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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233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6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233화

허학진인의 말에 호현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허명진인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옳군. 네가 내 자신을 지킬 수 있다면 굳이 이곳에 있을 필요는 없겠지. 나나 사제 둘 중 누구라도 네가 백 초를 견딘다면 하산을 시켜 주겠다. 하지만 그 전에는…… 나갈 수 없다.”

 

허학진인과 같은 말을 하는 허명진인을 호현이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다 주먹을 강하게 틀어쥐었다.

 

“그 백 초…… 해 보겠습니다.”

 

호현이 대뜸 겨루겠다고 할 줄은 몰랐던 허명진인이 그를 잠시 보다가 허학진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너무 심하게 하지 말거라.”

 

말과 함께 허명진인이 동굴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자 허학진인이 미소를 지으며 호현을 바라보았다.

 

“어디 그동안 얼마나 늘었는지 보자꾸나.”

 

말과 함께 허학진인이 동굴 밖으로 걸어가자 호현이 그 뒤를 따라 걸어갔다.

 

‘깜짝 놀라실 것입니다.’

 

허학진인의 백 초를 호현은 견딜 자신이 있었다. 팽문에게 권법의 기초를 배웠고, 대별대두와의 치열한 싸움을 했다.

 

그 덕에 자신이 생각해도 확실히 무공이 늘었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동굴 안에서 정좌를 하고 있던 허명진인이 밖을 바라보았다. 호현과 허학진인이 나가고 난 후부터 울리는 폭음에 신경이 쓰인 것이다.

 

꽝! 콰콰쾅!

 

하지만 그것도 잠시, 순간 폭음이 뚝 끊겼다.

 

“끝났나 보군. 오십 초 정도인가?”

 

허명진인의 중얼거림이 끝나기 전 허학진인이 한 손에 호현을 잡고는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허명진인의 얼굴에 살짝 놀람이 어렸다. 허학진인이 입고 있던 옷자락이 찢어져 있는 것이다.

 

그런 허명진인의 모습에 허학진인이 쓰게 웃었다.

 

“못난 꼴을 보였습니다.”

 

호현을 한쪽에 눕히는 허학진인을 보며 허명진인이 물었다.

 

“네가 못난 꼴을 보일 정도란 말이냐?”

 

“조금 방심하였습니다.”

 

“방심을 했다 해도 너는 너다.”

 

허명진인의 말에 허학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정신을 잃고 있는 호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못 보던 사이 초식을 운용하게 되었더군요. 처음에 예전의 호현으로 알고 때려눕히려다가 반격을 당해 이 꼴이 되었습니다.”

 

허학진인의 말에 허명진인이 호현의 몸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그의 기운을 살피듯 잠시 말이 없던 허명진인이 입을 열었다.

 

“어느 정도더냐?”

 

허명진인의 말에 허학진인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강기성화 고수와 네 번 싸운다면 네 번은 이길 겁니다.”

 

“다섯 번은?”

 

“강한 장력과 빠른 움직임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 흐름이 뻔하고 초식이 정직하니 같은 자와 다섯 번을 싸운다면 그 이후에는 이길 수 없을 겁니다.”

 

잠시 생각을 하던 허학진인이 말을 이었다.

 

“이번에는 오십 초가 넘었지만 다음에는 십 초 이내에 끝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백 초를 넘기지는 않는다는 말이군.”

 

허명진인의 말에 허학진인이 잠시 생각을 하다 말했다.

 

“제 반의 반만큼의 비무 경험이 생긴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습니다. 저도 내공만큼은 누구에 뒤지지 않지만 이 녀석은 자연지기라는 막강한 뒷배가 있으니 말입니다.”

 

그 말에 호현을 잠시 보던 허명진인이 몸을 일으켰다.

 

“미안하지만 네가 호현을 살피고 있어야겠다.”

 

허명진인의 말에 허학진인이 그를 바라보았다.

 

“산을 내려가실 것입니까?”

 

“일월교에 관한 일이다. 본문의 은원을 생각한다면, 뒤로 물러났다고 하여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겠지.”

 

“제가 같이 가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후! 나를 무시하는 것이냐? 나는 전대 천하제일검 허명이다.”

 

“알겠습니다.”

 

“갔다 올 것이니 너는 호현이나 잘 살피고 있거라.”

 

말과 함께 허명진인이 동굴 밖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이날 무당에서는 허명진인과 청 자 배 장로인 태을진검 청현, 태극인 청묘 사숙 그리고 무당칠자가 하산을 하였다.

