 하나로, 사람들의 마음을 앗아가는 게 특징이다.

누구나 이 음공에 저항하지 못하면 갑자기 넋을 잃고 만다.

대다수의 음공은 섭혼의 기운을 지니고 있다.

소리로 뇌에 자극을 주는 것이다.

주로 음공은 자기 자신의 위세를 떨치기 위해 펼치거나, 대량 학살하는 데 자주 사용되곤 하였다.

‘타혼음을 어떻게 저들이 익혔지?’

사실 타혼음은 지옥혈제가 다스렸던 명왕교의 무공이다.

석년, 한창 강호를 주릅 잡던 지옥혈제의 젊은 시절, 그는 자기 자신의 위세를 덜칠 때 주로 타혼음을 사용했다.

사군보가 익힌 탈명귀음과 비교할 때 그 위혁은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 마공이다.

그런 타혼음을 거침없이 사용하는 것을 보아 타혼음을 펼친 자는 명왕교에 부리를 두었던 자가 분명했다.

‘여기서 노형님의 수하를 만나게 될 줄이야.’

그러나 그 뿐이다.

이미 명왕교는 멸문한 곳이고, 사실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질 사군보는 아니었다.

다만 누가 타혼음을 발휘하는가 하는 점만 의아할 뿐이었다.

이 순간 이만기는 뒤늦게 타혼음이라는 걸 깨닫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그도 결코 만만한 인물은 아니었다.

송충이 같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전방을 향해 입을 열었다.

“섭혼고박(攝魂鼓博), 어서 명월곡(明月曲)을 때리게!”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세 척의 범선 가운데 왼쪽에 있는 배에서 북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둥! 두둥! 두두둥

범선 선수에는 한 명의 노인이 커다란 대북을 앞에 두고 열심히 북을 치고 있었다.

대북은 엄청난 크기를 자랑했다.

그 앞에 서 있는 노인의 모습이 갓난아이처럼 작게 보일 정도였다.

두! 두둥!

북소리가 파문을 일으키며 널리 퍼졌다.

탈속한 용모를 지닌 그 노인은 수룡채의 호법인 섭혼고박 마현중이었다.

북소리 하나로 장강을 주름잡는 노웅.

그가 북을 때리면 장강의 물줄기가 무려 10장까지 분수처럼 솟구친다할 정도로 타공의 대가였다.

섭혼고박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북이 떨며 울었다.

둥-둥-둥-둥-!

순간, 잠시 넋을 잃었던 수하들이 모두 정신을 되찾으며 한숨을 쉬었다.

“아! 머리 아파!”

“으으~ 어지럽다.”

비록 북 소리에 혼미했던 정신을 깨우긴 했지만 타혼음의 여파는 아직 뇌에 남아 있어 수왕채 사람들은 현기증을 느끼고 있었다.

그나마 이만한 것도 다행이다.

여차했으면 제대로 반항한번 해보지 못하고 모조리 수장될 뻔했다.

그러자 다시 타혼음의 괴성이 울리었다.

“으-하-하-하-하-!”

멀리서, 대로는 가까이서 울리듯 퍼지는 괴성은 듣는 이의 마음에 기묘한 전율을 던져 주었다.

때를 같이 하여,

둥-두둥-둥-!

대북의 웅장한 소리가 호상을 뒤덮었다.

그러나 그 북이 일으킨 공기의 파장은 차츰 타혼음에 밀리기 시작했다.

둥! 둥! 둥! 둥!!

북 때리는 소리가 더 빨라지고 격해졌다.

북소리에는 강한 내력이 실려 있어 타혼음을 물리칠 기세였다.

섭혼고박의 얼굴에 땀이 맺히고 몸이 가늘게 떨렸다.

내공 소모가 심한 것이다.

그 덕분에 타혼음이 지닌 목소리는 점차 작아졌다.

그러나,

“파-흐-흐-흐-!”

이내 마치 화약이 폭발하듯 엄청난 기세로 커진 음성이 북소리를 잡아먹어 버렸다.

천지에 오직 들리는 것은 괴기한 웃음소리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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