 

그 수는 열에 불과했으나 그들의 전력을 약하다 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전대 천하제일검과 무당을 대표하는 고수인 청현과 청묘 거기에 무당칠자의 전력은 어지간한 문파 한둘 정도는 한 시진 안에 박살을 내고 남을 전력이었으니 말이다.

 

*

 

*

 

*

 

무당산의 한 봉우리 위에서 호현은 허학진인과 겨루고 있었다.

 

부웅!

 

머리 위로 짓쳐들어오는 허학진인의 면장에 호현이 급히 양손을 휘저었다.

 

어떻게 보면 피할 곳이 없어 허둥거리는 것 같은 모습처럼도 보였지만 허학진인의 눈에는 이채가 발했다.

 

‘호! 이 녀석 봐라?’

 

무당의 면장은 물과 닮았다. 막아서는 것이 있으면 비껴 흐르고 막히면 넘쳐흐르는 물 말이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면장을 호현이 흩어 버리려 하는 것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면장을 향해 장력을 뿜어 낼 줄만 알던 호현을 생각한다면 큰 발전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허학진인이다. 호현이 풀어내는 기운을 향해 손을 지풍을 쏘아냈다.

 

찌찍!

 

허학진인의 지풍에 호현의 기운이 흩어지며 사라졌다. 그에 당황해하는 호현에게 다가선 허학진인이 그대로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그리고 호현의 얼굴에는 절망이 어렸다.

 

딱!

 

“아야!”

 

호현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튕긴 허학진인이 끝났다는 듯 몸을 돌리더니 봉우리를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에 호현이 이마를 문지르며 그 뒤를 따라갔다.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호현을 돌아보며 허학진인이 말했다.

 

“이로써 총 스물한 번째 패배로구나.”

 

“그래도 오늘은 사십 초 가까이 버텼습니다.”

 

호현의 말에 허학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첫날 오십 초는 허학진인이 호현을 상대하는 법을 몰라서 그러했고, 그 다음부터는 십 초 이내에 모두 제압했다.

 

하지만 사 일이 지나면서 점점 호현의 초식 운용이 좋아지면서 이제는 사십 초 가까이 지나야 제압이 가능한 것이다.

 

‘늘기는 많이 늘었군.’

 

하루가 다르게 초식 운용이 좋아지는 호현에게 내심 감탄을 하면서도 얼굴에는 별것 아니라는 표정을 지으며 허학진인이 말했다.

 

“그게 어디 네가 늘어서더냐, 내가 봐주어서 그렇지.”

 

“어쨌건 말입니다. 하여튼 저를 언제까지 이곳에 묶어 두실 수는 없을 것입니다.”

 

“백 초만 견디면 언제든 하산해도 된다.”

 

“곧 될 것입니다.”

 

허학진인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들은 어느새 허명진인들이 지내던 동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쉬고 있거라. 나는 잠시 문에 다녀올 것이니.”

 

하산을 한 허명진인에게 온 소식이 없는지 궁금한 허학진인이 무당파가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호현이 한숨을 쉬고는 동굴 입구에 앉았다.

 

‘스승님께 전갈이라도 하나 보내야 하지 않을까?’

 

제갈세가에 있는 죽대선생에게 자신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던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허학진인이 오면 부탁을 하든 내가 잠시 내려갔다 오든 해야겠다.’

 

생각을 정한 호현이 정좌를 하고는 명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호현의 머릿속에 소림사 천불전에서 본 나한도가 하나 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에 호현이 천천히 자세를 잡고는 그 동작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요즘 허학진인과 겨루면서 가끔 호현은 자기도 모르게 이상한 자세를 취할 때가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펼친 자세는 시의적절하게 허학진인의 공격을 피하고 반격을 하게 해 주었다.

 

그런데 생각을 해 보니 그 자세들이 천불전에서 본 나한도와 비슷했던 것이다.

 

그에 호현은 이렇게 시간이 날 때마다 나한도의 자세들을 떠올리고 따라하고 있었다.

 

천불전 나한도의 나한의 수는 한쪽 면에 오백씩 총 천이다. 말하자면 호현은 그런 나한들의 동작 천 개를 기억하고 따라하는 것이다.

 

그렇게 동작을 따라하던 호현이 문득 몸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잠시 기억을 더듬듯 생각을 정리하다가 품에서 운학이 남긴 그림의 탁본을 꺼내 들었다.

 

그림들을 한 줄로 나열한 호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그것들의 순서를 바꾸었다.

 

자신이 바꾼 그림들을 바라보던 호현이 그림들의 자세를 따라 몸을 움직였다.

 

몸을 일으키고 걷고 팔을 좌우로 뻗었다가 무릎을 구부리는 등의 자세를 취하던 호현이 다시 정좌를 했다.

 

그러고는 잠시 생각을 하던 호현이 그림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하니 자연스럽게 하나의 호흡을 이루는구나.’

 

십여 장 정도의 그림이 한 초식처럼 연계가 되는 것을 안 호현이 손뼉을 쳤다.

 

“그렇구나! 나한도의 비밀이 바로 이것이었어!”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를 외친 호현이 기억을 더듬어 나한도를 떠올렸다.

 

그러자 나한도의 큰 그림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호현이 기억 속의 나한도를 하나 둘씩 조각을 내며 짝을 맞추기 시작했다.

 

오른손을 내밀고 있는 자세에서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는 나한도의 그림을 떠올리고 그 다음 자세로 연결이 되는 그림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림들을 연결해 나가는 것만을 생각하자 호현의 머릿속에 잡념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

 

*

 

*

 

청운진인과 대면한 허학진인은 그에게 허명진인에 대한 소식을 물었다.

 

“허명 사숙께서는 지금 방헌을 출발하셨다 합니다.”

 

“방헌에?”

 

“방헌에서 죽대선생을 공격한 자들 중 일월교가 있을 것이라 보시고 그곳에서 시작을 하신다 하였습니다.”

 

“다른 곳에서 온 정보는 없나?”

 

“몇십 년 동안 숨어 지내던 자들입니다. 쉽게 꼬리를 내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건 그렇겠지. 알겠네. 새로운 소식이 오면 연락 주시게.”

 

허학진인이 몸을 일으키자 청운진인이 그 뒤를 따라 일어났다.

 

“그런데…… 호현 학사가 들어야 할 소식이 있습니다.”

 

“호현에게?”

 

“호현 학사의 사형들에게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라는 말에 허학진인이 그를 바라보았다.

 

“심각한 일이더냐?”

 

“동창에서 호현 학사의 사형들을 구금하였다 합니다.”

 

“동창에서 왜?”

 

“도찰원 수장인 도어사 유표가 반역을 도모했다 합니다. 하여 동창이 유표의 거처를 공격하였는데, 그 자리에 호현 학사의 사형들이 있어 그들을 유표와 한패로 보고 잡아들인 모양입니다.”

 

“허! 그런 일이…… 그럼 호현의 사형들이 역당으로 몰렸다는 것이 아니냐.”

 

허학진인의 말에 청운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던 허학진인이 호현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끄응! 큰일이군. 호현이 이 사실을 알면 사형들을 구하겠다고 당장 하산을 하려 할 것인…….’

 

호현을 떠올리던 허학진인의 몸이 순간 솟구쳤다. 호현을 떠올리자 허학진인은 자기도 모르게 그의 기운을 더듬었다.

 

그리고 지금 호현의 기운이 크게 변화하는 것을 느낀 것이다.

 

‘뭐지?’

 

순식간에 무당파에서 호현이 있는 곳으로 날아온 허학진인의 얼굴이 순간 경악에 잠겼다.

 

정좌를 한 채 앉아 있는 호현의 몸에서 기가 안개처럼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 기의 안개가 마치 인영과 같은 형태를 이룬 채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권법을 시전하는 것처럼 말이다.

 

‘설마…… 투선술(鬪仙術)?’

 

투선술이란 도가에 내려오는 전설적인 경지로 육신이 아닌 몸 안의 선기, 혹은 내공을 유형화시켜 또 하나의 자신을 만드는 것을 의미했다.

 

육신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에 도나 검 등의 물질로 막을 수 없고 오직 그와 대등한 기운으로만 상대가 가능한 경지…… 그것이 바로 투선술이었다.

 

그리고 이 투선술을 이르는 다른 말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탈각(脫殼)이었다. 육신을 벗어 신선에 이르게 된다는 바로 그 탈각 말이다.

 

점점 더 실체가 더해지는 투선술의 모습에 허학진인의 얼굴에 허탈함이 어렸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제11-1장 파군성의 대수

 

산동성.

 

산동성 사람들은 술을 좋아하고 호탕한 기질이 있어 호걸들이 많다고 한다.

 

사람들이 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산동성 상인들은 거래를 트기 전 화주 한 동이를 거래하는 이에게 마시게 하는데 그것을 다 마시지 않으면 믿을 수 없다 하여 거래를 하지 않을 정도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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